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나 만의 인생 맛집, 그 첫 번째 이야기

입맛이 부쩍 올랐다고? 음식 취재 좀 다녀봤단 에디터와 미디어 업계 관계자들의 ‘찐맛집’ 좌표가 여기 있다

2020.09.07

 

인생 떡볶이 | 간판 없는 분식집

남해까지 가서 웬 떡볶이냐고? 모르는 소리 마라. 바다 마을의 떡볶이에는 육지에선 느끼기 힘든 바다 내음이 짙게 배어 있다. 이 분식집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읍내 초등학교 근처에서 20년이 넘도록 그 흔한 간판 없이 자리를 지킨 곳이다. 어묵 육수에 살짝 익혔다 꺼내 말캉말캉해진 가래떡이 도라지청, 과일 등의 천연 재료로 만든 떡볶이 소스에 잘 버무려졌다. 마른 생선과 건어물을 푹 우려낸 육수를 사용해서 그런지 떡볶이에서 난데없이 바다의 풍미가 느껴진다. 추억 속 매콤한 맛과 솔솔 뿌려진 깨도 더할 나위 없다.

글_박진명(<에이비로드> 에디터)

#남해군 #이름없는분식집 #남해도매통상 #맞은편

 

 

인생 꼬치구이 | 문타로

이태원 대로변, 나무 미닫이문이 있는 소박한 외관. 14년째 한 자리를 지킨 만큼 낡고 허름하지만 어쩐지 정겹다. 작은 주방을 둘러싼 카운터석은 내가 가장 고집하는 자리다. 꼬치가 노릇하게 구워지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람할 수 있기 때문. 문타로의 야키토리(닭고기 꼬치)는 냉동된 기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셰프가 직접 발골하고 손질한 생닭으로 만든다. 일본 전통 방식과 셰프의 노하우로 구워낸 만큼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이곳에서 나의 원픽은 단연 토마토삼겹! 구운 토마토의 과즙이 팡 하고 터질 때 베이컨의 고소한 풍미도 한결 깊어진다. 여기에 데리야키 소스를 올린 양배추를 곁들이고 한 잔의 사케로 입가심하면 그야말로 꿀조합. 아, 이런 게 행복이지!

글_윤수정

#이태원 #토마토삼겹 #찐행복

 

 

인생 덕자회 | 별스넥

덕자를 아는가? 병어처럼 마름모꼴로 생긴 생선인데 병어보다 덩치가 크고 회를 떴을 때 수율이 굉장히 좋다. 현지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목포의 별스넥은 덕자회와 덕자찜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덕자회를 주문하면 신선한 상추와 편마늘, 쌈장이 수북이 쌓여 나온다. 전라도 식당 아니랄까 봐 밑반찬도 허투루 나오는 것이 없다. 약간의 숙성을 거친 두툼한 덕자회를 입에 넣으면 차지면서도 서걱서걱한 식감이 그만이다. 거기다 입 안에 퍼지는 은근한 담백함까지. 덕자회는 한 점 한 점 줄고, 잎새주는 한 병 한 병 쌓여간다.

글_최민석(포토그래퍼)

#목포 #ft서킷인근 #덕자요리맛집 #잎새주루팡

 

 

인생 뇨끼 | 메종조

평일 낮술의 최적지라고 생각하는 식당이 바로 메종조다. 적당히 평화롭고 부산스러운 것이 환상적이다. 두어 달 전, 방배동 골목에서 또 다른 골목으로 이전하면서 규모를 확장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담하다. 테이블이 단 세 개뿐이니까. 마감 끝난 휴일, 운 좋게 예약에 성공했다. 요리 하나하나 흡족했지만 소시지를 넣은 토마토 라구 소스를 곁들인 프렌치 뇨끼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쫄깃한 가래떡 같은 뇨끼를 씹는 순간 이가 푹 꺼지는 푹신한 탄성에 배신감이 들기도 하는데, 그 사이 입 안에 깊이 배어든 진한 라구 소스와의 치명적인 조화에 눈이 질끈 감긴다. 올리브유와 식초로 버무린 당근채 샐러드도 꼭 먹기를.

글_이승민(<행복이 가득한 집> 에디터)

#서초동 #뇨끼 #이탤리언식수제비 #이맛모르는사람없게해주세요

 

 

인생 간장게장 | 화해당

맛집에도 T.P.O가 필요하다. 산지에서 먹는 제철 음식이라면 금상첨화다. 3월 말부터 5월 초 사이면 충청남도 태안에 있는 화해당으로 간다. 간장게장 전문점들은 4~5월에 잡히는 알이 가득 찬 암꽃게 1년 치를 구입해서 냉동해 사용한다. 덕분에 1년 내내 간장게장을 맛볼 수 있긴 하지만, 간장게장을 제철에 먹는 재미도 의외로 쏠쏠하다. 껍데기 사이사이로 터져나오는 하얀 게살과 알을 보면 입 안에 생기는 군침을 주체할 수 없다. 간이 세지 않은 비법 간장은 게살의 단맛을 해치지 않고 풍미만 더한다. 게 다리를 한참 쪽쪽 빨다 보면 문득 안도현의 시 ‘스며드는 것’이 떠오른다. 게살에 달큼한 간장이 스몄고, 내 마음속에도 게장이 스며들었다.

글_김선관

#태안군 #간장게장 #안도현 #스며드는것

 

 

인생 감자탕 | 영동감자탕

뼈가 붙은 음식은 진짜다. 참치 갈빗대에 붙은 살을 숟가락으로 살살 긁어 만든 군함과 소 갈빗대에 붙은 힘줄은 진짜다. 하지만 나에겐 영동감자탕의 돼지 등뼈만 한 것이 없다. 서울 시내 몇 대 맛집이라 돌아다니는 ‘찌라시’를 믿지 않게 된 나의 최애 단골집. 고소한 비지와 콩나물을 넣어 보드랍고 시원한 국물은 지친 영혼을 치유하며, 푸짐한 살코기와 쫄깃한 수제비는 주린 배를 채워 널리 이롭게 한다. 국물 맛을 탁하게 만드는 라면 사리는 피하는 것이 좋겠다. 국물에 슥슥 볶아주는 볶음밥으로 또 한 번의 파티를 열 수 있으니.

글_김민지(<노블레스> 에디터)

#홍대 #소울이 #들어간 #감자탕

 

 

인생 장어 | 옛영도집

민물 장어는 내 약점 중 하나다. 누가 장어를 사준다 하면 월북할 의향도 있다. 그만큼 장어의 비릿한 냄새에 불 향이 더해진 고소한 맛을 좋아한다. 장어의 포슬포슬한 살과 녹진한 기름기, 여기에 복분자와 소주를 1:1 비율로 탄 술의 조합은 월북할만한 충분한 이유가 된다. 그래서 전국의 장어 맛집을 찾으며 월북 의지를 억누른다. 특히 경기도 파주와 김포, 전북 고창 등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의 장어가 살이 차지고 흙냄새가 없다. 그중에서 가장 사랑하는 곳이 창원시 가포동에 있는 옛영도집이다. 장어만 팔아서 무려 4층짜리 건물을 올린 집이다. ‘장어 맛이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풍성하고 특별한 장어 맛을 낸다. 아마 이 집이 서울에 있었다면 난 이미 가산을 탕진했을지 모른다.

글_이진우

#창원시 #장어맛집 #옛영도집 #예전엔마산시 #복분자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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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각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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