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빼앗긴 자유

오늘날 자동차는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이동하는 모든 경로를 체크한다. 자동차가 더 이상 자유를 의미하지 않게 된 걸까?

2020.10.13

볼보의 파일럿 어시스트 같은 새로운 준자율주행 시스템은 차로 가운데로 달리게 하고 위급한 상황에선 스스로 멈춘다. 그러나 이런 시스템들이 운전자의 자유를 제한할 수도 있을 것이다.

 

“만약 자동차가 지금 발명됐다면 우린 이 제품이 이동과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매년 3만3000명의 사람이 교통사고로 죽을 텐데, 과연 정부가 판매를 허가할 수 있을까요?” 볼보 선임 안전 엔지니어 토마스 브로베르그는 볼보가 모든 차의 최고 속도를 시속 180km로 제한하기로 한 결정을 지지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난 30년 전 볼보 그룹 이사회 의장이면서 작가, 경제학자, 변호사이기도 한 페어 길렌하마르(사진)와 한 인터뷰에서 볼보의 이런 사고방식을 처음 접했다. “우린 럭셔리 자동차 제조사가 아닙니다.” 길렌하마르의 직설적인 말에 홍보담당자들의 얼굴은 순간 굳어졌고 불안해 보였다. 하지만 길렌하마르는 그 이유를 곧바로 설명했다. “우린 품질이 뛰어난 자동차를 설계하지만 럭셔리 자동차에 속하진 않습니다. 우리가 정의하는 럭셔리 자동차는 훨씬 비싼 메르세데스 벤츠, BMW의 가격 수준에서 경쟁하는 차들입니다.”

 

길렌하마르는 자동차 산업의 신성불가침 영역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았다. 난 몇 가지 내용을 떠올리며 인터뷰 자리를 떠났다. 전 GM 회장 로저 B. 스미스는 교통 혼잡이 심한 도심 도로에서 자가용 자동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BMW 회장 에버하르트 본 쿠엔하임은 정부가 어떻게 평범하고 숙련되지 않은 시민들에게 자동차처럼 복잡한 장비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지 의아해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길렌하마르는 사회주의와 전제주의를 아우르는 생각을 품고 있었다. “몇몇 사람들은 내가 막대한 권력이 있지만 자본이 없다는 걸 불안해합니다. 이건 재미있는 생각입니다. 난 평범한 사람이고 언젠간 회사를 그만둘 월급쟁이인데, 내 힘 뒤에 돈이 없으니 누구도 그 돈을 상속받을 수 없죠.” 난 길렌하마르가 오늘날 볼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그가 1973년 쓴 책 제목을 <I Believe in Sweden>이라고 지었던 것에서 볼보가 더 이상 스웨덴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에 실망했을 거라고 짐작한다. 하지만 볼보의 핵심 디자인과 공학 센터가 스웨덴에 남아 있고, 볼보 승용차와 SUV에 스웨덴 개성이 남아 있다는 사실에는 분명 기뻐할 거다.

 

 

전체 라인업을 PHEV와 전기 파워트레인으로 전환하겠다는 볼보의 약속은 30년 전 길렌하마르가 한 주장의 메아리와도 같다. 그는 자동차 회사들이 배출가스를 줄일 수 있도록 이용 가능한 최고의 기술을 사용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쩌면 그는 볼보가 제3의 배터리 공급업체에 의존하는 대신 회사 내부에 배터리 관련 공학과 테스트,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새 시설을 만드는 데 6000만 달러를 투자한 것에 환영의 박수를 보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길렌하마르가 볼보의 새로운 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예를 들면 구글 안드로이드 오토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말이다.

 

물론 커넥티드 카는 미래 자동차 환경에서 필수다. 하지만 이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고, 운전하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낼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커넥티드 기술은 차세대 볼보차가 운전자를 관찰해 취한 것으로 판단하면 스스로 멈춘다. 이것을 넘어선 커넥티드 기술은 볼보(그리고 다른 자동차)에 보다 정교한 수준의 자율주행 능력을 갖추게 할 것이다. 내가 수년간 인터뷰한 여러 자동차 업계 고위 간부들 중에서 길렌하마르는 자동차의 실존주의적 매력을 가장 잘 포착한 인물이었다. 그는 이런 말을 남겼다. “자동차는 원할 때 언제 어디든 갈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점에서 독보적입니다.” 차는 강력한 물건이었다. 독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3개월이 지난 후, 작고 연기 나는 동독의 트라반트 차들이 서독으로 떼 지어 몰려다녔다. 그렇게 동독인들은 수십 년간 억압한 공산당 통치에서 벗어나 스스로 자유를 발견했다.

 

길렌하마르는 또 다른 재치 있는 말을 남겼다. “만약 자동차가 지금 발명됐다면 우리 정부가 일반인들에게 그와 같은 자유를 허락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오늘날 자동차는 사람보다 똑똑해졌고 운전대 너머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이동하는 모든 경로를 주목하고 모든 데이터를 어딘가에 있는 서버로 보낸다. 난 자동차가 이전의 시대로 돌아간다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과거에는 운전하러 나간다고 하면 그저 열쇠를 집어 들고 현관문으로 걸어 나가 길을 따라 내려가면 됐다. 앞으로 우리는 그 시절을 회상하며 우리의 자유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궁금해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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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Angus MacKenziePHOTO : 볼보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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