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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루저 바이크 전국시대

BMW 모토라드 R 18의 등장으로 크루저 장르의 판이 또 한 번 흔들린다. 독특한 매력을 자랑하는 크루저 넉 대를 모았다

2020.12.24

(왼쪽부터) 트라이엄프 로켓 3 R, 할리데이비슨 FXDR 114, BMW 모토라드 R 18, 두카티 디아벨 1260

*크루저: 높은 핸들 바에 낮은 시트와 빅트윈 엔진을 얹은 모터사이클 장르로 대표적인 예가 할리데이비슨 같은 미국산 모터사이클이다. 한국과 일본에서는 아메리칸 바이크라고도 불린다. 

 

 

두카티 디아벨 1260

크루저의 대명사인 할리데이비슨에서 FXDR 114 같은 스포티한 모델이 나오더니 두카티는 디아벨, 트라이엄프는 로켓 3라는 잘 달리는 크루저를 내놨다. 최근에는 BMW마저 R 18이라는 최신 모델로 크루저 시장에 합류했다. 디자인, 엔진 형식과 배기량, 라이딩 포지션 등 어느 것 하나 겹치지 않는 개성 강한 크루저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빠르고 경쾌하게 달리고 싶은 내 성향을 충족하는 크루저는 많지 않다. 단 하나, 두카티 디아벨을 빼고.

 

 

디아벨을 크루저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는 말이 많다. 하지만 디자인을 보면 크루저라고 말할 요소가 충분하다. 우선 시트가 780mm로 낮고, 캐스터 각이 커서 크루저다운 비율을 자랑한다. 1600mm의 긴 휠베이스, 240mm에 달하는 두툼한 리어 타이어 역시 디아벨을 크루저처럼 보이게 한다. 헤드램프와 시트 끝부분 등 차체 곳곳에는 두카티 특유의 날카로운 선이 더해졌다. L트윈 엔진의 실린더 사이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격자 모양의 프레임은 두카티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요소다.

 

디아벨은 보는 것뿐만 아니라 앉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낮게 깔린 시트에 몸을 얹으면 무릎이 자연스럽게 굽혀진다. 본격적인 포워드 스텝까지는 아니지만 미드 스텝이 연출된다. 라이더를 향해 올라온 핸들 바를 양손으로 잡으면 상체가 적당히 서면서 앞으로 자연스럽게 숙여지는데, 여기까지 디아벨은 완벽한 크루저의 모습을 보여준다.

 

 

시동을 거는 순간, 디아벨의 정체성은 바뀌기 시작한다. 크루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기통 공랭식 엔진의 건조하고 거친 음색 대신 L트윈 수랭식 엔진의 굵고 카랑카랑한 음색이 들려온다. 기어를 1단에 넣고 출발한 뒤부터 디아벨은 크루저가 아닌 스포츠 모터사이클의 장르로 넘어간다. 디아벨의 움직임은 통상적인 크루저에서 경험할 수 있는 것과 결이 다르다. 빠르고 민첩하다.

 

스로틀을 힘껏 감은 채 다른 크루저에 없는 퀵시프트를 이용해 왼발로 기어를 툭툭 올리면서 가속하는 모습이 전혀 크루저답지 않다. 1800cc가 넘는 BMW R 18, 할리데이비슨 FXDR 114, 트라이엄프 로켓 3 R 같은 정통 크루저의 가속력도 무시할 수준이 아닌데 디아벨은 느낌이 사뭇 다르다. 정통 크루저들이 묵직한 가속력을 한 번에 쏟아내는 것과 달리 디아벨은 경쾌하고 끈질기게 달린다. 흡사 2기통에 배기량이 1ℓ가 넘는 엔진을 쓰는 네이키드 모터사이클을 떠올리게 한다.

 

코너링도 생각 이상으로 날렵하다. 긴 휠베이스와 두꺼운 리어 타이어 때문에 코너에서 둔할 것 같지만 전혀 아니다. 240kg이 넘는 무게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시선을 멀리 가져가고 몸을 안쪽으로 넘기면 자연스러운 코너링이 완성된다. 정통 크루저에 비해 캐스터 각이 작고 리어 타이어가 스포츠 주행에 적합한 형태여서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달릴수록 크루저로 이렇게 달리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크루저는 본래 고동치는 엔진의 떨림을 느끼며 유유자적 풍경을 감상하면서 달리는 장르다. 지금까지의 크루저가 그랬고, 현재 인기를 끌고 있는 크루저 대부분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다.

 

디아벨은 다르다. 두카티 식으로 재해석된 크루저다. 크루저의 디자인과 자세를 유지하면서 그 어떤 크루저보다 화끈하게 달린다. 중요한 점은 이 모든 과정이 즐겁다는 것이다. 혹자는 디아벨에 크루저 고유의 감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할지도 모른다. 디아벨의 박력 넘치는 L트윈 엔진과 귓가를 자극하는 기분 좋은 배기음, 근육질의 디자인을 두고 감성이 부족하다고 한다면, 어디서 감성을 찾아야 할까? 디아벨은 크루저의 감성과 스포츠 모터사이클의 화끈함이 동시에 녹아 있다.

글_김준혁(모빌리티 칼럼니스트)

 

 

TESTER’s COMMENTS

● 생긴 것 빼고는 전혀 공통점이 없다. 디아벨은 살짝 나긋나긋하게 만든 스포츠 네이키드일 뿐, 크루저나 아메리칸 바이크가 아니다. 저리 가라.

나윤석

 

● 두카티답게 매우 빠르고 상대적으로 경쾌하다. 달리기만으로는 슈퍼 네이키드를 이길 수 없고 고속 크루징으로만 쓰기에는 아깝다는 점이 단점.

이동희

 

● 두카티의 다른 제품과 비교하면 덩치가 크고 살짝 둔하다. 하지만 이번에 비교한 대형 크루저 그룹에서는 가장 날카롭고 짜릿한 운동 성능을 보여줬다.

김태영

 

 


 

 

BMW 모토라드 R 18

BMW 모토라드 제품엔 특유의 감각이 있다. 힘차고 민첩하며 전자제어 장비가 모터사이클 전반에 섬세하게 개입해 한계를 벗어나지 않는다. 여기에 고급 편의장비를 강조하는 지능적인 설계를 바탕으로 라이딩의 즐거움과 안락함의 균형을 잘 끌어낸다. 하지만 R 18의 감각은 완전히 다르다. 최신 기술로 만들어졌지만 그 본질은 헤리티지에 있다. 아니, 기존 헤리티지 라인업보다 더 본격적인 클래식을 원한다.

 

빅 박서라 불리는 2기통 수평대향 엔진의 회전 질감은 지금껏 경험했던 어떤 모터사이클보다 요동친다. 엔진이 기분 좋게 떨리며 소리와 진동으로 라이더를 자극하는 고동감 수준이 아니다. R 18은 한층 벅차다. 날카로운 첫 키스에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린다는 표현이 알맞다. 시동을 걸었을 때 크랭크 회전력이 엔진 왼쪽에 몰리며 몸체가 강하게 흔들리는데, 두 발을 제대로 지지하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넘어질 만큼 강력하다. 나쁘다는 게 아니다, 그게 빅 박서가 가진 특성이다.

 

 

배기량은 1802cc다. 그러니까 한 개의 실린더가 901cc나 담당하는 구멍이 큰 엔진이다. 이 엔진의 감각은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의 미묘한 경계를 오간다. 클러치가 반쯤 붙기 시작할 때부터 차체가 빠르게 앞으로 끌려나간다. 초반부터 쏟아지는 토크가 중·고속까지 유지되면서 무게 340kg인 모터사이클을 가볍게 이끈다. 클러치가 완전히 붙고 나면 엔진 때문에 더 이상 좌우로 휘청거리지 않는다. ‘쿵, 쾅, 쿵, 쾅’ 하는 연속적인 박자로 성큼성큼 속도를 높일 뿐.

 

주행 모드는 흥미롭다. 노멀이나 스포츠처럼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롤(Roll)이나 록(Rock)처럼 다소 옛날식 표현이다. 주행 모드에 따라 엔진 반응이 크게 달라진다. 재미있는 것은 R 18이 추구하는 건 본질적인 클래식이지만, 동시에 엔진의 쿵쾅거리는 감성을 전자식으로 제어한다는 점이다. 하드웨어로 표현한 진짜 클래식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최신 소프트웨어가 개입하는 레트로 감성에 가깝다. 어쩌면 그래서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일부 고회전 구간에선 일부러 엔진 진동을 더 강하게 키우는 극적인 연출도 존재하니까.

 

 

시트 포지션은 할리데이비슨 같은 전통적인 미국형 크루저와 다르다. 시트는 차체 중심에서 뒤쪽에 있고, 긴 연료탱크 앞으로 핸들 바가 운전자 쪽으로 길에 뻗어 나온다. 그런데 스텝은 일반 모터사이클처럼 시트의 바로 앞쪽에 있다. 상체는 쫙 뻗지만 하체는 살짝 웅크린 모습이다. 양쪽으로 툭 튀어나온 엔진 커버 때문에 스텝이 앞으로 더 갈 수 없다. 시트 높이까지 낮아서 적응하기 전까지 포지션이 살짝 어색하다.

 

라이딩 감각은 힘차고 빠르지만, 동시에 여유롭다. 천천히 바람을 맞으며 스타일을 즐기기에 좋다. 목적 없이 짧은 거리를 달릴 때 R 18의 진짜 가치를 알 수 있다. 뒤로 길게 뽑힌 핸들 바에 적응한 후부터는 예상했던 것보다 R 18의 움직임이 훨씬 좋아진다. 코너의 입구부터 꽤 깊은 뱅킹 각도를 실현한다. 어느 순간엔 스토퍼가 땅에 닿으며 불꽃을 튀기겠지만, 그 전에 코너를 거의 다 빠져나올 수 있어서 답답하지 않다.

 

 

타이어 그립의 한계는 높다. 서스펜션이 노면의 진동을 많이 거르지 않기에 주행 특성을 이해하기 쉽다. 제동 감각은 묵직하면서도 끝까지 원하는 만큼 유지된다. 변속기는 자동 업다운 어시스트 기능이 빠져 있다. 사실 이런 편의장비는 R 18을 타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 첨단 장비와 기술이 줄어들수록 클래식이라는 존재 이유에 가까워질 수 있을 테니까.

 

R 18은 일반적인 크루저 기준으로 평가할 수 없다. 목표도, 가치도 다르기 때문이다. BMW가 잘하고 좋아하는 아드레날린 가득한 라이딩 감각보다 클래식 음악처럼 힘차고 조화로우며 웅장했다. 과정이 어떻든 시장의 흐름이나 타사의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저 BMW의 오리지널 클래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하는 데 집중했을 뿐이다.

글_김태영(자동차 칼럼니스트)

 

 

TESTER’s COMMENTS

● 과장된 박서 헤드가 가둬버린 발판의 위치는 치명적이다. 그래도 잘 팔리겠지. 크루저 새내기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모범생.

나윤석

 

●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지고 존재감이 뚜렷해 눈으로 보는 만족감이 크다. 그에 따라 희생한 부분이 적지 않다.

이동희

 

●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주행을 마칠 때까지 좌우로 요동치는 대형 박서 엔진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엔진 때문에 다른 부분이 상대적으로 묻히지만 그 또한 매력이다.

김준혁

 

 


 

 

할리데이비슨 FXDR 114

할리데이비슨 FXDR 114는 한자리에 모인 넉 대의 크루저 중에서도 가장 독특하다. 흔히 아메리칸 타입이라고 하는 정통 크루저에 가까운 R 18이나, 굳이 구별하자면 네이키드 바이크에 가까운 로켓 3 R이나 디아벨과도 다른 드래그 레이서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완전 트랙 전용 머신과는 차이가 있다. 앞으로 허리를 잔뜩 숙인 상체는 같지만 발을 앞으로 뻗는 포워드 스텝이 달려 있다. 결국 가장 비슷한 것을 찾자면 과거 할리데이비슨의 V 로드다. 물론 모양이나 분야가 그렇다는 말이지 특성은 전혀 다르다.

 

 

우선 밀워키 114 엔진은 충분히 ‘할리스럽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적당한 고동감과 현대적인 매끈한 회전감을 갖췄다. 고회전까지 쭉쭉 뻗지는 않아도 1868cc의 넘치는 배기량과 보어×스트로크가 102×114mm인 롱스트로크 구조여서 실린더에서 폭발이 일어날 때마다 밀어주는 힘이 느껴진다. 3500rpm에서 나오는 16.3kg·m의 토크는 공차중량 303kg의 바이크에 차고 넘친다. 그렇다고 다루지 못할 정도의 과격함은 아니다. 잘 만들어진 요즘 시대 아메리칸 머슬카를 타듯, 스로틀을 비트는 것에 맞춰 기어를 빠르게 올리면 포탄처럼 튀어나갈 수도 있고 고단 기어를 골라 저회전부터 느긋하게 가속하는 재미도 있다.

 

재미있는 것은 시트 포지션이다. 720mm의 시트고는 성인이라면 양 발바닥이 모두 땅에 닿는데, 오른쪽은 멋지게 휘어진 배기 매니폴드가 있고, 왼쪽은 기어 박스가 넓어 제법 다리를 벌려야 정차할 때마다 뜨거운 기운이 다리를 자극하는 것을 피할 수 있다. 스텝이 멀진 않은데 높게 달려 실제 빠르게 달리면 굽혀진 상체와 함께 허리를 접은 모양이 된다. 처음에는 이 위치가 매우 어색해 출발하면서 몇 번이나 허공에 발을 휘젓는 볼썽사나운 꼴을 보였지만, 익숙해지니 유유자적 주행을 할 땐 시트에서 몸을 앞으로 조금 당겨 허리를 세워 편하게 앉고, 가속할 땐 자연스럽게 뒤쪽으로 엉덩이를 빼 몸을 고정하게 된다. 오른쪽에 툭 튀어나온 오픈 필터와 흡기관 때문에 다른 바이크처럼 양 무릎으로 바이크를 조이는 그립은 안 되더라도, 앞으로 숙여 둥글게 말린 허리부터 꼬리뼈를 시트에 고정하는 것만으로도 자세가 안정적이다. 그다음에는? 무려 1745mm의 휠베이스의 안정감과 폭 240mm의 리어 타이어가 노면을 짓누르는 것을 느끼며 쏜살같이 달리면 된다.

 

 

사실 FXDR 114의 브레이크가 날카롭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직경 300mm의 앞 듀얼 디스크는 속도를 줄여 코너 정점까지 파고드는 데 아쉬움은 없다. 가장 인상적인 건 코너링이다. 바이크를 옆으로 눕히는데 저항감이 크지 않다. 묵직하지만 유연하게 안쪽으로 기울어진다. 되레 핸들 바의 움직임이 큰 저속은 익숙해지기 전까지 긴 휠베이스가 부담이지만 중·고속에서는 두툼한 중식도가 옆으로 넘어가듯 기울고, 정점을 지나 스로틀을 비틀면 다시 포탄 같은 가속이 이어진다. 이는 연속된 코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무게중심이 라이더의 허벅지 안쪽 어디에 있는 것처럼 방향 전환이 쉽다. 기대치가 낮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시내 구간에서의 즐거움이 컸다.

 

타는 내내 내 머릿속을 지배한 생각은 ‘익숙해지면’이었다. 원래 인간이란 낯선 존재나 경험에 대해 반발하기 마련이다. 공포나 두려움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익숙해지고 다루는 법을 터득한 다음에는 더 큰 것들을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할리데이비슨 FXDR 114는 경험할수록 경험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얻을 게 많은 독보적인 존재다. 오랜 시간 차근차근 경험한 사람이면 분명 이 바이크의 매력에 푹 빠질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나처럼.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TESTER’s COMMENTS

● 매끈해서 속상했던 밀워키 7 엔진으로도 걸걸한 느낌을 몸으로 전달하는 FXDR의 가벼운 불량스러움이 반갑다. 한계는 낮아도 기쁨은 낮지 않다.

나윤석

 

● 드래그 머신 콘셉트다. 엄청난 크기의 광폭 타이어만 보더라도 출력을 가속으로 전환하기 위함이다. 선회할 때 움직임이 예상보다 뻣뻣하지 않았다.

김태영

 

● 할리데이비슨을 화끈하게 즐기고 싶다면 FXDR 114가 답이다. 오랜 시간 크루저를 만들며 쌓은 내공에 스포티한 성향이 더해져 강력하고 젊은 감각이 넘친다.

김준혁

 

 


 

 

트라이엄프 로켓 3 R

‘2500cc짜리 엔진을 실은 모터사이클’. 트라이엄프 로켓 3를 설명하는 가장 흔한 표현이다. 실제로 로켓 3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주는 것은 엔진이다. 그런데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가지 감각이 어우러져 나타나는 로켓 3만의 독특한 감흥이기 때문이다. 시트에 앉았을 땐 무쇠 덩어리 같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할리데이비슨을 빗대어 이야기하는 철마의 느낌과는 전혀 다르다. 보통의 아메리칸 크루저들이 묵직하고 터프한 것 위에 가죽이나 얇은 쿠션을 한 장 깔고 앉은 느낌이라면, 로켓 3는 밀리터리 등급의 고강도 합금을 정교하게 깎아서 만든 커다랗고 단단한 덩어리에 올라앉은 기분이다. 스트로크가 짧은 뒤 서스펜션이 내 체중에도 꿈쩍하지 않듯 차체의 모든 부분이 한 덩어리로 만들어진 것처럼 견고하다.

 

 

시승차는 로켓 3 중에서 스포티함이 강조된 로켓 3 R 버전(GT도 있다). 보통 크루저와는 달리 의자에 앉아서 발을 놓는 위치에 있는 발판에 발을 올린다. 유럽인 표준 신장보다 한참 작은 나인데도 불구하고 엉덩이를 붙잡은 시트, 발을 흡착판처럼 고정하는 금속제 발판 위의 조각 패턴, 마지막으로 내 무릎을 정확하게 품는 연료탱크의 그립 포지션이 허리 아래의 내 몸을 로켓 3와 하나로 만든다. 이런 일체감은 스포츠 바이크에서도 맛보기 어렵다. 그런데 로켓 3는 그것을 단숨에 완성한다. 더 놀라운 것은 나보다 키가 한참 큰 라이더들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아주 희한한 일이다.

 

 

높지는 않지만 크루저 장르에서는 낮은 편도 아닌 773mm의 시트 높이는 정차할 때에도 무릎을 편하게 해준다. 이것은 정지 상태에서 출발 대기 포지션을 취하기가 쉽다는 뜻이다. 크루저 장르치고는 가벼운 291kg이지만 그래도 무거운 바이크. 하지만 밀착이 좋은 하체와 땅에 발을 쉽게 디딜 수 있는 시트 높이는 불안감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해 준다. 시동을 걸면 우렁차고 힘이 넘치는데 균등한 회전 속에 거친 금속 표면의 질감이 느껴진다. 스로틀을 살짝 돌려도 즉각 반응하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정교한 엔진이다. 클러치만 슬쩍 이어도 로켓 3는 가뿐하게 출발한다. 시동을 꺼뜨리기가 불가능할 정도다.

 

 

로켓 3의 엔진은 6000rpm에서 최고출력 167마력, 4000rpm에서 최대토크 22.5kg·m를 낸다. 레드존은 7000rpm. 이렇게 들으면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려보면 이것이 왜 머슬 바이크인지 단숨에 알 수 있다. 노멀 모드에서도 충분히 강력하지만 스포츠 모드에서 스로틀 레버를 강하게 돌렸을 때 내 체중을 포함해 400kg이 넘는 이 덩치를 엔진이 무자비하게 몰아붙인다. 뒷바퀴가 자꾸만 미끄러지고 트랙션 컨트롤이 씨름하는 동안 엔진 회전계는 어느새 레드존 근처까지 향한다. 얼른 기어를 올려봐도 또 똑같은 상황을 마주한다. 속도를 계속 쌓으면 이륙 직전의 비행기처럼 달린다.

 

 

150/80ZR17, 240/50ZR16의 두꺼운 앞뒤 바퀴로 예리한 코너링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견고하게 고정된 무릎으로 차체를 눕히면서 내 체중을 실어주면 차체는 과장된 느낌 없이 깔끔하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의외로 코너링 성능이 제법이다. 아쉬운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두 가지인데 그 첫 번째는 허리가 아프다는 점이다. 서스펜션이 단단해서 노면의 굵은 요철을 모두 내가 받아내야 한다. 그리고 두 번째는 엔진이 뜨겁다. 가랑이 사이에 2.5ℓ 엔진이 위치한다면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의 마지막 장면에서 미사일에 올라탄 잭 리퍼 장군을 기억하시는지? 로켓 3에 오르면 꼭 그 장군이 된 기분이 든다. 살살 타면 크루저, 몰아붙이면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다.

글_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TESTER’s COMMENTS

● 2458cc의 3기통 엔진이 전부다. 스로틀을 비틀 때마다 스윽 떠오르는 느낌과 어쩔 수 없는 무게 때문에 상대적으로 둔한 핸들링이 살짝 아쉽다.

이동희

 

● 커다란 덩치와 상관없이 섬세하고 민첩한 움직임이 마음에 들지만 엔진과 차체에 운전자가 끌려가는 위화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김태영

 

● 엔진은 거칠지만 부드럽고, 과하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모터사이클을 조종하는 건지 아니면 매달려 가는 건지 아리송하다.

김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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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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