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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과 엘리스 중 무엇을 골라야 할까?

<모터트렌드> 에디터들은 이동의 과정을 어떻게 소비할까? 운전의 즐거움인가? 내 집 같은 편안함인가?

2020.07.15

 

자동차는 이동의 자유에 대한 열망으로 탄생했다. 인간의 이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최고의 발명품이자, 인류의 미래와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동 수단이다.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가장 주된 목적은 이동이겠지만, 그 이동이라는 행위를 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쉽게 말해 직접 운전대를 잡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편하고 안락하게 이동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궁금했다. <모터트렌드> 에디터들은 이동이라는 행위를 어떻게 대할까? 여기, 이동의 과정이 대척점에 있는 두 대의 자동차를 준비했다. 로터스 엘리스 스포트 220과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와이즈오토 에디션이다. 로터스 엘리스는 최소한의 편의장비와 안전 기술을 갖춘 채 극한의 주행 재미를 추구하는 반면,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와이즈오토 에디션은 수천만 원어치 편의장비를 추가하며 여느 차에선 볼 수 없는 고급스럽고 안락한 뒷자리를 갖췄다. 과연 <모터트렌드> 여섯 명의 에디터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엘리스에는 6단 수동변속기가 맞물려 자동변속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오른손의 맛이 있다. 차의 상태에 맞춰 왼발과 오른손을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로터스 엘리스 스포트 220

#1 최소한의 재료를 알뜰하게 사용한 로터스 엘리스와 온갖 것을 끌어모아 호화롭게 장식한 카니발 하이리무진 와이즈오토 에디션을 한자리에서 만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둘의 공통점은 오로지 달리는 즐거움에만 목적을 뒀다는 거다. 다만 그 대상과 방식이 너무나 다르다.

 

 

엘리스는 운전하는 사람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무게를 줄이고 전자장치를 가능한 한 배제했다. 운전자에게는 일부 불편도 강요한다.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뒷좌석에 탄 사람의 즐거움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23.8인치 모니터에 오토만 시트까지 갖췄다. 항공기 비즈니스석을 방불케 하는 카니발 하이리무진이지만 나는 엘리스가 더 좋다. 서울에서 부산을 내려간다고 해도, 미대륙을 횡단, 아니 종단한다고 해도 로터스 엘리스를 선택할 거다.

 

 

나는 엘리스의 순수하고 생생한 주행감을 사랑한다. 나와 호흡을 맞추며 달리는 엘리스를 느낄 때면 조금도 변치 않은 첫사랑을 재회한 듯 짜릿하고 설레며 흥분된다. 굽이진 길을 찾게 되고 조금 더 멀리 가고 싶게 한다. 약간의 불편함? 전혀 서운하지 않다. 그 또한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니까. 오히려 날 위한 배려처럼 느껴진다. 더 재미있으라고, 더 짜릿하라고 종용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난 로터스 엘리스가 더 좋다. 뒷좌석에 누워 영화나 보고 음료나 마시기에는 내 심장이 아직 뜨겁다.

글_고정식

 

 

#2 엘리스는 극악무도할 정도로 운전자에게 불친절하다. 도어를 열고 시트에 앉는 것부터 허벅지와 허리에 커다란 고통을 수반한다. 경차에도 달린 전동식 사이드미러를 엘리스에선 찾을 수 없다. 직접 손으로 조절해야 한다. 엘리스는 컨버터블 모델이라 뚜껑을 벗길 수도 있는데 이 또한 운전자가 직접 돌돌 말아야 하고, 심지어 차에 기름을 넣을 때도 좁은 입구로 나가 키를 돌려 주유구를 열어야 한다. 그리고 운전의 기회를 제한하는 수동변속기도 달려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로터스를 타는 이유는 날것의 주행에서 오는 말초적인 즐거움 때문일 거다.

 

 

로터스는 갖춰진 게 없는 대신 온 신경을 주행에만 쏟을 수 있다. 스포츠카라고 하기엔 조금 부족해 보이는 220마력을 발휘하지만 공차중량이 914kg이라 마력당 무게가 4.15kg에 불과해 움직임이 가볍고 경쾌하다. 멈춰 있다가 앞으로 튀어나갈 땐 활시위를 당긴 듯하다. 차체 가운데에 엔진을 얹고 바닥에 들러붙어 달리는 로터스의 재미는 특별하다. 내가 이 차를 온전히 지배하며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주행할 때 방심은 금물이다. 파워스티어링 휠이 아니기에 노면에 따라 타이어가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는 게 심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운전대를 꼭 두 손으로 잡아야 한다. 손을 잠시 놓을 때는 변속할 때다. 운전할 때 스마트폰을 잡는 행위는 로터스가 허락하지 않는다.

 

 

실내엔 노면 소음과 배기음 그리고 지붕과 차체 사이의 벌어진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 소리가 가득하고, 엉덩이와 손으로 전달되는 노면 충격과 진동이 그대로다. 하지만 이를 압도하는 조작의 재미와 엔진의 우렁찬 소리, 온 신경을 저릿하게 만드는 주행 감각 등이 있기에 이동이 즐겁다. 아직은 뒷자리의 안락함보다는 운전대를 거머쥐고 즐길 수 있는 생동감에 마음이 간다.

글_김선관

 

 

#3 편한 길을 좇는 타입이었다면 애초에 자동차 기자라는 직업도 선택하지 않았을 거다. 늘 내가 좋아하고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에 집중해왔다. 이동도 마찬가지. 지루함보다는 짜릿함이 먼저다. 몸은 조금 피로할 수 있어도 나와 한 몸이 되어 달려주는 차가 좋다. 로터스 엘리스처럼.

 

 

많은 차가 첨단으로 무장하면서 운전자의 역할이 줄어들고 있는 요즘이지만, 엘리스는 날것의 향기가 강하다. 탑승객의 편의보다는 경량 로드스터의 역할에 집중했다. 공조 장치와 오디오를 선택 사양으로 마련한 것만 봐도 그렇다. 오로지 달리기 위해 태어난 엘리스는 다양한 센서로 눈속임을 하지도 않는다. 기계적인 장치에 운전자의 감각만 더해질 뿐이다.

 

 

맞춤옷이라도 입은 듯 운전석은 내 몸에 딱 맞고, 스티어링 감각과 엔진의 반응은 신경계에 바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즉각적이다. 최고출력 220마력, 최대토크 25.5kg의 힘은 넘치지 않지만 914kg의 공차중량엔 넉넉하다. 무엇보다 6단 수동변속기를 통해 힘을 다루는 재미가 쏠쏠하다. 손과 발을 분주하게 움직이다 보면 내 몸의 아드레날린이 자연스럽게 폭발한다. 이동하는 중에 저절로 건강해지는 기분이랄까?

글_안정환

 


 

바닥에는 유로스타나 브이스타 등 메르세데스 벤츠 밴에 사용되는 최고급 보트 바닥재를 깔았다. 신발 신고 들어가기도 미안한 고급스러움이다.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와이즈오토 에디션

#1 난 운전의 재미를 중시한다. 매일매일 무료한 삶에 운전이라도 재미있어야 하니까. 그런데 운전의 재미를 위해 편의와 안락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쉽게 말해 로터스 엘리스 같은 차로 이동하고 싶지 않다는 말이다.

 

 

이동이라 함은 어떠한 목적을 위해서 움직이는 행위다. 즉 이동 이후 목적지에서 다음 행위가 정해져 있다. 그러니 이동은 다음 행위를 위한 편의와 안락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엘리스는 어떤가? 운전이 재미있는 차이기는 하지만 재미 이상으로 불편하다. 이 차를 타면 일하러 가다가 지치기 일쑤다. 어쩌면 허리가 부러질 수도 있고 고막이 손상될 수도 있다. 재미도 하루 이틀이지, 이런 차를 타고 출퇴근한다는 건 고역이 아닐 수 없다.

 

 

반면 와이즈오토의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편한 차에 편안함을 배가시킨 차다. 차체는 출렁이고 핸들링은 텁텁하다. 세상에서 이보다 운전이 재미없는 차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편하다. 이 차에선 이동이 휴식이 되고 힐링이 된다. 만약 하루 24시간을 타야 한다면 엘리스 대신 카니발을 탈 것이다.

 

 

엘리스를 선택한 에디터들은 당장의 즐거움에 취해 미래의 안위와 건강을 해치고 있는 꼴이다. 사실 로터스가 이런 마약 같은 차이기는 하다. 그래서 피해야 한다.

글_이진우

 

 

#2 이동은 무조건 편해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그래서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꼽았다. 이 차는 6인승이다. 그런데 2열 시트가 무척 훌륭하다. 베이지색 가죽을 둘러 고급스러울 뿐 아니라 팔걸이 안쪽에 달린 버튼을 누르면 발 받침까지 스르륵 올라온다. 등받이도 거의 180°까지 눕힐 수 있어 항공기 비즈니스석 못지않은 자세가 만들어진다. 시트가 마냥 푸근하진 않다. 쿠션이 단단해 몸을 밀어내는 느낌이다. 게다가 헤드레스트까지 단단해 머리가 꽤나 불편하다. 하지만 단단하기 이를 데 없는 엘리스 시트에 비하면 스무 배쯤 편한 시트임은 분명하다.

 

 

편의장비도 풍성하다. 양쪽 팔걸이에 냉온장 컵홀더가 있고, 세워서 휴대전화를 꽂을 수 있는 무선충전 패드와 열선·통풍 버튼, USB 포트가 있다. 팔걸이 안쪽엔 시트를 조작할 수 있는 버튼도 있다(하지만 헤드레스트는 버튼으로 조작할 수 없다). 아, 옆 창문에 햇빛가리개도 달렸다(단, 손으로 올리고 내려야 한다). 이런 시트에 누워 매일 출근한다면 꽉 막히는 길에서도 짜증이 솟구치지 않을 것 같다.

 

 

아쉬운 건 3열이다. 공간이 비좁은 건 아니다. 시트를 뒤로 물리면 무릎 공간이 제법 여유롭다. 문제는 3열로 들어갈 때다. 2열 시트 사이가 한 뼘 남짓밖에 되지 않는 데다 앞뒤로 슬라이딩도 할 수 없어 허벅지가 굵은 고정식은 3열로 들어갈 수가 없다(표준 체형이라 주장하는 김선관도 어려워 보인다). 성인 남자 여섯 명이 탈 순 없단 얘기다.

글_서인수

 

 

#3 두 차는 존재 이유부터가 다르다. 카니발 하이리무진 와이즈오토 에디션이 이동 시간을 보다 안락하게 보낼 수 있는 이동 수단으로 고안됐다면, 로터스 엘리스는 수단이 아닌 운전 재미를 위한 목적 그 자체로 기능한다.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는지에 따라 취향이 갈리겠지만 나는 반전 없이 카니발 하이리무진을 선택하겠다. 어쩌다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일상적으로 이동해야 하는 나에게 엘리스는 너무 지나치다. 운전 내내 이 짐승을 길들이는 데 힘을 빼느라 정작 다음 스케줄에서 녹초가 될 것이 뻔하다.

 

 

반면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이동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게 돕는다(물론 뒷좌석에 탑승한다는 전제하에). 180°로 눕힐 수 있는 시트에서 쪽잠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도 있고, 좌석마다 USB 충전 단자와 무선 충전기가 마련돼 있어 미팅 준비를 하거나 원고도 쓸 수 있다. 비즈니스석 수준의 발 받침은 하루 종일 힐을 신는 내 다리의 부종을 달래줄 것이고, 냉온장 컵홀더는 잠깐 다른 일에 집중한 사이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녹아 있는 실망스러운 사태를 막아줄 것이다. 우글우글한 가죽 마감이나 없으니만 못한 3열 좌석 구성 등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섬세한 기능들이 이동 시간 동안 컨디션을 끌어올려 준단 것만은 분명하다. 배터리가 닳고 있는 스마트폰, 얼음이 녹고 있는 아이스아메리카노처럼 은근히 현대인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것은 없다. 가랑비에 옷 젖듯 언제나 사소한 것들이 모여 중요한 일을 망쳐버린다. 다시 말해 카니발 하이리무진은 이런 일을 미연에 방지해준다. 엘리스는? 태풍을 동반한 소나기다.

글_장은지

 

 

 

 

모터트렌드, 자동차, 로터스 엘리스 스포츠, 기아 카니발 하이리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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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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