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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노멀 시대의 자동차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우리가 알던 표준이 완전히 해체되고 재편된다. 코로나19 이후의 ‘뉴 노멀 시대’에 관하여

2020.09.12

 

2020년은 모두가 기대했을 미래로 나아갈 원년이었다. 기업들은 2020년에 맞춰 혁신적인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런데 지금, 모든 것이 중단됐다. 직장인은 와이셔츠를 입고 컴퓨터 앞에 앉았고, 학생들도 원격으로 수업을 듣는다. 문 밖으로 나가 사회적 활동을 하던 인간의 반경이 집으로 축소된 미증유의 일상을 우리는 지난 몇 달간 꼬박 겪었다. 과거에도 바이러스는 있었지만 이번만큼 일상을 위협한 적은 없다. 지금의 고난보다 절망적인 것은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것이 환경문제에 방만한 채, 이윤을 가장 큰 목표로 삼고 달려온 인류의 지난날에 대한 대가라고 일침한다.

 

백신이 개발되면 해결되지 않냐고? 바이러스가 침입해 사회의 안위와 경제를 철저히 무너뜨린 뒤에야 백신은 개발된다.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잠잠해질 때 개발되는 화학 백신은 뒷북 대응에 지나지 않는다. 코로나19가 인류 문명의 변곡점이 될 것이란 논지의 책 <코로나 사피엔스>에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최재천 교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행동 백신’만이 장기적인 해결책”이라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알던 모든 표준을 허물고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면’으로 기능하던 사회 활동 대부분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우리는 이미 시작했다.

 

 

언택트를 해결할 온택트(Ontact)

디지털 문명은 예측 가능한 미래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로 고도화된 디지털 미래가 앞당겨질 예정이다. 이미 식당에서는 사람 간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QR코드 메뉴판이 도입됐으며, 외식을 비롯해 금융·가전 등 다양한 산업이 ‘디지털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2015년 의료인들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이해관계로 무산됐던 원격 의료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원격 의료가 시행되면 바이오센서, 화학센서, 인공지능 등 사물인터넷(loT)으로 연결된 다양한 센서들이 보낸 정보를 취합해 환자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또 드론을 이용해 환자를 이송하거나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게 된다.

 

자동차 산업도 디지털화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카페이(Car Payment)다. 간편결제 시스템인 카페이는 자동차에 미리 등록해놓은 카드나 계좌 정보를 이용해 접촉 없이 차량 모니터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하이패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카페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주유소, 주차장, 드라이브 스루 카페 및 식당에서 손 안 대고 결제와 포인트 적립을 동시에 할 수 있다. 현대카드와 협력으로 국내에 가장 먼저 카페이를 시행한 현대자동차는 다른 카드사와 제휴를 맺고 사용처를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직접 만져보고 시승한 뒤 구매했던 자동차를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사는 시대도 온다. 애초에 딜러를 두지 않고 전 차종을 홈페이지를 통해 예약 및 판매해온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의 풍운아로 여겨졌지만, 현재 많은 브랜드들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온라인으로 자동차를 사는 것이 말이 되는 이유는 오늘날 사회가 디지털을 매개로 긴밀하게 연결됐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신인류를 일컫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란 개념이 말하듯, 요즘 소비자는 ‘제2의 감관’이라고 할 수 있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자동차를 능숙하게 경험하고, 자유롭게 비교한다. 온라인 구매가 확대되면 자동차 브랜드는 매년 영업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그 때문에 자동차 브랜드에서는 자체 마케팅 영상을 제작하고 화상 상담을 운용하며 마케팅 방식을 재편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케팅&세일즈 총괄은 2025년까지 메르세데스 벤츠 판매의 25%가 온라인에서 이뤄질 것이라 예고했고, 토요타 북미 마케팅 담당자는 “원하는 모든 것을 온라인으로 사는 요즘 소비자들의 구매물품에 자동차가 추가됐을 뿐”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테슬라 사이버 트럭

 

환경 혁신의 원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2의 뉴 노멀 시대를 앞둔 정부 기관과 산업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는 ‘친환경 체제’로의 돌입이다. 이번 코로나19는 무분별한 야생동물의 포획으로 발병했다고 알려졌다. 동시에 코로나19는 경제활동과 관광사업을 위축시키며 인류가 당면한 수많은 환경문제를 직시하게 만들었다. 이로써 각국의 정부 기관과 기업은 2020년을 기술 및 경제 혁신의 원년이 아닌, 환경 혁신의 원년으로 삼기에 이른다. 오랜 시간 유해가스를 배출해온 자동차 산업은 그 책임에서 가장 자유롭지 못한 분야다.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차종을 줄이고 전기구동 모델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공장이 중단되고, 장기간 경제 불황으로 자동차의 공급과 수요 모두 원활하지 않은 시점, 자동차 브랜드 입장에선 숙려와 변화의 시간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상대적으로 인기가 적은 모델의 도태가 빨라지며 생긴 빈틈을 내연기관차의 부분변경 모델 출시로 유야무야 메우기보다, 지금의 위기를 전기차종을 넓히는 발판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비대면으로 폭증한 배송으로 인해 운송 산업도 대대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탄소 에너지를 절감하기 위한 운송 시스템이 대거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장거리 주행이 많은 화물차는 한 번에 긴 거리를 달려야 하며, 무거운 화물을 싣고 달리는 만큼 힘이 좋아야 한다. 화물차 대부분이 디젤 엔진으로 움직이는 이유다.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모터를 구동하는 수소전기차는 친환경적이면서도 일반 순수 전기차에 비해 주행거리가 길어 디젤 화물차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또 현재 다양한 자동차 브랜드에서 주행거리를 개선한 순수 전기 트럭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일례로 메르세데스 벤츠가 최초로 선보인 순수 전기 트럭 e-악트로스는 얼마 전 시범 주행을 마치고 2021년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다. e-악트로스는 240kWh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동력으로 움직이며 적재량이나 노면 상황에 관계없이 완전충전 시 최대 200km를 달릴 수 있다. 테슬라와 ‘제2의 테슬라’라 불리는 니콜라 또한 앞다퉈 순수 전기 트럭의 양산화에 나선다. 내년 판매를 시작하게 될 테슬라의 고성능 전기 트럭 ‘세미’는 적재용량 36톤에 완전충전 시 805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2023년부터 순천 광양항에 수소전기 트럭이 운행되며, 같은 해 울산항에 수소 트램이 도입될 예정이다. 지난 8월 10일, 정부는 승용차와 초소형 화물차에 집중돼 있던 전기차 보급 예산의 일부를 버스와 화물 차종으로 유입할 것이라 발표했다. 도로에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가 많아지는 날이 정말 얼마 남지 않은 듯하다.

 

위기는 언제든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더 이상 사람들이 국경을 자유롭게 넘는 날은 오지 않을 수 있고, V12 엔진을 얹은 새로운 모델은 웬만하면 세상에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서글프긴 하지만 그럼에도 ‘괜찮을’ 방법을 우리는 찾을 것이다. 지금 인류는 과도기에 있다. 인류에게 꿈꿀 미래가 주어질지 말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그러니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온대도, 이 겨울이 준 뼈아픈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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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박남규, 픽사베이,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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