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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라리 GTC4루쏘 T와 함께한 호사스러운 여행

페라리 GTC4루쏘 T를 타고 강원도 강릉으로 여행을 떠났다

2021.04.17

 

지난달 마감 후 어느 날, 페라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국내 페라리 오너들을 위한 이벤트 프로그램이 있는데,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하려고 해요. 페라리 타고 강릉 다녀오는 거 어떠세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페라리 오너들의 삶을 ‘간접’ 체험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니까. “어떤 차를 타고 갈 거예요?” 그때부터 행복한 고민이 시작됐다. 서킷이라면 조금도 지체 않고 F8 트리뷰토나 812 슈퍼패스트를 선택했을 거다. 물론 스파이더 모델도 상관없다. 하지만 이번 목적은 여행이다. 여행에는 누가 뭐래도 그란투리스모다.

 

 

중세 유럽 부자의 자제들은 학업을 끝마치면 유럽 전역을 돌며 견문을 넓혔다. 그때 마차를 타고 다닌 여행을 ‘그란투리스모’라고 불렀다. 지금은 그 의미가 달라져 장거리를 빠르게 달리는 고성능 모델을 말한다. 부자들이 유명 휴양지로 여행 갈 때 타는 차 말이다. 페라리에도 이러한 콘셉트와 잘 어울리는 차가 있다. 바로 GTC4루쏘다. GTC4루쏘는 성인 네 명이 탈 수 있는 실내와 넉넉한 트렁크 공간이 특징인데 페라리 라인업 중 가장 편하고 다목적인 차에 속한다.

 

 

GTC4루쏘와 GTC4루쏘 T 중 루쏘 T를 선택했다. GTC4루쏘 T는 GTC4루쏘에서 네바퀴굴림을 떼어내고 V8 터보 엔진을 얹은 모델이다. V12 엔진이 주는 감성적인 영역을 외면할 순 없었지만, 이번만은 이성적이어야 했다. 강원도에는 고급 휘발유를 넣을 수 있는 주유소가 서울보다 적기 때문에 되도록 주유소 갈 일을 만들지 않는 게 좋다. 루쏘 T는 효율이 32%나 개선돼 연료탱크 크기는 같은데 한 번 주유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루쏘보다 훨씬 길다. 그리고 서울에서 강릉까지의 거리 215km, 무리만 하지 않는다면 한 번 주유로 이번 여행을 마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목적지는 강릉시 씨마크 호텔이다. 여느 호텔의 스위트룸 비용으로 딜럭스룸밖에 잡을 수 없는 곳이다. 페라리 오너들에겐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겠지만.

 

 

보통 페라리 운전대에 있는 주행 모드(마네티노)에는 스포츠 모드가 기본이다. 하지만 GTC4루쏘와 루쏘 T에는 컴포트 모드가 기본으로 들어간다. 움직임이나 승차감은 아주 매끈하고 편안하다. 느릿느릿 가는 앞선 차를 추월할 때 빼곤 컴포트 모드에서 웬만해선 3000rpm을 넘지 않는다. 그러다 마네티노를 스포츠 모드로 돌리면 고요하던 엔진이 걸걸한 배기음을 내뿜으며 바짝 날이 선다. 속도를 높일 때 페라리의 진가를 비로소 마주할 수 있다. 걸걸했던 배기 소리는 앙칼지게 바뀌고, 부드러웠던 승차감도 단단해진다. 이제 편안함이 아닌 운전의 재미로 성격을 완전히 바꾼다. 꼭 두 얼굴의 야누스를 보는 듯하다.

 

 

뒷자리 환경도 쾌적한 수준이다. 그란투리스모들을 보면 있으나 마나 한 뒷자리 공간을 제공한다. 기껏해야 초등학생이 겨우 탈 만한 크기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은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지 않고 가방이나 옷을 둔다. 하지만 GTC4루쏘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페라리는 GTC4루쏘의 전작인 FF 오너의 60%가 뒷자리에 사람을 태우고 달린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GTC4루쏘의 뒷자리 무릎 공간을 16mm 늘렸다. 직접 앉아봤지만 성인에게도 아쉽지 않은 공간이다. 더 인상적인 건 머리 공간이다. 차체를 옆에서 보면 쿠페형의 지붕선을 뒤로 길게 끌어 머리 공간이 넉넉하다. 게다가 천장이 통유리로 되어 있어 뒷자리에 있어도 답답하거나 비좁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서울양양고속도로를 내달려 길게 뻗은 터널을 10여 개 통과해 가슴이 뻥 뚫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달렸다. 굽잇길이 연속되니 고속도로에서 확인할 수 없었던 GTC4루쏘 T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커다란 차체와 비교해 몸놀림이 경쾌하다는 것. 코너 입구에서 안쪽으로 파고드는 감각이 살아 있고, 출구를 빠져나갈 때의 감각도 활기차다. 또한 폭이 넓은 타이어가 노면을 강하게 쥐고 차체를 강하게 밀어낸다. 뒷바퀴굴림이라는 점도 있겠지만 상황에 따라 뒷바퀴를 비틀어 민첩성을 높이는 4WS 시스템 덕분이다. 대형 세단만큼 긴 휠베이스도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는다.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강릉 씨마크 호텔에 도착했다. 페라리를 타고 왔으니 당연하다. 씨마크 호텔은 앞으로 경포 바닷가, 뒤로 경포호수를 끼고 있다.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눈이 편안하다. 코로나19 때문인지 사람이 그리 많진 않지만, 거의 모든 사람들이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감탄하며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는다. 인터넷에서 호텔 주변 맛집을 찾다 본 것 같았다. ‘씨마크 호텔 로비는 포토존’이라는 글 말이다. 통유리의 확 트인 오션뷰에다 옆으로 긴 나무 테이블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 열에 아홉이 의자에 앉은 자신의 뒷모습을 남긴다. 나무 테이블 위 황금색 조형물도 멋스럽다.

 

 

씨마크 호텔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모든 객실이 바다를 향하고 있어 발코니에서 동해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객실에 있으면 바닷가의 파도 소리만 들린다. 사람이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주변이 조용하다. 관광호텔이 몰려 있는 경포대 주요 지역과 약간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점은 호텔 주변 산책 코스다. 일반 관광객이 없어 아주 한적하게 걸을 수 있었다. 조경도 잘 꾸며놨다.

 

 

조용하고 한적하다는 환경 외에 주변에 맛집도 많다. <모터트렌드>에서 디자인을 책임지고 있는 김수현 실장은 사업차 한 달에 한 번씩 강릉을 방문하는데, 내가 강릉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출발 전날 씨마크 호텔 주변의 회, 갈비, 꼬막, 닭내장탕 등을 잘하는 식당들을 리스트로 만들어 보냈다. 나의 발길은 횟집을 향했다. 바닷가가 한눈에 보이는 식당이었는데 싱싱한 회와 다양하고 정갈한 밑반찬을 내놓는다. 회와 바다 그리고 초록색 병의 조합은 언제 만나도 반갑고, 함께하면 행복하다.

 

어둠이 찾아오고 차디찬 공기와 파도 소리만 남았다. 얼굴엔 취기가 오르고, 정신이 알딸딸했다. 페라리에 취하고 바닷가에 취하고 초록색 병에 취한, 그런 호사스러운 하루였다.

 


 

GTC4루쏘는 국내에서 모든 물량이 판매됐다. 그렇다고 만날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페라리 인증 중고차 매장을 찾으면 된다. 중고차라서 상태가 불안하다고? 본사 안전 및 성능 기준에 따라 190가지를 점검한 후 주행 테스트까지 거쳐 신차라 해도 믿을 만큼 완벽한 상태로 내놓는다. 현재 인증 중고차 매장에 있는 GTC4루쏘는 대부분 출고 기준 3년을 넘지 않아 무상 보증 기간도 넉넉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혜택,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한정적인 수의 자동차를 전 세계에서 기다리다 보니 페라리를 살 때 기다림은 필연적이지만, 인증 중고차 매장에선 그럴 필요가 없다.

 


 

 

화려한 오프닝

지난 2월 4일, 서울 반포에 페라리 전시장이 문을 열었다. 많은 유동 인구와 차로 인해 복잡한 서울성모병원 사거리에 번듯한 외관의 전시장이 들어섰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뒤덮인 건물 군데군데 페라리의 강렬한 붉은색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밖에서 보기에도 전시장은 크고 쾌적해 보인다. 페라리의 한국 본부와도 같던 청담 전시장은 청담이라는 지리적 이점이 돋보이긴 했지만, 페라리라는 브랜드의 명성과 화려함을 보여주기에는 조금 비좁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반포 전시장은 그것을 표현하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들어가면 밝고 환한 톤으로 꾸며진 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1층은 최신 모델과 고객 상담을 위한 공간으로 채웠다. 안쪽에는 페라리 헤리티지 소품과 사진으로 꾸민 커피 바가 있는데, 페라리의 오랜 역사와 한국에서의 발자취를 보여준다. 길게 이어진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비밀스러운 공간 하나가 나오는데 페라리 오너만을 위한 아틀리에다. 이곳에서 고객들은 차의 외관 컬러와 실내 소재, 편의장비 등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다. 아틀리에 안에는 가죽이나 소재, 운전대, 시트 등이 비치돼 고객이 직접 눈으로 보거나 손으로 만질 수 있다. 물론 다른 브랜드들도 이런 공간이 존재하지만, 페라리 반포 전시장만큼 넓고 쾌적한 곳은 없었던 것 같다.

 

단순 판매를 위한 전시장만 있는 건 아니다. 전시장 지하 1층엔 330평 규모의 서비스센터가 자리하는데, 10개의 워크베이와 페라리 전용 설비를 갖췄다. 곧 고객 인도가 이루어질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 SF90 스트라달레를 위한 하이브리드 설비도 들어갔다. 페라리에 하이브리드 설비라니, 조금 낯설지만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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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장현우(장현우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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