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현대차의 순수 전기차 브랜드가 기대되는 이유

친환경 모델에서 브랜드로 바뀐 아이오닉은 방향을 잘 잡았다. 나올 차들도 브랜드 역사와 모델의 의미를 잘 담고 있어서 반갑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두근거림이 있다

2020.09.27

(좌측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렌더링 이미지

 

현대차가 전기차 브랜드로 ‘아이오닉’을 선택했다. 여기에 숫자를 붙여 차의 등급을 보여주게 된다. 문자와 숫자의 결합으로 차 이름을 붙이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많이 쓰이는 일이고 통일성을 준다는 면에서 좋은 선택이다. 그동안 꾸준하게 내놓았던 전기차 콘셉트카들을 아이오닉 브랜드를 통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그래서 준중형 CUV인 45 콘셉트카는 아이오닉 5, 중형 세단인 프로페시 콘셉트카는 아이오닉 6, 아직 디자인이나 제원 등이 확정되지 않은 대형 SUV 모델은 아이오닉 7이 된다. 전기차 플랫폼(E-GMP)으로 나올 차들이다 보니 앞으로 더 작은 숫자의 모델들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전기적 힘으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이온(Ion)과 현대차의 독창성을 뜻하는 유니크(Unique)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아이오닉을 버리지 않고 브랜드로 격상시킨 것은 잘한 일이다. 그동안에도 현대차의 친환경 모델을 대표하던 이름을 순수 전기차로 연결했다. 무언가 새로운 이름을 만들었다면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자리 잡기까지 돈과 시간이 들어갔을 것이다. 그런데 모두가 알고 있는 아이오닉=친환경 자동차에서 자연스럽게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연속성을 갖게 된 것이다.

 

이는 현대의 서브 브랜드 전략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고성능을 나타내는 N 브랜드는 아직 전용 모델이 없다. 기존 판매 중인 차들의 고성능 버전을 나타내지만 현재 개발 및 테스트 중인 미드십 모델이 나오면 이 차는 N 브랜드 고유 배지를 달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현대자동차 브랜드 안에 순수 전기차 브랜드와 고성능차 브랜드가 공존하고 개별 모델마다 고성능 버전과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얹은 차들이 함께 나오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앞으로 가야 할 방향으로 잘 만들어진 전략이다.

 

현대 45 EV 콘셉트

 

아이오닉 브랜드를 달고 나올 차들도 의미가 남다르다. 아이오닉 5는 45 콘셉트카를 바탕으로 한 준중형 CUV다. 작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처음 나왔는데 1974년 첫 고유모델 콘셉트카였던 포니 쿠페에 대한 오마주다. 물론 승용 쿠페와 CUV라는 차이, 특히 거실의 가구를 연상시키는 실내 등은 아주 새로운 디자인이지만 첫 순수 전기차를 회사의 첫 고유모델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는 것은 그간 현대차의 행보로 볼 때 매우 파격적인 일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포니를 이야기하는 것은 마치 해리포터 속 나쁜 마법사인 볼드모트의 이름을 이야기하는 것과 같았다. 정주영-정몽구-정의선으로 이어지는 경영승계 구도에서 포니는 정주영 회장의 동생이었던 정세영 회장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차였음에도 정몽구 회장이 아닌 삼촌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이름을 언급하는 것조차 꺼리는 분위기였으니까. 물론 정의선 부회장이 이끄는 지금은 완벽히 달라졌다. 대놓고 포니를 오마주한 차가 회사의 미래에 큰 역할을 할 순수 전기차의 첫 모델이 되었으니까. 그렇게 과거를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역사는 쌓이고 만들어져 간다는 진리를 실천하는 것이다.

 

두 번째 전기차 프로페시는 세단이다.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모델은 쏘나타였다. 물론 현대차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은 그랜저다. 하지만 미쓰비시에서 들여온 차인 그랜저와 달리 쏘나타는 현대차의 독자 플랫폼으로 만든 첫 차이자 세대가 바뀔 때마다 큰 의미가 있었다. 미쓰비시와 다임러 그룹에 라이선스 수출까지 이뤄 엔진 독립을 한 세타 엔진의 사용이나, 세계적으로도 평범한 중형 세단 디자인에 혁명을 일으켰던 플루이딕 스컬프처 디자인의 첫 적용, 3세대 플랫폼인 GMP를 처음으로 쓰고 센슈어스 스포티니스라는 새로운 디자인 시대를 연 것이 모두 쏘나타였다. 아마도 프로페시는 르필루즈 콘셉트카의 뒤를 이어 센슈어스 스포티니스 2단계를 이끌 차가 될 것이다.

 

현대 프로페시 콘셉트

 

여기에 아이오닉 브랜드를 통해 처음으로 존재가 알려지는 대형 SUV 전기차 아이오닉 7이 있다. 아직 제원 등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사진 속 모습으로 세로형 주간 주행등에서는 팰리세이드의 얼굴이, 가로로 길게 뻗은 선에서는 넥쏘가 얼핏 떠오른다. 게다가 각이 딱 잡힌 후드와 윈드실드 라인은 과거 현대차 SUV의 뿌리가 된 갤로퍼의 그 강인한 인상을 받는다. 물론 순수 독자 SUV였던 싼타페가 될 가능성도 있는데, 어느 쪽으로 나올 것인지 가슴 두근거리며 기다리는 즐거움을 얻었다.

 

최근 현대차에서 만들어낸 차들을 보면 새로운 플랫폼과 엔진, 서스펜션 세팅 노하우가 쌓여 꽤 높은 수준이라고 느끼고 있다. 그래서 새로 나올 전기차 전용 모델들도 기대가 크다. 한편으로는 순수 전기차에 대한 방향성이 잡힌 것처럼 수소연료전지 전기차, 그러니까 넥쏘의 후속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한때 테크니컬 플래그십 모델의 위치에 있던 넥쏘는 미래가 어떨 것인지 이야기가 없다. 이제 전기차에 대한 정리가 끝났으니 넥쏘의 후속 이야기가 나올 때가 됐다. 자동차광이자 칼럼니스트로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자동차회사를 지켜보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다. 현대차는 이제 나를 어떻게 놀라게 할까?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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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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