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

여행의 무늬를 팝니다

세계와 세계를 잇는 하늘길이 닫혔다. 포스트 코로나 아닌 ‘위드 코로나’ 시대, 각국의 항공사들은 여행 아닌, 여행 같은, 여행의 무늬를 판다

2021.03.01

 

대한민국

위드 코로나 시대의 여행 키워드는 바로 ‘무착륙 관광비행’이다. 무착륙 관광비행 상품은 목적지 없이 상공을 떠돌다 돌아오는 비행으로 지난해 획기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국내 굴지의 항공사는 물론 저비용 항공사는 단순히 이륙했다 착륙하는 비행이 아닌 테마가 있는 무착륙 비행 상품을 내놨다. 상공에서 하트를 그리고 돌아오거나 연말연시에 일출 헌팅을 떠나는 식이다. 

 

각 항공사들은 국내 상공을 나는 유람 비행의 인기에 힘입어 해외 상공을 도는 무착륙 국제비행 상품도 잇따라 선보였다. 지난 12월 아시아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부산, 일본 미야자키, 제주 상공을 비행하는 관광비행을 운항했다. 상품에는 단거리 비행에서는 탈 수 없었던 A380 기종이 동원됐다. 하늘 위의 호텔이라 불리는 2층 점보기인 A380는 가고시마 사쿠라지마 화산이나 한라산의 백록담을 조감하기 위해 평소보다 낮은 고도로 비행했다. 

 

무착륙 국제관광 비행은 코로나19의 확산세로 잠정 중단됐지만 오는 1월 말 티웨이항공, 부산에어 등 일부 항공사를 통해 재개된다. 티웨이항공은 1월 30일과 31일 이틀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일본 후쿠오카 상공을 선회하는 비행편을 운항한다. 각각 10시 30분(30일)과 11시(31일)에 출발해 1시에 돌아오는 일정이다. 국내선 할인쿠폰, 기내 담요, 롯데면세점 상품의 할인 혜택도 제공할 예정이며, 1인 15만80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풍경, 온도, 소리, 냄새. 여행지의 많은 것들이 그립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그리운 것은 역시 음식이다. 타국에서 나고 자란 신선한 식재료와 이국적인 향신료로 만든 전통 음식. 그런데 사실 우리가 여행지에 발을 딛기도 전에 먼저 경험하는 전통 음식이 있다. 바로 기내식이다. 갓 지은 음식과 기내식을 비교할 순 없지만 여행에 대한 갈증이 깊어진 지금, 마치 고향의 맛이라도 되듯 레토르트 기내식이 그리워진다. 인도네시아 국적기인 가루다 항공은 실제 기내에서 먹는 기분을 주기 위해, 기내에서 제공하는 것과 똑같은 싸구려 플라스틱 쟁반에 음식 패키지를 올려 판매한다.

 

일회용 그릇에는 레몬 향이 나는 밥, 계란두부, 인도네시아 전통 찹쌀 푸딩인 종콩 등이 담겨 있다. 그런데 사실 이렇게 판매하는 기내식이 기내에서 맛본 것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높은 고도는 맛을 감각하는 미뢰를 둔하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실제 비행 중에 제공되는 기내식은 소금 간과 향신료가 조금 더 강하게 들어가는 경향이 있다. 아무렴 어떨까, 이 음식들은 기내식이 그리운 시간들을 만회하기 충분하다. 

 

 

싱가포르

싱가포르 항공은 코로나 블루로 지친 사람들에게 여행의 경험을 환기하고자 2020년 10월부터 창이 공항의 활주로에 주차된 여객기 내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다이닝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 상품에는 싱가포르 항공사에서 가장 큰 여객기인 A380이 동원된다. 싱가포르 항공은 실제 비행 티켓처럼 이코노미, 비즈니스, 퍼스트 스위트 등의 좌석을 구분해 차별된 금액을 매기고 있다.

 

이코노미 클래스에서의 식사는 약 40달러, 비즈니스 클래스는 240달러, 스위트는 472달러로 적지 않은 비용이다. 다행인 것은 저 돈을 주고 포일로 싼 냉동식품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식사는 전부 전문 셰프가 조리한다. 주차된 A380에서 식사하려는 모든 사람들은 공항의 환승 구역에 접근하기 위해 여권을 지참하고 서류를 작성해야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반응을 끌고 있다. 지금은 여행의 불편함과 번거로움마저 그리운 때니까.

 

 

일본

일본의 ANA 항공사는 진짜 ‘가짜 여행’을 기획했다. 바로 손님과 직원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실제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시늉’을 한 것이다. 승무원들은 하와이안 셔츠를 입었고, 하와이 느낌을 내는 소품도 준비했다. 나리타-하와이 호놀룰루 노선에만 사용되는  A380 기종의 ‘Flying Honu’가 334명의 승객을 태웠다. 실제 체크인 수속도 진행했지만 비행기는 90분간 후지산과 미하라산의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나리타 공항으로 돌아왔다.

 

비행하는 동안 하와이 기분을 내기 위해 열대 과일로 만든 음료와 칵테일이 제공됐다. 비행기 1등석은 5만 엔(약 56만원), 이코노미 클래스는 1만4000엔에 판매됐다. 사실 A380 기종이 유독 이러한 ‘유람 비행’에 동원되는 데에는 항공사 입장에서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한 이유도 있다. A380 기종은 90일 이상 연속으로 비행하지 않으면 랜딩 기어를 유지·보수해야 한다.

 

 

호주

호주의 콴타스 항공은 남극대륙의 상공을 비행한 뒤 다시 돌아오는 남극 무착륙 비행 상품을 선보인 바 있다. 비행 거리는 6500마일, 비행시간만 장장 12시간에 달하는 긴 하늘 여행이다. 콴타스 항공은 남극에서 해가 가장 긴 11월과 2월, 한시적으로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운행했다. 큰 창문으로 유명한 콴타스 보잉 787은 저고도를 유지한 채 광활한 얼음 왕국 위를 4시간 동안 비행한다. 이 관광 상품은 코로나19에 대한 피로와 여행의 갈증이 극에 달한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겨냥했다.

 

콴타스 항공은 무착륙 관광 상품을 선보일 뿐 아니라 객실 어메니티를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이벤트도 진행했다. 자사 여객기의 퍼스트 클래스 탑승객에게 제공했던 견과류 등의 음식, 비즈니스 클래스 탑승객에게 제공했던 잠옷·안대·담요 등을 ‘콴타스 케어팩’이란 이름으로 묶어 판매한 것이다. 아무리 고급 객실에서 제공했다 해도 일회용으로 쓰고 버릴 만한 물건을 누가 살까 싶지만 여행의 촉감이 간절했던 이들에게 뜨거운 지지를 얻었고, 준비한 재고 1000개는 단 몇 시간 만에 바닥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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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각 항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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