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낡은 것과 틀린 것

오래된 차에 추억이 켜켜이 쌓였다. 여기저기 스친 세월의 흔적마다 나와 함께한 시간과 추억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

2020.10.19

지프 3세대 랭글러(JK)

 

 

1. 10년을 넘게 탄 아내의 지프 랭글러가 어느 날 변속기 문제로 길거리에 주저앉았다. 브레이크 펌프에도 문제가 있어 갈아야 했다. 부품을 한 달 기다리고 수백만 원을 들여 수리하고 나니 그런대로 문제가 해결된 듯싶다. 아내의 랭글러 사랑이 깊어 수리비와 중고차값을 비교하지는 않았다. 내 눈에 랭글러는 아직 멀쩡해서 그대로 두면 끝없이 달릴 것만 같았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다. 그래서 아내의 차를 새로 사고 랭글러를 내가 타기로 했다. 내가 좋아했던 기아 레이를 떠나보낸 거다.

 

지난 10년간 랭글러 타는 재미를 한껏 누렸다. 색도 노란색이라 나름 시선을 모으는 차였다. 랭글러(JK)는 10년 동안 모델 변화가 없어 항상 새 차 타는 기분이었다. 차를 산 후로 산에 간 적은 딱 한 번 동네 뒷산에 오른 것이 전부였다. 지붕을 벗기고 한적한 임도를 달렸을 뿐이다. 네바퀴굴림은 비 오는 날 아스팔트 위에서 한두 번 써보았다. 저속기어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아내는 랭글러만 고집했다. 오히려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이 많았는데, 장거리를 랭글러로 달리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JK는 요즘 차 JL과 달라서 주행질감이 엉망이다. 더구나 휠베이스가 짧은 2도어 모델은 고속으로 달리면 앞뒤로 깡충대는 것은 물론 좌우로 통통튄다. 고속도로 주행질감이 엉망이라도 랭글러는 내게 드림카였다. 알 수 없는 매력에 언젠가는 한번 타야 할 차였다. 이제 10년 된 차를 물려받아 진정한 내 차로 오롯이 즐길 참이다.

 

내 눈에 랭글러는 아직 쇼룸 컨디션을 유지한다. 랭글러는 두꺼운 플라스틱 가드가 몸 전체를 두르고 있어 문콕 걱정을 할 필요가 없었다. 덕분에 10년 된 차의 보디 패널이 아직도 탱탱하다. 그러나 검은색 플라스틱 펜더의 색이 바래간다. 희미한 헤드라이트도 오래된 차의 향기가 짙다. 이제부터 랭글러에서 ‘낡은 차의 매력’을 즐길 참이다. 마음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차에서 아무 데나 세워놓아도 걱정하지 않는 차가 됐다. 자동차의 덕목 중에 마음 편하게 타는 차는 큰 매력이다. 나는 초원을 달리는 카우보이가 되어 적당히 낡은 랭글러 타는 재미에 젖는다. 이보다 더한 낭만이 없다.

 

닷지 다코타 스포츠 V8 콘셉트

 

2. 자동차를 사면 틴팅을 하고 블랙박스를 다는 등 거쳐야 할 항목이 몇 가지 있다. 소비자들의 필수 항목인데 왜 자동차 회사는 처음부터 달아주지 않는 걸까? 그건 꼭 필요하지 않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다.

 

예를 들어 유리창을 검게 칠하는 틴팅은 엄연히 불법이다. 그런데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경찰도 단속하지 않고, 심지어 영업사원이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 품목이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세계적으로 드물게 모두가 앞유리 시커먼 차를 타는 민족이 됐다.

 

과거에도 그런 항목은 많았다. 차가 출고되면 모든 차에 시트커버를 씌우던 시절이 있었다. 고급 시트커버일수록 자동차 회사가 애써 만든 인체공학적인 굴곡을 모두 흐트러뜨렸다. 차라리 시트가 더러워지면 커버를 씌우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SUV는 앞뒤로 범퍼가드를 달았다. 정글 탐험 때나 필요한 장비가 서울 거리에서는 흉기로 보였다. 힘도 부족한 차들이 앞뒤로 무거운 쇳덩이를 달고 다녔다. 자동차 메이커가 직접 달아주는 것도 있었으나 외국에서 불법이라는 것을 알자 슬며시 거둬들였다.

 

한때 휴대전화 거치대를 모든 차가 달았다. 휴대전화를 들고 통화하면 위험하지만 거치대에 놓고 통화하면 안전하다는 이상한 논리였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때 그걸 왜 달았나 싶다. 물론 자동차 메이커는 끝까지 외면했었다. 이 같은 장비들이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만 유행한 것이 놀랍다.

 

볼보 2세대 V60 크로스컨트리(앞)와 V60(뒤)

 

3. 자동차 용어 중에 잘못 쓰는 단어가 눈에 거슬린다. 1인 방송 시대가 되면서 잘못된 단어가 굳어질까 걱정이다. 전문 지식이 요구되는 기자 중에도 잘못 쓰는 경우가 있어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차량’이라는 말이 눈에 거슬린다. 선배는 차량이라는 단어가 일본말에서 유래한 것이라며 사용을 금지했었다. 방송국 아나운서들도 차량이라고 하니 사전에 차량이라 되어있을 것 같다. 일본말에서 유래했는지를 떠나, ‘차’라는 단어로 문제가 없으니 길게 차량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

 

스티어링휠도 ‘핸들’이라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 역시 일본에서 잘못 만들어졌다. 핸들은 도어에 달린 손잡이를 말한다. 스티어링휠이 어렵다면 ‘운전대’라 하면 된다. 또 ‘핸들링’은 스티어링휠을 돌릴 때 느낌이 아니라 차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뜻한다. 핸들링이 좋다는 말은 차가 내 생각대로 잘 따라준다는 말이다. 차체의 강성, 서스펜션의 강도 등 많은 요인으로 만들어지는 핸들링은 차를 평가하는 데 가장 중요한 특성이다.

 

또 바퀴 구멍을 휠하우스라 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휠하우스는 바퀴 구멍 내부의 공간을 말한다. 바퀴 구멍 테두리는 ‘휠아치’가 맞다. 예를 들면 ‘볼보 V60 크로스컨트리의 휠아치에는 두툼한 플라스틱 몰딩을 덧대었다.’ ‘쉐보레 콜로라도는 휠하우스가 커서 큰 타이어로 바꿀 수 있다’ 등이 맞는 표현이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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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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