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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배터리 데이, 정말 소문난 잔치였을까?

테슬라 배터리 데이는 사람들이 기대했던 내용은 나오지 않았지만,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었다

2020.11.12

 

테슬라 배터리 데이를 며칠 앞두고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전기차 회사가 배터리 관련 전략을 발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배터리 데이와 관련해 일론 머스크는 2020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배터리 데이까지만 기다려라. 정신 못 차리게 해주겠다”는 말로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고, 트위터에선 “9월 22일 배터리 데이 때 흥미로운 것이 많을 것”이라는 말을 남겨 배터리 데이에 대한 기대감을 끌어올렸다. 그의 말과 메시지에서 배터리 데이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지만 지금껏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보여준 혁신은 사람들로 하여금 대단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지난 9월 22일, 드디어 배터리 데이의 뚜껑이 열렸다. 행사장은 자동차극장처럼 테슬라 전기차를 줄지어 세워놓고, 사람들은 고함과 환호 대신 경적을 울리며 일론 머스크를 맞이했다. 하지만 행사가 진행될수록 사람들의 경적 소리는 점차 잦아들었다. 배터리 데이에서 사람들과 시장이 기대했던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나 100만 마일(약 160만km)을 달릴 수 있는 배터리 등 시장을 새롭게 바꿀 만한 혁신 기술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신 테슬라는 배터리와 관련된 세 가지 목표를 제시했는데 배터리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 그리고 생산 규모 확장이다.

 

배터리 셀에 있는 포일을 나선형으로 쌓는 형태로 만들어 50mm의 전자의 이동 통로를 만들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테슬라의 무기는 ‘4680’ 배터리다. 지름 46mm, 길이 80mm의 원통형 배터리로 접촉면 전체를 도체로 활용했다. 접촉면 전체가 도체 역할을 하면 전달 면적이 넓어 전자의 이동이 수월해진다. 따라서 저항이 줄고 열 분산율이 높아져 소실되는 에너지가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현재 테슬라 모델에 들어가는 18650 배터리와 비교해 5배의 에너지를 저장하고 출력을 6배나 높일 수 있다. 다만 주행가능거리가 겨우 16% 길어진다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생각보다 굉장한 배터리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배터리 원가 절감에는 상당한 강점이 있다. 내용도 구체적이다. 테슬라는 디자인 개선(14%), 셀 공장 개선(18%), 실리콘 음극재(5%), 양극재와 공정 개선(12%), 차체와 배터리팩 통합(7%)의 총 다섯 가지 방안을 통해 배터리 원가를 3년 동안 56% 낮추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기차 비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 비용을 반 이상 줄이면 전기차 가격도 많이 낮출 수 있다. 그래서 테슬라는 이런 배터리 혁신으로 2만5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2900만원짜리 소형 전기차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다만, 아무리 배터리 성능이 좋고 비용이 낮아도 배터리 생산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2019년까지만 해도 전기차가 소비하는 전력은 0.1TWh에 불과했다. 하지만 미래에 로봇 택시, 전기차로 된 픽업트럭, 스포츠카, 세미 트럭 등이 등장하면 지금의 100배인 10TWh가 필요할 거다. 이런 배터리 수요에 대비해 테슬라는 자동화 시스템이 새롭게 구축된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내년 말까지 10GWh의 4680 배터리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2022년까지 연간 100GWh, 2030년까지 연간 3TWh로 점차 생산량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배터리 데이는 소문난 잔치였다. 물론 사람들이 먹고 싶은 음식이 없을 뿐이지 먹을 것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테슬라가 발표한 내용이 상용화된다면 지금의 전기차 단가나 배터리 수급 문제에 큰 진전을 가져와 내연기관을 대체하고 환경보호에도 크게 일조할 것이다. 물론 전고체 배터리나 100만 마일 배터리가 아닌 점은 아쉽다. 하지만 배터리 양산에 성공해 전기차 가격을 낮출 수만 있다면 전기차 대중화에 새로운 촉매제가 되지 않을까?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테슬라의 행보를 지켜보는 일이다.

 


 

 

테슬라 배터리 데이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테슬라 주가는 10% 남짓 폭락했다. 물론 며칠 만에 배터리 데이 전 주가를 회복하기는 했지만 이후 정체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왜일까?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는 발전을 이야기했지만 소문처럼 획기적이지는 않았고, 혁신의 결과 또한 2023년은 되어야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행사에서는 올해 말에서 내후년 사이 나온다고 했던 신형 로드스터, 세미 트럭(트랙터), 사이버 트럭에 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이야기를 한 주체가 다름 아닌 테슬라라는 것이다. 그동안 테슬라는 계획했던 일정에 맞춰 무언가를 내놓은 일이 거의 없다.

 

 

주가는 기업의 미래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다. 배터리 데이 전까지는 사람들의 기대가 테슬라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행사 내용이 시장의 기대를 키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주가 폭락 후 바로 회복한 것은 테슬라에는 다행이다. 그들이 제시한 계획과 비전이 시장의 기대와 관심을 붙들고 있을 정도의 설득력은 있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혁신을 동력으로 여기까지 온 테슬라였기에 배터리 데이에 새로운 동력이 될 혁신이 발표되고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요동칠 거란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다만 배터리 셀을 자체 생산하겠다는 테슬라의 선언은 배터리 업계를 긴장시켰다. 전기차 업계의 가장 큰 손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상대로 뒤바뀌기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컸다.

 

일론 머스크 CEO의 이런저런 선언에 부정적인 평가와 어두운 전망만 이어졌다. 모델 3를 3만5000달러 이하로 내놓겠다는 호기로운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일 등이 다시 회자됐다. 테슬라는 일단 독일의 배터리 생산업체 ATW를 인수하는 것으로 실천을 시작했다. 앞으로 벌어질 일들도 차분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혁신이란 동력이 소멸하면 테슬라의 생명도 꺼질 수 있다는 건 일론 머스크도 잘 알고 있을 테니까. 하지만 아직은 아무 일도 없었다. 글_고정식

 


 

한국의 배터리 관련 회사

 

 

S&T모티브

국내 유일의 EV 모터 공급사다.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기아차 하이브리드는 시동모터를,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차에는 EV 모터를 전량 공급하고 있다.

 

 

한온시스템

전기차는 겨울철 열 낭비를 막는 것이 주행거리 확보에 필수적이기에 수준 높은 냉각 기술이 필요하다. 전기차에 필요한 통합 열관리 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

 

 

우리산업

전기 발열을 통해 난방을 작동하는 시스템인 PTC 히터를 테슬라에 공급한다. 현대차와 수소연료전지전기차에 대한 PTC 히터 독점 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 뚜렷한 경쟁사도 없다.

 

 

일진머티리얼즈

리튬이온 2차전지용 음극 집전체에 사용되는 일렉포일의 국내 1위 제조회사다. 얇게 만들면서도 표면을 매끄럽게 처리하는 것이 생산 기술의 핵심이다.

 

 

솔브레인

2차전지 전해액을 생산해 삼성SDI, SK이노베이션, LG화학 등에 공급하고 있다. 전해액은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에 리튬이온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2차전지의 4대 핵심 소재로 꼽힌다.

 

 

 

 

모터트렌드, 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테슬라 배터리 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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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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