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

한여름 폭우 속의 질주,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매년 8월, 군산 새만금은 전국에서 모인 대학생들로 북적인다. 손수 만든 자동차를 타고 경쟁하기 위해서다

2020.09.09

장마가 휩쓸고 간 경주장은 진흙과 물웅덩이로 가득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전국에 비가 퍼붓던 지난 8월 초, 군산 새만금 자동차 경주장에 약 1300명의 대학생이 모였다. 이곳에서 열리는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탓에 모든 학교가 경주차 제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장맛비를 뚫고 군산에 모인 학생들의 열정은 전 세계를 마비시킨 바이러스도 막지 못했다. 대신 대회장 안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써야 하고, 매일 체온을 재면서 안전하게 대회를 진행했다. 매년 대회 전날 진행하던 드라이버 안전교육은 지난 7월에 온라인 사전교육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올해로 14회를 맞는 2020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는 총 세 가지 종목으로 열렸다. 거친 흙길을 달리는 바하(Baja),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포뮬러, 기술 아이디어와 디자인을 평가하는 기술 부문이다. 그중 전체 117개 팀 중 73개 팀이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종목인 ‘바하’ 현장을 다녀왔다.

 

가속 제동 검사 순서를 기다리는 경주차들

 

8월 7일 금요일08:00 첫 번째 관문

폭우가 쏟아지는 첫날 이른 아침부터 검사장 앞은 학생들과 경주차로 북적거렸다. 차량 검사와 안전 검사, 가속 제동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다. 차량 검사와 안전 검사에서는 경주차가 규정에 맞춰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 확인한다. 바하 경기에는 125cc 바이크 엔진을 얹은 오프로드 경주차가 출전하는데, 규정 내에서 모두 생김새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안전한 굵기의 파이프를 사용했는지, 비상시 제한 시간 내에 드라이버가 탈출할 수 있는지, 연료탱크는 견고하게 장착됐는지 등을 검사받는다. 안전 검사를 통과한 팀은 가속 제동 검사를 받으러 트랙의 직선 구간으로 이동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30km까지 가속한 후 급제동으로 20m 안에 완전히 멈춰야 한다. 경주차의 기초적인 자격을 검증하는 이 검사들을 통과하지 못하면 다음 날 연습 주행도 참가할 수 없다. 검사 과정에서 지적을 받은 팀들은 우산도 쓰지 못한 채 비를 맞아가며 수정 작업을 이어갔다. 팀의 막내들은 경주차 정비에 방해되지 않도록 패독 가장자리에 배수로를 파고, 주변에서 우비와 장화를 구해왔다.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환경이었다.

 

통나무 구간에서 탄력을 잃으면 나무 사이에 바퀴가 빠져버릴 수 있다.

 

10:00 장애물을 넘어라

모든 검사를 통과한 팀들은 동적 성능 평가를 받기 위해 경주장 안으로 이동했다. 모든 경기 순서 중 유일하게 선택 항목이지만, 지난해보다 점수 비중이 높아져 거의 모든 팀이 도전했다. 경주차들은 통나무와 가파른 언덕, 물웅덩이를 연달아 통과하며 점수를 획득한다. 코스의 난도가 높다 보니 대회에 여러 번 참가하며 노하우를 쌓은 팀들이 점수를 쉽게 얻었다. 특히 계명대학교 ‘속도위반’팀을 포함한 작년 입상 팀 대부분은 모든 장애물을 거침없이 통과했다.

 

깊이 50cm의 물웅덩이를 통과하는 4번 ‘DAELIM NO.1’팀.

 


깊이 50cm의 물웅덩이를 돌파해도 엔진이 이상 없이 움직일 정도로 방수 처리도 수준급이었다. 반면 장애물을 넘는 과정에서 경주차에 문제가 생긴 팀들은 정비를 위해 패독으로 돌아갔다. 전기 배선에 물이 스며든 팀에는 길고 긴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밤샘 작업을 할 수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저녁 8시까지만 작업을 허용했다. 그러므로 다음 날 아침 일찍 시작되는 연습 주행을 위해서는 서둘러 정비를 마쳐야 했다.

 

다음 일정을 위해 부지런히 정비 중인 팀원.

 

8월 8일 토요일09:00 짧아진 트랙

그칠 줄 모르는 장대비와 함께 오프로드 트랙을 처음으로 밟는 연습 주행이 시작됐다. 전날 종합 검사를 받은 73대의 경주차 중 56대만이 살아남아 세 개 조로 나뉘어 연습 주행을 준비했다. 연습 주행에서는 드라이버가 코스를 익힐 수 있도록 한 조당 15분씩 길이 1.2km의 트랙을 달렸다. 엔진과 변속기, 조향 반응 등을 차근차근 점검하며 각 코너의 레코드 라인을 눈에 익혀야 한다. 트랙 중간중간에 임의로 만들어 놓은 자갈 언덕도 신경 써야 한다. 욕심을 내서 속도를 줄이지 않고 진입했다가 서스펜션 연결부가 순간 큰 힘을 받아 부러지는 팀도 여럿 있다. 마지막 코너 직전의 날카로운 2단 언덕은 학생들 사이에서 이미 악명 높은 구간이다. 이때 폭우로 인한 첫 번째 변수가 생겼다. 1조의 연습 주행이 끝난 후 트랙의 1~3번 코너가 주행이 불가할 정도로 물에 잠긴 것이다. 바하 경주차들은 일반 자동차보다 무게가 가벼워 깊은 물을 밟으면 급격하게 속도가 줄어든다. 경기 도중 사고가 날 확률이 올라가는 것이다. 급하게 굴삭기를 동원해 해당 코너를 생략한 새로운 길을 만들었고, 2조와 3조는 확 짧아진 하프 코스에서 연습 주행을 진행했다.

 

강한 비바람과 함께 예선전이 시작됐다.

 

11:00 경쟁의 시작

예선전은 타임어택 방식이다. 19개 팀으로 편성된 각 조는 35분씩 트랙을 자유롭게 달리며 자신의 베스트 랩을 기록해야 한다. 그중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 순서대로 준결승전의 조와 그리드가 편성된다. 예선전에서는 차가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파손돼 스스로 포기하지 않는 한 탈락자가 없다. 따라서 높은 순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팀과의 사고를 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자칫 잘못 충돌하면 서스펜션 암이 부러지거나 심할 경우 전복 사고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날씨 탓에 트랙 곳곳이 진흙으로 변해 미끄러워졌음에도 다행히 팀들 간의 충돌 사고는 없었다. 그러나 더욱 거센 바람과 빗줄기가 이어지며 트랙 환경은 점점 더 열악해졌고, 예선전 참가팀 전체 중 18개 팀은 기록조차 내지 못한 채 준결승전을 시작해야 했다.

 

불규칙한 높낮이의 벨지안 로드는 드라이버의 순발력도 충분히 받쳐줘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다.

 

14:30 물과의 싸움

준결승전 순서가 다가오자 비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만큼 강하게 내렸다. 드라이버와 팀원들은 경기 도중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저마다의 작전을 짜고 있었다. 잠시 후, 준비를 마친 팀들이 스탠딩 스타트 방식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흙탕물을 온몸으로 뒤집어쓰고 자갈 언덕을 뛰어오르며 달리는 경주차들의 모습은 월드 랠리 챔피언십 못지않게 흥미진진했다. 드라이버들은 온통 진흙으로 뒤덮인 헬멧 실드를 손으로 열심히 닦아가며 달렸다. 경기 중반부터 비로 인한 두 번째 변수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겉으로 드러나 있는 엔진이 물과 진흙에 뒤덮이며 고장을 일으킨 것이다. 빠른 페이스를 유지하던 팀도 빗물로 점점 깊어진 물웅덩이를 지나자 맥없이 멈춰 섰다. 트랙 곳곳에서 경주차들이 낙오되며 경기 내내 위험을 알리는 노란색 깃발이 펄럭였다. 19개 팀으로 경기를 시작한 2조의 경우 마지막에는 단 5개 팀만 남아 레이스를 이어갔다.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던 드라이버들은 경주장의 상황을 전해 들으며 안전하게 경기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아직 패자부활전이 남았다. 결승전에 진출하지 못한 모든 팀은 패자부활전에서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한다. 총 23개 팀만이 무사히 결승전 진출을 확정 지은 채 둘째 날 일정이 마무리됐다.

 

경주차들 대부분은 뒤 차축에 연결된 하나의 브레이크 디스크를 사용한다.

 

8월 9일 일요일09:00 마지막 기회

대회 마지막 날. 더 이상 주행이 불가한 팀을 제외하고 나니 결승전 진출 팀의 수가 예정보다 적어졌다. 이에 대회 운영진은 경주 진행 규정에 따라 패자부활전에서 진출할 팀을 6개에서 13개 팀으로 늘렸다. 입상을 노리는 팀들에는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전날보다 가늘어진 빗줄기 속에서 패자부활전이 시작됐다. 무난하게 끝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반전의 경주가 펼쳐졌다. 준결승전에서 완주도 하지 못했던 팀들이 패자부활전에서 승리하며 결승전에 진출한 것이다. 결승전 엔트리에서 눈에 띄는 점은 작년 수상 팀들의 대부분이 10번 이하의 그리드를 배정받은 것이었다. 성적이 부진했던 팀들의 피나는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패독 내에서는 안전을 위해 경주차를 직접 밀어서 이동해야 한다.

 

12:00 체커기의 주인은?

결승전 시작 직전 비가 완전히 그치면서 현장 분위기는 점점 달아올랐다. 그 가운데 세이프티 카를 따라 포메이션 랩을 마친 33대의 경주차가 그리드에 정렬했다. 출발을 알리는 체커기가 내려가며 경기 시작. 가장 먼저 33랩을 통과한 팀이 결승전의 주인공이 된다. 처음 10랩 동안은 모든 팀이 치열하게 싸우며 많은 명장면을 연출했다. 헤어핀 코너마다 과감한 추월이 일어났고, 긴 직선 구간에서는 석 대의 경주차가 나란히 달리기도 했다. 33개의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음이 새만금 자동차 경주장 일대를 울렸다.

 

 

경기 중반부터는 경주차끼리 성능 차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돋보였던 두 팀은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MIP-B’팀과 영남대-영남이공대의 ‘DY’팀. 7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MIP-B팀은 경기 초반부터 압도적인 1위로 달려나갔다. 이에 질세라 24번 그리드에서 출발한 DY팀도 차근차근 순위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MIP-B팀의 뒤를 바짝 따라붙었다. 각각 1, 2위를 다투던 두 팀은 한 바퀴를 돌아올 때마다 서로 순위가 바뀌어 있었다. 마치 프로 드라이버들의 집중력을 보는 듯했다. 경주장 밖에서 두 손을 모으고 팀의 드라이버를 지켜보던 팀원들은 환호와 탄식을 반복했다.

 

결승전을 1위로 마친 서울과학기술대학교의 ‘MIP-B’팀.

 

그러나 흥미진진한 순간도 잠시, 경기 막바지에 접어든 DY팀이 마지막 코너 부근에 멈춰섰다. 몇 바퀴 전부터 불규칙한 배기음을 내던 엔진이 말썽을 일으킨 것처럼 보였다. 막강한 경쟁자가 사라진 MIP-B팀은 이내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낮췄다. 2위와의 거리 차이는 이미 반 바퀴 이상. 결승전 내내 인상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MIP-B팀이 그대로 체커기를 받았다. 진흙에 뒤덮인 채 1위를 차지한 드라이버와 팀원들은 서로 껴안으며 기뻐했다. 마치 F1 경주에서 우승이라도 한 듯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3일 동안의 점수를 집계한 결과, 결승전 1 위 팀인 서울과학기술대학교 ‘MIP-B’팀이 종합 우승을 거두었다. 작년 대회에서 안타깝게 실격당한 아픔을 단번에 극복했다. 반면 아쉬운 성적으로 경주를 마친 다른 팀들은 내년을 기약하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자동차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학생들에게 많은 교훈과 추억을 남긴 ‘2020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는 길었던 장마와 함께 막을 내렸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2020 대학생 자작자동차대회, 바하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서동현 PHOTO : 한국자동차공학회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