COLUMN

조세특례제한법과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국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으면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어렵다. 때문에 대통령이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을 내렸다. 이렇게 잡음이 시작됐다

2020.07.09

 

코로나19 여파가 시작된 지난 3월 공장도 가격의 5%인 세율이 1.5%로 떨어졌다. 대통령이 최대 30%를 조정해도 3.5%인데 1.5%까지 내려갔으니 ‘파격’으로 여겨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회와 손잡고 급하게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했다. 시행령보다 위에 있는 조세감면법 109조에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내려주는 조항을 넣어 통과시켰다. 이때 명시한 기한이 2020년 6월 30일까지다. 그래서 개소세율 1.5%가 연말까지 유지되려면 조세특례제한법이 다시 국회에서 개정돼야 한다. 하지만 상임위회 구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법 개정은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그래서 시선은 다시 개별소비세법 시행령으로 돌아갔다. 대통령이 개소세율을 조정할 수 있으니 급하게 30%를 낮춰 3.5%를 연말까지 적용키로 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감면 금액이다. 조세특례제한법, 일명 세금감면법에선 개별소비세율을 내리되 감면액이 최대 100만원을 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개소세법 시행령에 근거할 때는 최대 한도액이 설정돼 있지 않다. 감면 세액이 많든 적든 계산된 세금만 부담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가격이 높은 제품일수록 감면액 또한 커지는 결과로 연결됐다. 실제 6월까지 최대 143만원 경감됐던 세금은 7월부터 12월 31일까지 출고 기준 2000만원 자동차는 43만원, 2500만원이면 54만원, 3000만원은 64만원 정도로 축소된다. 반면 8000만원짜리 자동차를 사면 400만원 정도 혜택을 받는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됐다. 누구를 위해 개소세율을 내렸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기본적으로 지난해 말에 끝났어야 할 개소세 감면책은 코로나19로 다시 호출됐다. 그리고 이때 사상 최초의 엄청난(?) 결정이 이뤄졌다. 지구 전체의 육상 이동이 급격하게 멈추며 나타난 자동차 수출 부진을 타개하려면 국내 판매를 늘려야 했다. 그래야 공장 가동 중단을 막아 일자리를 지켜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육지책으로 꺼내 든 1.5% 적용은 효과가 강력했다. 외출 자제로 주춤하던 판매 그래프는 곧바로 상승했고 덕분에 일자리 손실도 줄였다. 지난 4월까지 국내 누적 생산이 전년 대비 20만대 감소한 109만대에 머물렀지만 1.5% 효과가 없었다면 공장은 수시로 멈출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근로자는 소득이 감소하고 기간산업은 송두리째 흔들리는 결과를 낳았을지도 모른다. 실제 코로나19로 프랑스 르노 등은 국가로부터 긴급하게 막대한 자금을 투입받아야 했다. 따라서 세금 감면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국내 공장의 일자리 보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개소세율 3.5% 적용에 ‘100만원 한도’를 없애니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지극히 비좁은(?) 생각이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혜택에 차별적 기준을 두는 것은 세계 무역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개소세 인하가 내수 진작을 위한 취지라면 상대적으로 저렴하든 비싸든 조건은 동일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는 한국의 특수한 무역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다. 알려져 있듯 한국은 완성차 수출이 절대적으로 많은 국가다. 따라서 우리가 먼저 가격 기준으로 세금 감면을 차별(?)하면 해외 또한 우리에게 불리한 정책을 도입할 수 있다는 논리다. 주요 수출 시장이 한국산 자동차에 불이익을 줘도 대응할 명분이 없다고 말이다. 실제 세계무역기구(WTO)는 무역 차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무역은 어디까지나 공정과 동등 원칙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제도가 바뀌자 업계 간 희비가 엇갈린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국산차는 7월부터 늘어난 세금이 고스란히 가격에 반영돼 우려하는 반면, 비교적 고가의 수입차는 반사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네시스 등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세우는 현대차는 중간적 입장이지만 르노삼성과 쉐보레 등은 불만이다.

 

그런데 세금 인하에 따른 고가 차 수요 확대는 정부로서도 안도감이 뒤따른다. 세금 감면액이 많아도 가격이 비쌀수록 나라 곳간에 쌓이는 세액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세금 감면은 정상적으로 들어와야 할 세액이 줄어드는 것이어서 감소 폭을 최소화하되 체감 효과는 극대화하는 게 중요한 만큼 비싼 차가 많이 팔릴수록 정부의 표정도 나아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고가 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자 판매 현장 또한 모든 영업을 중대형 고급차에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에선 팔리지도 않는 소형차 판매를 아예 중단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들려온다. 소형차에 관심을 두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는 말도 나오는 중이다. 명분은 코로나19 극복에 따른 세금 감면 조치였지만 혜택은 중대형 고급차에 편중돼 있어서다. 그럼에도 앞으로 같은 현상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세율을 줄이면 당연히 비싼 차의 감면액이 절대적으로 많아지는 탓이다. 그래서 개소세율을 3.5%로 높였다면 한도 금액도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세금감면 효과를 높이고 형평성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글_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모터트렌드, 자동차, 조세특례제한법, 개별소비세법 시행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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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픽사베이,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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