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전지적 프로포즈 참견 시점

프러포즈를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3명의 여자 에디터가 받고 싶은 자동차 프러포즈 시나리오를 썼다

2021.02.22

 

두고두고 생색낼 만한 자동차극장 프러포즈

남자는 야근을 하고 있는 여자의 회사 앞으로 예고 없이 향했다. 남자는 이미 여자의 회사 주차장에 도착했지만 도착 전인 척 ‘아직 회사지? 15분쯤 후에 도착할 것 같은데 주차장으로 와’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몇 분 후 피곤하지만 내심 반가운 기색의 여자가 남자의 차에 탄다. 남자는 포근한 무릎 담요를 건넨다. 출출할 그녀를 위해 오는 길에 붕어빵과 간단한 간식거리도 사왔다. 붕어빵과 따뜻한 캔 커피를 준비한 남자를 보고 여자는 ‘이 남자가 뭘 잘못했나?’ 하는 미심쩍은 표정을 짓는다.

 

남자는 여자가 평소 좋아하던 음악을 틀었다. 비슷한 무드의 음악을 연달아 준비해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로맨틱한 분위기가 고조될 때 갑자기 ‘멜론 최신가요 100’이나 ‘쇼미더머니 9 에피소드 1’ 같은 플레이리스트가 재생되면 큰일이니까. 목적지는 자동차극장이다. 코로나19로 극장에 가기 꺼려지는 사람들이 자동차극장을 많이 찾으면서 상영관도 늘고 상영 시간도 다양해졌다. 덕분에 밤늦게 상영하는 자동차극장도 꽤 많다. 요즘 9시가 넘으면 음식점이고 술집이고 갈 수 없지만 자동차극장은 다르다. 늦게까지 데이트를 즐길 수 있다. 자동차극장이 좋은 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둘이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차 안에서 팝콘이나 커피, 컵라면도 먹을 수 있다. 먹거나 마시면서 영화를 보는 게 이렇게 그리운 일이 될 줄이야. 

 

자동차극장 중에선 프러포즈 이벤트를 하는 곳이 꽤 있다. 남자는 미리 프러포즈 이벤트를 요청해뒀다. 영화 시작 시간, 여자는 시트를 살짝 눕혀 본격적으로 영화를 감상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스크린에서 갑자기 남자와 여자가 함께 찍은 사진과 영상이 흘러나온다. 여자는 잠시 당황했지만 기쁜 기색이다. 영상이 끝나고 영화가 시작됐다. 남자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 둘에게 이미 영화 따위는 안중에 없어졌다.

글_서인수


에디터의 참견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한다. 특별한 프러포즈를 원하지 않는 여자는 없다. 하지만 사람 많은 곳에서 프러포즈를 받는 건 부담스러워하는 여자들이 많다. 그러니 자동차극장이 딱이다. 반지는 프러포즈의 정석이다. 단, 커플링을 맞추자는 명목으로라도 사전에 손가락 사이즈 체크는 필수다. 다들 건투를 빈다.

 

 

감성이 두 배로 차오를 차박 프러포즈

뽀얀 입김이 눈에 보이는 겨울이다. 추위를 잘 타는 여자에게 남자가 따뜻한 캔 커피 하나를 쥐여주곤 말한다. “우리 여행 갈까?” 초롱초롱하게 바라보는 모습이 귀여워 여자는 조금 뜸을 들이다 대답한다. “응, 좋아!” 남자와 여자는 차박을 떠나기로 결정한다. 필름 카메라와 며칠을 고민해서 고른 시밀러 룩, 감성 용품까지 트렁크에 한가득 싣고는 서울을 벗어난다. 아직 겨울이지만 바깥은 제법 따뜻해졌다. 둘은 창문으로 들이치는 청량한 공기를 맞으며 달렸다.

 

차 안에서는 여자가 좋아하는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해변이 보이는 어느 캠핑 스폿에 터를 잡고 준비한 장비와 소품들을 펼친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해변이 보랏빛 노을로 물들었다. 주변을 그럴싸한 감성으로 무장시킨 다음, 도톰한 담요를 두른 여자가 남자의 품에 안긴다. 온몸으로 전해지는 남자의 따뜻한 체온, 코끝을 스치는 차가운 바람 냄새, 입 안에 퍼지는 쌉싸름한 맥주, 그리고 로맨틱한 음악까지 기분 좋은 나른함이 뒤따른다. 남자는 잠시 가방을 뒤적여 노트북을 꺼낸다. 노트북과 이어폰을 연결하고 이어폰 한쪽을 여자의 귀에 꽂아준다.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오다 화면에 둘의 모습이 등장한다.

 

어색했던 첫 데이트를 시작으로 수많은 여행지에서 촬영한 사진이 차례대로 나타난다. 남자의 커다랗고 따뜻한 손이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눈시울이 붉어진 여자는 한동안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영상이 끝나고 남자가 미리 써둔 편지를 꺼내 읽는다. 둘의 우연한 만남이 그에겐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고, 여자를 만나 남자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여자가 남자에게 어떤 존재인지, 꾹꾹 눌러 담은 진심을 이야기한다. 남자가 마지막으로 프러포즈 반지를 끼워주며 질문한다. 여자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며 남자의 품에 얼굴을 묻는다.

글_윤수정

 

에디터의 참견  

추워죽겠는데 무슨 차박이냐고? 뭘 모르고 하는 소리. 담요 속에서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맡는 겨울 냄새는 초콜릿보다 달콤하다. 고요한 해변가,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 코끝을 간지럽히는 그녀의 체취…. 둘만의 공간에서 오붓하게 시간을 보내기에 제격이다. 물론 특별한 고백에 정답은 없다. 평범한 두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랑이 시작되기 때문. 거창한 이벤트보다는 그녀의 취향에 집중하자.

 

 

평범한 일상 속에서 더 빛나는 청혼

밸런타인데이 하루 전날인 토요일, 남자는 당일치기로 겨울 바다를 보러 가자고 했다. 당일치기라니, 여자는 처음엔 달갑지 않았다. 피곤하고 수고로운 당일치기 여행은 고등학생 이후에 떠나본 적이 없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남자가 자기를 위해 수고를 감수하려 한다는 사실이 꽤 나쁘지 않다. 늦은 오후에 출발했다. 도심과는 동떨어진 작은 어촌 마을. 마침 일몰 시간이라 하늘이 아름답다. 남자와 여자는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바다를 나란히 걸었다. 커피가 차갑게 식을 때쯤 배고픔이 밀려왔다.

 

남자와 여자는 근처 조개구잇집으로 향한다. 도시의 밤과 달리 사뭇 낯선 캄캄한 어둠 속을 서로에 의지한 채 걷는다. 유명 관광지도 아닌, 더구나 비수기의 조개구잇집에는 손님이 하나도 없다. 공기도 싸늘하다. 그러나 화로에 불이 들어오고, 조개껍데기가 불에 그슬려 타닥타닥 모닥불 타는 소리를 내자 은근한 온기에 몸이 녹진해진다. 보글보글 거품을 물며 조개가 입을 벌릴 때 소주도 한 병 시킨다. 둘은 소주잔을 연거푸 부딪쳤다. 여자는 술기운에 그동안 서운했던 일을 털어놓는다. 남자는 변명 대신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한다. 울컥한 여자는 조금 민망해져서 얼굴을 돌린 채 소주를 원샷한다. 남자와 여자의 볼이 빨개졌다.

 

남자는 대리 기사를 부른다. 달리는 차 뒷좌석엔 손을 맞잡은 남자와 여자가 타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어깨에 기대 잠들었다. 여자의 집 앞에 도착한 남자는 깨우는 대신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시간은 자정을 넘겨 2월 14일이 됐다. 남자의 손길에 여자는 천천히 감각이 깨어난다. 오디오에서는 둘만의 테마곡이 들려온다. 남자는 여자의 귀에 대고 들릴 듯 말 듯 아주 작은 소리로 고전적인 이야기를 속삭인다. “나랑 결혼해줄래?” 그제야 무거운 눈을 뜬 여자의 얼굴에 꽃다발이 여자의 얼굴에 꽃다발 포장지가 부스럭거리며 닿는다. 손가락엔 반지가 껴 있다.

글_장은지

 

에디터의 참견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속 ‘다아시’나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다시’ 같은 고전적인 남자는 다시마처럼 우리고 우려도 여전히 먹히는 유형이란 점을 기억하자. 상당수의 사람들이 결혼 날짜를 잡은 뒤 프러포즈를 숙제처럼 해치운다. 그러나 프러포즈는 말 그대로 ‘제안’이다. 사실상 결혼 약속 뒤에 와선 안 된다. 어떤 화려한 프러포즈라도 결혼을 약속하기 전의 구식 프러포즈보다 진실되고 세련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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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 PHOTO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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