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우리 좀 더 솔직해지자

지금 우리 사회는 법이 비효율을 강요하는 게 너무나 많다. 큰돈 들인 고속도로의 속도를 제한하고 아무도 지키지 않는 법을 만들어 준법을 강요한다

2020.12.07

가짜 머플러를 사용한 아우디 S7 TDI

 

1. 요즘 많은 차에 가짜 머플러가 보인다. 뒤 범퍼 아래 구멍이 멋진데, 정작 배기가스는 다른 곳으로 내보낸다. 차 바닥을 들여다보면 배기가스가 머플러 중간에서 빠지거나, 아예 다른 파이프가 있다. 범퍼 아래 외부로 노출된 머플러 구멍은 깨끗하겠지만, 왠지 속는 것 같아 씁쓸하다. 더구나 독일차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순간적으로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 독일차 이미지는 그렇지 않았다. 디젤 게이트가 몰고 온 부정적 이미지가 마음 아프다. 전기차도 많아지는 세상인데, 뒤 범퍼 아래 머플러 구멍이 꼭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 머플러 구멍 없는 차에도 아무런 거부감이 없다. 자동차도 솔직한 모습을 보고 싶다.

 

 

2. 서울 거리에서 시속 50km가 답답하다. 빨리 몸으로 익혀야지 하면서 아무리 속도를 낮추어도 제한속도 50km 맞추기가 힘들다. 내 신체적 리듬이 따라가지를 못한다. 넓은 도로에서 브레이크 살살 밟으며 카메라 눈치 보는 우리가 정상은 아니라 생각했다. 우리 도로 실정에 맞는 법인가 의심스럽다. 오늘도 편도 5차로의 마포대교에 시속 50km 표지판이 죽 달렸는데 모든 차가 70~80km로 달린다. 모든 차가 위반하는 꼴이다. 시속 50km는 도저히 맞출 수 없는 속도 같다. 솔직히 위법하는 것을 그대로 놔두기보다는 모두가 지킬 수 있는 법으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미국에서 한때 고속도로 제한속도를 시속 55마일(88km/h)로 낮춘 적이 있었다. 기름을 아끼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고속도로에서 시속 55마일을 지키는 사람이 드물었다. 미국은 얼마 후 제한속도를 풀었다. 사람들이 지키지 않는 법은 준법정신을 해친다는 이유였다. 무심하게 도로교통법을 어기다 보면 다른 법도 무시할 수 있다는 거다. 우리는 하이패스 통과할 때 시속 30km 지키는 사람이 없다. 7인승 미니밴을 사면서 막연하게 고속버스 전용차로 달릴 생각 하면 안 되는 거다. 시속 50km 제한이 우리 도로에 맞지 않는다 싶으면 바로 되돌리는 용기도 필요하다.

 

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을 시속 30km로 묶은 데 수긍이 간다. 그런데 학교가 대로변에 접해 있는 경우 왕복 8차선의 도로에 시속 30km 표지판이 걸린 것은 이해가 어렵다. 학교 출입문이 대로변으로 난 것도 아닌데 너무하다 싶다. 시속 30km 제한은 도로의 사정에 맞게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

 

 

3. 아무도 나서지 않아 고치기 힘든 법이 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최고속도 상향이다. 내가 자동차 면허를 취득한 50년 전 경부고속도로 최고속도가 시속 100km였는데 지금도 거의 그대로다. 그동안 자동차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비교할 수도 없다. 도로 상태도 많이 좋아졌다. 그런데 아직 최고 시속이 110km인 것은 고속도로 속도를 올리려고 노력하지 않아서다. 항상 교통사고 이야기만 하고, 국가 경제의 효율성은 모른 체한다. 우리보다 길이 좁은 것 같은 유럽 고속도로의 평균 속도제한이 130km인데 우리가 110km에 제한할 필요가 있는가? 그들은 자동차도 우리보다 작은 소형차가 대부분이다. 국가적으로 효율이 떨어지는 것을 계산해볼 수 없는가? 많은 돈을 들여 고속도로 개선사업을 해놓고 구간단속을 걸어 속도를 늦추는 꼴은 이해할 수 없다. 제한속도가 걸린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공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벤츠, BMW 같은 독일 자동차의 성능은 속도 무제한 아우토반 덕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모터사이클 고속도로 주행 허가도 그렇다.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만 모터사이클이 고속도로를 못 달린다. 누군가 나서서 이야기하기에는 별 실익이 없는 주제가 아닌가 싶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익보다 책임져야 할 반대 목소리가 두렵기 때문이다. 배기량이 큰 모터사이클의 고속도로 주행 요청은 우리도 남들처럼 살자는 이야기다.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다.

 

포르쉐 카이엔 GTS

 

4. 부자들은 고를 수 있는 차가 제한적이다. 포르쉐 카이엔 타는 내 친구는 차를 바꿀 때가 되었는데 대안이 마땅치 않았다. 레인지로버와 BMW 등 한두 대의 고급차를 둘러본 뒤 그는 다시 카이엔을 샀다. 나라면 베뉴부터 시작해 고를 만한 SUV가 수십 대에 이르는데, 고급차만 고르는 그의 선택은 너무 제한적이다. 승용차도 최고급 차만 고르다 보면 살 차가 많지 않다. 회장님 차를 고를 때 벤츠 S 클래스와 BMW 7시리즈 등 돌아가며 차를 몇 대 바꾸고 나면 탈 차가 없다.

 

이런 사례를 보다 보면 최근 들어 값비싼 차가 많아지는 데 수긍하게 된다. 벤츠 E 클래스가 강남 쏘나타가 되다 보니 AMG 같은 스페셜 버전 판매가 늘어난다. 벤츠 S 클래스가 많아지다 보니 마이바흐 버전이 필요한 거다. 카이엔이 많이 팔리기 시작하니 우루스와 벤테이가가 필요한 거다. 남들과 다른, 조그만 차별에 돈을 낼 고객은 많았다. 부자들은 남과 다른 그 무엇을 원했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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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각 제조사 제공,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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