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메르세데스 벤츠와 현대차의 변곡점과 마일스톤

최근 공개된 11세대 S 클래스와 4세대 투싼을 보면서 두 차가 브랜드의 변곡점은 물론 이정표도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은 최신 전기차는 아니지만 미래를 여는 모델의 바탕이 되고 있다

2020.10.22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

 

이정표 혹은 마일스톤(milestone)은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지금 가는 방향이 옳은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길잡이다. 그래서 우린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그 사건이 중요한 마일스톤이었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과거의 한 시점에 올바른 방향을 선택한 것이 지금의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의 마일스톤은 전환점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전환점, 그건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다. 이전의 관성으로 계속 가는 대신 힘써 다른 곳을 향해 방향을 바꾼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크나큰 의지와 노력 없이는 전환점도 존재할 수 없다.

 

최근 선보인 두 모델에서 ‘세상이 변하고 있구나’를 확실히 느꼈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11세대 S 클래스와 현대 4세대 투싼이 그 주인공이다. 지금 자동차 산업이 미래차로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다. 그런데 최신 전기차도 아닌 두 모델을 이정표 혹은 마일스톤의 예로 드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두 모델은 이른바 ‘변곡점’이다. 변곡점은 수학에서 기울기나 굴곡의 방향이 바뀌는 지점을 뜻한다. 가까이서 보면 이전과 같은 방향인 것 같지만 조금 멀리 떨어져서 보면 ‘아, 거기가 변곡점이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마일스톤을 인식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11세대 S 클래스가 변곡점인 대표적인 이유는 메르세데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기함의 쌍두마차 체제를 선언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두 기함은 당연히 S 클래스와 곧 출시될 EQS다. 두 모델은 각각 내연기관 라인업과 순수 전기차 라인업의 기함이다. 그런데 이 두 모델이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는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쉽게 볼 수 있듯 새로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신기술을 같은 디자인 언어 아래에서 대폭 공유한다. 그리고 두 모델 모두 새롭게 지은 팩토리 56에서 함께 생산된다. 팩토리 56은 탄소중립을 실현한 공장이다. 유럽은 전기차 자체의 이산화탄소 중립부터 생산 공장, 더 나아가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전체 사이클의 이산화탄소 중립을 추구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그리고 그 선봉에서 메르세데스 벤츠의 팩토리 56이 조립 공정의 탄소 중립이라는 2단계 개시를 선언한 것이다.

 

현대 투싼

 

4세대 투싼에는 팩토리 56 같은 공장은 없다. 하지만 S 클래스가 메르세데스 벤츠를 상징하는 모델이듯 투싼은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팔리는 현대 브랜드의 모델이라는, 메인스트림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상징성을 갖는다. 그리고 크게 세 가지 점에서 투싼은 S 클래스와 같은 이정표의 느낌을 줬다. 첫째는 인테리어의 변화다. 개방감을 극단적으로 강조한 계기반 둘레를 보면서 난 투싼의 인테리어에서 자율주행 시대에 활용도를 높이는 개방형 인테리어의 힌트를 엿볼 수 있었다. 아직 실질적으로 실용성이 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사용자들이 자신의 입맛에 맞게 바꿀 수 있는 미래차 인테리어가 갖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에 소비자들이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쇼케이스를 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는 파워트레인의 완성이다. S 클래스처럼 투싼도 내연기관(ICE),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MHEV), 풀 하이브리드(HEV),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등의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선보였다. 순수 전기차는 내년에 출시될 아이오닉 5에게 남겨놓고 나머지는 모두 투싼이 책임지려는 모습이 S 클래스와 EQS의 쌍두마차 구도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 쌍두마차 구도가 투싼을 이정표로 느끼게 하는 세 번째 이유기도 하다. 투싼과 짝을 이룰 현대의 전기차는 아이오닉 5다. 아이오닉 5는 현대 45 콘셉트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였다. 당시 현대 45는 유럽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항상 신생 브랜드처럼 느껴졌던 현대차가 고유 모델을 가진 지 이미 45년이나 된 어엿한 중견 브랜드라는 건 헤리티지를 중시하는 유럽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리고 그 안에 가득한 첨단 기술이 미래차 시대에는 현대차가 유럽 유수의 브랜드를 추월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까지 줬던 것이다.

 

베스트셀러 투싼의 파워와 아이코닉한 아이오닉 5는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여는 완벽한 짝이다. 마치 S 클래스가 EQS와 공장을 포함한 여러 가지를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오늘을 발판으로 내일로 도약하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현대차의 두 쌍두마차다. 이건 일방적인 희생이나 대결 구도가 아니다. 기존 모델이 벌어들인 수익을 미래차에 투자하는 단절적이고 일방적인 구도가 아니다. 투싼과 아이오닉 5는 오늘을 바탕으로 하는가, 미래를 여는가의 임무가 다를 뿐 소비자들에게는 많은 점을 공유한 형제와도 같은 모델이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변곡점의 의미다. 가까이에서는 잘 보이지 않지만 멀리서는 보이는 곡률의 변화가 일어나는 점. 그래서 투싼과 S 클래스의 의미는 이전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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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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