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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아름다운 자동차는 무엇?

외형은 전체에 대한 호오를 가장 먼저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다. 철저히 외모만 봤을 때, 당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자동차는 무엇인가?

2021.02.15

(왼쪽부터) 시트로엥 2CV, 메르세데스 벤츠 380SL, 재규어 E 타입

 

시트로엥 2CV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기적 건축

자연의 반대말은 인위다. 인위의 주체는 인간이다. 인간은 지구의 순수이며 본연인 자연에서 스스로 자신을 탈락시켰다. 인간도 자연에서 비롯됐지만, 더 이상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자인한 셈이다.

 

집은 인간을 물리적으로 자연에서 분리시킨다. 의식주. 어렸을 때 배운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3대 필수 요소’인 옷과 음식, 집을 뜻하는 이 말을 영어로 번역하면 Food, Clothing and Shelter다. 주(住)는 House가 아니다. 피신처를 의미하는 Shelter다. 귀찮은 벌레나 위험한 맹수는 물론 추위와 폭풍우 등 위협적인 자연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기본적인 역할로서의 집이기 때문이다.

 

셸터로 시작한 건축은 끝내 자연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건축물은 인간의 위용을 상징하며 자연을 지배하는 형태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침탈한 자연의 영역은 그렇게 인위적인 공간으로 채워졌다. 미국의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이러한 양태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에게 건축이란 자연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어울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시골 마을 농가에서 태어나 한때를 보냈고, 자연과 조화를 이룬 삶을 강조하는 유니테리언 집안에서 자란 그에게 자연은 그 자체로 벗이고 가족이며 집이었다. 그런 그에게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이란 어쩌면 자연스레 체화된 신념인지 모른다. 그의 철학은 먼저 대초원 양식(Prairie Style)으로 발현됐다. 미국의 광대한 평원과 조화를 이루는 넓게 펼쳐진 외형 속에 모든 공간이 흐르듯 이어지는 유기적인 실내의 건축물은 주변 환경에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고 자연스레 녹아든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기적 건축은 낙수장에서 절정을 이룬다. 폭포를 바라보는 별장을 원했던 의뢰인에게 그는 폭포와 어우러져 그 속에 머물기를 권했다. 그리고 자연에 그대로 녹아들어 폭포에 걸터앉은 집을 지었다. 낙수장은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양 주변과 경이로운 조화를 이룬다. 이 집은 콘크리트를 제외한 모든 자재를 건물이 세워진 곳 주변에서 구해 일체감을 더했다. 더불어 모든 방에 테라스를 넣어 어떤 공간에서든 자연과 이어질 수 있도록 했다.

 

자동차 중에도 자연에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을 것 같은 소박한 모습의 모델이 있다. 시트로엥의 2CV다. 1948년 처음 등장한 2CV는 현재의 경차보다 한 뼘 정도 긴 해치백 스타일의 4도어 모델이다.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대중형으로 만들었는데, 2CV라는 이름도 직역하면 ‘2 세금 마력’이란 의미다. 당시 프랑스는 출력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산정했는데, 2마력분의 세금만 내면 되는 차란 걸 강조하기 위해 이런 이름을 지었다.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탈한 차란 콘셉트처럼 2CV는 차체에 곡률이 큰 곡선을 많이 사용해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형태를 지녔다. 인간이 만든 제품이지만 제도기로 설계한 인위적인 모습이 아니다. 연필로 스케치해 디자인한 것 같은 자연스러운 분위기다. 실제 농경에서도 이용했던 2CV는 포도밭에 서 있든 밀밭에 멈춰 있든 자연 속 풍경에 그대로 녹아든다. 수송용 트럭이나 농업용 트랙터가 서 있는 모습과는 판이하다.

 

스스로 자연이기를 포기한 인간은 결국 자연에서 잉태됐고 자연으로 돌아간다. 그 간명한 사실은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쉽게 깨닫게 한다. 자연은 결코 정복의 대상이 아니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유기적 건축과 시트로엥 2CV의 소박함은 과거에 머문 유행이 아니라 현재까지 울림을 주는 관념이 아닐까?

글_고정식

 

 

메르세데스 벤츠 380SL
육(6)체미

오랜 시간 각진 차를 연호해왔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G 클래스, 지프의 랭글러도 좋아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이제는 멸종된 각진 세단을 특히 예뻐했다. 각진 오프로더는 키가 커서 컨테이너 박스와 주사위같이 둔중하거나 귀여워버리지만, 세단의 납작하고 모난 풍모는 이국의 양념처럼 어딘가 선명하고 매콤한 향이 있었다.

 

각진 세단이 과거에 퇴적된 것은 당연한 순리다. 공기역학을 거스르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겉모습만 가지고 이야기하는 자리인 만큼 달리기 실력이나 승차감 같은 성능 문제는 잠시 내려놓자. 기능을 뺀 자동차는 곧 사물이고, 사물로 봤을 때 내가 가장 아름답다 생각하는 모델은 1980년에 생산된 메르세데스 벤츠의 380SL을 비롯한 3세대 SL 시리즈다.

 

380SL은 보닛과 객실, 트렁크의 구분이 명확하고 면과 면을 잇는 모서리들이 날카롭다. 굵은 선들이 쭉쭉 뻗어나가며 강인한 형태를 이루지만 차체가 실은 작고 해쓱해서 더 소중하다. 측면을 보면 무게중심이 불안해 보이는데, 자세를 유지해내는 것이 꼭 절도 있는 무술 동작 같다. 위태로운 옆모습과 달리 정면에선 확실한 안정감이 느껴진다. 정면은 루프에서 중간으로 내려올수록 넓어졌다가 바퀴로 가면서 좁아지는 육각형 모양을 이룬다. 우리가 육각형을 볼 때 만족감을 느끼는 건 우연이 아니다. 육각형을 변마다 계속해 붙여나가면 다시 하나의 거대한 육각형을 이룬다. 부분의 반복으로 이뤄진 전체의 모양이 결국 부분의 모양과 같아질 때 ‘프랙털(Fractal) 구조’를 띤다고 말한다. 개개의 완결성과 순환성을 지니는 프랙털 구조의 육각형은 동양에서는 ‘생명의 꽃’, 고대 인도에서는 산스크리트어로 ‘히란야(황금의 빛)’, 유대교에서는 ‘다윗의 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우주의 근원이자 운행 원리를 의미하는 기호로 쓰였다(그런데 6이 3개 붙은 666은 적그리스도의 상징이다).

 

정면이 육각형인 각진 세단으로만 치자면 비슷한 시기에 나온 BMW의 3·5·7 시리즈, 1960~70년대에 생산된 닷지 차저와 챌린저, 그 옛날의 머스탱도 있다. 그러나 굳이 380SL이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하고많은 물건 중에도 내가 1970~80년대의 물건에 애착을 갖는다는 걸 잠깐 짚고 넘어가고 싶다. ‘앤티크라기엔 모자라고 복고라기엔 넘치는.’ 이때의 물건이 그 전과 다른 점은 금속과 나무, 유리와 가죽에 플라스틱, 고무, 스테인리스 같은 실용적인 소재가 쓰이기 시작했다는 거다. 가령 고풍스러운 조명에 플라스틱 딸깍이 버튼이 달렸다거나, 볼품없는 스테인리스 다리가 달린 가죽 의자, 심지어 쓰기도 요란한 철제 캐비닛 같은 것들이다. 각각의 물건들에서는 온고지신의 미덕과 ‘돼지 목에 진주 귀고리’ 격의 조악함이 첨예한 갈등을 빚는다. 그 에너지가 참으로 산뜻하고 유쾌하다.

 

380SL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건 비슷한 맥락에서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올드카란 조건이 만났을 때 좀처럼 평정심을 유지하기 힘들어진다. 벤츠는 독일차지만 ‘올드 벤츠’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급성장한 시기의 누아르 영화에 공공연하게 등장하며, 동북아시아 뒷골목의 색채가 강하게 칠해진 무언가가 됐다. 돈을 벌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우악스러운 사내들 곁에는 언제나 삼각별을 단 세단이 있었고, 거기엔 자본이 주는 고급감과 자본주의의 천박함이 있었다. 각진 세단의 육체미, 우주적 올바름, 올드 벤츠, 또 기왕이면 컨버터블. 380SL엔 뜻밖의 곳에서 흘러든 상징과 상념이 고여 있었다.

글_장은지

 

 

재규어 F 타입
내 기준 황금비율

4년 정도 자동차 파트를 담당했다. 한 달에 최소 3대 이상은 시승하거나 촬영했다. 2017년 즈음부터 국내에 출시된 신차는 거의 다 경험했다는 얘기다. 베이컨에 따르면 경험만이 참된 인식의 근거다. 이번 주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였던가? ‘내가 4년간 경험한 가장 아름다운 차’로 각도를 좁혀보자.

 

몇 대의 차가 떠올랐다. BMW i8, 페라리 로마, 마세라티 그란투리스모, 재규어 F 타입. 대체 왜 나는 이 차들을 아름답다고 느꼈을까. 이 차들의 공통점은 네 가지다. 일단 두 개는 ‘롱노즈 & 쇼트데크’와 ‘와이드 & 로’. 보닛이 길고 뒷부분이 짧아야 하며, 낮고 넓은 형태를 유지해야 한다는 얘기다. 예쁘다 싶은 차가 있으면 체크해봐라. 다비드상의 1:1.618 황금비율보다 잘 먹힌다.

 

요새는 거의 법칙 수준이다. 신차가 나올 때마다 보도자료에는 이런 문구가 들어간다. “전고는 OOmm 낮아진 반면, 전폭과 휠베이스는 각각 OOmm 늘어나….” 페이스리프트, 풀체인지 몇 번 하다 보면 아주 땅에 붙어 갈 지경이다. “이목구비는 뚜렷해진 반면 비율은 8등신으로 개선되어…” 같은 느낌이랄까. 뻔하지만 분하게도 그게 멋지고 예뻐 보인다.

 

나머지 두 개는? ‘레트로 또는 퓨처리즘’, ‘기능에서 벗어난 미감’이다. 미래 혹은 과거에서 온 듯한 디자인. 그래, 일단 현실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상을 초월한 느낌. 가성비 따위와는 아무 연관이 없어야 한다. 콘셉트카 디자인의 특징이 ‘대량생산이 불가능한 새롭고 급진적인 설계’인 이유와도 같다. 써놓고 보니 탐미주의에 가깝다. 낮게 깔린 차체 때문에 하차가 극단적으로 불편해도, 4-5번 요추 디스크가 탈주를 감행해도 예쁘기만 하면 장땡이다. 어차피 시승차 중에 뽑았으니까. 2박 3일 짧은 연애엔 아무래도 화끈한 게….

 

물론 때로 투박한 SUV에 끌리기도 한다. 매끈한 스포츠카 스타일이 지겨울 때도 있으니까. 나이를 먹다 보면 취향도 바뀐다. 두꺼운 옆통과 우직한 성품에 눈길이 간다. G바겐, 랭글러, 때로는 F-150이나 에스컬레이드 같은 친구들 말이다. 러프하게 태어났으면 매력을 살리는 게 좋다. 어중간한 매끈함처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건 없다. 구형 GLE 쿠페(아디다스 트레이닝복을 입은 뚱보)처럼 말이다.

 

지면이 좁다. 결론을 내자. 수상자는 재규어 F 타입이다. 최소한의 비율과 몇 가지 디테일만으로 클래식을 구현한 것에 점수를 줬다.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차로 불리던 E 타입과 비교해보라!) 모더니즘의 형식 안에서 레트로의 본질만 남겼다. 아직 ‘차알못’인 내가 느낀 건 그 정도까지다. 아마 마니아들의 눈엔 더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을까? 로스코의 추상화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이들처럼 말이다.

글_원호연(<에비뉴엘> 피처 에디터)

 

(왼쪽부터) 미니 쿠퍼, 포드 머스탱 마하1

 

미니 쿠퍼
우리가 미니를 보고 미소 짓는 이유

이런 말이 있다.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하리라.’ 어디서 시작된 말인지는 모른다. 언젠가부터 마음속에 진리처럼 자리 잡았다. 맞다. 귀여운 게 좋다는 말을 과장한 표현이다. 하지만 꼭 그뿐만은 아니다. 귀염의 사전적 뜻은 이렇다. ‘예쁘거나 애교가 있어 사랑스러움.’ 즉, 형태를 통해 긍정적 마음을 끌어낸다. 팍팍한 세상, 귀여운 걸 볼 때면 한결 마음이 부드러워지지 않을까. 귀여운 게 세상을 구한다는 과장이 꼭 과장만은 아닐지 모른다. 요즘은 더욱.

 

귀여운 걸 선호하는 마음이 자동차라고 다를까. 귀여운 자동차, 하면 열에 아홉은 미니 쿠퍼를 꼽는다. 대표적이다. 작은 차체, 동그란 헤드램프, 둥글둥글한 외관은 앙증맞다. 미니 쿠퍼를 바라보면 일순 마음이 잠시나마 말랑말랑해진다. 귀여운 걸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일단 친근함을 느끼게도 한다. 친근함은 곧 감정을 이입하기 쉽다는 뜻이다. 자동차를 단지 이동수단이 아닌 그 이상으로 바라보게 한다. 여정의 동반자로서 캐릭터를 부여한달까. 미니 동호회에서 자기 미니 쿠퍼를 애칭으로 부르는 경우가 흔한 이유다.

 

귀여운 외관은 왜 마음을 움직일까. 애칭까지 붙일 친근함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 해답은 동물행동학자 콘라트 로렌츠가 제시한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라는 용어에서 찾을 수 있다. 사람에게 상냥함을 불러일으키는 아기의 전형적인 신체적 특징을 뜻한다. 로렌츠는 우리가 귀엽다고 여기는 시각, 행동의 요소를 아기에게서 찾았다. 작은 몸과 큰 머리, 튀어나온 이마와 얼굴 아래쪽에 있는 큰 눈, 토실토실한 볼과 통통한 몸 등을 말한다. 이런 아기의 특징은 인간의 보호 본능과 대상을 향한 친근함을 자극한다. 아기를 본 어른들의 최초 반응이 미소라는 연구 결과도 베이비 스키마의 위력을 증명한다. 귀여운 게 이렇게 위력적이다.

 

미니 쿠퍼의 디자인 특징 또한 베이비 스키마에 해당한다. 미니 쿠퍼는 작고 짧다. 그러면서 전면이 도드라진다. 아기의 작은 몸과 커다란 얼굴이 그렇듯이. 또한 헤드램프는 아기의 큰 눈처럼 원형이다. 둥글둥글한 전면부 역시 아기의 볼처럼 토실토실하다. 아기의 통통한 몸처럼 차체 역시 짧고 곡선 위주다. 미니 쿠퍼의 각 요소가 모두 베이비 스키마를 나타낸다. 귀엽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일단 미소 짓고 바라볼 수밖에 없다. 절로 애칭이 떠오른다.

 

이런 감정은 브랜드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 애정은 충성도를 쌓고, 충성도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니까. 그런 점에서 미니 쿠퍼의 귀여운 외관은 결정적 역할을 한다. 미니라는 브랜드의 정체성을 나타내면서 60여 년 동안 지속하도록 한 핵심 동력인 셈이다. 미니는 1959년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비슷한 디자인을 고수했다. 시대에 따라 조금 변했지만, 핵심 요소는 그대로다. 베이비 스키마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애초 미니는 효율 좋은 소형차 프로젝트에서 탄생했다. 영국의 국민차였다. 태생부터 친근하게 접근했다. 베이비 스키마가 도드라지기에 적절했다. 물론 미니의 매력을 귀여운 외관 하나로만 규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귀여운 디자인이 관심을 끌고 이야기를 만드는 실마리가 된 건 사실이다. 귀여운데 잘 달리니까. 덕분에 고유한 개성도 확보했다. 귀엽지 않았다면 도드라지지 않았을 요소들이다. 귀여운 게 세상을 정말 구할지는 몰라도 하나는 확실하다. 미니의 귀여운 외관이 미니라는 브랜드를 지금 위치에 있게 했다.

글_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포드 머스탱
왜 머스탱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가

시작은 스티브 매퀸이었다. 대학시절 동아리방에서 영화 <블린트>(1968)를 보았다. 내용은 어렴풋하지만 샌프란시스코 고개를 달린, 아니 거의 날아다니던 자동차 추격신은 잊지 않았다. 가파른 강남 언덕을 지날 때면 가끔 생각난다. 스티브 매퀸처럼 차 꼬리를 털며 코너를 빠져나가고 싶지만 망상일 뿐. 여하튼 영화에서 그의 애마는 올리브빛 1968년형 포드 머스탱이었는데, 그때 머스탱에 반한 것 같다. 아마 유년기에도 머스탱을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서 머스탱은 꾸준히 등장했으니까. 주로 인물의 성격을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됐는데 자유로운 성향을 드러내거나 해방감을 표현할 때, 세련됨이나 강력함을 알리고자 할 때는 머스탱과 함께였다.

 

엄마가 좋아하던 영화 <남과 여>(1966)에서도 1965년형 머스탱 GT40가 등장한다. 레이서인 남자가 르망 24시간 레이스를 마치고 경주에 사용했던 머스탱을 몰고 밤새 운전해 여자에게 간다. 각성 상태의 남자는 운전하며 독백를 읊조리고, 결국 바닷가에서 여자와 극적인 조우를 한다. 영화에서 여자는 기차, 남자는 머스탱을 탄다. 기차는 탑승객들을 태우고 일관된 속도로 이동하며 여자의 상황을 표현하고, 밤새 뜬눈으로 달리며 위험한 질주를 하는 고독한 남자는 머스탱으로 상징됐다. 그러고 보면 1969년형 머스탱 보스 302의 오너 ‘존 윅’도 고독하긴 마찬가지니 쓸쓸한 남심을 위로하는 차인 것도 같다.

 

자동차를 주제로 한 영화는 무수하지만, 머스탱처럼 인물을 표현하는 도구로서 활용된 모델은 많지 않다. 왜일까. 왜 머스탱은 인물에게 성격을 부여할 수 있는 차였을까. 머슬카의 상징이기 때문에? 그것도 이유가 될 수는 있다. 공기저항과 같은 세밀한 요소는 뒤로하고 오로지 출력 향상에만 집중한 머슬카는 당시 자동차 문화의 통념을 깼다. 머슬카는 강력하고, 저돌적이며 자유롭다. 그런 점에서 젊음의 특성을 지녔다고도 할 수 있다. 특히 1세대 머스탱은 이러한 단어들의 표상이다. 1세대 머스탱을 보고 있노라면 청춘의 감각들이 열리는 듯하다. 50년이 넘은 차지만 여전히 젊음이 느껴지는 것은 그 형태가 고아한 품격을 강조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1세대 머스탱의 디자인은 품격을 강조하지 않지만 머슬카로서는 완전성을 갖는다. 단순하고 투박하며 동시에 원초적이어서다. 당시 유럽 스포츠카들과는 반대되는 성격이다. 공기저항이 낮아지라고 장인들이 손으로 쓰다듬으며 기원한 유럽 차와 달리 미국의 머스탱은 대량생산에 적합한 직선 형태가 두드러졌다. 측면에서 보면 헤드램프에서 시작된 캐릭터라인이 트렁크까지 일직선으로 이어진다. 초기 디자인은 매우 단순했다. 머스탱의 디자인을 완성한 건 소비자의 입김이었다. 머슬카 바람을 타고 머스탱은 고배기량차로 개조되기 시작했다. 유행에 따라 머스탱 디자인에도 근육이 추가됐다. 직선은 강조하되 펜더를 부풀렸고, 보닛에도 볼륨을 넣었다. 고출력을 강조하기 위해 보닛에는 에어벤트를 추가했고, 지붕은 낮췄다. 머스탱 마하 1에 이르러서는 패스트백 쿠페 형태를 이루게 된다. 트렁크 리드가 불쑥 오르며 지붕과 낮고 완만한 루프라인을 완성했다. 머스탱에 없던 속도감이 붙었고, 스포츠카로서 정체성도 다졌다. 머스탱은 경주용으로 각광받긴 했지만 그보다는 집 앞, 도시, 고속도로와 어울렸다. 수억원짜리 스포츠카와는 다르다. 머스탱은 월급쟁이가 살 수 있는 현실적인 스포츠카이자 괴물 같은 동력을 얹을 수 있는 머슬카이며, 조금만 노력하면 소유 가능한 청춘의 표상이었다. 아름다움은 대상에서 유용함을 발견할 때 느낀다고 믿는다. 머스탱의 유용함은 손에 닿을 듯한 젊음이라는 것. 세월이 지났어도 1세대 머스탱에 깃든 청춘은 바래지 않았다.

글_조진혁(<아레나> 피처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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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Heyhoney(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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