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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유희를 선사하는 그대여, 렉서스 LC 500 컨버터블

지붕 없는 렉서스가 럭셔리 컨버터블을 꿈꾼다

2020.11.23

 

기술은 반세기 안에 바뀔 수 있다. 내 1959년식 오스틴힐리 버그아이에 지붕을 씌우는 과정은 시트 뒤에 접힌 강철 튜브 프레임을 꺼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손가락 같은 튜브를 펼치고 각각의 끝을 모두 연결해 운전석을 가로질러서 한쪽 끝을 고정한 다음 왼쪽과 오른쪽의 수직 홈으로 내린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조금씩 잘못 정렬돼 있기 때문에 시트 위로 올라가 프레임과 한참 씨름해야 한다.

 

버그아이의 프레임은 진동이 심하고 위태롭다. 갑작스럽게 움직이면 프레임이 자동차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거나 격렬하게 분해될 수도 있다. 게다가 나는 아직 소형 텐트 같은 비닐 지붕을 구하지 못했다. 비 내리는 날에 신호등 앞에서 차가 멈춘다면 그저 비를 맞으며 빨리 녹색등으로 바뀌길 기도할 수밖에 없다.

 

 

LC 500 컨버터블에서는 이럴 필요가 없다. 손가락 하나로 소프트톱을 여닫을 수 있는 버튼이 있기 때문이다. 뒷부분 전체가 움직이는 판들은 정교한 부채춤을 추고, 천으로 만든 지붕은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듯 움직인다. 여기에 그럴싸한 배경음악이 빠져선 안 된다. 개인적으로 차이콥스키의 ‘1812년 서곡’의 마지막 16초를 추천한다. LC 500 컨버터블의 지붕 여닫는 시간도 얼추 그 정도다. 더 좋은 점은 지붕 개폐가 시속 50km 이하로 달릴 때에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네 겹으로 쌓아 만든 지붕을 가까이서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지붕 개폐 버튼은 제임스 본드의 DB5를 연상시키는 시트 사출 방아쇠처럼 놓여 있다. 하지만 애스턴마틴과 달리 이 버튼은 갑갑하게 틀어박혀 있는 억압에서 벗어나기 위한 운전자와 별 사이의 천장을 제거한다.

 

지붕을 열어놓고 주차하는 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장인 정신이 가득한 실내를 자랑하기 위해서다. 가장 멋진 부분이 무엇이냐고? 가죽으로 덮인 뚜껑을 젖히면 드러나는 커다란 전동식 지붕을 여닫는 스위치다.

 

온화한 저녁이다. 30분 전에 해는 졌으며, 공기는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미풍으로 채워졌다. 이 차를 컨버터블로 만드는 데 엄청난 노력이 들어갔을 것이다. 나는 그 노력을 외면하고 싶지 않다. <모터트렌드> 본사를 나와 로즈크랜스 애비뉴로 우회전해 퍼시픽 코스트 고속도로를 거쳐 집으로 갈 생각이다.

 

퍼시픽 코스트 고속도로의 신호등 사이를 천천히 가는 동안 이 차의 중요한 세 가지 기준점을 살폈다. LC 500의 차체 길이는 4760mm(토요타 코롤라와 캠리 중간쯤이다), 무게는 약 2041kg이다(버그아이의 3배다). 실린더마다 4 개의 밸브가 장착된 V8 5.0ℓ 엔진이 내는 478마력의 힘을 10단 자동변속기가 뒷바퀴로 전달한다. 크리스 월튼은 LC 500 컨버터블이 0→시속 97km까지 가속하는 데 약 5초가 걸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 말은, 빠르긴 해도 총알처럼 움직이진 않는다는 뜻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선택하면 V8 5.0ℓ 엔진의 배기음이 F1 경주차처럼 커진다.

 

LC 500의 날카로운 울부짖음은 가까운 곳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순식간에 기절시킬 것 같다. 마치 <007 골드핑거>에서 포트 녹스에 가짜 신경가스가 뿌려졌을 때 쓰러지는 병사들처럼 말이다. 이 소리가 미리 녹음된 가짜일 것이라는 의심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진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어느 정도는 그렇다. 렉서스는 배기음에 대해 “흡기 파동은 공기 자체가 아닌, 진동판과 음향 파이프를 거쳐 자연스럽게 소리를 전달해 실내로 유입되는 V8 엔진의 우르릉거리는 음색을 키운다”고 말했다. 흡기의 ‘쉬익’ 하는 소리는 배기파이프 앞의 밸브가 열릴 때 배기음을 덮어버린다. 그 어디에도 전자장비는 없다.

 

퍼시픽 코스트 고속도로 남쪽으로 미끄러지듯 달리면서 LC 500 컨버터블은 차체 구조물의 위쪽 3분의 1이 사라졌지만 섀시 강성도에는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약 1.6km 구간마다 약간의 흔들림이 있었지만 대부분 좋았다. LC 500 컨버터블은 떨어진 섀시 강성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차체 곳곳을 재설계했다. 앞부분에 스프링 하중량을 줄이고, 형태가 바뀐 뒤쪽 서스펜션의 지지대는 새로운 다이캐스팅 구조물과 위치를 조정한 댐퍼로 보강했다.

 

 

트랙에서 LC 500은 무게에 비해 민첩한 자동차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나나 껍질 같은 트랙 위에서도 좀처럼 미끄러지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아야 꽁무니가 이리저리 움직인다. 하지만 나는 맨해튼 비치를 통과하면서 컨버터블을 타면 할 일을 정확히 수행해야 했다. 바로 정속 주행이다.

 

LC 500 컨버터블의 스티어링은 정확하다. 하지만 어딘가 인위적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살짝 밟아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횡단보도 줄무늬에 도달하기 전 마지막 몇 미터 동안 속도를 줄이는 사이 제동감은 희미해진다. 주행모드를 바꾸면 차는 더 활기를 띤다. 빠르게 기어를 내리며 우렁찬 소리를 내고 계기반은 더 화려하고 강렬해진다. 하지만 승차감은 기껏해야 9가 아닌 6, 7 정도까지만 단단해진다.

 

 

기술적인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자동차인데도 LC 500 컨버터블은 당신이 기대했던 것만큼 기능이 풍성한 차는 아니다. 그래도 에어컨에는 지붕의 위치와 관계없이 운전자가 원하는 온도를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여기엔 지붕이 열렸을 때 작동하는 넥 히터와 바람이 손등을 향하는 기능이 포함된다.

 

LC 500 컨버터블에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는 물론 인포테인먼트용 렉서스-알렉사 앱도 있다.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에는 차로 유지 보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후방 교차 충돌 알림, 보행자를 감지하는 긴급 제동이 들어가 있다. 투명한 윈드 디플렉터는 실내를 지나간 공기가 다시 실내로 들이치거나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것을 막는다.

 

 

미국 독립기념일에 보여주는 폭죽만큼은 아니지만, LC 500 컨버터블은 실제로 튀어 오르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예컨대 보행자와 부딪쳤을 경우 폭발적으로 튀어 오르는 보닛과 지붕이 열린 상태에서 차가 뒤집히면 솟는, 뒷좌석 뒤에 있는 롤오버 바 등이다.

 

LC 500 컨버터블의 영혼으로 들어가는 창은 CD를 삽입하는 구멍이다. 오래된 쳇 베이커 CD가 손끝에서 그 구멍으로 빨려 들어가 마크 레빈슨 사운드 시스템을 통해 베이커의 가냘픈 목소리로 ‘My Funny Valentine’이 재생될 때까지 최근 출시된 자동차 중에도 1990년대의 기능을 갖춘 차가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나는 이런 종류의 차를 잘 안다. 아버지는 1956년식 선더버드와 링컨 마크 V를 타는 등 화려한 럭셔리 승용차를 선호했다. 다른 차의 바큇자국을 쫓는 것보다 넓은 도로를 순항하는 데 더 적합한 2도어 자동차를 사랑했다. 재규어 F 타입보다는 캐딜락의 오래된 XLR이 이런 부류에 더 잘 어울린다. 리돈도 비치를 통과하며 나는 카마로에 타고 있는 몇몇 젊은이가 “멋진 자동차다!”라며 소리치는 것을 들었다. LC 500 컨버터블은 척추지압 치료보다 머리를 더 많이 흔들게 하는 신나는 순회공연 크루즈 같다.

 

 

렉서스의 실내는 복잡하고 세밀하게 마무리됐다. LC 500 컨버터블의 실내는 믹 재거의 뺨보다 주름이 더 많은 도어 패널과 시트를 포함해 나이키 로고와 자로 그은 듯한 선으로 가득하다. 모든 것이 운전자의 얼굴을 가까이 끌어당겨 직접 살펴보라고 말하는 듯하다. 운전석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장인 정신의 표현이고, 디자인은 근소한 차이로 두 번째인 것 같다. LC 500 컨버터블의 버튼은 일반적인 자동차와는 달리 기이한 장소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가죽과 거미줄 같은 바늘땀 장식은 정말 끝내준다. 거주성은 어떠냐고? 뒷좌석 무릎 공간은 아이들에게도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트렁크는 골프백 한 개가 들어가기에 충분하다.

 

주름이 많이 접힌 가죽 시트 뒤에는 지독하게 좁은 두 개의 뒷좌석 시트 공간이 있다.

 

어느 관점에서 보나 차체는 각이 살아 있고, 모든 각은 웅장한 그릴에서 뿜어져 나온다. 쿠페의 지붕을 제거한 LC 500 컨버터블은 꼬리를 치켜올리고 스포일러를 넓히는 식으로 시각적인 균형감을 다시 맞췄다. 하지만 가장 주된 시각적 특징은 미치도록 긴 보닛이다. 나는 해안가를 따라 느리게 주행하며 이 보닛을 내려다봤다. 모래밭의 냄새가 실내로 넘어 들어왔다. 이게 바로 내가 오픈카에서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

 

수년 전, 나는 친구 리처드의 회사에서 일한 적이 있다. 어느 날 친구는 페라리 데이토나 쿠페의 지붕을 둥근 형태로 잘라내고 있었다. 나는 칼날의 이빨이 지붕의 아랫부분을 갈기갈기 뜯는 것을 지켜봤다. 컨버터블 개조 세계에서 리처드는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는 다이아몬드 절단기였다. 데이토나는 불꽃으로부터 매우 관능적이고 값비싼 스파이더로 다시 태어났다.

 

 

LC 500 컨버터블을 바라보면서 궁금했다. 리처드도 렉서스가 한 것처럼 차의 지붕을 잘라냈을까? 렉서스가 쿠페의 B필러를 절단한 부분은 지붕이 씌워졌을 때 시각적인 목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붕이 내려가면 그 부분은 나무가 잘려도 뿌리와 함께 제자리에 남는 나무줄기의 아랫부분, 그루터기 같다. 눈에 거슬린다는 이야기다. 아마도 그곳은 지붕을 회전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부분일 것이다.

 

버그아이를 구입하기 전, 나는 리처드에게 의견을 구했다. “최근에 이렇게 오래된 차를 운전해 본 적 있어?” 그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요즘 나온 자동차를 타는 게 더 쉬울 거야.” 시속 50km 이하로 달릴 때 한 손가락으로 16초 만에 올라가는 LC 500 컨버터블의 지붕이 그의 요점을 잘 짚어준다. 운전면허를 딴 지 오래됐음에도 나는 아직 아버지의 오래된 컨버터블을 탈 준비가 되지 않았다. 손이 닿는 곳에 쳇 베이커의 오래된 CD를 갖고 있는데도 말이다.

글_Kim Reynolds

 

 

 

 

 

모터트렌드, 자동차, 렉서스, LC 500 컨버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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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 PHOTO : Darren Mart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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