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평균의 법칙

조만간 당신은 차가 고장 나 애를 먹거나 운전석에서 실수를 할 것이다

2020.07.15

 

자동차를 한계치까지 밀어붙이거나 그에 근접하게 운전한다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조만간 어딘가 고장 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운전자가 실수할 가능성도 있다. 이게 평균의 법칙이다.

 

시계를 30년 전으로 되돌려 1990년 일본에서의 일이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129km 정도 떨어진 토치기현의 혼다 성능 시험장에서 어큐라 NSX의 미디어 시승행사가 열렸다. 구불구불한 트랙 위에서 공개된 혼다 최초의 미드십 엔진 슈퍼카 NSX는 차체 가운데에 가로로 얹힌 V6 3.0ℓ 엔진과 매끈한 변속기, 정확한 스티어링, 활기찬 섀시 등 여러 가지를 자랑했다. 이후 NSX가 얼마나 빠른지 확인할 시간이 주어졌다.

 

그곳의 고속 타원형 트랙은 실제로는 타원이 아니었다. 1km의 평평한 직선 코스 두 개와 각 직선 코스와 연결돼 급격하게 선회할 수 있는 180° 코너로 구성됐다. NSX는 274마력을 내는 V6 엔진의 으르렁거리는 반주에 맞춰 기어를 맹렬히 올리며 달렸다. 그리고 난 직선주로 끝에서 코너에 다다를 때까지 시속 193km, 209km, 225km를 연이어 돌파했다. 그전에 호주 멜버른 외곽에 있는 GM-홀덴의 오래된 성능 시험장에서 코너가 한쪽으로만 이어진 오목한 4.7km 트랙을 달려본 적이 있다.

 

그곳은 완벽한 원형이었고 선회가 계속 이어졌다. 반면, 토치기현 트랙의 평평한 직선주로가 갑자기 코너로 변하는 건 처음엔 조금 무서웠다. 특히 NSX로 시속 257km를 찍었을 때 눈앞에 아스팔트로 된 벽이 갑자기 솟아나는 순간 그랬다. 하지만 코스가 바뀌기 직전 잠깐 들떴고 그 후 다시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난 자신감을 얻었다. NSX가 트랙 끝의 180° 코너를 회전하며 시속 241km를 찍었을 때는 더욱 그랬다. 정말이지 트랙을 찢어놓을 듯이 달렸다.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 기자에게 묻자 그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바닥에 바짝 엎드려 선회한 것 같아. 틀림없이 그랬어.” 그리고 다음 순간 난 무슨 짓을 했는지 깨달았다.

 

모든 장비를 갖춘 실내에 혼다의 신뢰를 차곡차곡 담은 어큐라 NSX는 미드십 엔진 슈퍼카도 운전하기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아스팔트 벽이 나에게 달려오는 순간에도 난 오른발을 꾹 밟고 있었다. NSX는 전투기 같은 굉음을 남기며 직선주로를 달려나가 코너에서 불꽃을 튀겼다. 하중이 쌓여서 서스펜션이 수축되고 엔진 회전수가 떨어지는 순간, 내 얼굴 옆으로 횡가속력이 가해지는 걸 느꼈다. 물리학이 제대로 작용했다. 그게 그 단서였다. 하지만 난 흥분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그리고 한 번 더 달리고 싶은 유혹에 저항하며 집결지로 돌아왔다. 우린 이 순수한 짜릿함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천천히 차를 멈추자 흰색 가운을 입은 혼다 기술자들이 나타났다. 차에서 내려 헬멧을 벗은 후 난 NSX 주변에 모여든 기술자들이 전보다 많아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오른쪽 타이어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흘깃 쳐다본 난 이내 사람들이 몰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타이어 바깥쪽 트레드 블록에 커다란 수포와 거품이 일어난 것이 보였다. 타이어는 대부분 뜯겨 있었다. 수석 엔지니어가 내 눈을 바라보며 무섭게 투덜거렸다. “과속하셨군.”

 

난 이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았다. 어마어마한 횡가속력으로 생긴 부하와 열이 타이어를 녹이기 시작했던 거다. 만약 내가 한 바퀴만 더 돌았더라면 코너 중 하나를 통과하다 양쪽 타이어 모두 산산조각 났을 게 틀림없다. 시속 241km 이상의 속도에서 사고가 일어났다면 항공기 추락과 같았을 거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생존 가능성도 항공기 추락 사고와 비슷했을 것이다. 30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그리고 가끔 정신을 차려 그 순간을 의아해한다. 그땐 왜 그렇게 무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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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Motortr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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