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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카 특집 2: 엔지니어의 집념이 서린 포르쉐

독보적인 위치에서 저마다의 성능과 개성을 앞세워 드림카 반열에 오른 자동차 석 대를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이 말하는 드림카의 조건은 무엇일까?

2020.09.17

 

엔지니어의 집념이 서리다
포르쉐 911

아마도 포르쉐 911은 수많은 ‘차 덕후’에게 손꼽히는 드림카일 것이다. 특히 엔지니어들, 심지어는 나 같은 사이비 공학도들에겐 더욱 그렇다. 그 이유는 ‘극복의 화신’이라는 911의 태생으로부터 시작된다. 잘 알려진 것처럼 911은 독일의 국민차인 폭스바겐 비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작은 차체에서 넓은 실내 공간을 얻기 위해 사용했던 RR 레이아웃과 수평대향 공랭식 엔진은 스포츠카에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포르쉐 박사에게 남은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포르쉐 엔지니어들은 오리지널 911을 끈질기게 발전시켰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911은 진화를 거듭했다. 단점은 점차 개성으로 승화됐다. 하지만 그들도 진화와 개선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벽이 있었다. 벽을 넘으려면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선행 연구의 형태로 개발된 것이 20세기를 빛낸 슈퍼카의 대명사 포르쉐 959다. 즉, 959는 911의 미래를 담아낸 타임머신이었다.

 

 

911의 첫 번째 커다란 변신은 1998년에 나온 996이었다. 외모의 변화도 컸지만 가장 큰 변화는 고출력과 엄격한 배출가스를 만족시키기 위한 수랭식 엔진이었다. 그다음 2012년에 등장한 991은 휠 베이스가 10cm 길어진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으로 911의 주행 특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그리고 991의 마이너체인지 모델인 991.2는 모든 엔진을 터보 엔진으로 변경해 성능과 배출가스에서 다시 한번 진화한다. 물론 자연흡기 엔진을 그리워하는 911 마니아들에게는 아쉬움을 남겼지만 말이다. 911은 엔지니어들의 집념 덩어리다. 그리고 이 911의 최종 진화판이 이번에 만난 992이다.

 

‘에이, 씨!’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첫 번째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우수한 주행 질감이다. 이렇게 승차감이 좋으면서 주행 안정성도 우수한 911은, 아니 스포츠카는 생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991부터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이 동시에 좋아지기는 했지만 992는 지나칠 정도로 좋다. 인상적인 건 접지력이다. 타이어에 접착제라도 바른 듯 끈적끈적한 접지력은 물이 철철 흐르고 노면에 이물질이 널려 있는 폭우 속에서도 든든했다.

 

 

이렇게 좋은데 왜 ‘에이, 씨!’라고 했는지 궁금한 사람이 있을 거다. 그 이유는 너무 좋아져서 조금 맥이 빠지기 때문이다. 내 실력으로 911을 와인딩 로드에서 몰아붙이려면 신경을 상당히 곤두세워야 한다. 게다가 물리적 접지력과 다운포스를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젖어 있고 울퉁불퉁한 비 오는 날씨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끈끈한 앞바퀴의 접지력이 어지간해서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뒷바퀴도 노면을 단단히 움켜쥔다. 물론 마음먹고 밟으면 미끄러뜨릴 수 있지만, 그것은 코너를 주파하겠다는 것보다는 차를 미끄러뜨리겠다고 결심했을 때의 이야기다.

 

디지털 계기반이나 터치스크린으로 실내에 현대적인 분위기가 물씬 난다.

 

이렇게 승차감이 편안하면서도 대단한 접지력을 992가 보이는 이유는 바로 와이드 보디 덕분이다. 991이 휠베이스를 10cm 늘려서 직진 안정성을 키웠다면 992는 앞바퀴 트레드를 4cm나 넓혔다. 좌우 바퀴 사이의 간격이 늘어나면 원심력에 버티는 지렛대가 길어진다. 서스펜션이 좀 더 눌리더라도 차체의 롤 각도는 줄어들기 때문에 좀 더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사용해도 코너를 돌아나갈 때 롤의 양을 억제할 수 있다. 그래서 노면 상태가 조금 나빠도 접지력은 좋으면서 선회 안정성도 좋아지는 것이다.

 

‘에이, 씨!’라고 말한 두 번째 이유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두드러지는 가벼운 실내 분위기에 실망해서다. AMG 모델처럼 짧고 작아진 변속레버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이전 모델에서 경주차 분위기를 내던 변속레버의 좌우 공간은 텅 비어 있고, 블랙 하이글로시 플라스틱이 덮여 있을 뿐이다. 변속레버 앞과 센터페시아의 반짝거리는 토글스위치는 스포츠카가 지녀야 할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992의 인테리어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5개의 원형 스타일 계기반이다. 이전 세대에서도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기는 했지만 다이얼의 테두리와 베젤은 진짜라 아날로그 감성이 살아 있었다. 하지만 992의 좌우 디스플레이는 얄팍하다. 깊이감이 없다. 그리고 좌우 가장자리에 있는 화면은 운전대에 가려 잘 보이지도 않는다. 고생한 흔적이 역력한 시승차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도어 트림과 실내 여기저기서 들리는 잡소리도 ‘금고 같다’고 표현되던 이전 911의 느낌과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911은 내게 최고의 드림카다. 이렇게 집요하게 한 제품을 진화시켜가는 엔지니어들의 한이 서려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나는 공학도의 꿈을 버렸지만 그래도 아직 그들의 희열을 함께 느낄 정도의 공감 능력은 갖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쏘아 올린 국민차가 마침내 스포츠카의 정점에 도달했다. 그게 바로 포르쉐 911이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Tester’s Comments

페라리가 가장 낭만적인 드림카라면 포르쉐 911은 가장 완벽한 드림카가 아닐까? 인류사에서 911만큼 성공한 스포츠카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진우

고집스러운 리어 엔진 구성으로 미드십에 한층 가까운 주행 특성으로 진화했다. 수십 년째 외계인이 만든 드림카 시리즈다.
강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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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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