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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루지 여행

루지를 타면서 무기력하던 심장에 V8 엔진을 심은 것처럼 활력이 돋는 기분을 느꼈다. 값비싼 보양식이 왜 필요해?

2020.09.27

통영의 스카이라인 루지는 코스가 다양해 짜릿한 재미를 느낄 수 있다.

 

하늘의 먹구름이 걷힐 줄 모른다.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은 축축 늘어진다. 비 소식으로 가득한 날씨 예보는 기분마저 우울하게 만든다. 비타민을 한 움큼 먹어봐도 습하고 우중충한 날씨를 이겨내긴 어렵다. 안 그래도 코로나19로 우울한 기운이 가득한 요즘인데, 이례적으로 긴 장마까지 이어지니 삶의 활력은 ‘로(Low)’에서 ‘제로’까지 떨어진다. 이제는 따끈따끈한 자외선이 그립다.

 

무기력증에 허덕일 즈음, 선배가 모처럼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딱 하루, 혼자 맘껏 놀다 와.” 업무를 가장한 자유 여행인 셈. 맘속으로 환호를 외쳐보지만 날씨는 여전히 먹구름이다. 모처럼 얻은 자유 시간을 어둡게 보내고 싶진 않다. 지금 당장 한반도에 맑게 갠 하늘은 없는 걸까? 기상청의 레이더 영상을 보니 중부와 달리 남부지방은 구름이 걷히고 해가 드리운 모양이다. ‘그래, 오랜만에 멀리 달려보자. 회사에서 아주 먼 곳으로!’ 그렇게 나의 광합성 여행지를 통영으로 정했다. 왜 통영이냐고? 바다도 보고 해도 쬐고, 루지도 타려고!

 

한 번은 부족하다고? 그래서 통영 스카이라인 루지는 3회가 기본이다. 비용은 어른이 2만5000원.

 

사실 루지가 통영에만 있는 건 아니다. 전국에 루지 트랙이 생겨나고 있지만, 스카이라인 루지가 운영하는 곳이 ‘찐 루지’라고 할 수 있다. 1985년 뉴질랜드 로토루아에서 처음 시작된 루지의 혈통을 잇는 브랜드니까.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곳이기도 하다.

 

렉서스 RC F

 

이제 목적지를 정했으니 타고 갈 차를 골라야 한다. 뒷자리에 앉아 안락하게 가면 좋으련만, 내가 직접 운전해서 가는 여행이기에 운전의 재미를 놓칠 순 없다. 뭐, 어차피 혼자 탈 거니까 넉넉한 공간도 필요 없다. 나에겐 그저 섹시하면서도 여유로운 출력을 가진 차가 필요하다. 렉서스 RC F? 머리가 절로 끄덕여진다. 대배기량 엔진을 얹은 쿠페는 언제나 옳다! 무엇보다 요즘 보기 드문 자연흡기 엔진이라는 점도 아주 맘에 든다. 심지어 시승차는 통영 바다를 닮은 블루 컬러를 입었다. 이번 나의 여행 메이트로 아주 제격이다.

 

 

V8 5.0ℓ 자연흡기 엔진 사운드는 천연 자양강장제나 다름없다. 시동을 걸면서부터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심장을 더욱 활기차게 박동시킨다. 특히 4000~5000rpm, 이쯤에서 느껴지는 엔진의 미세한 진동과 쾌활한 사운드는 운전자를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최고출력 479마력, 최대토크 54.6kg·m의 힘이 차고 넘친다. RC F는 생김새와 달리 의외로 여유로운 승차감을 지녔다. 노면 굴곡을 인위적으로 억제하기보단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타입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통영까지 약 400km에 달하는 거리가 부담스럽지 않다. 단, 무섭게 마셔대는 기름만 빼면.

 

 

루지에겐 중력이 에너지원이다. 스카이라이드를 타고 정상에 올라 무동력 카트를 타고 비탈길 트랙을 내려온다. 가운데 달린 핸들 바는 조향과 제동을 담당하는데 몸 쪽으로 당기면 속도가 줄고, 반대로 밀면 속도를 높인다. 또 차와 달리 몸의 균형을 이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모터사이클을 타듯 코너 방향에 맞춰 몸을 기울여야 안정적으로 돌아나갈 수 있다. 작은 트랙이긴 해도 코너만큼은 뉘르부르크링 서킷 못지않다. 스파이럴, 트위스트, 급경사 구간 등 일반 도로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코너가 즐비하다. 자연스럽게 ‘아웃 인 아웃’ 라인을 그리고 엉덩이로 ‘하중 이동’을 느낀다. 작은 무동력 카트에 앉아 있어도 마음만큼은 루이스 해밀턴이다.

 

동행한 렉서스 RC F는 통영 바다를 닮은 블루 컬러를 입었다.

 

기분이 우울할 땐 여행만 한 게 없다. 낯선 장소에서 오랜만에 만끽한 눈부신 햇살 그리고 그 볕 아래서 즐긴 액티비티. 무기력하던 심장에 V8 엔진을 심은 것처럼 활력이 돋는 기분이다. 이만한 몸보신이 또 있을까? 값비싼 보양식보다 RC F를 타고 떠난 통영 여행이 100배 더 건강에 이로울 거다.

글_안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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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김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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