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여객과 화물의 불편한 동거

여객용 자동차로 유상화물운송은 금지돼 있고 화물용의 유상여객운송도 불법이다. 그럼 배낭에 유상운송화물을 넣고 여객용 이동수단으로 물건을 배달하는 건 어떨까?

2021.02.08

 

지난해 국회에서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이 새로 만들어졌다. 급격히 성장하는 택배와 퀵서비스 그리고 음식배달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방안이다. 핵심 내용은 ‘물건을 이동할 수 있는 이동수단의 범위를 법률로 정했다’는 거다. 하지만 물건 배달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에서 오히려 미래 이동산업의 걸림돌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배달용 이동수단을 화물차와 이륜차로 한정한 탓이다.

 

법안에서 규정한 택배서비스 사업에는 기본적으로 화물차가 활용된다. 법률적인 화물차 개념은 ‘화물을 운송하기에 적합한 화물적재 공간을 갖추고, 화물적재 공간의 적재 무게가 운전자를 제외한 승객의 무게보다 많은 자동차’로 돼 있다. 대부분 택배에 사용되는 차가 소형 1t 화물차라는 점에서 기존 인식을 법에 적용한 셈이다.

 

하지만 갈등은 퀵서비스와 음식배달 등을 의미하는 ‘소화물 배송대행 서비스 사업’에서 비롯됐다. 법적으로 소화물 배송대행 사업은 ‘이륜차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운송수단을 이용해 화물을 직접 배송하는 중개 사업’이다. 총배기량 또는 출력에 관계없이 1~2명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인 자동차를 의미한다. 여기서 중요한 법률 개념은 무언가를 이동시키는 운송(Transportation)인데 이 과정에서 이륜차만 물건을 배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럼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은 어떨까? 법률만 보면 운송에 적합하지 않아 소화물 배송사업에 활용하는 것 자체가 합법도 불법도 아니다. 사람이 직접 도보로 배달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달리 보면 법이 없으니 제재할 근거도 없다. 그래서 자전거와 킥보드 등은 지금처럼 음식 배달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관련 사업자들이 해당 법안에 반발하는 것은 합법의 테두리, 즉 운송수단에 자전거 및 도보를 포함해야 한다는 당위론이다. 법이 없으면 합법이지만 훗날 갈등이 일어날 때 얼마든지 불법 영역으로 넣을 수 있어 제도적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말이다. 내연기관이든 전동이든 동력원이 있는 이륜차는 법적 배달수단이고, 두 발의 인력을 사용하거나 운송보다 탈것의 개념에 가까운 전동 이동수단은 법이 없는 수단이니 모빌리티 산업의 후퇴라고 지적하는 셈이다.

 

무언가 완벽하지 못한 모호한 경계가 만들어진 배경은 기존 화물사업자의 반발 때문이다. 국내 화물업은 크게 용달, 개별, 일반으로 분류하는데 그중에서도 1t 이하 밴형 승합차 등으로 비교적 크기가 작은 소화물을 운송하는 용달화물업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 실제 2018년 기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전국에 등록된 용달화물 등록 대수는 12만2649대다. 가뜩이나 이륜차를 이용한 퀵서비스 시장의 영향을 받았는데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 등까지 소화물 시장에 들어오면 안 된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자전거 및 전동 킥보드를 이용한 소화물 운송이 다마스, 라보, 스타렉스 밴형, 1t 소형 화물차 등이 주력으로 활용되는 용달 시장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단순히 생각해도 용달차가 김밥이나 치킨 등을 배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법이 개정됐으니 국회가 새로운 운송수단의 시장 진입을 애초부터 막아버린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객과 화물 사이에서 정면충돌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택시가 소화물을 나르는 일이다. 이는 분명 용달과 충돌할 수 있고 1t 택배와도 직접 경쟁이 이뤄진다. 가뜩이나 이용객이 줄어든 택시에 소화물을 실어 배달하니 에너지효율 면에서도 유리하다. 반면 1~2명이 탑승해 이동한다면 밴형 및 소형 화물차의 앞좌석을 활용해도 된다. 이들 좌석 또한 모두 여객용으로는 적합하게 제작됐으니 말이다.

 

사실 이동수단과 이동이 필요한 주체를 지금까지 여객과 화물로 분류한 배경은 이동 주체의 성격이 본질적으로 달랐기 때문이다. 실제 오감(五感)을 가진 사람과 아무 감정이 없는 물건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할수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자동차는 여객과 화물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도록 개발됐다. 그래서 필요하면 둘의 역할이 때로는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충돌을 피하고자 여객과 화물로 구분했을 뿐이다.

 

그런데 올해 들어 이들 경계선을 허물자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갈등은 불가피하겠지만 어차피 ‘모빌리티’로 명명되는 사업이 해당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다. 실제 대부분의 제조사가 여객과 화물을 통합시킨 이동수단으로 미래 시장을 대비하는 만큼 둘의 구분은 점차 무의미해진다고 말이다. 형태적으로 같되 운전자 없는 이동수단이 등장하면 여객과 화물을 어떻게 구분할까? 단순히 같은 공간에 사람이 타면 여객이고 물건을 실으면 화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생각할수록 복잡하지만 의외로 방향은 단순하다. 여객과 화물의 애매한(?) 동거를 서서히 끝내면 된다. 하지만 워낙 갈등이 큰 탓에 누구도 쉽게 얘기를 꺼내지 못할 뿐이다.

글_권용주(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 겸임교수)

 

 

 

 

모터트렌드, 자동차,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

페이스북 트위터 링크
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픽사베이

모터 트렌드 ©motortrendkorea.com, ©motortrendkorea.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