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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공유한 자동차, 같이 좀 씁시다!

로고가 다른 자동차에도 간혹 공통점은 있다. 다양한 이유로 부품을 공유한 자동차들을 모았다

2020.07.28

알파로메오

 

알파로메오 | 페라리

1952년, 이탈리아의 코치빌더 ‘투어링 슈퍼레제라’는 석 대의 알파로메오 디스코 볼란테 콘셉트카를 만들었다. 아쉽게도 1960년대에 경영난으로 회사가 문을 닫아 양산에 성공하지는 못했었다. 시간이 흘러 2000년대 중반 투어링 슈퍼레제라는 극적으로 파산의 아픔을 이겨냈고, 알파로메오 8C를 기반으로 다시 한번 디스코 볼란테를 부활시켰다. ‘비행접시’라는 뜻의 이름인 디스코 볼란테의 외형은 마치 외계에서 온 듯 독특한 실루엣을 가졌다.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차체와 앞바퀴를 살짝 덮는 펜더는 60년 전의 오리지널 모델에서도 볼 수 있는 특징이기도 하다.

 

페라리

 

투어링 슈퍼레제라는 디스코 볼란테를 양산하는 과정에서 안전을 위해 부품 인증을 통과한 헤드램프를 사용해야 했다. 그래서 그들은 알파로메오와 역사적으로도 얽혀 있는 페라리 599의 헤드램프 모듈을 빌렸다. 이미 만들던 부품이기 때문에 인증과 제작 시간이 단축되는 장점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디스코 볼란테의 클래식한 디자인과 완벽하게 어울렸다. 마치 돌아온 디스코 볼란테를 위해 준비해놓은 것처럼 말이다.

 

테슬라

 

테슬라 | 메르세데스 벤츠

테슬라는 첫 승용차를 생산하기 위해 준비할 것이 많았다. 배터리 기술은 있지만 자동차를 만드는 기초적인 노하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메르세데스 벤츠는 미래를 위한 전기차 기술이 필요했다. 서로 목적이 다른 두 회사는 2009년 다임러가 테슬라의 지분 일부를 사들이면서 처음 만났다. 이 만남으로 테슬라는 첫 승용차인 모델 S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벤츠는 테슬라의 기술로 만든 전기 콘셉트카를 공개했었다.

 

메르세데스 벤츠

 

테슬라는 모델 S를 만들면서 실내 곳곳에 벤츠의 부품을 끼워 넣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칼럼식 기어 레버다. 전통적인 기어 레버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공간 활용성이 뛰어난 칼럼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와 함께 윈도 스위치도 벤츠의 것을 그대로 썼다. 제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물리 버튼들을 받아온 덕분에 테슬라는 모델 S의 초기 생산비용을 절약할 수 있었다. 동시에 미래지향적 디자인의 실내는 한결 더 깔끔해졌다.

 

애스턴마틴

 

애스턴마틴 | 메르세데스 벤츠

애스턴마틴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카 브랜드다. 하지만 차의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경영의 어려움을 자주 겪기도 했다. 그러다 2013년, 다임러가 애스턴마틴의 지분 5%를 사들이면서 큰 변화가 생겼다. 오랫동안 써오던 포드의 엔진 대신 AMG의 V8 엔진을 공급받게 된 것이다. 2017년 출시한 DB11부터 AMG 엔진을 사용하면서 오래된 포드의 엔진을 사용했던 이전 모델들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퍼포먼스를 갖게 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애스턴마틴이 다임러에게서 가져온 건 한 가지가 더 있었다. 바로 모니터의 각종 기능을 조작하는 센터 컨트롤러다. DB11 이전 모델들은 모니터를 조작하는 다이얼이 다소 어색한 위치에 있었다. 그래서 벤츠가 사용하고 있는 컨트롤러를 그대로 가져와 편의성을 높였다. 브랜드의 방향성은 전혀 다르지만, 조약돌 같은 벤츠의 컨트롤러는 애스턴마틴의 화려한 실내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젠보

 

젠보 | 포르쉐

젠보는 2009년 첫 슈퍼카 ST1을 공개하면서 덴마크도 슈퍼카를 만들 수 있는 나라임을 증명했다. 최고출력 1000마력 이상의 V8 7.0ℓ 엔진을 탑재한 ST1은 이미 하이퍼카로 인정받던 부가티나 파가니, 쾨닉세그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힘을 가졌다. 게다가 신생 브랜드라고는 믿을 수 없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으로 슈퍼카 마니아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었다.

 

포르쉐

 

포르쉐 팬이라면 ST1의 계기반이 포르쉐의 것임을 단번에 알아챘을 것이다. 다섯 개의 원형 계기반은 포르쉐 911이 세상에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고수해온 특징이기 때문이다. 젠보는 ST1의 성능에 맞춰 속도계의 숫자를 바꾸고 중앙 다이얼에 ‘ZENVO’를 새겨 넣었다. 다른 사례들과 달리 젠보와 포르쉐는 자회사와 모기업의 관계도, 협력관계도 아니다. 추측일 뿐이지만, 젠보는 자신들의 첫 번째 차에 세계적인 스포츠카 911의 계기반을 이식하며 브랜드의 성공적인 시작을 기원했을지도 모른다.

 

마세라티

 

마세라티 | 크라이슬러

모터스포츠에 몰두하던 마세라티는 1963년 콰트로포르테를 시작으로 럭셔리 스포츠 세단 시장에 발을 들였다. 하지만 콰트로포르테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저조했던 판매량과 석유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시트로엥과 드 토마소에 연달아 인수되다가 1993년 피아트 산하로 들어간다. 이후 피아트가 소유했던 페라리와 2009년 합류한 크라이슬러가 마세라티의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크라이슬러

 

지금의 페라리는 FCA 그룹과 분리됐지만, 여전히 마세라티 라인업 대부분에는 페라리 엔진이 들어간다. 페라리는 엔진을 팔아 수익을 올리고, 마세라티는 신뢰도 높은 엔진을 가져오니 서로 이득인 셈이다. 반면 실내에는 크라이슬러의 흔적이 보인다. 콰트로포르테와 기블리에 들어간 윈도 스위치와 램프 조작 다이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은 크라이슬러를 포함한 FCA 그룹이 함께 사용하는 부품이다. 회사 사정이 어려웠던 피아트와 크라이슬러가 합병하면서 같은 부품 제조사의 부품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그 영향은 프리미엄 브랜드인 마세라티도 피해갈 수 없었다.

 

복스홀

 

복스홀 | 푸조

우리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인 복스홀은 알고 보면 역사가 굉장히 긴 영국 태생의 자동차 회사다. 5마력 단기통 엔진과 2단 기어를 장착한 모델로 1903년 자동차 생산을 시작한 복스홀은 1925년부터 GM의 자회사가 되었다. 그러나 영국 시장에서 이어지는 적자로 인해 2017년, 한 지붕 아래 있었던 오펠과 같이 PSA 그룹으로 매각된다.

 

푸조

 

매각과 인수를 겪으며 만들어진 최근 복스홀 모델의 실내를 보면 GM과 PSA 그룹의 흔적이 모두 묻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작년 공개된 코르사에는 푸조 508을 포함해 PSA 그룹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길쭉한 전자식 기어노브가 적용됐다. 반면 중앙 모니터 아래 배열된 버튼이나 아날로그 계기반은 여전히 쉐보레의 것을 사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미국 출신의 부품을 모두 사용하다 보니, 코르사의 실내에서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모호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푸조와 시트로엥이 자신들만의 디자인 언어를 완성해낸 것처럼, PSA 그룹 안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복스홀도 스스로의 개성을 만들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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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동현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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