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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패는 면했다, BMW 840i 그란쿠페 vs. 아우디 S7 TDI

1억원이 넘는 독일산 4도어 패스트백과 4도어 쿠페의 대결에서 누가 웃게 될까? 제목에서 여러분은 누구의 완패를 짐작하시나?

2020.10.25

 

아우디 S7은 A7의 고성능 버전이다. 엔진 출력을 높이고 안팎 디자인을 달리해 운전자에게 고성능 모델을 탄다는 뿌듯함을 준다. 최근 2세대 S7이 국내에 출시됐다. V6 3.0ℓ 디젤 엔진을 얹은 S7 TDI는 같은 배기량의 디젤 엔진을 품은 A7 50 TDI 콰트로보다 출력이 60마력 이상 올라갔다. 사실 S7이 속한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시장은 아니다. 그런데 국내 인증이 늦어지면서 S7이 자리를 비운 사이 BMW 8시리즈가 시장에 파고들었다. BMW가 내세운 무기는 고급스러운 실내와 최첨단 장비 그리고 넉넉한 크기와 공간이다.

 

본래 ‘헤드투헤드’는 비슷한 파워트레인과 크기, 가격을 갖춘 모델을 비교하는 자리다. 하지만 S7은 2020년 9월 현재 국내에 디젤 모델만 들어왔고, 8시리즈는 아쉽게도 디젤 모델의 시승차가 없었다. 우린 고민에 빠졌다. ‘파워트레인이 다른 두 모델을 헤드투헤드 링에 올리는 게 맞을까?’ 하지만 우린 파워트레인의 차이가 두 차의 가치와 본질을 흐리진 않을 거라고 판단했고 둘의 비교 시승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S7 TDI와 840i 그란쿠페는 마침 가격도 엇비슷하고 출력도 비슷하다. 1억원이 넘는 독일산 4도어 패스트백과 4도어 쿠페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까?

 

 

주행품질과 핸들링

S7이 디젤이라니! 더 놀라운 건 아우디 독일 홈페이지에도 S7 휘발유 모델이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또 놀라운 건 북미 모델에는 휘발유 버전이 있다. 그래서 결론은 ‘왜 아우디 코리아는 가져올 수 있는 북미형 휘발유 모델이 있는데도 유럽형 디젤 모델을 가져온 것일까?’다. 디젤 게이트의 한복판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려고 e-트론 등 전기차를 앞다퉈 출시하는 아우디가 왜 S7을 디젤로만 가져가려는 것인지 정말 궁금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그리고 이런 의구심은 주행품질과 핸들링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S7 TDI는 더 이상 S 모델이 아니었다. 그냥 고성능 디젤 엔진을 얹은 A7의 윗급 모델이라고 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 토크는 풍성하지만 파워의 강렬함이 부족하고, 승차감은 풍성하지만 탄탄함과 예리한 조종 감각이 부족하다. 아우디 시승 행사에서 S6와 S7을 번갈아 타면서 S7의 앞머리가 더 느슨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같은 파워트레인에 기본적으로는 똑같은 플랫폼인데도 그런 부분이 좀 의아했다. 한 가지 의심이 가는 게 있다면 패스트백 스타일의 아주 넓게 열리는 트렁크다. 열리는 면적이 넓을수록 차체 강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으니 위만 딸각 열리는 S6보다 비틀림 강성이 떨어지고, 앞바퀴를 노면에 눌러 붙이는 접지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거운 디젤 엔진을 실었으니 확연히 느껴질 만큼 앞머리의 움직임이 둔해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디젤 엔진을 얹은 모델들 가운데서도 앞바퀴 움직임이 또렷했던 아우디 모델이 없었던 건 아니다. 심지어는 SUV였던 SQ5 TDI는 앞 타이어가 너덜너덜해지더라도 절대 앞바퀴 접지력과 선회성을 포기하지 않아 그 강렬한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런데 S7은 왜 이럴까? 결론은 하나로 귀결된다. 아우디는 더 많은 S7과 S6를 팔고 싶었던 모양이다. 승차감은 상당히 좋다. 게다가 실내는 정말 조용하다. 이진우 편집장과 서인수가 이구동성으로 “요즘 아우디는 정말 조용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S 모델에서도 그대로 통했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처음에 ‘우르릉!’거리며 S7이라는 걸 과시하지만 이내 다시 조용해진다. S7이 아니라 A7 60TDI S 라인 패키지라면 ‘딱’일 성격이다. 어쨌든 핸들링은 S 모델에 어울리지 않는다. 앞바퀴 접지력과 회두성이 무디고 둔하다. 코너링 도중에 가속페달을 조금 강하게 밟으면 여지없이 언더스티어가 일어난다. 앞바퀴굴림이 기본인 MLB 플랫폼이라고는 하지만 이건 그런 이유에서 오는 것만은 아니다.

 

 

이에 비해 840i는 M 버전도 아닌데 예리한 핸들링과 믿음직한 접지력을 보여줬다. S7보다 훨씬 큰 차인데도 슬라럼이나 회피 기동에서 훨씬 작은 차처럼 민첩하고 깔끔하게 움직였다. 이진우 편집장이 CLAR 플랫폼을 사용하는 신세대 BMW 모델의 우수한 주행성을 칭찬했는데 난 그중에서도 가장 우수한 모델이 840i라고 생각한다. 840i의 주행 질감은 매우 스포티하지만 동시에 대단히 고급스럽다. 정확하게 움직이면서 노면 충격까지 잘 흡수하는 절묘한 조화다. 그래서 매우 쾌적하면서도 즐겁다. CLAR 플랫폼의 우수성도 원인이겠지만 시트에서도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일반 모델인 840i의 시트가 스포츠 모델인 S7보다 높이가 확실히 낮으면서 패딩도 탄탄하다. 그런데 몸에는 더 편하다. 마치 최고급 소파가 두툼한 패딩 없이도 몸을 편안하게 잡아주는 느낌과 비슷하다.

 

840i의 접지력은 정말 대단하다. 앞서 말했듯 슬라럼이나 회피 기동에서도 앞바퀴는 물론 뒷바퀴도 절대로 땅을 놓지 않는다. 그리고 고속 선회 중에 가속페달을 일부러 거칠게 다루더라도 안정감은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다. 주행안정장치를 끄고 운전대를 무리하게 조작해야만 영화 같은 주행 장면을 겨우 만들어낼 수 있을 정도다. 가속페달을 이용해 선회 특성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없다는 게 조금 심심할 수는 있겠지만 엄청나게 높은 속도계를 보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이번 대결에 불려온 840i는 M 모델은커녕 M 퍼포먼스 모델도 아니다. 그런데 S7보다 더 스포티하다. 그리고 주행질감도 더 고급스럽다.

 

 

제동 성능과 발진 가속

주행 성능에서 핀잔을 받았던 S7이 제동 성능에서는 840i를 앞섰다. 시속 80km에서 급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S7은 23.59m를 가 정지했는데 840i는 24.35m가 필요했다. S7은 적절한 수준의 노즈 다이브로 차체의 안정감도 잘 유지했다. ABS의 모듈레이션 소음도 거슬리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무난한 제동 성능이다. 이에 비해 840i는 S7보다 작은 노즈 다이브와 명료한 접지감 등 우수한 주행 안정감을 보였는데도 ABS가 보수적으로 제동력을 조절한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브레이크 페달을 처음 밟으면 상당히 민첩하게 반응하지만 더 깊게 밟아도 굳은 감각을 전달하며 제동력이 비례해 늘어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제동력의 조절이 가장 큰 장기인 BMW 모델로서는 조금 아쉬운 대목이다. 갖고 있는 잠재력을 모두 꺼내서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우디 S7

 

두 차 모두 3단에서 시속 100km를 돌파하는 상당한 고성능 모델이다. S7은 2단에서 3단으로 바뀔 때 4900rpm까지 매끈하게 회전수를 올리는 등 디젤 엔진이 어디까지 진화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출발할 때의 엔진 응답성은 여전히 디젤 엔진의 숙제라는 점도 보여줬다. 엔진 제원에서는 뒤졌던 840i지만 마력 대 무게비에서는 작게나마 앞섰다.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었다. 승부를 갈랐던 건 이런 양적 데이터가 아니라 질적인 면이었다. 840i의 엔진은 출발할 때 민첩하게 반응했고 6800rpm까지 단숨에 맹렬하게 가속했다. 특히 6000rpm이 넘어서도 전혀 힘들어하지 않고 훌륭한 사운드까지 들려주는 덕에 가슴으로 느끼는 가속감도 더 빨랐다. 조종 감각만큼이나 가속감도 매우 선형적이고 이해하기 쉬웠다.

 

BMW 840i 그란쿠페

 

이해하기 쉬운 가속페달과 엔진 감각은 일상 주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출발할 때 꼭 필요한 만큼만 출력을 꺼내 사용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차가 울컥거리는 현상이나 쓸데없이 기름을 많이 쓰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 럭셔리한 승차감에도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나윤석

 

S7의 실내는 A7과 거의 똑같다. 센터페시아를 두 개의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정리했다. 운전대 너머에도 큼직한 디지털 계기반을 달았다.

 

운전석과 실내 공간

두 차 모두 1억원이 넘는 모델인 만큼 실내가 무척 여유롭고 고급스럽다. 하지만 실내 분위기는 꽤 다르다.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로 센터페시아를 정리한 S7이 첨단 분위기라면 송풍구 아래 버튼을 가지런히 배치한 840i는 전통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그렇다고 낡고 오래된 느낌이라는 건 아니다. 운전대 너머로 보이는 디지털 계기반이 적당히 첨단 분위기를 살린다. 이진우 편집장과 나윤석 칼럼니스트 그리고 난 그런 840i에 후한 점수를 줬다.

 

 

“S7의 실내 공간은 화려해. 반짝이는 디스플레이가 센터페시아 위아래를 도배하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아. 그런데 고급스럽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화면을 뒤덮은 지문을 보면 몸이 막 간지러운 것 같거든.” 지문 자국에 유난히 민감한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지문이 덕지덕지 묻은 S7의 디스플레이에 눈을 흘겼다. “과거 아우디 모델은 최첨단 실내가 큰 장점 중 하나였어. 그런데 요즘은 안타깝게도 그런 장점이 잘 보이지 않아. 디지털 계기반까지 디스플레이가 세 개라고 해도 이젠 물리 버튼을 줄이면서 원가를 절감하려는 방편으로밖에 안 보여.” 이진우 편집장 역시 S7의 실내를 못마땅해했다. 나 역시 버튼이 고스란한 840i가 조작하기에 더 직관적이고 편하다는 생각이다. S7은 라디오를 켜려고 해도 디스플레이에서 찾아 들어가야 하는 게 번거롭다.

 

 

하지만 우리 중 가장 어린 장은지의 의견은 달랐다. “전 원래 직관적인 버튼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쪽이었어요. 그런데 아우디 디스플레이의 터치감에 반해버리고 말았죠. 손이 닿으면 얇은 버튼을 누르는 것처럼 귀에 감기는 입력음이 들리고 손가락을 살짝 밀어내는 듯한 진동이 느껴지는데 거부할 수 없는 마약 같았다고 할까요? 그래서 자꾸 누르게 됐어요(아, 그 지문 범벅의 범인이 장은지였다니!).” 아우디는 누르는 맛을 좋게 하기 위해 디스플레이에 햅틱 피드백을 적용했다. 그것 때문에 두 번 눌러야 하는 게 난 불편했는데 장은지는 오히려 그걸 좋아했다.

 

840i의 실내는 여느 BMW 모델과 비슷하지만 아이보리색이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기어노브는 스와로브스키의 크리스털을 감았다.

 

시승차로 온 840i 그란쿠페는 시트와 도어 안쪽은 물론 바닥까지 환한 색으로 치장했다. 반면 S7은 온통 검은색이다. “840i는 럭셔리 GT답게 실내도 호화스러워요. 아이보리색으로 멋을 낸 가죽 시트와 BMW의 최신 인테리어 그리고 스와로브스키가 만든 크리스털 기어노브가 입을 쩍 벌어지게 할 정도죠.” 김선관이 840i의 환한 실내를 칭찬했다. “럭셔리 GT 구매자들은 그 차가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야. 멋을 내고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사는 거지. 840i의 크리스털 기어노브를 봐. 누군가를 옆에 태웠을 때 오너의 자존감을 한껏 높여주는 오브제가 될 게 틀림없어.” 이진우 편집장은 특히 840i의 기어노브를 마음에 들어 했다. “840i의 기어노브가 근사하다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S7에도 필살기가 있어요. 오디오를 켜면 대시보드 양 끝에 UFO처럼 뱅앤올룹슨 스피커가 올라오거든요. 이거 감동이지 않아요?” 장은지의 말에 ‘그런 게 있었어?’라는 표정으로 이진우 편집장과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두리번거렸다.

 

 

실내 공간과 편의장비는 둘 다 비슷하다. 하지만 S7은 무선으로 카플레이를 연결할 수 있는 기능을 챙겼고 840i는 요즘 BMW 모델이 물려받는, 온 길을 기억해 최대 50m까지 스스로 후진해 빠져나가는 후진 어시스턴트 기능을 갖췄다. 둘 다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이 있지만 S7에는 차선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레인 어시스트 기능이 빠져 있다. “1억원이 넘는 차에 차로 유지 시스템이 없다고?” 이진우 편집장이 불만을 드러냈다. S7은 운전대 뒤에 달린 레버로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을 조작해야 한다는 것도 불편하다. 버튼이 잘 보이지 않아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 반면 840i는 운전대 왼쪽에 달린 버튼으로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열선 스티어링휠 버튼도 운전대 아래 잘 보이는 곳에 달았다(S7에는 열선 스티어링휠이 없다).

 

 

휠베이스가 95mm 긴 만큼 뒷자리도 840i가 좀 더 여유롭다. 단, 840i는 뒷자리 가운데 바닥이 아예 막혀 있어 둘만 탈 수 있게 했지만 S7은 가운데 바닥이 불룩 솟긴 했어도 막혀 있진 않아 억지로 셋이 탈 순 있다(아우디는 S7을 5인승이라고 주장한다). “다른 건 몰라도 트렁크 공간만큼은 S7의 압승이에요. S7은 트렁크가 해치백처럼 통째로 열려 짐을 싣기가 수월하지만 840i는 위쪽만 열려 입구가 좁잖아요. 공간도 S7이 더 넉넉하고요.” 장은지의 외침에 이진우 편집장이 일갈을 날렸다. “이 차가 짐차도 아니고 구매자들은 크게 신경 쓸 것 같지 않은데?” 트렁크를 뺀 운전석과 실내 공간에서 S7은 840i를 넘지 못했고 장은지를 뺀 나머지는 840i의 손을 들었다.

서인수

 

 

연비

“휘발유와 디젤 모델의 연비 비교는 큰 의미가 없지 않을까요?” 제원표를 꼼꼼하게 살피던 장은지가 에디터들을 향해 말했다. 그러자 인자함의 아이콘인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대답했다. “그래도 휘발유 모델의 연비를 감수할 만한 무언가가 있는지 확인해야 할 거야.” 사실 그 자리에 있던 에디터 대부분은 이번 승부가 쉽게 끝날 줄 알았다. 이유는 장은지가 말한 엔진의 차이 때문이다. 디젤과 휘발유 엔진의 가장 큰 차이는 엔진 발화 방식인데, 일반적으로 휘발유 엔진은 공기와 연료를 섞은 혼합기에 불꽃을 터뜨려 인위적으로 폭발시킨다. 반면 디젤 엔진은 20대 1 정도로 압축된 공기에 연료를 안개처럼 분사해 자체 폭발을 유도한다. 이런 발화 방식의 차이는 연비의 차이로 이어진다. 일반적으로 휘발유 엔진은 약 25%, 디젤은 약 35%의 효율을 갖는다. 에디터들이 연비에서 S7 TDI의 승리를 점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목적지에서 확인한 840i와 S7 TDI의 연비는 각각 10.0, 10.5km/ℓ였다. 결과만 본다면 S7의 승리가 분명하다. 하지만 공인연비와 비교하면 상황은 조금 다르다. 840i의 시내, 고속도로, 복합연비는 8.3, 11.1, 9.4km/ℓ고, S7 TDI는 10.7, 14.1, 12.0km/ℓ였다. 그러니까 840i는 공인연비보다 더 긴 거리를, S7 TDI는 더 짧은 거리를 달린 거다. 이 결과를 마주한 에디터들도 도무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이었다. 그렇다면 차이는 어디서 생긴 걸까?

 

아우디 S7

 

가장 먼저 입을 뗀 건 나윤석 칼럼니스트다. “물론 연비는 S7 TDI가 좋아. 하지만 주행 중에 느꼈던 840i의 응답성과 출력 특성을 생각하면 휘발유 엔진의 연비도 나쁘지 않았어.” 뒤이어 서인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특히 시속 100km에서도 꽤 낮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는 것으로 봐선 고속 크루징에선 공인연비보다 더 높은 연비를 낼 것으로 보여요.” 840i는 시속 150~160km에서 항속 주행을 할 때 운전자가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면 엔진 회전을 멈추고 관성 주행을 하게 해 기름을 깨알같이 아낀다. S7 TDI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얹었는데 시속 22km 이하에서 엔진 작동을 멈춰 차가 정지할 때까지 불필요한 사용을 막고, 고속으로 주행하는 중이면 40초 동안 엔진 도움 없이 관성으로 달릴 수 있게 한다.

 

“난 S7 TDI의 완벽한 승리를 예상했어.” 한참을 생각하던 이진우 편집장이 입을 뗐다. “S7 TDI가 높은 연비를 내는 건 디젤 엔진이기도 하지만, 낮은 엔진 회전수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아이신 8단 자동변속기의 역할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 ‘S’가 붙은 고성능 모델치고 변속기가 너무 얌전한 것 같지 않아?” 그러자 기다리기라도 한 듯 나윤석 칼럼니스트가 재빨리 말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야. 840i와 S7 TDI의 기어비도 거의 비슷해. 최종 감속비만 S7 TDI가 약간 낮을 뿐이지. 그래서인지 모르겠지만 고속으로 항속 주행할 때 느낌도 비슷했어.” 이진우 편집장과 나윤석 칼럼니스트의 지적에 모두들 말이 없었다. 일종의 암묵적 동의였다.

 

BMW 840i 그란쿠페

 

BMW는 840i의 연비를 챙기기 위해 무게를 줄이고 다양한 기술을 집어넣었다. 알루미늄 모노코크 섀시에 도어와 지붕, 보닛, 엔진 서브 프레임 등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고 가변밸브 타이밍 시스템을 적용해 즉각적으로 동력을 공급하고 엔진 효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크랭크샤프트와 오일펌프의 무게를 줄이고 밸브 드라이브의 마찰력을 낮춰 효율성을 더욱 높였다. 아우디도 BMW 못지않다. 엔진 회전수와 과급압에 따라 터빈 날개로 들어가는 배기가스의 흐름을 관리하는 가변식 터빈 지오메트리로 연료 손실을 줄인다. 두 브랜드 모두 연비를 위해 열일을 했다.

 

실제 연비 결과만 놓고 보면 이 대결은 S7 TDI의 승리다. 하지만 ‘공인연비 대비’라는 전제가 붙으면 승부는 완전히 뒤집힌다. S7 TDI는 기대만큼 연비를 끌어올리지 못했고, 840i는 다양한 기술과 세팅으로 무척이나 선전했다. 디젤 엔진을 얹은 S7 TDI가 연비 대결에서 휘발유 엔진을 품은 840i를 완전히 압도하지 못했다는 건 크나큰 오점이 아닐 수 없다.

김선관

 

 

구매와 소유 비용

럭셔리와 고성능. 통장 잔고가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떨 만한 두 조건이 양립하는 모델이 링 위에 맞붙었다. BMW 840i x드라이브 그란쿠페와 아우디 S7 3.0 TDI는 럭셔리와 고성능을 각각 x와 y 값으로 두는 함수로 쳤을 때 가장 오른쪽 위에 포진한 귀한 몸이다. 840i는 엔진 트림이 나뉘는 것을 빼고는 따로 추가하거나 선택할 수 있는 옵션조차 없다. 스스로 ‘완결됐다’ 자부하는 높은 콧대만큼 두 모델의 기본 가격은 1억원을 가뿐히 뛰어넘는다. 자동차 값에 ‘1억원’은 단순한 숫자가 아닌, 말하자면 분기점이나 다름없다. ‘헤드 투 헤드’ 시승 때마다 1억원 아래의 차들에는 여타 조건이 참작되는 반면, 1억원이 넘는 차는 <모터트렌드> 에디터들의 가차 없는 검열을 당한다. 게다가 이번 차들은 ‘헤드 투 헤드’에 오랜만에 등장한 세단. 우리는 여느 때보다 설렘과 흥분을 안고 눈은 부릅뜬 채 두 차의 비교에 나섰다. 이번 라운드는 구매와 소유 비용이다.

 

아우디 S7

 

V6 디젤 엔진을 얹은 S7 3.0 TDI의 신차 가격은 개별소비세 3.5%를 적용해 1억1589만4000원이다. 직렬 6기통 휘발유 엔진을 얹은 840i x드라이브 M 스포츠 쿠페는 1억3830만원, 같은 엔진의 840i x드라이브 M 스포츠 그란쿠페는 1억3450만원, 직렬 6기통 디젤 엔진을 얹은 840d x드라이브 M 스포츠 그란쿠페는 1억 3490만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이 중 우리가 시승한 840i x드라이브 M 스포츠 그란쿠페와 S7 3.0 TDI는 기본 가격만 약 1860만원 차이가 난다. 더구나 BMW가 재구매와 트레이드 인 등 전체 모델에 해당하는 혜택 말고는 8시리즈에 별다른 할인 카드를 꺼내 들지 않은 반면, 아우디는 S7을 현금으로 살 때(타사 금융 이용 포함) 189만원을 할인해주고, 자사 금융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300만원을 추가로 할인해준다(BMW는 자사 모델 재구매와 트레이드 명목으로 신차 가격의 1~2%를, 아우디는 재구매와 트레이드 인 조건에 부합하면 각각 230만원을 추가로 할인한다). S7에 가장 적은 할인율(현금 구매)을 적용하더라도 두 차의 가격은 이미 2000만원 이상이다. 차값에 따라 상승하는 취·등록세와 공채 할인까지 더하면 두 차의 실제 구매 가격이 가파르게 벌어지는 건 당연하다.

 

BMW 840i 그란쿠페

 

보험료와 소모품 비용 사정도 다르지 않다. 보험에서 주요 보장 내역을 더한 결과 840i가 S7보다 10만원 정도 높게 나타났고, 주요 소모품의 합산 차이는 약 8만원으로 역시 840i가 높았다. 840i는 휘발유, S7은 디젤 엔진을 품었으니 S7의 연비가 우월한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비용 측면에서만큼은 840i보다 S7이 우세하다는 게 자명하다. 이진우 편집장과 에디터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여기에 모두 ‘건조하게’ 동의했다. 그러나 사실 머릿속으로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걸 입 밖으로 가장 먼저 꺼낸 건 김선관이다. “그런데 1억원 중반대에 육박하는 차를 사는 사람들에게 2000만원이 결정을 좌우할 만큼 큰 비용일까요?” 그 말이 맞을 수 있다. 쓰라리지만 돈의 가치는 사람마다 다르게 매겨진다. 또 돈의 가치는 그 돈의 사용처에 따라서도 유연하게 반응한다. 예컨대 명품 의류에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이 수도세나 전기세에는 지나치게 예민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보자. 최상급 모델이 주는 아늑함과 고성능 퍼포먼스, 이 모두를 누리려는 사람이 2000만원 때문에 나머지 1억원의 효용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선택을 하게 될까? 물론 그렇지 않다. 김선관의 말에 맞장구를 치던 서인수는 한마디로 이 상황을 정리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주행 성능과 승차감, 실내 공간 등 모든 면에서 ‘가심비’를 만족시키는 건 단연 840i야. 이런 차야말로 가심비가 중요한 것 아닐까?” 서인수의 말에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에디터들 사이에서 이진우 편집장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뗐다. “그런데 이렇게 비싼 차들은 구매나 소유 비용보단 감가상각비를 따져봐야 하지 않을까? 두 모델의 잠재 오너 중에서 비싸다고 사는 걸 주저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테니까.” 허를 찌르는 이진우 편집장의 접근에 나와 김선관은 동시에 경탄의 눈빛을 보냈다. 재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가 하락하기 마련이다. 더욱이 재화 중에서도 비싸고, 탈수록 값이 떨어지는 차는 말할 것도 없다. 감가상각비는 그런 하락하는 가치를 고려해 원가에 포함하는 감가액을 말한다. 어떤 차의 몸값이 가파르게 떨어질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둘 중 무엇을 사는 게 거시적으로 이득인지 따져볼 수 있다. 생각이 깊어지던 차, 이진우 편집장이 뒤이은 말로 이 사태를 평화롭게 매듭지었다. “디젤 엔진의 매력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니 나중에 차를 되팔 때 디젤 엔진을 얹은 S7보다 휘발유 엔진의 840i가 가격 방어를 잘하겠지. 그렇다고 840i가 답이란 건 아니야. 평소 고속 크루징이 많은 사람이라면 직진 안정성이 높고 디젤 엔진으로 연비가 좋은 S7이 당장의 만족스러운 선택이 될 테니까.”

장은지

 

최종 결론

주행품질과 핸들링, 운전석과 실내 공간에서 840i가 S7 TDI를 완전히 눌렀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S’ 배지에 어울리지 않는 S7 TDI의 느슨한 핸들링과 민첩하지 못한 움직임에 고개를 저었고, 이진우 편집장은 1억원이 넘는 차가 편의장비를 충분히 챙기지 못했다며 S7을 아쉬워했다. S7 TDI는 실제 연비에서도 휘발유 엔진을 얹은 840i보다 월등히 뛰어난 실력을 보이지 못했다. 운전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어찌 됐건 840i가 S7 TDI보다 겨우 0.5km/ℓ 낮은 연비를 보였을 뿐이다. S7이 840i보다 나은 게 있다면 그건 2000만원 저렴한 차값과 위로 크게 열리는 트렁크다(S7은 패스트백 스타일이라 해치백처럼 트렁크가 통째로 열리지만 840i는 트렁크 위쪽만 딸깍 열린다). 하지만 이 사실이 에디터들의 마음을 돌릴 순 없었다. 장은지만 아니었다면 S7은 840i에 완패할 뻔했다.

 

AUDI S7

● 장은지 주행성능에서 840i가 우월하단 것엔 동의하지만 30대 초반인 내가 타기에 840i는 조금 중후한 인상이다. 너무 럭셔리한 게 죄라면 죄. 크리스털 기어 노브도 내 취향에선 과하다. 반면 엉덩이 라인까지 뾰족하게 뽑아낸 S7은 보다 젊고 맹랑한 느낌이다. 우아한 배기음과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는 터치스크린의 터치감도 심금을 절절히 울렸다.

 

BMW 840i GRAN COUPE

● 이진우 아우디 S7은 고성능 모델이고 BMW 840i는 일반 모델인데 일반 모델이 더 잘 달리고 재미있으며 더 럭셔리한 느낌을 준다.
● 나윤석 840i는 더 스포티하면서 더 럭셔리했다. 아우디는 진짜 S7을 가져와라.
● 서인수 840i는 2000만원의 값을 더 치를 만큼 주행품질이 훌륭하고 실내가 고급스러우며 여유롭다. 아우디는 무조건 벤츠, BMW보다 낮은 가격을 고수하기보단 모델에 맞는 엔진과 상품 구성을 고려해야 한다.
● 김선관 S7은 ‘S’라는 배지가 무색할 만큼 이름값을 하지 못했다. 반면 840i는 단단한 섀시 강성과 낮은 무게중심, 끈적한 접지력, 탄탄한 서스펜션 반응 등이 어우러져 전반적으로 고급스럽고 우아한 움직임을 보인다. 럭셔리 GT라는 수식어가 조금도 아깝지 않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BMW 840i 그란쿠페, 아우디 S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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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최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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