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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한 기본기로 무장했다, 폭스바겐 티록

어느새 자동차 시장 주류 장르로 떠오른 소형 SUV. 폭스바겐은 벌겋게 달아오른 전쟁터에 티록이라는 장수를 내세웠다

2021.03.05

 

요즘 소형 SUV 시장을 보면 춘추전국시대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른다. 소형 SUV가 글로벌 시장에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쯤부터다. 초기에는 지속 가능성이 의심스러웠지만 소비자들은 이 새로운 장르의 차들을 빠르게 받아들였다. 이런 흐름을 바탕으로 2010년대 중반에 들어서는 거의 모든 자동차 브랜드가 총력전을 벌이며 쏟아내기 시작했고, 지금은 일일이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아졌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2013년 무렵 한두 모델이 살짝 열었던 소형 SUV 시장의 문은 이제 너무 많은 모델이 밀려들어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다. 국내외 브랜드를 통틀어 이 땅에서 팔리고 있는 소형 SUV를 세어보니 스무 가지가 훨씬 넘는다. 어느 정도 쏠림 현상이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크기와 성격을 지닌 차들이 벌이는 각축전은 다른 어느 차급보다도 치열하다. 그러니 이런 상황을 춘추전국시대에 비유하는 것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자동차업계의 거물 폭스바겐은 한창 시장이 달아오른 뒤에야 티록을 내세워 쟁탈전에 뛰어들었다. 2017년 말 유럽 판매를 시작한 티록은 파죽지세로 시장을 휩쓸고 있다. 핵심 시장인 유럽만 보더라도 2019년 한 해에만 20만 대가 넘게 판매됐고, 2020년에는 누적 판매량이 50만 대를 넘어섰다. 후발주자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이처럼 폭스바겐의 저력을 느낄 수 있는 티록이 우리나라로 공세의 영역을 넓혔다.

 

 

폭스바겐 코리아는 앞서 국내에서 이름이 T로 시작하는 SUV들로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는 5T 전략을 발표했다. 5T 전략에 따라 최상위 모델인 투아렉, 허리 역할을 하는 티구안과 티구안 올스페이스가 먼저 진지를 구축했고, 이제 티록이 가세해 탄탄한 진용을 갖췄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우리나라 역시 경쟁이 치열하기는 마찬가지. 티록은 우리나라에서도 유럽에서와 같은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폭넓은 소비자층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는 스타일에서부터 드러난다. 외모에는 여러 폭스바겐 모델의 익숙한 디자인 언어가 반영돼 있다. 그럼에도 작은 차체에 어울리는 간결한 선과 면, 범퍼 모서리에 자리를 잡은 독특한 육각형 주간주행등, 사이드미러 부근에서 시작해 지붕 선을 따라 C 필러 뒤로 이어지는 반광택 크롬 라인, 역동적으로 부푼 앞뒤 바퀴 주변 등 재치 있는 요소들도 빼놓지 않았다.  아울러 완벽한 쿠페 스타일은 아니어도, 지붕 뒤로 비스듬히 기운 뒷유리는 티록을 제법 날렵해 보이게 만든다. 탄탄한 기본 형태에 여러 요소를 고르게 배치한 모습은 흠잡을 곳을 찾기 어렵다. 나아가 길이와 너비, 높이 그리고 휠베이스라는 물리적 차체 크기를 알 수 있는 수치들은 소형 SUV 가운데에서도 절묘한 균형점을 보여준다.

 

 

내부 모습도 전형적인 폭스바겐 분위기다. T자 형태의 대시보드는 화려하지도 심심하지도 않은 모습이고, 익숙하면서도 실용적인 장비 배치로 쉽고 편한 운전 환경을 만든다. 시승한 프레스티지 트림의 투톤 가죽 시트는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회색 장식과 어우러져 어두운 실내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낮에는 운전대와 기어 레버의 빨간색 스티치가, 밤에는 가는 선으로 빛나는 앰비언트 라이트가 한층 더 강렬하게 달리기를 부추긴다. 차체가 아주 높지는 않지만 실내 머리 공간은 여유 있다. 프리미엄과 프레스티지 트림에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달려 있는데, 그럼에도 머리 공간이 답답하지 않다.

 

 

지상고 역시 SUV로는 아주 높은 편이 아니지만 티록은 주로 시내 도로를 달릴 테니 자주 타고 내리기에는 오히려 편하다. 뿐만 아니라 흔히 접할 수 있는 비포장도로에서도 일반 승용차보다는 하체가 상할 염려가 덜하니 안심이다. 앞좌석은 앞뒤는 물론 위아래 방향으로도 제법 조절 범위가 넓다. 뒷자리는 어른 둘이 나란히 앉기에 충분하다. 앉는 부분의 높이와 등받이 각도를 잘 조율했다. 발 놓을 공간을 확보한 덕에 무릎의 답답함이 상쇄된다. 도시에서 잠깐씩 지인들을 태우고 움직일 때 불편하다는 잔소리를 들을 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앞좌석 사이의 센터콘솔 뒤에는 뒷자리 승객을 위한 송풍구도 마련돼 있다.

 

 

바닥과 벽면을 깔끔하게 정돈한 적재공간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고, 6대 4의 비율로 나눠 접을 수 있는 뒷자리 등받이를 모두 접어 내리면 거의 평면에 가깝게 적재공간 바닥과 이어진다. 바닥판을 아래로 내려놓으면 위쪽 선반을 떼지 않고도 여행용 캐리어까지 어렵지 않게 넣을 수 있다. 조금 긴 짐은 뒷자리 가운데 등받이에 있는 스키스루 도어를 열면 네 명이 탄 상태에서도 실을 수 있다. 시승하며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조수석 등받이도 앞으로 접어 넘길 수 있다는 것이다.

 

세 가지 테마를 선택해 정보를 표시할 수 있는 10.25인치 디지털 계기반과 8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주요 정보와 기능을 편리하게 보여준다. 특히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지난해 나온 신형 투아렉과 최근 국내에 출시된 파사트 GT에서 볼 수 있었던 근접 센서를 이용한 제스처 인식 기능이 흥미롭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연동이 가능한 무선 앱커넥트 기능과 센터페시아 아래에 있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장치는 깔끔하고도 편리한 조합이다. 이들 장비를 아우르는 최신 MIB3 인포테인먼트 아키텍처 역시 폭스바겐이 추구하는 ‘대중화’의 스펙트럼에 포함돼 있다. USB C 타입 포트도 앞자리에 두 개, 뒷자리에 두 개가 있고 12V 전원 소켓까지 있어 디지털 기기를 쓰기에 꽤 편리하다. 이처럼 도어 안쪽의 모든 공간과 기능은 기본에 충실하면서 구석구석 재치가 엿보인다.

 

 

티록의 심장은 이미 폭스바겐의 여러 모델을 통해 검증된 2.0ℓ TDI 디젤 엔진이다. 더 큰 차들에서도 아쉽지 않은 힘을 내는 만큼 티록에서는 일상에서 모자람을 느낄 일이 전혀 없다. 저속에서는 부드럽고 고속에서는 힘차게 뻗어 나간다. 실제 몰아보면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로 선택하더라도 기본 모드인 컴포트와 가속감에 큰 차이가 없다. 이제는 충분히 숙성된 7단 듀얼클러치 변속기는 거의 모든 속도 영역에서 빠르고 매끄럽게 기어 단을 바꾸고, 정지 전후로도 껄끄럽지 않게 움직인다. 저속 저회전에서 느껴지는 디젤 엔진 특유의 소리와 진동도 속도를 조금 높이면 금세 무뎌진다.

 

 

달리는 느낌에서도 생김새에서 보여준 특징들이 고스란히 이어진다. 승차감은 폭스바겐 특유의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움직임에 적당히 탄력을 더했다. 거친 요철을 지날 때 이따금 작은 차 특유의 솔직함이 드러나기는 해도, 대부분 풍요로움과 차분함 사이에서 억지스럽지 않게 크고 작은 충격들을 누그러뜨린다. 운전대도 마찬가지여서 나긋나긋하게 운전자의 손길을 따르면서도 확실하게 나아갈 방향을 잡는다. 적어도 고속도로 제한속도 범위 안에서는 마음껏 차를 다뤄도 안심하고 차의 움직임을 즐길 수 있다. 전반적인 차의 움직임은 이 정도 크기의 차에서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세련미가 돋보인다.

 

 

티록의 2.0ℓ TDI 엔진은 디젤 엔진 치고는 동급에서 배기량이 큰 편이다. 그러나 15.1km/ℓ에 이르는 연비나 124g/km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보면, 소형 SU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엔진들보다는 확실히 뛰어나다. 꽉 막힌 도심에서 탁 트인 고속도로까지 다양한 조건을 고루 거치며 350km 넘게 달려 얻은 연비는 리터당 16km를 훌쩍 넘겨, 공인 고속도로 연비인 17.0km/ℓ에 육박했다.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은 더 큰 차들에 쓰이는 것들보다는 시스템이 직접 주행에 개입하는 기능이 적지만, 후측방 감지 기능을 비롯해 웬만한 경고 기능은 사실상 거의 모두 갖췄다. 동급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다. 직접 개입하는 기능은 많지 않지만 프리미엄 이상 트림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으로 들어가고, 모든 트림에 전방 보행자 감지 기능을 포함한 전방 추돌 경고와 긴급 제동 보조 기능을 빼놓지 않았다. 이와 같은 구성은 보조 시스템의 개입이 운전의 즐거움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가장 위험한 상황에 꼭 필요한 만큼 이루어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디스플레이에서 알아보기 쉬운 그래픽을 통해 모든 ADAS 기능의 작동 상태와 기능 선택이 가능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 중 하나다.

 

 

티록은 간단히 말해 올라운드 플레이어라는 성격이 강점이다. 달리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티구안의 매력이자 강점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폭스바겐은 소형 SUV 후발주자면서도 티록을 높은 완성도와 강한 흡인력을 모두 갖춘 차로 만들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발을 들여놓으며 ‘자신감을 타고났다’는 뜻의 ‘본 컨피던트(Born confident)’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나 보다. 그리고 누구든 티록을 직접 경험해 보면 그 슬로건이 허세가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소형 SUV 춘추전국시대를 헤쳐나가는 티록의 전술은 탄탄한 기본기와 담백한 꾸밈새를 바탕으로 한 정공법인 셈이다.

글_류청희(자동차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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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서인수PHOTO : 폭스바겐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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