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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세는 직렬 6기통이다

재규어 랜드로버와 메르세데스 벤츠, 제네시스가 속속 직렬 6기통 엔진을 얹고 있다. BMW는 일찌감치 직렬 6기통 엔진에 주목했다. 이들은 왜 V6가 아닌 직렬 6기통을 선택했을까?

2020.09.10

 

‘트렌드’라는 말이 있다. 흔한 말로 유행이란 뜻인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변화는 사회적 분야는 물론 자동차에도 나타난다. 당장 가깝게 보면 여러 장르 중 SUV의 대유행이 그렇고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이제 기지개를 펴는 중이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심장이라 할 내연기관 엔진은 어떨까? 근 10년 동안의 흐름은 다운사이징으로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시작됐다. 터보차저 등 과급기를 이용해 강제로 공기를 불어넣어 적은 배기량으로도 필요한 출력을 내 연비를 높이는 거다. 이런 흐름에 따라 과거 6기통 3.0ℓ급 자연흡기 엔진을 얹던 차들이 4기통 2.0ℓ 터보 엔진으로 바뀌었다. BMW 530i나 메르세데스 벤츠 E 300 등은 지금 모두 2.0ℓ 터보 엔진을 얹는다.

 

이런 다운사이징 엔진을 얹은 차를 타면 연비와 세금에서 혜택을 보지만 손해인 부분도 있다. 6기통 엔진이 주는 매끈한 회전 질감이 부족할 뿐 아니라 소음과 진동도 확실히 나빠진다. 8기통에서 6기통으로의 변화보다 6기통에서 4 기통으로의 다운사이징이 더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모델에 올라가는 8기통 엔진은 그 상징성 때문에 기통 수를 유지하고 배기량을 줄이는 정도에서 타협하고, 최소한 6기통을 기본 엔진으로 넣어 ‘품위’를 지킨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질문 하나! 기왕 6기통 엔진을 쓴다면 어떤 형식이 가장 좋을까? 지금 팔리는 차들에 올라가는 6기통 엔진의 실린더 배치는 크게 세 가지다. 가장 보편적인 것이 실린더를 세 개씩 양쪽으로 나눠 60~90°까지 연결한 V형이다. 다음으로 포르쉐가 쓰는 수평대향 6 기통 엔진은 실린더 뱅크의 각도가 180°로 펼쳐진 것처럼 돼 있다. 그리고 최근 여러 브랜드에서 다시 사용이 늘고 있는 직렬 6기통이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다시’라는 단어다. 과거 V6 엔진이 대세였던 때가 있지만 몇몇 회사들이 이를 새로운 직렬 6기통으로 바꿔 내놓고 있다. 이런 변화의 선두는 재규어 랜드로버다. 2015년 4 기통 버전이 먼저 나온 인제니움 엔진은 최근 가솔린과 디젤에 각각 직렬 6기통이 더해졌다. 애초 인제니움 엔진은 기본 블록을 활용하면서 실린더당 500cc 배기량을 기준으로 기통 수를 세 개에서 여섯 개까지 늘리는 것은 물론 하이브리드 구성도 가능하다. 또 차의 특성에 따라 앞바퀴굴림용 가로배치와 뒷바퀴굴림용 세로배치는 물론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 모두에 사용할 수 있는 범용성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GLE 450 4매틱에는 직렬 6기통 휘발유 엔진이 얹혔다.

 

재규어 랜드로버만큼은 아니지만 메르세데스 벤츠의 3.0ℓ급 가솔린 엔진은 가장 최근에 직렬 6기통으로 돌아온 경우다. 1997년까지 M104로 불리는 직렬 6기통 엔진을 사용하다가 1998년부터 벤츠 최초의 V6 가솔린 엔진으로 바꾸었다. 코드명 M112로 불린 이 엔진은 170마력을 내는 2.4ℓ 버전부터 슈퍼차저를 달아 354마력으로 출력을 높였던 3.2ℓ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그러다 2004년 DOHC 4밸브와 연료 직분사 시스템을 얹은 M272로 바뀌었고, 2010년 V6 엔진으로는 마지막으로 실린더 뱅크 각이 60°인 M276 엔진이 나왔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벤츠는 터보차저를 사용하는 다운사이징과 엔진 배기량을 단순하게 운영하는 전략을 채용하면서 직렬 6기통 3.0ℓ(코드명 M256) 구성으로 돌아갔다. 이 엔진도 인제니움처럼 기통당 배기량은 500cc 정도로 유지하면서 필요한 출력과 용도에 따라 기통 수를 조절할 수 있는 모듈러 방식을 채택했다. 덕분에 4기통부터 8기통까지 다양한 조합이 가능해 개발비를 절약할 수 있는 장점까지 있다. 2020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E 450 4매틱에 쓰인 경우 엔진만 367마력을 내는데 22마력의 전기모터를 함께 쓰는 EQ 부스트 기능을 함께 가지고 있다. 같은 M256 계열이지만 더 고성능이 필요한 GLE 53 AMG에는 435마력으로 출력이 껑충 뛴다.

 

여기에 디젤도 비슷한 과정을 겪었다. 과거 가격이 낮은 차에 썼던 직렬 5기통과 좀 더 고급차용이던 직렬 6기통 엔진을 V6 구조 하나로 통일했던 OM642 V6 3.0ℓ 엔진은 2017년 이후 차츰 직렬 6기통 2.9ℓ 배기량을 가진 OM656 엔진으로 바뀌고 있는 추세다. 같은 엔진이지만 S 클래스 350 d는 싱글 터빈을 써 286마력을 내고, 트윈터보를 얹은 S 400 d는 출력이 340마력으로 훌쩍 뛴다. 이런 예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제네시스 GV80에 들어간 직렬 6기통 3.0ℓ 디젤 엔진이 그렇다. 기아 모하비에 얹힌 V6 3.0ℓ 엔진이 있는데도 기존의 4기통 2.0ℓ 디젤 엔진에 실린더 두 개를 붙여 직렬 구조의 새 엔진을 만들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이 260마력에서 278마력으로 오른 것은 물론 수랭식 인터쿨러와 볼베어링 트윈터보 등 다양한 기술이 더해져 효율도 높아졌다.

 

BMW 직렬 6기통 디젤 엔진

 

고출력과 친환경을 함께 잡는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잘 쓰던 V6 엔진 대신 차세대 엔진으로 직렬 6기통을 선택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높아진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 강화된 실제 주행 도로 연비 규제 때문에 새로운 엔진을 만들어야 했는데, 여기에 적합한 것이 직렬 6기통이기 때문이다. 연소 효율을 높이거나 내부 마찰 저항을 줄이는 등의 방법은 실린더 배치 방법과 상관없이 쓸 수 있지만, 엔진이 짧고 두꺼운 V6의 경우 자동차 엔진룸 안에서 좌우 폭의 여유가 좁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출력을 높이기 위한 터보를 양쪽에 하나씩 넣으면 옆으로 더 넓어지는 데다 공기가 지날 통로를 배치하는 것도 복잡하다. 가장 큰 문제는 좌우에 빈틈이 없어 삼원 촉매를 바로 터보차저에 연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배출가스 속 오염물질은 뜨거울 때 촉매를 통과하면서 내부 물질과 반응하는데, 촉매가 엔진에서 멀어질수록 효율은 떨어지게 된다. 더욱이 V6 엔진은 배출가스가 좌우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좌우로 나눠 달 경우 부품이 두 개 들어가야 해 원가도 올라간다.

 

반면 직렬 6기통은 엔진 폭이 좁기 때문에 여러 부품을 좌우에 달기가 넉넉하다. 게다가 배기구가 나란히 늘어서 있어 실린더를 세 개씩 묶으면 두 개의 터빈을 달기도 쉽고 거기서 나온 배출가스를 바로 하나의 촉매에 보낼 수 있어 더 깨끗하게 처리하면서 비용도 낮출 수 있다. 공간의 여유가 있으면 압축된 공기를 식힐 인터쿨러의 배치가 쉽고 터빈과 엔진을 드나드는 통로도 쉽게 구성할 수 있어 조립 과정도 단순하게 만들 수 있다. 여기에 앞서 예를 든 여러 엔진처럼 최신 설계 기술을 반영해 실린더 모듈 단위로 조합할 경우, V6 엔진을 독자적으로 만들 때에 비해 개발 비용이 현저히 줄어든다. 현대의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처럼 기존 엔진을 응용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엔진룸에 부품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물론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피스톤의 왕복운동으로 작동하는 내연기관 중에서 직렬 6기통이 소음과 진동이 가장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흡입-압축-폭발-배기의 4행정 동안, 피스톤은 위아래로 두 번 왕복한다. 이 과정에서 1번과 6 번, 2번과 5번, 3번과 4번 피스톤이 쌍을 이뤄 오르내리면서 충격을 흡수하는데 이렇게 쌍을 이룬 피스톤이 크랭크축에 고정될 때 120° 차이로 세 개를 연결해 완벽한 원을 이룬다. 엔진이 작동하면서 생길 수 있는 두 가지 불균형을 자연스럽게 해결할 수 있는 거다. 반면 직렬 4기통이나 V6는 별도의 회전 밸런서를 넣는다고 해도 직렬 6기통과 비교해 구조적으로 2차 진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런 진동은 엔진 회전의 제곱에 비례해 커지기 때문에 두 배로 빠르게 회전할 경우 진동은 네 배로 늘어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밸런서를 달면 엔진이 무거워지고 출력 손실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물론 직렬 6기통이라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단점은 실린더가 나란히 있기 때문에 엔진이 길다는 점이다. 엔진이 세로로 달린 뒷바퀴굴림차라면 상관없겠지만 좁은 엔진룸에 가로로 넣어야 하는 앞바퀴굴림차는 설계와 제작에 한계가 있다. 또 뒷바퀴굴림이라고 해도 엔진 앞뒤 길이가 길면, 엔진룸에 넣을 때 프런트 미드십 구조를 만들기가 쉽지 않다. 길이가 짧은 V6는 앞 서스펜션 마운트보다 뒤쪽으로 엔진을 넣을 수 있어 무게중심을 차 가운데로 모을 수 있지만 직렬 6기통은 어쩔 수 없이 무게 배분에서 손해를 보거나 앞 후드를 길게 만들어 차 전체 길이 대비 실내 공간이 좁아지는 일이 벌어진다.

 

그럼에도 여러 자동차 회사가 다시 직렬 6 기통을 선택하는 건 이런 단점을 넘어설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전체 자동차 판매를 차지하기 전까지 내연기관은 더 적은 연료로 더 큰 힘을 내며 더 적은 기름을 태워 오염물질 배출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내연기관이 발달해야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의 효율도 올라간다. 앞으로 늘어날 PHEV나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를 얹은 차들 대부분이 V6가 아닌 직렬 6기통 엔진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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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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