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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이런 연비왕들이 있었다

연비왕이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런데 이 어려운 걸 해낸 사람들이 있다. 누가? 어떻게? 어떤 차로?

2020.10.13

 

2015년 6월, 혼다 유럽 R&D 부서 직원 퍼겔 맥그래스와 줄리언 워런은 새로운 도전을 생각해냈다. 시빅 투어러의 실제 연비를 증명하기 위해 유럽을 돌아보는 도전이었다. 이들은 EU에 가입한 24개 나라를 돌기로 결정했다. 단, 기름을 가장 적게 쓰는 방식으로. 6월 1일 아침 벨기에 알스트에서 출발한 이들이 24개 나라를 돌아 다시 벨기에로 돌아온 건 정확히 25일 후였다. 약 1만3497km를 달린 후 계기반에 찍힌 평균연비는 무려 35.5km/ℓ! 기름통을 가득 채우고 평균 1500km를 달린 셈이다. “25일 동안 매일 7시간 30분씩 운전했습니다. 힘들고 지루한 도전이었지만 이렇게 해내고 나니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다시 책상에 앉아 일할 수 있다는 게 무척 기쁩니다.” 퍼겔 맥그래스는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이들의 도전은 그냥 재미 삼아 한 건 아니었다. 이들은 기네스 기록에 이름을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차에 추적 장치를 달고 GPS 장치도 붙였다. 여정을 꼼꼼히 기록하고 주유 영수증도 세세히 챙겼다. 이들은 결국 ‘24개 유럽 국가를 가장 적은 연료로 돈 차’라는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35.5km/ℓ 혼다 시빅 투어러

 

요즘은 주춤하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 연비 높이기 도전이 종종 이뤄졌다. 2015년 5월, 푸조는 1.6ℓ 디젤 엔진에 5단 수동변속기를 얹은 208이 프랑스에 있는 푸조 테스트 서킷에서 49.7km/ℓ의 복합연비를 기록했다고 자랑했다. 겨우 몇십 바퀴를 돌고 기록한 결과는 아니었다. 테스트 드라이버들은 38시간 동안 2152km를 달렸다. 이들은 기름을 깨알같이 아끼기 위해 208에 공기역학을 좋게 하는 리어 스포일러를 달고 구름저항이 낮은 미쉐린 에너지 세이버 플러스 타이어를 신겼다. 실제 도로를 달린 건 아니지만 그래도 테스트 서킷에서 리터당 50km에 가까운 연비를 보였다는 건 놀라운 기록이다.

 

연비 기록은 기아 니로에도 있다. 2016년 12월, 기아차는 니로 1.6 하이브리드가 연비로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고 발표했다. 미국 LA에서 뉴욕까지 약 5970km를 달리는 동안 니로는 32.56km/ℓ의 평균연비를 기록하며 ‘가장 적은 연료로 미 대륙을 가로지른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기네스 세계 기록을 세웠다. 참고로 니로 하이브리드 EX가 미국에서 인증받은 복합연비는 20.83km/ℓ다. 참, 기아차에서 연비 관련 기네스 기록을 보유한 건 니로뿐이 아니다. 2011년 K5 하이브리드는 미국 48개 주 1만2710km를 달리는 동안 평균연비 27.46km/ℓ를 기록해 니로보다 4년 먼저 기네스 기록에 올랐다(당시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기네스 기록에 없었다).

 

32.5km/ℓ 기아 니로 하이브리드

 

누가 왕이 될 것인가?

K5와 니로 하이브리드의 기네스 기록 도전기를 살피다 흥미로운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웨인 저디스(Wayne Gerdes)다. 그는 미국에서 유명한 연비운전 장인인데, 2008년 토요타 프리우스에 기름을 가득 넣고 미국 뉴욕에서 시카고까지 약 1295km를 한 번에 간 것을 시작으로 2010년에는 폭스바겐 파사트 블루모션(1.6 TDI)의 기름통을 가득 채우고 약 2457km를 달려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13년 엔지니어인 밥 윙어(Bob Winger)와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로 미국 48개 주, 약 1만3071km를 달리며 평균연비 33.1km/ℓ를 기록해 ‘가장 적은 연료로 미국 48개 주를 돈 자동차’라는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이후 2015년에는 폭스바겐 골프 TDI로 또 한 번 미국 48개 주를 달려 평균연비 34.5km/ℓ를 기록하며 2년 전 자신이 세운 기네스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들이 1만 3250km를 달리는 데 든 기름은 384ℓ에 불과했다. 골프의 연료탱크 용량이 50ℓ인 것을 생각하면 16일 동안 여덟 번만 주유소에 들른 셈이다. “엔진 회전수를 낮게 유지하면서 꾸준히 매끄럽게 달리는 게 중요합니다. 브레이크 페달은 되도록 적게 밟고, 앞차와의 거리를 7~10초 정도로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죠. 에어컨도 되도록 틀지 않는 게 좋습니다. 시속 60km 이하에선 창문을 열고 달리세요.” 저디스가 말한 연비운전 팁이다.

 

49.7km/ℓ 푸조 208 1.6 디젤

 

미국에 웨인 저디스가 있다면 호주에는 테일러 부부가 있다. 존과 헬렌 테일러는 2002년 푸조 406 HDi의 기름통을 가득 채우고 멜버른에서 록햄프턴까지 약 2348km를 달려 연비 장인에 이름을 올렸다. 2006년에는 폭스바겐 골프 1.6 FSI로 78일 동안 호주 대륙을 돌며 평균연비 22.2km/ℓ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이 달린 거리는 2만9717km로 서울과 부산을 66번 이상 왕복하는 거리와 같다. 웨인 저디스보다 먼저 기네스 기록을 세운 것도 이들 부부다. 두 사람은 2009년 폭스바겐 제타 TDI로 미국 48개 주, 약 1만4484km를 달려 평균연비 25km/ℓ를 기록해 저디스보다 4년 먼저 ‘가장 적은 연료로 미국 48개 주를 돈 자동차’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2012년엔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의 기름통을 가득 채운 후 2616.9km를 달려 ‘한 번 주유로 가장 먼 거리를 달린 자동차’라는 기네스 기록도 세웠다. 이들은 실제와 같은 주행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54.4kg의 여행 가방까지 싣고 달렸다. 두 부부가 보유한 연비 관련 기록은 40개가 넘는다.

 

그런데 이쯤에서 궁금한 대목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연비 좋은 차는 뭘까? 폭스바겐이 2013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한 XL1은 디젤 1ℓ로 111km를 달린다. 연비가 111km/ℓ란 얘기다. 폭스바겐이 ‘1리터 차’ 프로젝트로 개발한 이 차는 48마력을 내는 2기통 디젤 엔진과 27마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결합한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연비를 높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는데, 탄소섬유 보디를 둘러 무게를 795kg으로 줄이고 뒷바퀴를 차체로 덮는 것도 모자라 사이드미러까지 없앴다(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이런 노력으로 공기저항계수 0.189를 달성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1g/km에 불과하며 배터리로는 최대 50km를 달릴 수 있다. 이 차는 그냥 콘셉트카로만 남진 않았다. 폭스바겐은 250대를 생산해 판매했는데 지난해 1월 영국 실버스톤 경매에 한 대가 나왔다.

 

33.1km/ℓ 폭스바겐 파사트 2.0 TDI

 

그런가 하면 2016년 뮌헨 기술대학이 개발한 eLi14는 킬로미터당 0.81kWh라는 전비를 기록하며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전기차라는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 연비로 환산하면 휘발유 1ℓ로 1만956km를 갈 수 있단 기록이다. 기네스에 도전하기 위해 연구팀은 2014년 개발한 eLi14의 무게를 줄이고 모터가 적절한 시기에 힘을 전달하도록 제어 전자장치를 수정하는 데 힘을 쏟았다. 공기역학을 위해 차체를 물고기처럼 유선형으로 디자인했으며 무게를 최소화하기 위해 한 사람만 겨우 탈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들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기네스 인증서를 받아든 연구팀 학생들의 얼굴은 환하게 빛났다.

 

지난 8월 말 <모터트렌드>는 창간 1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폭스바겐 투아렉 3.0 TDI로 ‘풀 탱크 챌린지’에 도전했다. 기름통을 가득 채우고 1600km를 달려보자는 도전이었다. 투아렉 3.0 TDI의 복합연비는 10.3km/ℓ, 연료탱크는 90ℓ다. 계산대로라면 927km를 갈 수 있다. 그런데 1600km라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어려운 걸 <모터트렌드>가 해냈다. 도전에 나선 강병휘와 고정식은 기름을 더 채우지 않고 1600km를 가뿐히 달렸으며 복합연비를 훌쩍 뛰어넘는 22km/ℓ와 22.5km/ℓ의 실제 연비를 기록했다. 자, 여러분도 할 수 있다! 도전 의욕이 ‘뿜뿜’ 샘솟지 않으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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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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