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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이브] 7번 국도, 대한민국

여러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이브 길은 어디인가? 코로나19 사태로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 우린 더더욱 이곳을 다시 한번 달려보고 싶다

2020.07.16

올라오는 길에 7번 국도에서 조금 벗어나 강릉 헌화로를 달렸다. 파도와 경주하듯 달리는 기분이라니. 정말 끝내줬다.

 

서울에서만 살아온 난 부모님도 모두 충북 출신이다. 그래서 스무 살까지 가본 곳 중 최남단은 고2 때 수학여행으로 간 경주였다. 그걸 빼면 아버지의 고향인 보은이다. 그래서였다. 나는 늘 남쪽 지방에 대한 호기심을 갖고 있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보고 바로 운전면허를 땄던 난 친구와 지도를 펼쳤다. 어디든 떠나고 싶었다. “너 거기 가봤어? 부산?” 내가 묻자 친구가 대답했다. “아니. 갈까?” 우린 지체할 마음이 없었다. 그 밤에 바로 떠났다. 아버지 차를 몰고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부산으로 향했다. 갑자기 떠났기에 계획 따윈 없었다. 그저 남쪽으로 달리는 게 좋았다. 친구가 물었다. “그런데 우리, 부산 내려가면 뭐 하지?” 운전하던 난 이렇게 답했던 것 같다. “바다가 좋아. 그냥 바닷길을 따라 드라이브하고 싶어.” 그땐 스마트폰은커녕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이다. 지도 한 장에 모든 여정을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어둑한 창밖 풍경은 관심도 없는 것처럼 친구는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지도만 바라봤다. 그러다 ‘유레카’를 외치는 아르키메데스의 표정으로 이렇게 소리쳤다. “야, 올라갈 땐 이 길로 가자. 네가 정말 좋아할 거야.” 그때 친구가 발견한 길이 바로 7번 국도였다.

 

 

새벽에 부산에 도착한 우린 옅푸르게 밝아오는 하늘과 그보다 좀 더 진한 바다를 바라보며 회 한 접시에 소주를 나눠 마셨다. 늘어지게 한잠 푹 자면 바다를 따라 올라갈 거란 생각에 마음이 너무 들떴다. 술을 물이라며 건네도 구분하지 못했을 만큼. 우린 한 번 더 부산의 밤을 즐기고 하늘이 다시 옅푸르게 밝아올 때 부산을 떠나 7번 국도에 올랐다. 마치 이 길에 우리의 운명이라도 맡긴 듯 가슴이 떨렸다. 얼마나 달렸을까? 오른쪽으로 바다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처음 알았다. 햇살이 바다에 쏟아지는 게 얼마나 멋진 풍경인지. 그리고 바다가 얼마나 눈부시게 아름다울 수 있는지. 종종 고래도 집어삼킬 것 같은 높은 파도가 밀려왔지만 은빛 햇살이 쏟아지니 공포는 모두 사라지고 낭만만 남아 넘실거렸다. 짭조름한 바람도 향긋하기만 했다. 그래서였다. 도무지 속도를 높일 수 없었다. 7번 국도가 끝나면 이 모든 정취와 감정이 함께 사라질까 두려웠다.

 

 

경상도 특유의 억센 억양을 TV나 영화가 아니라 실제 들어본 게 그때가 처음이었다. 과메기와 곰칫국이란 음식이 있다는 것도, 한국에서 상어와 고래를 먹는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안 그래도 작은 나라인데 정말 좁은 곳에만 머무른 것 같았다. 7번 국도를 달리며 난 수많은 생각에 휩싸였다. 낯선 풍경을 접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해준 7번 국도 드라이브는 장장 7일이나 이어졌다. 그 일주일이 내 삶에 미친 영향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조지 해리슨이 인도에서 자아를 찾았다면 난 7번 국도에서 자아를 찾았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아니, 찾을 뻔했다가 맞겠다. 자아를 찾았다면 지금도 이렇게 철이 없진 않겠지.

글_ 고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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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최민석, 박남규(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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