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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자연흡기일지도 몰라, 718 박스터 GTS 4.0

포르쉐가 다운사이징이 미덕인 요즘 같은 시대에 4.0ℓ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박스터를 내놓았다. 이름하여 718 박스터 GTS 4.0이다

2021.04.18

지붕을 열고 4.0ℓ 자연흡기 엔진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쾌감은 배가된다.

 

박스터 GTS 4.0을 타고 포르투갈 에스토릴 서킷을 빠져나와 신트라 해안도로를 함께 달리던 중 선배가 이런 말을 했다. “이 차는 정말 최고야. 요즘 같은 다운사이징 시대에 고회전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얹은 미드십 로드스터를 운전하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아. 뒤에서 나는 엔진 소리 들려?” 입꼬리가 귀에 걸려 이야기하는 그를 보며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 역시 선배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718’을 붙이며 박스터는 기본 모델부터 GTS까지 모두 4기통 엔진을 얹었다. 물론 포르쉐는 외계인이 만들지도 모른다는 기술로 고객들을 납득시키려고 했다. 엔진 배기량은 줄었지만 가변 터빈 지오메트리(VTG)가 적용된 터보차저 덕분에 성능은 오히려 향상된 것. 하지만 박스터의 ‘진성’ 마니아에게 4기통 엔진은 조금 아쉬웠다. 박스터의 탄생부터 함께한 6기통 엔진이 주는 상징성과 감성적인 영역을 채워줄 수 없었던 것이다.

 

이번에 한국 땅을 밟은 새 모델은 718 박스터 GTS 4.0이다. 안팎에 담긴 변화는 GTS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크로노 패키지, 기계식 차동제한장치와 토크벡터링, 최저지상고를 10mm 낮추는 스포츠 서스펜션, 편평비 35짜리 타이어를 낀 20인치 휠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양 끝에 하나씩 위치한 배기파이프와 휠, 도어 앞쪽 아래 이름에 덧붙는 4.0뿐이다(아쉽지만 뒤에 있는 네임 배지에는 4.0이 없다).

 

 

이름에 ‘4.0’을 붙인 만큼 차체 가운데엔 수평대향 6기통 4.0ℓ 자연흡기 엔진이 자리한다. 이전 세대 911(991.2) GT3에서 쓰인 4.0ℓ 엔진의 압축비를 13.3:1에서 13:1로 낮춘 엔진으로 718 스파이더에도 들어간다. 718 스파이더는 특수 모델로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박스터와 4.0ℓ 자연흡기 엔진의 조합은 GTS 4.0이 유일하다. 최고출력 407마력, 최대토크 43.9kg·m를 내고 변속기는 7단 듀얼클러치가 기본, 0→시속 100km 가속시간은 4.0초로 718 박스터 GTS보다 0.1초 빠르고 최고속도(시속 288km)는 시속 2km 늦다.

 

최고속도가 조금 늦는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속도를 뿜어내는 과정은 그 무엇보다 생생하고 짜릿하게 전달하니까. 운전자는 엔진 회전수 상승에 따라 정직하게 내뿜는 토크와 출력, 그리고 즉각적인 반응을 통해 차의 상태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뗄 때, 그러니까 엔진이 바퀴의 저항을 거는 순간의 감각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자연흡기 엔진이라서 그렇다’고 설명하기엔 그 감각이 절묘하다.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박스터 중 한계가 제일 높은 만큼 움직임도 가장 경쾌하다. 그렇다고 가볍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차체가 바닥에 붙어 달리고, 불필요한 움직임이 거의 없다. 갑작스럽게 가속을 하더라도 노즈가 들리지 않는다. 그만큼 앞바퀴 접지력을 챙길 수 있다. 위험을 직면했을 때도 회피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다양한 포르쉐 모델을 타보면서 느낀 거지만 포르쉐는 스포츠 모드가 기본이다. 물론 노멀 모드의 움직임이나 반응도 정말 좋지만 포르쉐의 잠재 능력을 모두 끄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자 배기음이 커지고 서스펜션이 단단해진다. 당연히 가속페달 반응도 민감하고 빨라진다. 톤을 올린 배기음은 일품이다. 터보 엔진을 얹은 여느 박스터는 배기 시스템에 터빈이 달려 엔진의 발성이 이질적으로 다가오는 것과 달리 GTS 4.0은 소리가 일정하고, 엔진 회전수가 4500rpm이 넘어가고부터는 쩌렁쩌렁한 소리를 뿜어낸다. 소리만 들어선 과격한 질주를 하는 것 같은데 차의 움직임과는 관계가 없다. 빠른 속도로 아무렇지 않게 코너를 해치운다.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놓자 컴포트에서 스포츠 모드로의 변화값만큼 반응과 소리, 분위기가 달라진다. 좁고 회전이 급한 코너에서 차를 밀어붙였을 때 앞부분이 재빠르게 반응한다. 코너 중간쯤에서는 뒤가 조금 빠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불안감도 잠시, 자세를 고쳐 잡아 출구로 탈출한다. 내 운전 실력이 뛰어나다기보다 차동제한장치와 토크벡터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일을 하는 덕분이다. 연속된 굽잇길을 달릴 땐 횡G에 몸은 힘들지만, 단단한 섀시와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차체 쏠림은 웬만해선 느낄 수 없다.

 

GTS 4.0은 몸으로 이해하기 쉽고, 특별한 드라이빙 스킬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안전장비도 가득 채워 자신감 있게 달릴 수 있다. 하지만 GTS 4.0의 진짜 매력은 운전 자체에서 느껴지는 즐거움이다. 모두가 배기량을 줄이고 터보 엔진으로 갈아타는 지금, 박스터 GTS 4.0은 포르쉐 박스터에서 즐길 수 있는 대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마지막 즐거움이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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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포르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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