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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기함 SUV 넉 대를 모았다!

모든 게 멈춰 선 서울의 번화가, 여기 모인 넉 대의 국산 기함 SUV는 대한민국의 저력을 보여주고자 한다

2021.01.24

 

PROLOGUE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로 한창 무르익어야 할 서울 번화가가 멈춰 섰다. 24시간 발걸음이 끊이지 않던 거리는 밤 9시부터 정적만 남는다. 곳곳을 장식한 크리스마스트리가 무색하게 느껴진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변화와 힘겨운 시간이지만 우린 곧 일상의 활기를 되찾을 것이다. 아주 잠시 멈춰 선 것이지 삶의 원동력을 잃은 건 아니니까.

 

이 거리 위에 놓인 넉 대의 SUV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저력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더불어 각 브랜드의 플래그십을 담당하는 녀석들이다. 이 SUV들이 국내 자동차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는 건 단순히 국산이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수입 프리미엄 SUV 부럽지 않을 정도로 큰 성장을 이뤘다. 자동차 시장에서 SUV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시점에서 각 브랜드의 기함 SUV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봤다. 기아 모하비도 초대했으나 바쁜 일정으로 아쉽게도 이번 모임에는 함께하지 못했다.

 


 

 

홍대

제네시스 GV80

GV80는 한국에서 만든 몇 안 되는 뒷바퀴굴림 SUV다. 그중에서 크기는 가장 크다. 이렇게 큰 SUV를 뒷바퀴굴림 섀시로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은데, 제네시스 브랜드의 가치를 위한 선택이다. 사실 뒷바퀴굴림 섀시는 구조적 한계가 있어 실내가 앞바퀴굴림 플랫폼보다 좁을 수밖에 없다. GV80의 뒷자리가 그다지 넓지 않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물론 구조적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뒷바퀴굴림 섀시는 앞바퀴를 더 앞으로 밀 수 있어 옆에서 봤을 때 더욱 멋져 보이는 효과가 있다. 조향과 구동을 동시에 하는 앞바퀴굴림보다 조향감각이 뛰어나고 빠른 움직임을 만든다. 하지만 AWD 시스템을 넣으면 이런 장점도 어느 정도는 상쇄되기 마련이다. 특히나 이 차는 크고 높고 무겁다. 모두 핸들링에 악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다. 결과적으로 GV80는 뒷바퀴굴림 섀시의 구조적인 장점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같은 섀시를 사용하는 G80와 주행 질감을 비교해보면 이런 특성이 잘 나타난다. G80는 또렷한 핸들링 감각과 빠른 무게 이동 그리고 명확한 노면 피드백을 지녔다. 이에 반해 GV80는 약간 헐렁한 느낌이다. 물론 세단과 SUV의 성향과 성격 차이에 따른 서스펜션 움직임의 변량 간극이 있다. 하지만 G80에서 느꼈던 짱짱한 주행감각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할 거면 굳이 뒷바퀴굴림 섀시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미미해진다. 만약 GV80가 앞바퀴굴림 섀시를 깔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실내를 더 넓게 쓰면서 제대로 된 3열 시트까지 갖췄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앞바퀴굴림 GV80는 지금의 GV80처럼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을까?

 

 

독일산 프리미엄 대형 SUV를 보자. 대부분 뒷바퀴굴림 섀시를 사용한다. 미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SUV는 실용성을 높인 차종이지만, 이 실용성이란 게 럭셔리, 프리미엄 등의 단어와 만나면 많은 파열을 일으킨다. 명품백과 실용성이 상극처럼 대립하는 것과 비슷하다. 실용과 효율보다는 차별성에 더 많은 가치를 두는 게 프리미엄 아닌가.

 

 

현대차가 고급 브랜드를 론칭한 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현대차 브랜드 이미지까지 제고해 그룹 전체 역량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에 제네시스는 유럽과 일본의 고급 브랜드를 빨리 따라잡고자 그룹의 역량을 총동원한다. 해외 유명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을 대거 모셔왔고 심지어 내·외장 색깔을 선별하는 전문가까지 영입했다. 이렇게 제네시스 로고를 달고 출시되는 차들은 그간 현대차에서 볼 수 없었던 비장함이 느껴진다. 조립은 일매지고 기능과 작용이 빈틈없이 연동한다. 디자인도 흠잡을 데가 없고 도장도 균질하고 매끈하다.

 

고급스럽고 훌륭한 승차감과 쓰기 편하고 우아하게 잘 꾸민 센터페시아, 조용하고 아늑한 실내, 그 기능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최첨단 편의 및 안전장비까지 GV80엔 현대차그룹의 모든 역량이 담겨 있다. 섀시 때문에 생기는 약간의 불리함이 있을지 모르나 차에 타는 게 즐겁고 내릴 때도 충족감을 준다면 그걸로 된 거다.

글_이진우

 

 

쌍용 렉스턴

지금은 힘이 조금 풀리긴 했지만 과거엔 나름 어깨에 힘을 주던 쌍용 렉스턴이다. 그 기반에는 무쏘가 있었고 더 앞서서는 코란도 훼미리가 있었다. 어찌 보면 이번에 모인 넉 대의 SUV 중 헤리티지만큼은 가장 두터울 것이다. 자고로 쌍용은 SUV 명가가 아니던가. 지옥의 레이스로 불리는 다카르 랠리에서 나름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내가 바라본 1세대 렉스턴의 위엄은 지금의 레인지로버에 맞먹을지도 모른다. 렉스턴을 탄다는 이유로 옆집 아저씨를 우러러봤던 기억이 있다. 다행히 렉스턴이라는 이름은 내가 아저씨가 된 지금에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렉스턴이 우러러볼 만큼 대단한 차가 아니다. 덩치는 커졌어도 명성은 과거를 따라가지 못한다.

 

 

쌍용자동차는 어떻게든 렉스턴에 힘을 실어보려고 노력 중이다. 활기 넘치는 젊은것들에 밀리지 않도록 디자인을 매만지고 다양한 첨단 편의사양을 넣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성능도 조금 높였다. 기존 G4 렉스턴보다 15마력, 2.0kg·m 높은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힘을 발휘한다. 변속기는 단수를 늘려 주행질감과 연료효율을 개선했다. 또 다른 프리미엄들에게 꿀리지 않을 만큼 첨단 사양도 갖췄다. 게다가 요즘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 임영웅을 홍보 모델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그러고는 이름 앞에 ‘All New’를 붙였다.

 

 

옛적에는 보디 온 프레임 방식이 SUV의 기본이었지만, 오늘날 SUV들은 모노코크 방식을 주로 따른다. 하지만 렉스턴은 아직 보디 온 프레임에 대한 신뢰가 강하다. 험로를 자신 있게 달리려면 강건한 골격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믿음일 것이다. 그 덕에 렉스턴은 언제나 듬직하게 달린다. 노면을 짓누르는 듯한 감각으로 바퀴가 구른다. 일단 엉덩이 아래로 단단한 코어가 느껴진다. 그런데 묵직한 차체를 다루기엔 엔진의 힘이 부족하다. 변속기라도 조금 영민하게 반응하면 좋을 텐데 늘 여유를 갖고 변속한다. 새로 바뀐 기어 레버만 보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가 떠오르지만 감각은 전혀 다르다.

 

 

그래도 실내 분위기와 공간은 플래그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품격 있고 여유롭다. 화려한 그래픽을 담은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는 세련되면서도 다양한 기능까지 갖췄다. 신형 렉스턴에 들어간 새로운 기능을 하나하나 둘러보면 쌍용의 노력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브랜드의 우두머리 모델이라 그런지 정말 아낌없이 담아냈다. 하지만 프리미엄의 진정한 가치는 사용자의 실제 경험에서 전해지는 법이다. 렉스턴은 아직 그런 감성이 부족하다. 최신 기능의 양은 많지만 이용할 때의 감각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다. 특히 사운드에 대한 감성이 떨어진다. 방향지시등이 똑딱이는 소리는 물론이고, 여러 알림음이 자꾸 거슬린다. 실내등을 켤 때도 독특한 전자음을 내는데, 렉스턴의 덩치와 분위기에서 기대할 만한 소리는 아니다. 심지어 G4 렉스턴에서는 방향지시등 사운드를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설정할 수 있었다. 과연 누가 대형 SUV를 타면서 귀뚜라미 소리에 즐거워할지 의문이다. 우리 옆집 렉스턴 아저씨도 신형의 난잡한 기능을 경험했다면 렉스턴에 대한 애정이 식었을지도 모른다. 신형 렉스턴의 친절함은 고맙고 대견하나 실제 사용자의 만족감을 얻어낼 만큼 치밀하진 못하다. 유머와 최신 트렌드를 글로 배운 어르신의 느낌이랄까? 트렌드를 좇기보다는 브랜드의 전통을 키우며 완성도에 심혈을 기울이는 쌍용이 되기를 바란다.

글_안정환

 


 

 

명동

르노삼성 QM6

기함(旗艦)은 함대에서 사령관이 타는 군함을 뜻한다. 가장 크고 좋은 배라는 뜻이다. 이 말을 자동차에 빗대면 기함은 곧 가장 크고 좋은 자동차가 된다. QM6는 르노삼성에서 가장 크고 좋은 SUV다. 그렇다면 QM6는 기함일까? 솔직히 기함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엔 크기도, 장비도 부족한 게 사실이다. QM6는 이 자리에 함께 소개되는 SUV 가운데 가장 작을 뿐 아니라 장비도 부족하다. 크기로 치면 중형 SUV에 가깝고 요즘 자동차들이 유행처럼 달고 나오는 디지털 계기반과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도 챙기지 못했다. 기함이라면 모름지기 브랜드의 전통과 미래를 아우르는 디자인 언어와 첨단 기술을 담아야 하지만 QM6는 그렇지 못하다.

 

 

그럼 QM6는 이 자리에 잘못 불려온 걸까? 그렇진 않다. QM6가 기함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SUV가 아닐지는 몰라도 르노삼성을 떠받치는 기둥임은 틀림없기 때문이다. QM6는 르노삼성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20년 1~11월 누적판매 4만2058대를 기록하며 출시 이후 가장 좋은 판매 실적을 보였다.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9% 성장한 실적이다. 지난 11월 스타일을 업그레이드해 출시한 새로운 QM6는 3647대가 팔리며 11월 실적에 힘을 보탰다. 지금 르노삼성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QM6다.

 

 

QM6의 강점은 ‘가격 대비 가치’에 있다. 경쟁 브랜드에 비해 같은 값으로 더 넓고 고급스러운 공간을 누릴 수 있다. 가장 화려하고 고급진 프리미에르 모델도 3500만원을 넘지 않는다. 이 값에 가죽으로 치장한 실내와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 앞자리 열선·통풍 시트, 열선 스티어링휠, 애플 카플레이를 누릴 수 있는 중형 SUV는 흔치 않다. LPG 모델을 고를 수 있다는 것도 QM6의 장점이다. 특히 QM6는 도넛 모양의 LPG 탱크를 트렁크 바닥에 넣어 트렁크 공간을 해치지 않았다. 도넛 탱크가 트렁크 아래에서 살짝 떠 있도록 한 플로팅 설계로 소음과 진동도 다스렸다. LPG 모델은 연료비도 크게 낮춰준다. 가스통을 가득 채우면 최대 534km까지 달릴 수 있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충전소에 들를 일이 없다. LPG 모델의 최고출력이 140마력, 휘발유 모델이 144마력으로 150마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건 아쉽지만 차값이 2400만원대부터 시작된다는 건 무척 매력적이다. 힘보다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제대로 겨냥했다.

 

 

형이라고 폼 잡고 서 있을 수만은 없다. 회사의 살림을 책임져야 할 형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런 면에서 QM6는 형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다만 이제는 형의 체면에 걸맞게 파워트레인과 장비도 다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가격 대비 가치’만 강조하다 보면 형의 위치가 점점 더 초라해질지도 모른다.

글_서인수

 

 

현대 팰리세이드

플래그십이라고 하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고급스럽거나 값비싼 소재들로 치장하거나 최첨단의 기술을 적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팰리세이드에선 그런 모습을 눈을 씻고 찾으려야 찾아볼 수 없다. 대신 그만의 독보적인 영역이 있다. 바로 우람한 크기다. 팰리세이드의 길이×너비×높이는 4980×1975×1750mm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SUV 중에서 가장 크다. 사실 우리나라의 도로 폭이나 주차장 크기를 생각하면 팰리세이드의 덩치가 조금 과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큰 차 사랑이 유독 남다른 한국 사람들에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여기에 테두리가 굵은 캐스케이딩 그릴과 두툼한 보닛이 합쳐져 도로 위에서의 존재감이 대단하다.

 

 

우람한 차체와 더불어 팰리세이드는 앞바퀴굴림 기반을 채택했다. 물론 이 같은 선택이 뒷바퀴를 굴리는 수입산 SUV보다 핸들링 반응에서 조금 손해를 본다. 하지만 공간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실내 공간을 넉넉하게 잘 뽑아내는 건 과거든 현재든 현대차의 자랑이다. 팰리세이드는 긴 휠베이스에 현대차의 노하우가 입혀져 1열, 2열, 3열 그 어느 곳에 성인 남성이 앉아도 비좁지 않다. 너비도 마찬가지. 국내에서 이렇게 광활한 숄더룸은 처음이다. 시승했던 팰리세이드 7인승 모델은 2-2-3 구성으로 시트가 배치된다. 3열은 2열 독립시트 사이의 통로로 드나들 수 있는데 그 과정이 굉장히 수월하다. 그렇다고 2열 시트가 작거나 볼품없는 것도 아니다. 쿠션이 도톰하고 넉넉하다. 그렇다고 공간에만 집중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각 좌석에는 송풍구와 컵홀더, USB 같은 편의장치를 꼼꼼하게 챙겼다.

 

 

긴 휠베이스와 널찍한 너비는 공간에만 관여하는 게 아니다. 낮은 차체 높이와 조화를 이뤄 이전의 국산 대형 SUV에선 경험할 수 없던 낮은 무게중심을 선보인다. 무게중심은 차의 주행 안정성에 직결되는 부분이다. 무게중심이 낮으면 차체 하부에 와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어 좌우 움직임이 크지 않고, 코너에서도 좌우 쏠림 현상이 줄어든다. 게다가 핸들링을 좋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고속으로 달려도 여느 대형 SUV보다 불안함이 덜하고 코너도 자신 있게 돌아나갈 수 있다. 다만 주행하면서 들리는 디젤 엔진의 소음(시승차가 디젤 모델이었다)과 앞부분에서 전해지는 진동이 유독 도드라졌는데 진정한 플래그십을 느끼고 싶다면 디젤보단 가솔린 엔진이 더 적합해 보인다.

 

 

팰리세이드는 편의·안정 장비도 없는 게 없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나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컨트롤, 서라운드 뷰 모니터, 뒷좌석 대화 모드, 네바퀴굴림 시스템 등 우리가 기대하는 장비를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다. 게다가 지난 5월 팰리세이드는 연식변경을 거치며 최상위 트림으로 20인치 전용 휠과 외장 원톤 컬러, 앰비언트 무드램프, 12.3인치 디지털 계기반을 갖춘 캘리그래피와 2열 기반 센터콘솔과 스피커 내장형 헤드레스트,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이 들어간 VIP 트림을 선보이며 다소 부족했던 고급스러운 장비들을 보완했다. 이제야 플래그십 SUV라는 이름에 더 걸맞은 모습이다.

글_김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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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안정환PHOTO : 박남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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