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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특집 2: 소설×차 = #사냥개

2020년, 인류가 미래를 낙관하는 시대는 끝났다. 근미래의 디스토피아가 배경인 한국 영화의 미장센을 추출해 펼쳤다. 거기에 영화 속 키워드를 모티브로 쓴 짧은 소설을 덧붙였다

2020.09.17

 

#사냥개
MOVIE <사냥의 시간>  KEYWORD 추격

몸이 좋지 않았다. 요즘 남쪽에서 유행한다는 새로운 전염병에 걸린 걸까. 친구 H가 운영하는 약국으로 향했다. 그런데 약국의 문이 부서져 있다. 황급히 안으로 뛰어들었지만 H는 없다. 약국 지하에 있는 벙커가 떠올랐다. 지하 벙커는 H의 고조부가 당시 전염병으로부터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려 만든 것이었다. 올드카 수집 취미가 있는 H는 지하 벙커에 차들을 세워뒀다. 지하 벙커로 내려가자, 2020년식 파란색 모델X에 기댄 채 쓰러져 있는 H가 보였다.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의 시대로 접어든 변곡점인 2020년, 한 번 충전으로 최대 438km를 주행할 수 있는 롱 레인지 트림의 파란색 모델X는 H가 가장 아끼던 차였다. 차 안으로 몸을 숨기려다 실패한 듯 팰컨 윙은 높게 치켜들려 있고 그 사이로 눈처럼 새하얀 시트가 드러났다. 휠 옆에는 호신용 총이 놓여 있었다. H의 숨은 간신히 붙어 있었다. H의 손엔 쪽지가 쥐여 있었다. ‘다음은 너다.’

 

 

이건 ‘사냥개’의 짓이 분명했다. ‘사냥개’라 불리는 살인자에 대해 알려진 것은 몇 년 전 유행한 전염병으로 부모를 잃었다는 것이 전부였다. 그때 그는 미쳐버렸고 무작위로 사람 사냥을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일관된 사실은 그가 죽인 사람의 시신과 의문의 쪽지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 다음 타깃이 됐다는 것뿐. 나는 곧장 경찰에 신고했고 다행히 경찰은 늦지 않게 도착했다. 이것이 내가 형사에게 진술한 지금까지 일이다.

 

“그러니까 선생님은 쪽지를 발견하자마자 신고하셨다는 거죠? 좀 볼 수 있을까요?” 
나는 형사에게 쪽지를 건네줬다. 형사가 내게 해준 말은 놀라웠다. 경찰은 사냥개의 부모가 전염병 때문이 아닌 약 부작용으로 사망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었다. 사냥개의 살인이 시작된 해에 P 제약회사가 전염병 백신으로 판매한 약의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람들이 많았다. H는 P 회사 사장의 아들이었고, 다른 피해자들도 P 사장의 가족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형사가 말했다.

 

 

“저희는 사냥개의 살인이 무작위가 아닌 복수 살인이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어요.”
“그런데 형사님, H 전에 살해된 피해자는 그저 가난한 학생이라고 들었는데요?”
“맞아요. 그것 때문에 수사에 혼선이 있었죠. 이전 피해자는 사냥개가 P 사장의 사생아로 착각해 살해한 모양이에요.”
“사냥개가 그 피해자를 사생아라고 착각할 만한 이유가 있었나요?”
“네…. 저의 이부동생은 제 대신 오인받아 억울한 죽음을 맞았죠. P 사장의 숨겨진 아들은 저예요.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어요. 사냥개는 늘 다음 타깃이 시신과 쪽지를 발견하도록 유인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왜 선생님이었을까요? P 사장과 관계없는….”
“형사님, 저는 H의 시신을 발견하지 않았어요. 형사님이 올 때까지 숨을 붙여두었으니, 시신을 제일 먼저 발견한 건 형사님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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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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