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현대차그룹의 발 빠른 모빌리티 행보

현대차그룹은 더는 제조사로만 머물 수 없다.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러면서 기존 사업자들과 충돌을 최소화하는 모습이다

2020.09.22

퍼플엠을 설립한 기아차의 송호성 사장(왼쪽)과 이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코드42의 송창현 대표(오른쪽)

 

현대차그룹의 주력 사업은 이동수단, 그중에서도 자동차 제조다. 이동수단은 크게 개인 소유물로 활용되거나 이동사업자의 돈벌이에 투입된다. 그 결과 오랜 시간 현대·기아차는 제조사에 머물렀고 이동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교통사업은 다른 영역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지고 있다. 교통서비스를 이용하는 인구는 줄고 이동수단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소유와 공유로 양극화되고 있다. 그래서 현대·기아차도 제조, 판매 외에 교통까지 눈독을 들이며 영역 확대를 꿈꾸는 중이다.

 

최근 기아차가 포티투닷과 손잡고 퍼플엠을 설립했다. 퍼플엠은 전기차 기반의 소비자 맞춤형 e-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딜리버리 로봇 등 다양한 미래 이동수단을 이용해 카헤일링과 카셰어링, 수요 응답형 택시, 스마트 물류, 음식 배달, 온라인 쇼핑 등 모든 모빌리티 서비스를 아우를 계획이다.

 

사업 모델은 단순하다. 퍼플엠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 이용자가 앱을 통해 필요한 서비스를 주문한다. 이때 필요한 이동은 주문자 요구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된다. 예를 들어 장소 이동을 원하면 택시가 연결되는데, 기아 전기택시가 우선 달려온다. 물론 아직 전기택시가 많지 않아 연결은 쉽지 않지만, 5년 이내 전 차급에 걸쳐 전기차 11종을 내놓으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플랜 S를 추진하는 만큼 시간이 흐르면 연결의 어려움도 줄어든다. 기아차로선 앱 기반의 택시 호출 사업에 간접적으로 진출하는 것이고, 필요하면 택시회사를 인수해 기아 전기차를 투입하면 된다. 하지만 제조사의 택시업 진출은 기존 사업자의 반발을 일으킬 수 있다. 그래서 IT 기반 신생 기업과 손잡고 합작사를 설립해 갈등은 피한다. 따라서 합작사인 퍼플엠이 앱은 물론 택시회사를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현대·기아차의 전략투자를 유치한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

 

현대차도 택시 가맹 브랜드 마카롱에 투자했다. 마카롱은 프랜차이즈 확대에 나서고 이동이 필요한 사람이 앱을 통해 택시를 부르면 알고리즘을 통해 얼마든지 쏘나타 택시를 우선 배정할 수 있다. 현대차가 직접 카카오T와 같은 호출 앱을 만들어 택시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하고 싶지만, 전국 수많은 택시 사업자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이들은 여전히 쏘나타를 구매하는 절대 소비층이다.

 

그래서 절대 점유율을 가진 현대·기아차가 동시에 택시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 경우 택시 사업자는 반발의 의미로 쉐보레 말리부 및 르노삼성 SM6를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쏘나타 또는 K5를 배제한 택시 사업은 쉽지 않다. 워낙 오랜 기간 사용되며 제품이 검증된 데다 가격이 저렴해 운송 사업에 제격인 탓이다. 이 과정을 통해 현대·기아차는 단순히 택시를 호출해주며 수수료를 챙겨가는 카카오T 택시와 경쟁하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시내버스, 고속버스 등의 사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리고 택시, 버스, 고속버스 등을 모두 하나로 연결하면 현대·기아차의 국내 육상 여객 부문의 모빌리티는 완성된다.

 

차량 구독 서비스 현대 셀렉션

 

이동수단 운행 외에 이제는 직접 대여로 구분되는 렌터카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렌털 회사를 통하는 게 아니라 제조사가 직접 빌려주는 방식이다. 직접 대여는 오히려 이용자의 요금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소비자로서도 이익이다. 제조물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렌털 회사가 사라짐으로써 그만큼 그들의 이익을 나눠 제조사와 소비자가 함께 누리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또한 기존 사업자의 반발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우회적인 방법이 모색될 것이란 전망은 어렵지 않다. 물론 렌털 기업도 대항마는 있다. 수입차 렌털을 적극 장려하며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시장 지배력을 앞세운 현대·기아차의 직접 진출 가능성은 매우 높다.

 

유통의 또 다른 사업으로 중고차를 지목한다. 기본적으로 중고차는 이미 사용된 자동차라는 점에 문제의 본질이 있다. 사려는 사람은 저렴하되 고장 없는 차를 원하지만 파는 사람은 누군가 이용했던 차여서 고장이 전혀 없음을 담보하지 못한다. 따라서 제품에 대한 신뢰성은 늘 의심의 대상이다. 그러니 제조사가 직접 검증 후 재판매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다. 기존 중고차 매매업체들은 생존권 위협이라며 현대·기아차의 진출에 반발하지만 소비자들은 찬성한다. 신뢰라는 측면에서 오히려 제조사가 직접 품질을 보증하는 게 낫다고 말이다.

 

자동차로 표현되는 이동수단의 유통은 크게 기능적 유통과 본질적 유통으로 구분된다. A에서 B까지 이동이 필요한 사람 또는 화물을 옮겨주는 것은 기능적 유통이며 이동수단을 하나의 공산품으로 인식하면 본질적 유통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두 가지 유통사업은 제조와 구분되는 영역으로 지켜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의 모빌리티 사업 진출은 기능적 유통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리고 모빌리티 경쟁력을 가지려면 비용 절감 측면에서 본질적 유통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시간의 문제일 뿐 제조, 판매 및 다양한 유통에서 현대·기아차의 지배력은 더욱 강화될 것 같다.

글_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모터트렌드, 자동차, 현대차그룹, 모빌리티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현대자동차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