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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세단에 입문하라, 기아 스팅어 & 캐딜락 CT4

스팅어는 국산 최초의 파워 세단을 표방한다. CT4는 콤팩트한 보디에 스포티한 느낌이 넘쳐난다. 둘 다 가슴을 쿵쾅거리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스포츠 세단이다

2021.02.13

 

자동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4도어 세단은 조금 심심하다. 스포츠 쿠페나 컨버터블 등 세상에 재미난 차가 많은데, 심심한 차를 탈 시간은 없다. 4도어 세단은 평범하다는 이유만으로 나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자동차는 나에게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즐거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4도어 세단이 흥미로운 차가 될 수도 있다. 현대 아반떼나 기아 K5처럼 디자인이 뛰어난 경우다. 그러나 출력이 답답하다면 곧 싫증이 날 거다. 4도어 세단이 재미있는 차가 되려면 커다란 엔진을 얹어야 한다. 파워풀한 차는 차원을 달리한다. 넉넉한 힘은 같은 차도 전혀 다르게 만든다. 예를 들어 BMW 320d와 M3를 같은 차라 할 수 없다. 여유로운 힘은 심심한 4도어 세단을 재미있는 차로 만든다.

 

 

힘은 넘치는데 겉모습이 수수하다면 남을 속일 수 있다. 겉으로 볼 땐 몰랐는데 알고 보니 슈퍼카였다는 식이다. 상대를 깜짝 놀라게 하는 재미가 있다. 이를 ‘양의 탈을 쓴 늑대’ 놀이라 한다. 아닌 척하다 초록불이 켜지면 “요건 몰랐지?” 하며 센 힘으로 튀어나가는 데 쾌감이 있다. 독일에서는 고성능 차를 산 사람들이 엠블럼을 떼어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와 반대의 자동차 문화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BMW M 시리즈나 메르세데스 AMG 같은 스포츠 세단을 열망했다. 스포츠 세단이 좋은 건 평소에 무심한 듯 승용차로 대하다가 필요한 순간 스포츠카로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힘이 여유로운 차는 빨리 달릴 뿐 아니라 주행질감을 고급스럽게 한다. 힘이 여유로운 차는 럭셔리하다. 스포츠 세단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오늘 온 시승차는 어쩌면 입문 단계의 차들이다. 기아 스팅어는 국산 최초의 파워 세단을 표방하고 나섰다. BMW M 부서 출신의 알버트 비어만 사장이 한국에 와서 처음 손댄 차라고 한다. 캐딜락 CT4는 브랜드 이미지와 달리 콤팩트한 보디에 스포티한 느낌이 넘쳐난다. 유럽 감성의 CT4는 과거의 미국차 이미지를 벗어나고 싶어 한다.

 

 

기아 스팅어 마이스터

스팅어는 해치백 스타일이라 좋다. GT라는 의미에 걸맞은 모습이다. 쓰기 편한 것은 물론 어딘가 세련된 기분도 든다. 해치백은 유러피언 감성에 젖어 있다. 스팅어 정도 크기의 해치백은 유럽에서 고급차 영역에 속한다. 부드러운 곡선의 보디는 클래식하면서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한다. 어딘가 스팅어만의 이미지로 굳어가는 4도어 쿠페 스타일의 실루엣이 흐뭇하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콘셉트카 기아 GT가 선보인 이래 눈에 익은 실루엣이다.

 

 

주간주행등은 얼핏 포르쉐 같고, 테일램프도 일직선으로 새롭게 마무리했다. 시대 흐름에 맞는 적절한 조치다. 네 개의 동그란 머플러 구멍은 스포츠 세단에 완성된 힘을 뜻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거슬리는 것도 없진 않다. 세련된 보디에 이런저런 장식이 너무 많아 조금 복잡해 보인다. ‘호랑이 코’ 그릴은 검은색으로 처리했지만 역시 모양이 지나치다. 요즘 기아차들이 조금씩 ‘호랑이 코’ 그릴 디자인을 벗어나는 것 같아 반가운데, 스팅어는 아직 그대로다. 프런트 그릴은 K5가 오히려 나아 보인다. 스팅어만의 엠블럼은 그 뜻을 잊어버렸다.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아서다.

 

 

대시보드 디자인도 센터스택에 놓인 송풍구 덕분에 스팅어만의 색깔이 분명하다. D컷 운전대가 스포티하고 두툼한 시프트 레버도 만질 때 즐겁다. 앞뒤 시트 모두 다이아몬드 퀼팅 디자인으로 벤틀리 분위기를 풍긴다. 스팅어는 스포티한 고급차인 거다. 렉시콘 오디오 소리가 유난히 깨끗하다. 10.25인치 모니터는 많은 기능을 담고 있어 며칠을 갖고 놀아야 그 내용을 다 알 수 있겠다.

 

 

스팅어에서 스포츠 세단답지 않은 건 넓은 실내다. 너비가 여유로우며 특히 뒷자리 무릎공간이 넉넉하다. 스팅어를 전천후 세단으로 만드는 매력 포인트다. 넓은 뒷자리와 해치백이라 쓰기 편한 트렁크는 다른 스포츠 세단과 비교할 때 강력한 경쟁력을 갖는다. 같은 플랫폼을 쓴 제네시스 G70와 비교해도 앞서는 부분이다. G70에 없는 것 또 하나는 시승차에 얹힌 304마력의 2.5 ℓ 가솔린 터보 엔진이다. 304마력은 1770kg의 차를 ‘제로백’ 7초 정도로 밀어붙인다. BMW M을 따라가기에는 한참 못 미치지만 충분한 박력이다. 4기통 엔진은 앞이 가벼워 상대적으로 밸런스가 좋고 경쾌한 주행감각을 기대할 수 있다. 3.3ℓ 터보 엔진도 얹는 스팅어 섀시는 2.5ℓ 엔진 차에 여유가 있다.

 

 

컴포트 모드로 달리면 차가 조용하다. 최근 스팅어 광고를 보면서 조용한 차를 강조하는 것이 의아했다. 스포츠 세단이 조용하다고? 스팅어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는 현실 속에서 궁여지책일 거다. 럭셔리 패밀리 세단으로 강조하는 게 한국에서 스팅어를 파는 방법인가 싶다. 스팅어 역시 기아 쏘울처럼 국내보다 해외에서 인기가 좋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살아난다. 스팅어 2.5는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으로 인위적인 사운드를 만든다. 스마트스트림 4기통 엔진은 충분히 강력하고 또 부드럽다. 여유로운 힘으로 쭉쭉 내뻗는 차는 충분히 빠르다. 또 네바퀴굴림이지만 뒷바퀴굴림 같은 느낌으로 달린다. 시승차는 퍼포먼스 패키지를 적용한 모델이다. 브렘보 브레이크와 전자식 네바퀴굴림 시스템, 전자제어 서스펜션을 달았다. 네바퀴굴림의 안정감 속에 차를 더 몰아치고 싶었지만 어젯밤 내린 눈으로 알버트 비어만이 다듬은 쫄깃한 핸들링을 맛볼 기회는 없었다. 사실 스팅어 같은 차는 트랙을 달려야 제맛을 안다.

 

 

스팅어는 스포츠 세단에 패밀리 세단의 실용성을 더했다. BMW 4시리즈 그란쿠페, 아우디 A5 스포츠백 같은 경쟁차와 비교하면 가치가 돋보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5가 조금만 더 파워풀했으면 싶었다. 같이 간 기자들은 모두 만족했지만 스팅어 시승을 준비하면서 BMW M을 상상한 내가 잘못이다. 373마력을 내는 V6 엔진의 스팅어가 궁금하다.

 

 


 

 

캐딜락 CT4

캐딜락에 작은 차를 상상할 수 없는 시절도 있었다. 내가 어릴 적 캐딜락은 대통령이 타는 차였다. 세월은 흘러 작은 차도 캐딜락 라인업의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석유파동과 환경문제 등 고난의 자동차 역사를 거치면서 이룬 결과다. 어느덧 과거의 캐딜락 이미지와 달리 스포츠 세단을 지향하는 차도 생겼다. 캐딜락의 작은 차는 어느새 BMW 3시리즈 같은 차가 됐다. 작고 파워풀한 세단이 젊은 고객을 브랜드로 불러 모은다.

 

 

캐딜락 CT4에는 이전 모델인 ATS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다. CT4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다듬은 차는 쐐기형의 각진 보디가 깔끔하다. 앞뒤 무게배분이 50:50으로 완벽한 균형을 자랑하는 뒷바퀴굴림 차의 자태가 우아하다. 난해한 듯 복잡한 앞모습은 젊은 취향이지만, 수직 주간주행등과 테일램프로 캐딜락만의 개성이 뚜렷하다. 대시보드 역시 단순하지만 캐딜락만의 오라가 느껴진다. 특히 감성품질이 뛰어난 끝마무리를 보니 과거 미국차와는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사이드 볼스터가 두드러진 운전석은 고급스러운 분위기에 스포티한 감각을 더했다. 뒷자리는 조금 비좁은데 그만큼 스포티한 기분을 부추긴다.

 

 

GM의 알파2 플랫폼을 쓴 차는 흔한 표현으로 하체가 탄탄하다. 중심을 잡는 느낌이랄까, 안정감이 두드러져 한마디로 고급차 타는 감각이 느껴진다. GM 차들은 대부분 하체가 좋아 달릴 때 안정감이 좋았다. 쉐보레 스파크부터 모든 GM 차를 탈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대중적인 차에 기대 이상이다. 캐딜락 CT4 역시 단단한 차체가 듬직한데 치고 나가는 힘이 좀 부족하다. 스포츠 세단으로 생각하니 그랬다.

 

 

CT4의 240마력은 스포츠 세단으로 부르기에 조금 낮은 출력이다. 구형인 ATS가 272마력이었는데 240으로 낮아졌다. 그럼에도 같은 엔진을 얹은 CT5보다 가벼운 만큼 빠르다. 저속을 중시한 엔진은 터보 지체 현상 없이 가속과 감속이 자유롭고, 변속기는 부드럽게 움직인다. 스포츠 모드를 고르고 가속페달을 밟아대자 차 안으로 두텁고 거친 엔진 소리가 들이친다.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이 7초대다. 구불거리는 길을 달리며 시프트 패들을 적극적으로 쓰면 즐거움이 더 커진다. 이건 스팅어 2.5도 마찬가지였다.

 

 

적당한 무게로 바닥을 누르는데 운전대가 듬직하게 버텨준다.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은 노면을 1000분의 1초 단위로 체크하여 댐핑을 조절한다. 어느 순간에도 브렘보 브레이크는 강력한 제동력을 발휘한다. 어쩌면 이름 덕분에 기분이 더했는지 모른다. 난 브렘보만 믿고 코너를 향해 전력 질주한다. “브레이크 성능이 좋은 차가 빠른 차야! 언제나 차를 세울 수 있다는 자신감에 속도를 마음껏 낼 수 있거든!”

 

 

캐딜락은 CT4를 럭셔리한 차보다 스포티한 차로 내놓았다. 올해부터 CJ 슈퍼레이스에서 원메이크 레이스도 펼친다고 한다. 그런데 국내에 들어온 엔진 라인업은 CT4 엔진 중에서도 가장 아랫급인 2.0ℓ뿐이다. 30년 전 BMW 3시리즈는 아랫급 엔진의 318i만 국내에 수입했다. 당시에는 작지만 값비싼 수입차를 팔 자신이 없었다. 고객들은 318i를 타며 “BMW도 별로네요” 했다. 난 그들이 스포츠 세단의 명가 BMW에 대해 잘못된 이미지를 갖게 될까 봐 속상했다. 그 후 325i와 M3가 수입되면서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의 의미는 제대로 전달됐다. 캐딜락 CT4의 윗급 엔진인 309마력짜리 2.7과 325마력의 CT4-V가 궁금하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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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서인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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