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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이브] 제노바 해안도로, 이탈리아

여러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이브 길은 어디인가? 코로나19 사태로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 우린 더더욱 이곳을 다시 한번 달려보고 싶다

2020.07.14

 

즉흥적이었다. 유럽 고속도로만 타는 게 심심해졌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제노바로 방향을 틀었다. 제노바가 어떤 도시인지 몰랐다. 지도를 보다가 지형이 마음에 들었을 뿐이다. 바다와 붙은 도시. 거기서부터 모나코까지 바다를 왼쪽에 끼고 달릴 수 있었다. 들쭉날쭉 이어진 해안도로라면 지루할 리 없겠지? 이젠 바다를 보고 달리고 싶었다. 돌아가면 어떤가. 길은 내가 정하면 그뿐이었다. 유라시아 횡단가의 드라이브란 그런 것이었다.

 

제노바에서 모나코까지, 탁월한 선택이었다. 제노바에서 벗어나는 길부터 심장을 두들겼다. 도심에서 외곽으로 나갈 땐 고가도로를 타야 했다. 고가도로는 하늘을 향해 뻗어나갔고, 높이 올라간 만큼 바다를 품은 항구도시가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롤러코스터 꼭대기에서 놀이공원 전체를 내려다볼 때의 숨 막히는 짜릿함처럼. 하늘을 나는 것처럼 길을 따라 달리게 했다. 드라이브의 시작부터 극적인 순간이 찾아왔다. 들뜬 마음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롤러코스터는 정점에 오른 후 빠르게 낙하하면서 굽이굽이 돌아나간다. 제노바에서 모나코로 가는 길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도에서 본 것처럼 바다를 왼쪽에 낀 도로는 맞았다. 맞긴 맞는데 하나 간과한 게 있었다. 해안가 지형이 돌산으로 이어진 절벽이었다. 바다를 옆에 끼지만 돌산을 굽이굽이 올라갔다 내려가야 했다. 그러니까 산악도로이자 해안도로랄까. 탁 트인 해안도로를 기대했는데, 오래된 돌산 와인딩이 기다렸다. 그래서 실망했냐고? 오히려 뜻밖의 행운이었다. 다채로운 길을 쉴 새 없이 바꿔 타야 했다. 각종 드라이브의 총집합.

 

정점에 오르자 탁 트인 바다가 눈을 가득 채웠다. 가슴이 먹먹해졌다. 세상에 이런 길이 있다니!

 

설명하자면 이런 수순이었다. 완만하게 이어진 돌산 와인딩을 올라간다. 오래된 길인 만큼 좁고 급격한 굽잇길이 펼쳐진다. 솜털까지 쫑긋 세우며 올라가다 보면 정점에서 탁 트인 바다가 눈을 가득 채운다. 반사적으로 터져 나오는 탄성. 다시 굽잇길을 따라 내려가면 이번에는 고즈넉한 해안마을의 여유로운 길이 반긴다. 유유자적 해안가 풍경을 즐기며 달리다 보면 다시 돌산이다. 목덜미가 서늘해지게 달리면서 올라가면 장면 전환하듯 꽉 들어차는 새로운 바다 풍광이, 또 굽이굽이 내려가면 다시 품을 내주는 한적한 해안마을이, 마법이라도 걸린 듯 코스가 반복됐다. 아아, 이런 길이 있다니.

 

돌산마다 개성이 있고, 바다 풍광마다 농도가 달랐다. 한 달쯤 머물고 싶은 해안마을 역시 각각 분위기가 달랐다. 길은 길대로, 풍광은 풍광대로 빠른 편집의 영화 한 편처럼 쉴 새 없이 바뀌었다. 제노바에서 모나코까지 몇 개의 돌산이 나왔으려나? 또 몇 개의 해안마을을 거쳤으려나? 모나코에 도착해 땅에 발을 디디자 아주 길고 짜릿한 롤러코스터를 타고 내린 기분이었다. 돌아가서 한 번 더 타고 싶을 정도로.

글_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인생 드라이브, 제노바 해안도로, 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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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김종훈,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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