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PHEV 차별은 부당하다

국내 친환경차가 승용차 판매 10%를 넘어섰다. 전기차와 수소차에 집중된 친환경차 지원책은 손을 볼 때가 되었다. 화력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를 쓰는 것보다 연비가 2배 높은 PHEV가 더 친환경적일 수 있다

2020.11.15

재규어 XKR

 

1990년대 후반 국내에 론칭한 재규어 XKR을 처음 운전했던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다. V8 엔진에 무려 370마력의 출력을 지녀 스포츠카를 제대로 경험하게 해준 첫 차나 다름없었다. 지금은 국산 세단에서도 300마력을 넘는 출력을 쉽게 만날 수 있고, 스포츠카라고 하는 차들은 500마력을 넘어야 간신히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가 됐다.

 

물론 지금의 가장 큰 변화는 전동화 파워트레인의 등장이다. 자동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며 비난을 받고 연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은 1970년대부터 꾸준하게 제기된 문제였지만, 실제 몸으로 느낄 만큼 큰 변화가 시작된 것은 2015년 디젤 게이트 이후다. 세계적으로 큰 충격을 준 것은 물론 여러 정부를 움직여 강력한 환경 규제에 나서게 한 계기가 되었다. 테슬라가 2006년 로드스터를 선보였을 때나 2012년 모델 S를 내놓았을 때만 해도 찻잔 속의 태풍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디젤 게이트가 얼마나 자동차업계에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다.

 

덕분에 도로에 팔리는 자동차들은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순수 배터리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 전기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에 마일드 하이브리드까지 전기모터를 이용한 동력원들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올해 9월까지 팔린 국산차(승용 및 경화물차)는 약 39만대인데, 이 중에서 거의 4만4000대가 이런 친환경 파워트레인을 얹은 차다. 이미 10%를 넘어선 숫자로 대세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동차의 세계를 직업으로 삼은 입장에서 사실 전기차의 창궐은 그리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시대의 요구가 그렇고 환경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물론 단거리 이동용으로 쓰던 스쿠터를 전기 스쿠터로 바꾸고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가능하면 전기차를 선택해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려 노력도 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에 나오는 신차 라인업에 전동화 파워트레인이 들어 있으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사실 유럽 회사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디젤 게이트에서 촉발된 실도로 주행 연비 제도에서 제시하는 연비 기준, 그러니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맞추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가장 빡빡하다고 할 수 있는 유럽은 2015년에 정한 기준으로 내년이 되면 km당 95g을, 2030년이 되면 여기에서 30%를 또 줄여 67g/km, 우리 기준으로 따지면 평균 연비가 리터당 34km를 달성해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를 위해 두 개로 나뉜 접근 방법을 쓰는데, 우선은 배출가스가 전혀 없는 순수 전기차의 판매를 늘리는 것이고 두 번째는 현재 내연기관차의 효율을 개선해 연비를 높이는 일이다. 거의 손을 놓고 있다시피 했던 전기차의 개발에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기 때문에 이들 모두 예외 없이 후자, 그러니까 그들이 지난 100년 동안 자동차업계를 이끌었던 엔진의 효율을 높이고 전기모터를 보조적으로 쓰는 하이브리드에 더 공을 들여왔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출시하기 시작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이런 노력의 결과로 나온 차들이었다.

 

BMW X5 x드라이브 45e

 

아쉬운 것은 국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에 대한 보조금 500만원의 조건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50g/km 이하면서 순수 전기 주행가능거리 30km 이상을 동시에 충족하는 중소형차라는 점이다. 중소형차라고 딱 집어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50g이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차가 조금이라도 무거워지면 이루기 어려운 기준이다. 많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수입차들이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최근 현대차 그룹에서 내놓은 싼타페, 쏘렌토, 투싼 등이 모두 하이브리드 모델인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은 모두 수출하고 그보다 연비가 떨어지는 하이브리드만 국내에 팔리는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친환경차 보급 정책이 한정된 예산 안에서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큰 순수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 전기차에 집중하는 선택 때문이다. 이를 비난할 이유는 없지만 그렇다고 인프라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조건 전기차만 미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테슬라 모델 3가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고 차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자체 충전망에는 무료인 자체 충전기 앞에는 긴 줄이 생겼다. 10월 중순 이후 유료화가 되면, 외부에서 충전하기 위해 밀려 나올 것이 뻔한 상황이라 전기차 충전은 더 어려워질 것이다.

 

때문에 친환경차 보급에서 조금은 더 섬세한 선택과 배려가 필요한 시기가 됐다. 내연기관을 타던 사람들이 전기차로 넘어가기 전에 중간 단계인 PHEV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보조금을 차등 지급해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게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전기차는 자동차보험처럼 연간 주행거리 인증 후 실제 배출가스 저감 효과가 좋은, 그러니까 주행거리가 많은 순으로 보조금을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다. 동급 내연기관차보다 절반만 배출가스가 나오는 PHEV가 더 친환경적이지 않을까? 2015년부터 시작한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는 이제 손을 볼 때가 되었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PHEV, 친환경차 보조금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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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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