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카니발 특혜를 없애자

혼자 타고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카니발이 많다. 왜 카니발에만 이런 특혜를 주나? 차종과 관계없이 여섯 명이 탔으면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게 해야 한다

2020.09.21

 

기아 카니발 신형이 공개됐다. 화려한 겉모습은 나무랄 데가 없고, 안락한 실내는 첨단을 달린다. 안팎으로 멋지고 세련된 모습이 자랑스럽다. 미니밴을 고를 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처지에서 고마울 뿐이다.

 

카니발은 미국시장에 초점을 맞춘 차로, 미국의 미니밴이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한다. 크기부터 시작해서 3열 시트에 7인승 모델, 양옆으로 달린 슬라이딩 도어, 바닥으로 들어가는 3열 시트 등 그들이 요구하는 조건이 있다. 오랜 시간 여러 과정을 거쳐 진화한 미국시장의 미니밴 스펙은 이제 필요충분조건이 되었고 모든 차가 따라야 한다. 이 조건을 맞추다 보면 미국시장의 미니밴은 앞뒤 모양만 다를 뿐 거의 같아 보인다.

 

신형은 더 커졌다. 길이가 40mm, 너비가 10mm 늘었다. 미국시장의 흐름을 따르는 것이겠지만 점점 커져만 가는 차에 걱정도 없지 않다. 주차 문제 등 미국 기준에 맞춘 차는 국내 사용에 불편이 따른다.

 

한때 100만대를 훌쩍 뛰어넘던 미국의 미니밴 시장은 SUV 성장세에 밀려 지난해 40만대 판매에 그쳤다.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닷지 캐러밴, 토요타 시에나, 혼다 오디세이 등이 고루 팔리는데, 기아 카니발은 전체 시장의 4%에도 못 미치는 판매로 힘을 못 쓰고 있다.

 

이해가 어려운 것은 미국인의 취향이다. 이제 구형이 되는 기아 카니발은 디자인이 완벽했다. 내 눈에는 혼다나 토요타보다 멋져서 더는 바랄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미국에선 못생긴 토요타와 혼다가 카니발보다 훨씬 많이 팔렸다. 미국인의 미적 감각을 이해할 수 없었다.

 

 

신형 카니발도 너무 멋진 모습이 혹시나 미국에서 판매가 나아지지 않을까봐 걱정이다. 미국인들은 취향이 이상하다는 기억 때문이다. 내 눈에 이상해야 많이 팔릴 텐데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거나 카니발은 국내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다. 고급스럽고, 공간이 적당한 미니밴이 필요할 때 고를 만한 차는 오직 카니발이다(그랜드 스타렉스는 어딘가 화물차 이미지가 있다). 또 9인승 국산 미니밴은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는 어마어마한 특권을 준다. 9인승 이상은 개별소비세도 비과세 대상이다.

 

기아차가 신형 카니발 티저 이미지로 보여준 실내는 7인승 모델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7인승 모델을 타지 않을 거다.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려면 9인승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내가 화려하고, 안전하고, 제대로 된 7인승은 미국 수출형이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는 4열 구조의 9인승 모델을 탈 것이다. 4열은 거의 쓸모가 없어 바닥에 묻어두고, 3열은 무릎공간이 좁아 다리를 벌려야 한다. 토요타와 혼다는 이런 말도 안 되는 9인승을 만들지 않으니, 버스전용차로 타기를 포기했다.

 

또 버스전용차로로 달리는 9인승 카니발은 6명 이상이 타야 하는데 그런 차가 드물다. 대부분 유리를 검게 칠하고 운전자 혼자 타고 달린다. 승차인원도 불법이고, 유리창 틴팅도 불법이다. 대부분의 카니발이 고속도로를 불법으로 달린다.

 

모두가 무시하는 법은 고칠 필요가 있다. 이제 국산 미니밴에만 주어졌던 특권을 버릴 때가 됐다. 사전계약 하루 만에 2만3000대의 신기록을 세우고, 한 달에 6000대 이상 팔리는 카니발은 과잉보호가 필요 없어 보인다.

 

9명이 탈 수 없는 9인승 미니밴은 생산하지 말아야 한다. 안전이 걱정되는 11인승은 더욱더 그러하다. 우리도 편하고, 안전하고, 시트 배치가 제대로 된, 국제 기준에 맞는 차를 타고 싶다. 우리도 미국 수출형 같은 7인승 모델을 타고 버스전용차로를 달리고 싶다.

 

 

하나의 제안을 하면, 차종 구분 없이 6명 이상 탄 모든 차에 대해 버스전용차로를 달리게 하는 거다. 미니밴뿐만 아니라 싼타페, 쏘렌토, 팰리세이드, 에비에이터, X7, 티구안 올스페이스 등 6명 이상 탈 수 있고, 6명 이상이 탄 차는 모두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도록 하는 거다. 6명이 탄 차가 그렇게 많지 않아, 제대로 단속한다면 지금보다 교통량이 오히려 줄어들 수도 있다. 그렇게 국산차와 수입차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수입차는 안 되고, 국산 미니밴만 버스전용차로를 달릴 수 있다는 법은 사실 너무나 시대에 뒤떨어진 창피한 법이다.

 

또한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차는 단속을 위해 유리창의 틴팅을 제거해야 한다. 유리창을 검게 한 것은 불법이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모든 차가 유리창을 검게 해서 단속이 어렵다. 버스전용차로를 달리고 싶은 차는 틴팅을 제거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아야 한다.

 

지금처럼 국산차만, 운전자 혼자 탄 채, 유리창을 검게 칠하고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것은 옳지 않다. 유리창이 투명한 카니발에 6명이 타고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고 싶다. 모두가 법을 지키는 우리나라 고속도로에서, 의자 배치가 제대로 된 안전하고 안락한 카니발을 보고 싶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시에나, 오디세이와 제대로 겨룰 때, 그래서 치열하게 경쟁력을 키울 때 미국시장의 부진을 극복할 수 있다.

글_박규철

 

 

 

 

모터트렌드, 자동차, 기아 카니발, 카니발 특혜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현대자동차, 픽사베이, 와이즈오토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