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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이브] 신트라 해안도로, 포르투갈

여러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이브 길은 어디인가? 코로나19 사태로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 우린 더더욱 이곳을 다시 한번 달려보고 싶다

2020.07.17

신트라 해안도로에는 곳곳에 차를 세우고 바다를 감상할 수 있는 공터가 있다.

 

“포르투갈로 출장 좀 다녀와.” 편집장의 말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포르투갈 출장 신청 메일을 받았을 때도 그랬다. 포르쉐 마칸 GTS를 국내에서 누구보다 먼저 탄다는 기대감도 한몫했지만, 나를 더 들뜨게 했던 건 바로 신트라였다. 신트라는 포르투갈 리스본의 근교 도시다. 산과 바다가 함께 있어 경치가 수려하고 볼거리도 많아 리스본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라면 한 번쯤 들르는 곳이다. 내가 포르투갈에 갔던 건 8년 전 프랑스에서 체류 중일 때다. 한국으로 들어오기 전 의미 있는 여행을 해보자며 포르투갈 북쪽의 포르투에서 유럽의 최서단인 호카곶을 향해 걸었다. 450km에 이르는 길은 두 다리 튼튼한 청년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걷는 동안은 비록 힘들었지만 미래에 대한 많은 생각과 고민을 정리할 수 있었다. 인생의 변곡점이었다고 할까? 그래서 지금 이렇게 에디터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고.

 

마칸 GTS 시승 직전 드라이브 코스가 공개됐다. 예상했던 대로 신트라의 해안도로를 지나친다. 에스토릴 서킷에서 해안도로로 나가 호카곶을 찍고 복귀하는 코스다. 바닷가는 보이지도 않았는데 가슴은 파도처럼 일렁였다. 한번 흔들린 감정이라는 바다는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함께 시승했던 이동희 칼럼니스트는 그런 내 모습이 낯설었는지 “어디 아프냐?”는 질문만 계속 던졌다. 에스토릴에서 페냐 국립 왕국으로 향해 가다 보면 해외 자동차 잡지에서나 볼 수 있는 완만한 초원과 나지막한 건물 사이로 와인딩 로드가 펼쳐져 있다. 8년 전 걸어갔을 땐 보지 못한 것들이다. 길이 몹시 좁고 기껏해야 2차선, 대개는 1차선 도로였는데 신호등이 적고 고저차가 다양해 차를 가지고 놀기 정말 즐거웠다(마칸 GTS가 재미있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연속으로 이어진 굽잇길을 몇 차례 더 지나가자 북대서양이 햇볕에 반사돼 반짝반짝 보석처럼 빛나고 있었다. 이 도로의 특징이라면 바다를 바라보는 데 장애가 되는 가드레일이나 나무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마치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 든다. 수려한 경치 때문인지 이날 신트라 해안도로에서 자동차 광고 촬영이 진행되기도 했다.

 

 

해안도로를 따라 더 아래로 내려갔다. 내 기억 속 깊은 곳에 봉인돼 있던 마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아제나스 두 마르(Azenhas do mar). 아이스크림콘의 윗부분처럼 생겨 나선형으로 집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마을 아래엔 자연과 사람들이 함께 만든 수영장이 있었는데 8년 전엔 무슨 생각이었는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그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 근처에서 차를 세우고 한참을 바라봤다. 뭉클했다. 그땐 걸어서 이곳을 왔는데, 이번엔 포르쉐 마칸 GTS를 타고 와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성공한 기분이랄까? 마을의 골목길을 걷는 한 무리의 여행객이 눈에 보였다. 그들 사이에서 구릿빛 피부에 머리는 어깨까지 기르고, 한쪽 어깨엔 카메라를 멘 8년 전의 나를 만날 수 있었다.

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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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포르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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