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정의선 시대가 의미하는 것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10월 14일 회장에 취임했다. 내년이면 현대차그룹은 본격 신세대 전기차들을 출시한다. 이 시점에서 현대차의 세대교체는 시의적절한 결정이라는 생각이다. 기대가 크다

2020.11.17

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신임 회장

 

올해는 현대차 경영 방향과 관련된 칼럼을 자주 쓰게 된다. 그만큼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미래차로의 자동차 산업 전환기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나라는 미래차 시대에서 리더가 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만 필요한 것은 ‘잠재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발휘하는가?’이고, 그 중심에서 현대차의 경영 방침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현대차는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메이저 브랜드다. 실제로 21세기 들어 ‘세계 랭킹 톱 10’에 새롭게 진입한 브랜드는 현대차밖에 없다. 여기에는 지난 20여 년 현대차를 이끌어 온 정몽구 회장 체제가 추구한 품질 경영이 큰 몫을 했다. 그 전의 현대차는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하는 염가형 제품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조종 성능과 주행 품질, 소재와 조립 품질 등 본격적인 판정 기준이 적용되는 경쟁자로 업그레이드됐다. 제품의 객관적 기준으로는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는 뜻이다.

 

제네시스 G80

 

현대차가 2010년 전후로 기록한 성장세와 그에 따른 자신감의 표현에 대해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렸다’는 평가도 있었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된 말이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샴페인을 터뜨릴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한 것만은 사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제품의 경쟁력과 판매량, 기업 규모 등 양적 기준으로는 분명 현대차의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능력의 양적 기준은 반대로 더 이상의 성장을 막는 한계가 되기도 한다. 자금력이 풍부한 시절의 대형 투자가 10조원짜리 서울 삼성동 사옥 부지 구매였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분석이 많았던 게 대표적 예일 것이다. 요컨대 현대차의 다음 성장 동력은 양적인 면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쟁에서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이 이기는 게임의 룰을 선택하는 것이다. 양적 기준은 중국 브랜드들에게 추월당할 우려가 크다. 따라서 현대차의 새로운 성장 공식은 질적인 면, 절대적 우위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정의선 신임 회장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의 첫 번째 경영 행위가 기아차의 디자인 경영이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여기에 제네시스 브랜드, N 브랜드 등 프리미엄과 고성능 브랜드라는 감성적 부가가치를 추구하는 전략은 현실적인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공격적인 선택이다.

 

감성적인 만족도를 향한 경영 전략은 원가 절감으로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경쟁 브랜드들과 확실한 차이점을 보인다. 원래 현대차도 원가 절감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회사였다. 하지만 원가 절감만으로는 지금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투자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증명되고 있다. 현대차와 경쟁 관계인 대중 브랜드 가운데 토요타와 폭스바겐은 품질과 디자인 경쟁력의 하락을 보이며 원가 절감이 제품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지표 개선에 도움이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이에 비해 현대차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매우 잘 이겨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잘 버텨주고 있는 내수 시장과 끊임없이 투입되는 새 모델이 있다. 또 제품의 디자인과 기술, 조립 품질과 소재 등 제품력에서도 거의 혼자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쟁 우위를 실현하고 있다. 남들은 움츠릴 때 계속 달린 현대차다. 실제로 해외 동료 컨설턴트들도 현대차의 든든하고 싱싱한 제품 라인업이 가장 무서운 경쟁력이라는 데 동의했다. 지금의 강력한 제품 라인업은 미래차 투자를 위한 자금의 원천이라는 점에서 현대차는 매우 강력한 포지션을 확보한 것이다.

 

N 브랜드

 

이제는 정의선 신임 회장이 진두지휘하고 동시에 책임을 져야 하는 시점이다. 회사의 지배 구조와 같은 경영 측면에서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할 부분이 있지만 오늘 그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하자.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이제 시작하고 있는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이면 현대차그룹은 E-GMP 순수전기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본격 신세대 전기차들을 출시한다. 이미 시장에 다양한 전기차가 포진해 있는 이 싸움에서 현대차가 이기는 방법은 누누이 강조했듯 대한민국의 미래차 역량을 총합하는 대표주자이자 체제 통합 전문가로서 앞장서야 한다는 점이다. 국내의 역량들을 하나로 모아 강력한 미래차 기술 군단을 형성하고 기술과 부품, 모듈, 그리고 완성차에 이르기까지 미래차와 관련된 완벽한 공급 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아이오닉 브랜드 제품 라인업 렌더링 이미지(좌측부터 아이오닉 6, 아이오닉 7, 아이오닉 5)

 

‘이너 서클’을 이룬 3세대 경영인들의 협력이 핵심이 될 것이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이미 협력관계 강화를 위해 확실한 행보를 보인 바 있다. 그리고 긍정적인 면이 하나 더 있다. 짧은 기간에 이뤄진 세대교체다. 올해 3월 정몽구 전 회장으로부터 이사회 의장직을 물려받은 이후 정의선 신임 회장의 취임까지 1년도 걸리지 않았다. 불분명한 시기를 오래 끌면서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적인 경영 요소를 정리하지 못하는 삼성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이런 분명한 움직임은 낭비할 시간과 여력이 없으며 새로운 시대에 발 빠르게 대응해 주도권을 쥐겠다는 선포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의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 역량이 미래차 시대에 대응하는 본격적인 무대가 열렸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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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현대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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