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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세단은 와인딩 로드를 잘 달릴까?

1억원이 훌쩍 넘는 초대형 세단을 타고 와인딩을 달리는 오너가 있을까? <모터트렌드>가 넉 대의 럭셔리 세단을 와인딩에 던졌다. 차값만 7억2999만원이다

2020.11.24

 

테슬라 모델 S P100D 퍼포먼스

자동차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성능? 효율? 아니면 디자인? 세 요소 모두 구매자에겐 아주 중요한 구매 포인트다. 그런데 자동차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고결한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 바로 안전이다. 인간은 빠르게 이동하기 위해 자동차를 만들었지만, 그 빠름에 비례해 위험이 가중됐다. 인간은 그렇게 생명을 담보로 이동했고,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제조사가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자동차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느린 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으니까. 그래서 자동차 제조사들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빠르되 안전한 차 만드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인간의 몸을 옥좨 부상을 방지하는 안전띠가 개발됐고, 2차 충격을 막기 위해 에어백을 발명했다. ABS는 급작스러운 제동 상황에서도 방향 조작을 가능케 하는 안전장치다. 그리고 최근엔 차가 위험을 감지하면 자동차 제어권을 인간으로부터 회수해 스스로 세우거나 방향을 틀어 위험을 피하기도 한다.

 

 

그런데 안전에도 우선시되어야 하는 게 있다. 위에서 언급한 안전띠, ABS 등의 혁신적인 안전장치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좋은 차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서 ‘좋은 차’란 뛰어난 반응성과 훌륭한 움직임을 뜻한다. 핸들링이 좋아야 더욱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고, 반응성이 뛰어나야 회피 기동에 유리하다. 하지만 대형 세단은 빠른 기동에 불리한 조건을 모두 가지고 있다. 무거워서 느리고, 휠베이스가 길어 빠른 조향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승차감을 위한 부드러운 서스펜션도 빠른 움직임의 방해 요소다. 물론 대비를 한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신소재를 개발한다. BMW 7시리즈의 카본코어 섀시와 아우디 A8의 알루미늄으로 만든 아우디 스페이스 프레임이 좋은 예다. 긴 휠베이스에 따른 큰 회전반경은 뒷바퀴 조향으로 상쇄한다. 에어서스펜션 등의 적응형 댐퍼는 승차감을 해치지 않으면서 빠른 하체 반응성도 이끈다.

 

BMW 7시리즈, 아우디 S8, 포르쉐 파나메라는 자동차 세상에서 가장 진보한 기술로 철저하게 무장하면서 편하지만 빠르고 안정적인 주행을 이끈다. 그런데 일찍이 이 세상에 없던 테슬라 모델 S는 어떨까? 사실 테슬라는 BMW, 아우디, 포르쉐처럼 100여 년의 시간 동안 무게와 싸우지 않았다. 테슬라는 아주 간단하게 무게를 다스렸다. 전기차에서 가장 무거운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을 한껏 낮췄다. 그걸로 모든 게 끝났다. 낮은 무게중심으로 안정적인 좌우 움직임을 낼 뿐만 아니라 고속에서도 휘청이지 않는 안정감을 갖게 됐다. 내연기관 제조사들이 그토록 원했던 구조적 장점을 너무나도 손쉽게 이룬 것이다.

 

모델 S의 처음부터 최대토크를 뽑아내는 전기모터와 배터리가 만들어내는 낮은 무게중심은 와인딩 로드에서 훌륭한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오르막에서 무시무시한 토크를 폭발시키며 무섭게 가속하는데, 전기차가 ‘효율을 위한 구실이 아닌 성능 탐닉의 결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자리에 모인 넉 대의 대형 세단을 보더라도 모델 S의 0→시속 100km 가속(2.5초)이 가장 빠르다.

 

 

사실 와인딩 로드는 가감속이 많아 변속을 잘해야 한다. 급가속해야 할 시점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적당한 기어를 물려야 하는데, 이게 잘되지 않으면 가속에 분리할뿐더러 주행 리듬이 끊긴다. 여기 모인 석 대의 내연기관은 스포츠 모드에서 변속이 빠른 편이지만, 대형 세단의 변속기 특성상 완벽한 레브매칭을 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모델 S는 이런 게 없다. 변속기가 없으니 토크밴드를 유지할 필요도 없고, 적절한 타이밍에 변속하는 번거로움도 없다. 그저 오른발의 압력 정도만 신경 쓰면 된다. 모델 S가 와인딩 로드에서 편한 게 또 있다. 바로 회생제동이다. 급제동이 아니면 회생제동이 적절하게 속도를 줄여주니 내리막길에서 내연기관차에 비해 오른발이 조금은 편하다.

 

물론 모델 S가 와인딩 로드에서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오르막에서 앞바퀴 그립이 약간 희미해지는 경향이 다른 차들보다 뚜렷했고, 브레이크 성능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좌우 움직임도 리듬을 타면서 즐겁게 달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즐겁기보다는 달리는 내내 도전하는 기분이었다. 모델 S는 무게중심을 한껏 낮춰 안정감이 높다고는 하지만, 서스펜션 움직임과 차체 강성 등이 독일산 내연기관차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무거운 M760Li보다는 달릴 만했다.

글_이진우

 

 

TESTER’s COMMENTS

● 운영 시스템을 비롯해 첨단 장비가 가득하지만, 바닥에 깔린 배터리 덕에 낮아진 무게중심을 빼면 허둥대는 서스펜션과 부담이 큰 타이어 등 와인딩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미국차답게(?) 루디크러스 모드로 직선에서만.

이동희

 

●이번에 비교한 럭셔리 대형 세단들에 비하면 장난감처럼 단순한 구조를 가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차를 굽이치는 산길에서 쉽게 이기긴 어렵다. 차의 하부에 깔린 배터리, 토크가 거의 즉각적으로 나오는 전기모터 특성이 무시무시한 주행 성능을 만들어낸다.

김태영

 

●바닥을 가득 메운 배터리 때문에 연속된 코너를 돌아나갈 때 좌우 쏠림 현상이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하지만 오르막과 내리막이 연속된 순간에 앞바퀴 접지력이 희미해져 간담이 서늘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와인딩보단 드래그다.

김선관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

작고 가볍게. 스포츠카를 정의할 때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이다. 애당초 크고 무거운 4도어 대형 세단이 빠르고 날렵하게 달리는 것은 무리임이 분명하다. 이건 지구상 모든 움직이는 존재들이 피할 수 없는 물리법칙이다. 그럼에도 요즘 나오는 차, 특히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내놓는 차들을 보면 이런 생각이 무색하다. 브랜드 자체를 ‘스포츠카’를 만드는 회사라고 정의하는 포르쉐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경기도 북부의 어딘가를 시승 장소로 정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른 생각은 ‘과연 그 길에서도?’였다. 모터사이클로 혹은 자동차로 여러 번 달린 길이었지만 작은 반경의 코너에 고저차까지 있어 아무래도 대형급이 극복하기에는 어려운 곳이었다.

 

 

포르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제원상 공차중량이 2245kg이고, 2.9ℓ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의 합산 출력은 무려 462마력, 최대토크는 71.4kg·m를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78km,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6초다. 이런 숫자만 봐도 마법처럼 느껴지는데, 같은 브랜드의 본격적인 스포츠카이자 비슷한 출력(458마력)을 내는 911 카레라 S가 0→시속 100km까지 가속에 3.7초가 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역시나 크기나 무게를 느끼게 된다.

 

한편, 함께 달린 차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출력은 가장 낮으면서 무게는 비슷하다. V8 4.0ℓ 엔진인 아우디 S8 L은 571마력에 2355kg으로 가장 무겁고, V12 6.0ℓ 엔진을 얹은 BMW M760Li는 609마력에 공차중량 2315kg, 테슬라 모델 S는 560kW(750마력)에 2241kg으로 가장 가볍다. 마력당 무게비는 파나메라가 4.9kg, S8 L이 4.1, M760Li가 3.8이고 모델S는 3.0이다. 무게가 거의 비슷한데 파워의 차이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나 타이어도 달랐다. 파나메라가 피렐리 P7 사계절 타이어인 것에 반해 BMW가 피렐리 P 제로, 테슬라는 미쉐린 파일럿 스포츠 4S, 아우디는 굿이어 이글 F1 등 다른 차들은 유명 타이어 회사들에서 도로용으로 나오는 타이어 중 가장 성능이 높은 것을 끼우고 있었다. 이래저래 파나메라에는 불리한 조건이었던 셈이다.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비교하는 건 딱 여기까지. 실제 달려본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다양한 편의장비가 더해지고, 심지어 14.1kWh의 배터리와 100kW급 모터가 들어가 있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무게를 가장 잘 다스린다. 물론 여기에는 목록만으로도 길게 늘어설 정도로 많은 전자장비가 개입한다. 앞뒤 구동력 배분을 맡는 포르쉐 트랙션 매니지먼트(PSM), 전자식 리어 디퍼렌셜을 포함해 좌우 토크를 조절하는 포르쉐 토크 벡터링+(PTV+)가 적극적으로 동력을 네 바퀴로 보낸다. 여기에 좌우 롤을 조절하는 포르쉐 다이내믹 섀시 컨트롤(PDCC)과 상하 움직임 제어를 위해 쇼크 업소버의 댐핑, 차고를 바꾸는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는 물론 2950mm의 긴 휠베이스 때문에 커진 회전반경을 줄이고 고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가게 해주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도 있다.

 

물론 운전자는 이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세팅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에 포함된, 운전대에 달린 스위치를 돌려 전기차, 하이브리드, 스포츠와 스포츠 플러스만 선택하면 된다. 그러면 아이들이 많은 등굣길에서는 배출가스를 전혀 내뿜지 않는 전기차로 쓸 수도 있다. 평소에는 자동으로 알아서 엔진과 전기모터를 오가는 것은 물론 충분히 부드럽고 편안한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면 된다. 이런 와인딩을 만나면? 당연히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고 462마력의 파워와 무게를 잊게 하는 전자장비들의 마법을 즐기면 된다.

 

 

타이어의 한계는 분명하다. 트레드 폭이 앞 275, 뒤 315mm로 함께 나온 차 중에 가장 넓긴 하지만, 한 등급 떨어지는 사계절 타이어는 좁고 짧은 코너가 반복되는 와인딩의 과격한 달리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차의 움직임은 깔끔하고, 특히 자동차에서 처리하기 힘든 상하 움직임이 군더더기가 없어 불안하다는 느낌이 거의 없다. 코너를 돌아나가는 중에 점프를 하듯 위로 살짝 떠오를 때가 있었는데 착지 후엔 아무런 일 없다는 듯 다음 코너를 향해 방향을 잡는 모습은 ‘늘어난 무게는 어쩔 수 없지만 느끼지 못하면 문제없다’는 말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려줬다.

 

물론 파나메라에는 장단점을 함께 가진 포인트가 몇 개 있다. 정통 4도어 세단이 아닌 점은 아쉬우면서도 그만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즐겁지만 뒷자리에 앉는 것은 불편하다. 그럼에도 와인딩 달리기라는 면에서 파나메라를 따라올 차는 없다. 포르쉐니까 당연한 일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TESTER’s COMMENTS

● 5m가 넘는 차의 뒷자리가 이렇게 좁다는 건 뒤에 ‘사람을 태우지 말라’는 뜻이 아닐까? 다른 말로 하면 ‘달려야겠다’로 풀이된다. 그나마 여기 모인 차들 중 와인딩 로드에 가장 적합했다.

이진우
 

●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 들어서자마자 파나메라 4 E-하이브리드는 진짜 포르쉐처럼 움직였다. 운전자가 차의 움직임을 느끼고 대응할 여지가 있다. 반면 시승차에 달린 사계절 타이어의 접지력은 최악이었다.

김태영

 

● 타보지 않고 평가를 내린다면 무조건 1위에 올려놓았을 거다.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시승한 후에도 가장 만족스러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파나메라도 결국 포르쉐다.

김선관

 

 


 

 

아우디 S8 L TFSI 콰트로

독일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는 메르세데스 벤츠, BMW, 아우디다. 알파벳으로 정리하면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 벤츠겠다. 브랜드 순서가 뭐 그리 중요하냐 싶겠지만, 브랜드 입장에선 다르다. 이들은 이미 수십 년째 눈에 보이지 않는 알력 싸움을 벌이고 있다. 흔히 독일 3 사라 부르는 이 브랜드들은 유기적인 구조에서 서로를 견제한다. 경쟁 모델을 구축하고,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똑같지는 않지만, 특정 브랜드에 있는 무언가가 다른 브랜드에 대체 가능한 형태로 존재한다. 물론 때로는 대체할 수 없는 독보적인 무언가도 가지고 있기도 하고. 아우디의 경우 S8이란 존재가 그렇다.

 

대형 럭셔리 세단에서 이만큼 역동적인 자동차는 없다. 운전자가 느끼는 감각뿐만 아니라 실제 주행 성능까지 웬만한 스포츠카 뺨치는 수준이다. 차 길이가 5310mm 넘는 롱휠베이스 대형 세단이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을 얹어 571마력을 발휘한다. 모든 윤활유와 운전자까지 합하면 몸무게가 2400kg을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이 거구가 움직일 땐 움직임이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제조사 발표 수치에 따르면 S8 L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3.9초다. 실제로 측정해보니 약 4.5초가 나온 것 같다. 날씨나 타이어 상태를 핑계로 삼아본다. 어쨌든 S8 L이 출력을 끌어내는 비결은 두 개의 커다란 터보차저에 있다. 부스트 압력이 상당하다. 당연히 터보 지체 현상이 있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0.5초 정도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러곤 2200rpm부터 터보 게이지가 가파르게 오르며 갑자기 포탄이 발사되듯 튀어나간다. 가속력은 초반 가속부터 시트에 푹 파묻히는 느낌. 이렇게 최고속도까지 펀치력이 유지된다. 흥미로운 것은 추월 가속이다.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 혹은 110km에서 다른 차를 추월할 때 마치 시속 20km에서 급가속하는 펀치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굽이치는 산길에선 어땠을까? 다이내믹 모드에 들어서면 에어서스펜션이 높이를 낮추고 엔진과 변속기가 한결 민첩해진다. 배기 사운드는 웅장하게 바뀐다. 스포츠 디퍼렌셜도 더 오랜 시간 뒷바퀴에 동력을 유지하는 데 집중한다. 코너에서 움직임은 예상처럼 묵직한 쪽이 아니다. 오히려 가볍고 날렵하다. 동시에 절도가 있다.

 

 

직선에서 급가속하고, 브레이크와 타이어를 최대치까지 뽑아내 속도를 줄여보는데도 (가장 걱정했던) 제동력을 끝까지 안정적으로 유지한다. 코너의 정점을 향해 차를 점진적으로 밀어붙일 때도 코너링 한계가 예상보다 훨씬 높다. 언더스티어가 쉽게 나지 않는다.

 

다음 코너에선 차의 무게를 실어 살짝 던졌다. 역시나 관성을 짓이기듯 코너를 탈출한다. S8의 움직임은 명확했다. 코너에서 뒷바퀴가 차체 회전력을 높여줬고, 앞바퀴가 궤도를 벗어나지 않도록 안정성을 더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엔진 동력이 네 바퀴로 꾸준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균형이 존재할 땐 안정적이다. 하지만 코너에서 가속페달을 완전히 놓는 순간 몸무게가 관성을 이기지 못하고 코너 밖으로 밀려난다. 쉽게 말해 자신감 있게 다룰 때 편하고 빠르다. 하지만 잠깐이라도 멈칫한다면, 관성이 운전자를 덮친다.

 

 

기울임이 심하고 깊은 코너나 좌우 연속 회전 구간에서 S8은 기대보다 훨씬 좋은 움직임을 보여줬다. 시승차에 달린 굿이어 이글 F1 에스메트릭3 타이어는 최대 접지력이 살짝 부족했다. 때때로 네 바퀴 중 특정 부분만 접지력이 확연하게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다루기 쉬웠다. 앞뒤 265mm란 육중한 타이어 폭과 상관없이 날카롭게 다룰 수 있었다. 미끄러져야 할 때 미끄러졌기에 속도를 과도하게 높이진 못했다.

 

S8 L은 애초 이런 용도로 만든 차는 아니다. 하지만 굽이치는 산길을 달릴 때도 위화감이 크지 않았다. 룸미러 뒤에 보이는 럭셔리 세단과 조금씩 거리를 벌릴 만큼 빨랐다. 반면 아쉬운 부분은 에어서스펜션이었다. 한계속도의 코너링에서 가장 불안한 요소이기도 했다. 코너에서 차의 하중이 순간적으로 변하거나 민첩한 움직임을 요구할 때 서스펜션이 완벽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몸무게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듯했다. 에어서스펜션은 승차감과 주행 성능을 모두 잡기 위한 선택이다. 하지만 반대로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어느 한쪽을 완벽하게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 차에 코일오버 서스펜션이 달린다면 어땠을까? 슈퍼카처럼 코너를 달리는 롱휠베이스 럭셔리 세단. 멋지지 않은가? 실현되지 못할 아이디어지만, 그 영역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글_김태영(자동차 칼럼니스트)

 

 

TESTER’s COMMENTS

● 가볍고 산뜻한 움직임을 냈지만 무언가 가장 오래된 차를 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진보의 아우디’가 왜 퇴보하는 느낌을 줄까?

이진우

 

● 역시 덩치를 잊을 정도로 가볍다. 그렇다고 본격적이라고 하기에는 애매하지만 세단에 필요한 부드러움을 갖고 있다. 뒷자리에서 내릴 때 품위를 누리기에는 너무 스포티한 외관이 아쉽다.

이동희

 

● 외모만 봐선 한자리에 모인 넉 대 중 가장 스포티한 성격일 것 같지만 움직임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힘을 쉽게 꺼내는 건 S가 분명한데, 핸들링 성능은 A의 기분이 든다.

김선관

 

 


 

 

BMW M760Li xDRIVE

지난 30년간 엔진 트렌드는 크게 바뀌었다. 이젠 자동차에서 12기통 엔진을 찾아보기 힘들다. 비용도 문제지만 기술의 발달과 환경문제로 인해 다운사이징과 전동화가 주를 이루면서 더 이상 대배기량 엔진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진 거다. BMW도 이러한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BMW 7시리즈가 12기통 엔진을 품을 수 있는 이유는 같은 회사에 롤스로이스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BMW에서 12기통 엔진을 얹은 모델은 M760Li가 유일하다.

 

12개나 되는 실린더 때문인지 M760Li는 무거운 차라는 인식이 강했다. 아니, 실제로도 이 차는 넉 대 중 아우디 S8 L 다음으로 무겁다(2310kg). V12 트윈터보 엔진을 얹은 데다 5.3m에 육박하는 롱휠베이스 모델이다. 하지만 몸으로 느껴지는 M760Li가 무겁진 않았다. 오히려 이 자리에 모인 넉 대 중 몸놀림이 가장 시원시원하고 가볍다. 어쩌면 한동안 BMW 7시리즈에서 직렬 6기통 3.0ℓ 모델을 접할 기회가 더 많아서 상대적으로 가뿐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12개 실린더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힘은 차체의 무게를 별거 아닌 것으로 만든다. 0→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린 시간은 3.8초로, 미친 가속력을 자랑하는 테슬라 모델 S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이다.

 

 

게다가 경량 소재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CLAR 플랫폼의 위력 또한 대단하다. 모델 S는 배터리를 바닥에 깔아 무게중심을 낮췄지만, M760Li는 초고장력 기본 소재로 하면서도 도어와 보닛 등에 알루미늄과 탄소섬유를 두루 써 무게중심을 낮췄다. 특이한 점은 바퀴와 서스펜션 등이 들어가는 자리에 알루미늄 소재를 썼다는 점이다. 주행 감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곳에 가벼운 소개를 사용하니 보다 민첩한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필러와 지붕을 이루는 뼈대 등에도 탄소섬유를 적극 사용하고, 코너링 같은 주행 상황에서 힘이 쏠리는 곳에도 탄소섬유를 보강해 강성을 끌어올렸다.

 

주행을 위한 복합적인 요소들이 하나로 합쳐져 있는 M760Li에 와인딩 로드는 ‘누워서 떡 먹기’라 여겼다. 힘이면 힘, 섀시면 섀시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접 달려보니 실상은 딴판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와인딩이라는 제한적인 환경에서 M760Li의 자랑이었던 V12 엔진과 3m가 넘는 휠베이스는 와인딩 로드와 궁합이 썩 좋지 않았다. 만약 코너가 완만하고 여유가 있는 와인딩이었다면 평가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시승한 곳은 짧고 좁은 코너가 연달아 있는 경기도 북부에 위치한 와인딩 로드다. 긴 휠베이스와 무거운 엔진이 만들어낸 대포를 휘젓는 듯한 핸들링이 제대로 활약하지 못했다. 앞부분이 코너를 민첩하게 파고드는 게 아니라 밋밋한 라인으로 돌아나간다는 이야기다. 이럴 땐 코너를 공략했다는 것보다 그냥 무난하게 달렸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적합해 보였다.

 

 

서스펜션도 연속된 코너에서 에어서스펜션이 차체를 단단하게 잡아주는 듯싶다가 바깥쪽이 푹 주저앉으면서 무게를 제대로 받쳐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차체 기울임 현상이 크게 다가온다. 전자식 서스펜션은 일반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두었을 때 서스펜션이 단단해지며 주행 느낌이 컴포트와는 상당히 다른데 와인딩에서는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그나마 끈끈하게 접지력을 유지해준 x드라이브 네바퀴굴림 시스템이 들어가 다행이다. 만약 뒷바퀴만으로 600마력이 넘는 힘을 쏟아냈다면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스핀해 뒤따라오는 파나메라를 정면으로 마주쳤을지도 모를 일이다.

 

오르막 코너에선 무게가 뒤로 쏠려 앞바퀴 접지력이 급격하게 희미해진다. 가속페달에 올려놓은 오른발에 괜히 힘이라도 들어가면 여지없이 언더스티어를 마주한다. 코너 앞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면 BMW답게 제동 성능 자체는 문제가 없다. 대신 범퍼가 노면에 닳을 정도로 앞으로 고꾸라진다. 앞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받아주지 못한 것도 있겠지만 보닛 아래 있는 V12 엔진의 무게도 무시할 수 없다. 높은 출력을 와인딩 로드에서 100% 활용했는지 물어온다면 선뜻 대답할 순 없을 정도로 제 실력을 뽐내지 못했다. 점잖고 우아한 M760Li가 놀기에 코스가 여간 심술궂은 게 아니다.

글_김선관

 

 

TESTER’s COMMENTS

● 앞에 12기통이나 되는 거대한 엔진을 달고 있어 굼뜨다. 이렇게 큰 엔진을 앞에 달고 와인딩 로드를 달리는 건 앞으로 나란히 하고 달리는 꼴과 같다.

이진우

 

● M 스포츠 모델이 아니라 디자인 퓨어 엑설런스 모델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와인딩에 어울리는 차는 아니다. 제원 이상으로 크게 보이고 달릴 때도 크게 느껴진 차.

이동희

 

● 나는 BMW의 기계적인 감각에 익숙하다. 운전자와 살짝 거리를 둔 기계장치의 성능을 어떻게 이끌어내면 될지 알고 있다. 그런데도 이 차로는 코너를 공략하기 어렵다. 연속 코너를 빠르게 달리는 걸 포기하게 만든다. M760Li에게 굽이치는 산길은 잘못된 선택이다.

김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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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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