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세상은 변하고 영광은 사라진다

과거 자동차는 낭만이 있었다. 아름답고 조화로우며 혁신적인 디자인이 있었고, 그런 차를 작품으로 대했다. 하지만 지금 자동차는 상업적 가치만이 남았다

2021.02.18

 

미국판 <모터트렌드>에 실린 포르쉐 광고가 가슴 뭉클하다. 얼마 전 작고한 존 램의 포르쉐 356 흑백사진을 놓고 ‘Good bye John, We will Miss you’라고 썼다. 포르쉐 356 보디에 희미한 햇살이 차의 곡선을 강조하는 사진이다. 존 램은 과거 <모터트렌드>에 기고하던 프리랜서 기자이자 사진작가로 나는 그의 사진을 무척 좋아했다. 광고를 보며 그에 대한 기억에 울컥했다. 오랜 시간 미국판 <모터트렌드>의 독자였던 나 같은 사람이 많기에 이런 광고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의 사진은 항상 교과서 같은 완벽함에, 번뜩이는 천재성을 더한 작품이었다. 그의 사진은 잡지 속에 묻어둘 수 없어 종종 액자에 담아 벽에 걸어놓고 싶었다. 그리고 그의 글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내가 읽기에 이해가 쉬웠다. 자동차 사진기자를 기리는 메이커의 광고가 미국의 자동차 문화의 깊이를 알린다. “존 램, 당신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당신이 그립습니다. 당신의 훌륭한 자동차 사진을 좋아했거든요.”

 

후배가 나에게 미니카를 건네주었다. 1/64 토미카 제품으로 1962년형 토요타 퍼블리카 P10 모형이다. 언젠가 나의 칼럼을 통해 첫차가 퍼블리카였음을 알고 건네준 것이었다. 신진자동차에서 조립한 나의 첫차는 1966년형 P20 모델이라 모양이 약간 다르지만 미니카라서 잘 구별되지 않는다. 단순한 미니카 선물이 아니었다. 나의 가슴속 애틋한 첫차를 기억해준 마음이었다. 조그만 선물이지만 감동이었다. 

 

경차 판매가 줄고 있다. 작은 차를 좋아하는 나로선 안타깝다. 차값은 비싸지는데 혜택은 날이 갈수록 줄어들기 때문일 것이다. 경차와 비교되는 소형 SUV도 많아졌다. 소형 SUV는 작지만 단단한 이미지가 안전이 걱정되는 차에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문제는 고객이 작은 차를 멀리하고, 큰 차만을 찾는 경향이 점차 심해지는 데 있다. 

 

정작 문제는 메이커가 이익이 안 남는 차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하기에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그랜저 같은 고급차가 국민차인 우리나라는 잘 사는 나라가 분명하다. 앞으로도 제네시스 등 고급 브랜드에 차는 넘치지만 경차는 만들지 않을 거다.

 

그래도 나는 작은 차 꿈을 꾼다.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기아 모닝의 다음 모델은 SUV같이 생겨 내가 안 사고는 못 배길 차가 될 것만 같다. 토요타 I-ROAD처럼 재미난 3바퀴 차가 많아지는 세상. 또 전기차가 많아지면서 트위지 같은 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는 성능을 상상한다. 탄소중립에 대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어느 날 갑자기 미니카가 대세를 이룰 수 있다. 모두가 검소하고, 남을 배려하고, 환경에 이로운 차 그리고 작아서 재밌는 차를 타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몇 해 전 이탈리아에서 열린 라는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간 자동차 디자인 강의를 듣는 기회였는데 멘토로 이탈리아의 국보급 디자이너들이 총동원되었다. 조르제토 주지아로, 마르첼로 간디니, 발터 드 실바, 크리스 뱅글, 로렌초 라마초티 등 세계적 거장들이 모두 모였다. 1960~70년대 이탈리아 카로체리아가 세계의 자동차 디자인을 이끌던 시대의 인물들이 함께 나이 들어가고 있었다. 마에스트로로 불리는 그들의 작품을 보는 순간이 황홀했다.

 

그중에는 그저 그런 작품도 있었다. 거장의 뒤를 잇는 다음 세대가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을 이끄는 중인데, 마음에 드는 차가 별로 없다. 누구라 말은 못하지만, 예를 들어 최근 피아트 차들의 디자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마음에 들지 않는데 그를 마에스트로라고 불러야 하나 싶다.

 

요즘 대부분 디자이너는 커다란 자동차 회사에 소속돼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자동차 회사의 간부직에 오르면 모두가 세계적인 마에스트로임을 내세우는 것 같았다. 마에스트로는 카로체리아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에 당연한 타이틀이었다. 과거 이탈리아 카로체리아의 영광은 너무나 멋진 디자인 속에 녹아들어 있다. 마에스트로라는 이름의 무게는 오로지 멋진 디자인에 있을 뿐이다.

 

내가 좋아한 주지아로도 나이가 들어 요즘은 디자인하지 않는다. 그의 아들도 마에스트로라고 불리지만 내가 기억할 만한 명작은 없었다. 문득 요즘은 과거의 주지아로나 마르첼로 간디니처럼 천재 디자이너가 없는 시대란 생각이 든다.

 

오늘날 유명 디자이너들은 수시로 자동차 회사를 옮기며 마음에 드는 차와 그렇지 않은 차를 번갈아 내놓는다. 기아 자동차의 경우 K3와 K5는 마음에 쏙 들지만, K9은 같은 디자인센터에서 만든 차 같지 않다. 아반떼에 만족하지만 쏘나타 디자인은 실험적인 시도가 지나쳤다. 제네시스는 대체로 만족하지만 엄지척은 아니란 생각이다. 물론 요즘의 현대·기아 디자인은 벤츠나 BMW보다 훨씬 나아 보인다. 나는 어쩌면 과거 주지아로 전성기의 천재적인 손길을 꿈꾸는지 모른다.

글_박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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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모터트렌드>편집부PHOTO : 포르쉐, 알파로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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