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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드라이브] 레이캬비크 오프로드, 아이슬란드

여러분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드라이브 길은 어디인가? 코로나19 사태로 마음 편히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요즘, 우린 더더욱 이곳을 다시 한번 달려보고 싶다

2020.07.21

 

2015년 1월. 한국 땅을 출발해 긴 비행과 긴 환승대기 끝에 꼬박 24시간 만에 아이슬란드에 도착했다. 갓 나온 새 차의 글로벌 미디어 시승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출발하기 전에 확인한 장소와 차의 조합만으로도 모험을 기대하게 되는 행사였다. 하지만 행사의 주인공은 차였을지언정, 내 마음에는 아이슬란드에서 달린 길과 풍경이 기억에 더 깊이 남아 있다. 행사 첫날 케플라비크 공항을 출발해 어느 산자락에 있는 숙소로 향하는 길을 달리면서부터 만만찮았던 기억이다. 낯선 길은 갈수록 험해졌고, 저녁이 밤으로 바뀌어 점점 더 깊어지는 암흑 속에서 길 주변에만 쌓여 있던 눈은 어느새 길 위로 두껍게 쌓였다. 눈을 헤치며 굽이치는 고갯길을 넘어 겨우 숙소에 도착하기까지 손에 땀을 쥐는 시간이 이어졌지만, 그 경험은 그저 맛보기에 불과했다.

 

 

아침이지만 한밤중처럼 캄캄한 가운데 몇 대씩 조를 짜서 움직이기 시작한 시승차들은 오래지 않아 속도를 크게 낮춰야 했다. 바로 한두 대 앞도 보이지 않는 엄청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한 것이다. 조금씩 주변이 밝아지기는 해도 눈보라에 가려 희미함이 가시지 않았다. 생전 처음, 눈보라의 벽 속에 갇힌 기분이 들었다. 그처럼 엄청난 눈보라는 행사를 위해 임시로 지은 오두막에서 몸을 녹이고 다시 출발한 뒤에도 한참을 몰아쳤다. 그리고 눈발이 조금씩 잦아들자 눈앞에 덮인 눈 사이로 검은 화산암이 드러난 높은 산들과 그 사이로 펼쳐진 황량한 벌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하면서도 거대한 지형에 곧게 뻗은 길 위를 달리며 ‘자연에 압도된다는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2박 3일의 짧은 기간 동안 아이슬란드가 보여준 변화는 너무나도 폭넓고 화려하며 변화무쌍했다.

 

시승 코스는 새 차의 다양한 능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마련됐다. 바퀴가 거의 잠길 정도로 넓은 물을 지나기도 했고, 눈이 수십cm 쌓인 언덕길을 스터드 타이어와 속도에 의지해 돌파하기도 했다. 시승은 그 나름의 재미가 있었지만 중요한 지점과 지점 사이를 잇는 길만큼 마음을 설레게 하지는 못했다. 차가 지나는 길은 하나같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절경들을 꿰뚫고 있었다. 너른 언덕에 어쩌다 한둘씩 보이는 집들이 세상없이 평화로운 풍경을 자아내는가 하면, 엄청난 높이로 솟아 있는 산의 옆구리를 지나는 길은 절벽 아래로 산봉우리만큼이나 검은빛 바다와 맞닿아 두려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풍경 대부분은 놀라움이 지나쳐 머릿속이 텅 비고 가슴이 녹아내리는 듯 감동적이었다.

 

 

모든 감동의 절정은 일정이 끝나갈 무렵 산길 정상에 다다라 만난 탁 트인 하늘과 그 하늘을 가득 채운 석양이 가져다줬다. 머리 위 파란색이 보라색으로 바뀌고, 시선을 내릴수록 점점 붉어져 수평선을 향해 떨어지는 태양에 다가가서는 흰색이 되는 공간의 화려함. 세상 어느 곳에서도 본 적 없는 하늘을 마주하니 길 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릴 정도였다. 그리고 곧 멀리 수평선 아래로 해가 떨어지며 어둠이 내렸다. 마치 지구가 아니라 다른 세상, 다른 우주에 갔다 온 기분이 들 만큼 비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시간이었다.

 

2박 3일이라는 짧은 시간 사이에 아이슬란드가 보여준 변화는 너무나도 폭넓고 화려해서, 내 부족한 글솜씨로는 그 느낌을 표현하기에 한계가 있다. 늘 다시 가서 직접 눈으로 보고 싶지만 그런 일이 언제 가능할지 짐작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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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재규어 랜드로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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