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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고 뒤가 흐르면

비 내리는 BMW 드라이빙 센터에서 M4를 시원하게 미끄러뜨렸다

2020.09.14

 

비를 싫어한다. 어릴 적부터 그랬다. 신발이 빗물에 젖는 것도 싫고, 빗물이 바지 밑단부터 무릎까지 서서히 올라오는 건 참을 수가 없었다. 자동차 전문지 에디터가 된 후부터는 비에 대한 감정이 더욱 극단으로 치달았다. 비가 오면 사진이 선명하고 예쁘게 나오지 않을뿐더러 시승에도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터사이클 투어를 준비하는 날 비라도 내리면, 준비한 모든 게 허사가 되고 만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오히려 비를 내려달라고 기도까지 했다. 비를 싫어하는 내가 이렇게 간절한 건 드리프트 때문이었다. 드리프트는 오버스티어가 발생할 때 운전대를 빠르게 반대로 돌려 상황에 대처하는 모터스포츠 기술이다. 미끄러운 노면에서 엔진 출력을 떨어뜨리지 않고 통과하기 위해 쓴다. 하지만 우리에게 드리프트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일종의 이벤트성 기술이라고 할까? 농구에선 슬램덩크가, 축구에선 오버헤드킥이 갖는 효과와 비슷하다. 잊히지 않을 큰 인상을 남긴다. 그래서 나는 인천 영종도에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로 향했다. 그곳에는 드리프트를 위한 전문 인스트럭터와 최적의 공간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인스트럭터의 이론 교육을 시작으로 M 드리프트 1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는 오버스티어와 그에 따른 운전대 조향 방법, 페달링 방법 등을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건 시선 처리입니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하게 응시해야 합니다. 그다음엔 오버스티어를 발생시킨 후 운전대를 돌리는 타이밍입니다. 보통 시트를 통해 차가 돌았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을 거예요. 그래서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원으로 둘러 있는 러버콘의 위치를 보고 타이밍을 잡는 겁니다. 백 번 말로 듣는 것보단 직접 해보시면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자, 이제 나가시죠. 오늘 비가 와서 정말 미끄러울 겁니다.”

 

 

이론 교육이 끝나고 BMW M4 쿠페 컴페티션을 타고 드리프트 코스로 향했다. 한 번 움직인 와이퍼는 좀처럼 멈출 줄 모르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보통 원 모양의 드리프트 코스에는 노면과의 마찰력을 줄이기 위해 물을 계속 흘려보내지만, 이날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코스로 진입하기 전 주행 모드를 스포츠 플러스로 맞추고 기어는 수동 모드로 바꿨다. 그리고 기어노브 옆에 있는, 어쩌면 일상생활에서는 한 번도 꺼본 적 없는 ‘ESC OFF’ 버튼을 길게 눌렀다. 이제 시작이었다.

 

인스트럭터를 따라 코스를 두어 바퀴 돌아보고 익힌 뒤 곧바로 실전에 돌입했다. 드리프트를 하려면 두 가지 선행 조건이 필요하다. 기어를 2단에 맞추는 것과 원으로 된 코스를 빙빙 돌며 시속 30~40km를 유지하는 것이다. 단, 이때 운전대를 움직여선 안 된다. 그러다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았다 떼면 뒷바퀴가 미끄러지며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데, 이때 재빨리 운전대를 반대로 돌려야 한다. 인스트럭터는 스핀해도 되니 처음에 가속페달 밟은 양, 운전대를 반대로 돌리는 타이밍, 그리고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느껴보라고 했다. 처음엔 가속페달 밟은 양을 가늠하기가 무척 애매했다. 나는 연거푸 뒷바퀴가 큰 앵글로 미끄러지며 앞바퀴를 추월했다. 스핀이었다. “가속페달을 얼마큼 밟을지 모르겠다면 원 모양으로 둘러진 러버콘 위치를 이용하세요. 그리고 시선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유지하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원 한가운데서 나를 지켜보던 인스트럭터는 내 문제점을 확인하고, 무전기를 통해 바로바로 피드백을 줬다. 그의 조언에 따라 5~6바퀴를 돌아보니 자연스럽게 차를 제어했다. 그다음 해야 할 건 미끄러지는 것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발목을 잡은 건 가속페달의 양이었다. 오버스티어를 만들 때 가속페달 컨트롤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다. 게다가 코스 바닥의 미끄러운 정도가 들쑥날쑥이었다. 그 위에서 450마력(56.1kg·m)을 발휘하는 터보 엔진의 강력한 토크를 제어하는 건 쉽지 않았다. 얼마만큼 밟아야 할지 머릿속으로 계산해봤지만 뒷바퀴가 미끄러지는 순간 아무 소용이 없었다. 막상 그 시점이 오면 오로지 시선과 몸의 감각에만 의지해야 했다. 게다가 드리프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가속페달을 밟는 양에 따라 스티어링도 끊임없이 조절해야 했다. 스티어링과 가속페달 사이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듯 불안하게 움직였다. “얼마나 운전대를 돌려야 할지, 가속페달을 밟아야 할지 몸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눈으로 확인하면 됩니다. 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서 얼마나 벗어났는지 확인하면서 차를 제어해 보세요.” 이번에도 핵심은 시선 처리였다.

 

 

원을 도는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차를 제어하는 데 익숙해졌다. “M 드리프트 1을 이수하려면 왼쪽으로 두 바퀴, 오른쪽으로 두 바퀴를 드리프트로 돌아야 합니다.” 인스트럭터의 무전이 들리자 더욱 차를 몰아붙여 드리프트를 이어나갔다. 6000rpm을 넘나들며 우당탕 굉음을 내는데, 꼭 구경이 넓은 기관총을 쏘는 듯했다. 엔진 소리로도 가속페달을 밟을 타이밍을 잴 수 있을 것 같았다. 스티어링과 가속페달을 미세하게 조절하고 그 사이에서 어렵게 균형점을 찾아냈다. 4분의 1바퀴, 반 바퀴, 4분의 3바퀴, 한 바퀴를 돌았다. 계속 집중해보려 했지만 너무 흥분한 나머지 한 바퀴를 돌자마자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버리고 말았다.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했다. “이번에 좋았어요. 지금 그 느낌 기억하면 돼요. 다시 한번 가봅시다.” 이후에도 드리프트를 이어나가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두 바퀴까지는 무리였다. 그렇게 240분에 걸친 드리프트 교육은 마무리됐다. 교육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이렇게까지 서운한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드리프트는 최고의 놀거리면서 단시간에 운전 실력을 효과적으로 높이는 유익한 경험이다. 나는 이날 드리프트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이날 이후 촉촉하게 젖은 노면만 보면 뒷바퀴를 미끄러뜨리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하지만 아무 곳에서나 그럴 수 없는 노릇이다. 통제된 곳에서 안전하게 경험하고 배워야 한다. 그래서 전문 인스트럭터가 있고 마음껏 뒷바퀴를 미끄러뜨릴 수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를 가야 한다. 9월호 마감이 끝나면 다시 영종도를 찾을 예정이다. 그땐 기필코 M 드리프트 1을 통과해 2, 3까지 이수하기를.

 

- 공정거래위원회의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 준수사항에 따라 당 콘텐츠는 BMW 코리아로부터 프로그램 체험을 지원받았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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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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