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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를 해부했다

SF90 스트라달레는 기술과 디자인, 퍼포먼스 모두 이전의 기준을 뛰어넘은 페라리의 새로운 꼭짓점이다

2021.01.06

 

DESIGN

페라리의 디자인은 결코 아름다움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보다 높은 수준의 공기역학을 찬연한 형태에 녹여 위세를 높일수록 자세를 낮추고 날카롭게 공기를 가른다. 그저 인간이 그려낼 수 있는 가장 멋진 선과 조형으로만 다듬은 것 같은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도 마찬가지다. 1000마력이라는 가공할 힘을 뿜어내는 SF90 스트라달레에게 그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덕분에 시속 250km까지 속도를 올리면 390kg이나 되는 다운포스가 차체를 짓누른다.

 

이중으로 이뤄진, 잔뜩 벼린 앞모습은 단순히 SF90 스트라달레의 막강한 기세만을 표현한 게 아니다. 이 부분으로 주변의 공기 흐름을 압축해 다운포스를 끌어올린다. 양 끝을 살짝 꺾어 올려 스타일리시하게 매만진 아래 범퍼는 프런트 윙의 역할을 하며 양쪽 디퓨저와 함께 앞부분의 다운포스를 증가시킨다. 보닛과 범퍼 사이 두툼한 기둥 안쪽으로 들어온 공기는 보닛 위로 이동해 차체를 타고 흐른다. 이를 통해 차체 주변 공기 흐름을 개선해 공력성능을 끌어올린다. 그런데 이 부분 또한 초강력 쿠페의 강건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보닛 라인과 이어지며 극적인 분위기를 이뤄낸다.

 

 

차체를 타고 흐르는 유연한 곡면은 엔진 커버 위를 지나며 자연스럽게 리어 스포일러를 생성한다. 보기에도 우아하지만, 기능적으로도 탁월하다. 평소에는 리어 스포일러와 뒤 범퍼 사이를 열어둬 와류를 제어해 저항을 줄인다. 빠르게 코너를 돌거나 강하게 제동할 때는 열린 부분을 닫아 거니 플랩으로 역할을 바꾸며 거센 다운포스를 만든다.

 

이런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던 건 디자인 센터와 공기역학 팀 간의 긴밀한 협업 덕분이다. 단순히 장치나 부품을 더해 공력성능을 높이는 게 아니라 아름다운 형태를 면밀하게 다듬어 최상의 공력성능을 끌어낸다. 스타일링의 중심에는 플라비오 만초니가 있다. 진정한 페라리인 라페라리와 사상 최고의 공력성능을 담아낸 F8 트리뷰토 등을 탄생시킨 그가 이번에도 완벽한 기능을 혁신적인 스타일에 담았다.

 

 

겉모습은 상당히 직선적이다. 강하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기품이 느껴진다. 찬찬히 살펴보면 직선보다는 곡선이, 평면보다는 곡면이 더 많이 쓰였기 때문이다. 실제 예리하게 느껴지는 곳은 곡선과 곡선이 마주치는 부분이다. 그 때문에 평면적으로 보면 퍼렇게 날이 섰지만, 입체적으로 보면 우아하게 흐른다. 그래서 SF90 스트라달레는 마치 입체파의 회화 같다. 보는 위치에 따라 인상이 달라진다. 투톤으로 이뤄진 A필러와 지붕도 인상적이다. 멀찍이 떨어져서 보면 마치 스피드스터 같다. 가만히 있어도 속도감이 느껴진다. 그 위로 빠끔히 올라온 페라리 최초의 샤크핀 안테나가 없었다면 깜빡 속을지 모른다.

 

외모가 기능과 아름다움의 절묘한 조화라면 실내는 과거와 미래의 매끄러운 만남이다.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디지털화가 이뤄졌다. 계기반은 16인치나 되는 거대한 디스플레이로 채워졌다. 중앙에서 자존심을 높이고 있는 건 여전히 아날로그 클러스터 같은 태코미터다. 다만 이 큰 화면에 지도만 띄울 수 있는 모드도 있다. 달라진 시대로 접어든 페라리의 모습을 실감할 수 있다. 물론 지도 맨 위에 그래픽으로 표시되는 가로형 태코미터를 띄울 수도 있다. 방식은 바뀌었지만, 가치는 바뀌지 않았다.

 

 

램프나 공조장치는 터치식 버튼으로 제어한다. 심지어 시동도 햅틱으로 피드백을 주는 터치식 버튼이다. PHEV인 SF90 스트라달레가 잠시 엔진을 재우면 마치 미래의 페라리를 타고 있는 듯 묘한 소름이 돋는다. 반면 변속기는 고전적인 게이트식 기어 레버의 형태에서 가져왔다. 2010년 특별 주문생산한 캘리포니아를 마지막으로 더는 수동변속기를 넣지 않았던 페라리이기에 더욱더 반갑다. 아직은 디지털화되지 않은 마네티노 다이얼과 함께 페라리의 빛나는 유산을 돌아보게 한다.

 

안팎을 살펴보니 페라리 특유의 세련된 기능과 스타일링의 조화는 SF90 스트라달레에서 정점에 오른 듯하다. 미래와 전통이 마주치는 바로 그곳에 SF90 스트라달레가 있다.

글_고정식

 


 

 

TECHNOLOGY

페라리가 그들 역사상 처음으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내놓았다. 휴대전화기처럼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는 차 말이다. 내연기관 시대를 지배했던 페라리에게 ‘변혁’이라 부를 만큼 급작스러운 전동화 세상의 도래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페라리는 언제나 가장 강력한 내연기관으로 물리적 한계에 도전하고 그 한계에서 또 다른 한계를 맞이했으니까. 그런데 좀 더 깊이 들어가면 페라리는 이미 전동화 시대를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SF90 스트라달레의 PHEV 기술이 F1에서 왔기 때문이다.

 

2009년 F1은 화석연료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줄인다는 명목(환경론자들에게 지속해서 공격받았다)으로 KERS(Kinetic Energy Recovery System)를 처음 도입했다. 제동하면서 잃는 운동에너지를 회수해 배터리에 저장하고 필요할 때 사용하는 회생에너지 시스템이다. F1이 전기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에 반발하며 사용하지 않겠다는 팀도 있었지만, 페라리는 가장 먼저 KERS를 받아들였다. 2014년엔 F1 경주차 엔진이 2.4ℓ 자연흡기에서 1.6ℓ 터보 엔진으로 작아지면서 KERS가 ERS(Energy Recovery System)로 바뀌었다. KERS는 제동에너지만 회수하지만, ERS는 두 개의 회생에너지를 저장한다. KERS처럼 제동에너지를 흡수하는 MGU-K(Motor Generator Unit-Kinetic)와 터보차저와 배기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열을 흡수해 전기에너지로 전환하는 MGU-H(Motor Generator Unit-Heat)다. SF90 스트라달레에 들어간 3개의 전기모터 중 하나는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자리하고(이게 MGU-K다) 나머지 둘은 각각의 앞바퀴에 달린다.

 

 

F1에서 온 MGU-K 덕분에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에서 회수하는 제동 에너지가 워낙 많아 SF90 스트라달레는 굳이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 충전하지 않아도 언제든 전기모터를 돌리며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다. 더불어 앞에 달린 두 개의 전기모터로 SF90 스트라달레는 페라리 최초의 네바퀴굴림 스포츠카가 됐다. 그리고 이 전기모터는 토크벡터링 기능을 수행한다. 물리학의 법칙을 거스를 정도로 빠른 노즈 움직임이 이 전기모터 덕분이다.

 

스쿠데리아 페라리 F1 팀에서 온 기술은 또 있다. 8단 습식 듀얼클러치 변속기도 그들의 F1 경주차에서 왔다. 이전에 사용한 드라이섬프 방식의 7단 듀얼클러치 대비 더 높은 효율을 낸다. 더불어 앞바퀴에 달린 전기모터 덕분에 후진 기어를 제거하면서 크기도 20% 줄었다(후진은 엔진 없이 전기 시스템만으로 움직인다). 결과적으로 변속기를 낮게 배치할 수 있게 됐고 변속기가 낮다는 건 그만큼 엔진도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SF90 스트라달레의 엔진룸을 열어보면 놀라울 정도로 낮게 배치된 엔진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기능도 있다. 리어 윙에 숨어 있는 셧오프 거니(shut-off gurney)라 불리는 시스템은 직선주로를 달릴 때는 다운포스를 줄이기 위해 열려 있다가 많은 다운포스가 필요한 코너에서 윙과 차체 사이를 완벽히 막아 공기흐름 저항값을 높인다. F1에서 사용되는 DRS(Drag Reduction System)와 형태는 다르지만 개념과 기능은 같다.

 

SF90는 2019년 페라리 F1 경주차의 이름이다. 여기에 ‘길’이라는 뜻의 스트라달레를 붙였다. ‘도로를 달리는 F1 경주차’라는 뜻이다. 엔진과 변속기, 에어로다이내믹 등 주행성에 영향을 미치는 모든 기능과 기술을 F1을 기반으로 했기에 이런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페라리는 SF90 스트라달레로 그들의 90년 역사를 자축하며 새로운 시대로 발돋움했다. 그리고 변혁의 시대에도 페라리는 빠르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전기 시스템으로 출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구조적 이점까지 챙기면서 더욱 빠르고 정교한 움직임을 만들었다.

글_이진우

 


 

 

PERFORMANCE

페라리 SF90 스트라달레를 타고 첫 번째 코너를 지나면서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 움직이는 속도나 반응이 예상한 수준과 달랐다. 내 뇌 속 1000억 개의 뉴런에는 이런 성능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그동안 타봤던 여러 슈퍼카와 하이퍼카의 데이터를 바탕에 두고도 이 차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을 수 없었다. 페라리 458 스페치알레, F8 트리뷰토와 차이가 확실히 존재하는 건 물론이다. 812 슈퍼패스트 같은 기함과 비교해도 차원이 달랐다.

 

SF90 스트라달레는 전기모터 3개와 V8 4.0ℓ 터보 엔진이 조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지녔다. 자동차 공학 기준으로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설계라는 의미다. 앞바퀴 쪽 두 개의 모터와 뒷바퀴에 달린 엔진과 모터는 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최악의 경우 엇박자를 낼 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내연기관 시스템은 입력과 출력의 물리적 상관관계가 명확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연료량이나 터보 부스트 압력에 따라 특성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 반면 전기 시스템은 다르다. 배터리의 용량이나 출력, 모터의 성능은 정해져 있지만 움직임을 제어하는 모든 과정에 변수가 있다. 미세한 조정은 결국 소프트웨어의 몫이다. 쉽게 말해 ECU 코딩 범위를 벗어나면 끝이다. 그만큼 운전자가 교감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 실제로 현재 시판되는 대부분의 전기차 혹은 하이브리드카는 한계 주행 영역에서 질감이 명확하지 않다. 반면 SF90 스트라달레는 이 부분을 완벽하게 해결한다. 최대 성능까지 밀어붙여도 이질감을 느낄 수 없다. 하이브리드라는 사실을 모르면 순수한 뒷바퀴굴림이라 착각할 정도다.

 

운전대에는 터치식으로 바뀐 주행 모드 설정 장치, e마네티노가 있다. 여기서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순수 전기 모드를 누르면 엔진은 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춘다. 대신 ‘위윙’ 하는 가상 전기음이 실내를 가득 채운다. 앞바퀴굴림으로 구동력이 제한되며 시속 135km까지 엔진 없이 달릴 수 있다. 이때 가속력은 일반 해치백처럼 경쾌한 수준. 차 주변으로 공기가 흘러가는 소리와 커다란 광폭 타이어가 노면의 미세한 돌을 밟아 튀기는 소리만 들린다.

 

 

그 위로는 하이브리드, 퍼포먼스, 퀄리파이 등 세 가지 주행 모드가 있다. 각 모드는 배터리 재충전과 방전의 매니지먼트가 핵심이다. 하이브리드 모드가 회생제동 충전과 출력의 균형이라면 퍼포먼스는 모터 출력에 집중해 운전 재미를 끌어올린다. 퀄리파이 모드는 시스템 출력 1000마력을 모두 발휘할 수 있도록 배터리와 모터를 최대치까지 밀어붙인다.

 

페라리가 측정한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2.5초다. 이 가속력은 말로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내 앞으로 보이는 공간을 빨아들이는 듯한 순간이동에 가깝다. 머리카락이 쭈뼛한 가속 구간이 끝나지 않는다. 가속페달을 밟자마자 시속 100km를 돌파한다. 그 뒤로도 숨 한번 크게 쉬지 않고 속도계 맨 앞자리 숫자를 바꿔버린다. 엔진회전 바늘은 놀라울 만큼 급하게 회전한다. 반면 토크는 네 바퀴 전체에 안정적으로 실리며 노면까지 전달된다. 엄청난 힘을 언제든 자연스럽게 분출하는 모습이 놀랍다. 물론 그 순간순간 운전자의 엉덩이, 어깨, 허리, 목에 강한 충격을 전달한다.

 

 

SF90 스트라달레가 다른 페라리와 차별화를 두는 부분은 코너링 성능이다. 코너를 향해 운전대를 돌릴 때 바깥쪽 앞바퀴에 모터 출력이 즉각적으로 실리며 선회가 시작된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중 회전 응답성이 이렇게 빠른 차는 본 적이 없다. 너무 빨라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정도다. 코너링 때 느껴지는 차체는 돌덩이처럼 단단하다. 서스펜션이 눌리는 감각이 거의 없다. 그런데도 경주차처럼 스트레스가 크지 않다. 모순된 표현 같지만, 단단한데도 유연하다. 어찌나 유연한지 다루기 쉽다는 착각이 든다. 미쉐린 컵2 타이어는 속도에 상관없이 끈적한 접지력으로 대응한다. 동시에 코너에선 네 바퀴 중 어떤 타이어의 접지력이 줄어드는지 정확하게 설명한다.

 

카본 세라믹 브레이크의 제동력도 인상적이다. 저속에서 칠판을 긁는 듯한 소음이 거의 없다. 하지만 급제동 시 얼굴의 두 볼이 앞으로 쏠려서 얼얼할 만큼 강력한 성능을 보여줬다. 하루 이틀 시승으로 완전히 판단할 순 없지만, 회생 제동 에너지 효율성도 뛰어나다. 하루 종일 차를 극단적으로 테스트했음에도 하이브리드와 퍼포먼스 모드에선 배터리를 중간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했다.

 

 

맞다. SF90 스트라달레의 주행 성능, 그 한계는 차를 하루 이틀 타본다고 온전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마치 게임에서 치트키를 넣은 것처럼, 운전자가 도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물리적인 한계의 최대치가 실현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여느 하이퍼카처럼 운전자를 압도하는 위화감은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운전자와 깊이 있게 교감하는 모습이 매력이다. 프로 레이서가 황홀해할 주행 영역이 존재하지만 꼭 레이서만을 위한 차도 아니다. 안락하면서도 동시에 효율적이다. 폭넓은 대응 능력. SF90 스트라달레가 하이퍼카 그 이상의 새로운 영역에 있다는 증거다.

글_김태영(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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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장현우(장현우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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