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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입은 자동차, ‘장갑차’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차, 장갑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버지니아의 ‘알파인 아머링’ 직원들의 발목을 붙잡고 물었다

2021.05.03

장갑차 판매는 1990년대 냉전이 끝난 이후 미국과 그외 지역에서 호황을 누려왔다. 그런데 웬일인지 2016년 이후부터 미국 내 장갑차 판매량이 꾸준히 치솟고 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아라비아반도를 배회한 T.E. 로런스 대령의 롤스로이스 고스트 편대 이래로 장갑차는 먼 길을 걸어왔다. 철판으로 감싼 이 짐승들은 전쟁용 기계부터 정치인들과 부호, 마피아, 독재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을 위한 방어용 자동차로 발전했다. 지난 몇 년간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현재 장갑차 사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아우디, BMW, 랜드로버, 메르세데스 벤츠 같은 자동차 제조사들은 관련 분야의 작고 전문적인 제조사들과 협업해 매우 다양한 방탄 및 지뢰용 자동차, 트럭, SUV를 내놓고 있다.

 

알파인 아머링은 장갑차 외에 사진 속 포드 슈퍼 듀티를 바탕으로 한 ‘핏불’과 같은, 치안 유지를 위한 특수 자동차도 제작한다.

 

세계적인 수준의 장갑차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알파인 아머링은 워싱턴 D.C.의 외곽인 버지니아주 샹티이에 본사를 둔 장갑차 제조업체다. 알파인 아머링은 1997년부터 장갑차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당시 세계는 코소보 사태로 냉전 시대를 맞았고, 그에 따라 미국 정부와 해외 시장의 수요가 증가했다. 오늘날 알파인 아머링의 기술은 토요타 캠리부터 메르세데스 AMG G 63까지 거의 모든 차종을 나토(NATO)의 가장 엄격한 기준을 충족시키는 장갑차로 개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전 세계 고객을 상대하며 수요를 감당해야 하는 기업인 알파인 아머링은 장갑차 제작 과정을 시작할 때 언제나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의 문제에 당면한다고 말한다. ‘가능한 한 가장 높은 수준의 장갑 실현을 우선으로 할 것인가, 고객이 원하는 특정 모델을 장갑차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인가’ 같은 문제 말이다. 캐머런 코로우시는 “우린 정말 어떤 것이든 장갑차로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은 장갑차로서의 기능성과 의뢰인이 원하는 비용, 실현 가능성에 달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테슬라 모델 S나 토요타 프리우스 같은 차로 0.5구경 머신건의 탄환을 막는 장갑차를 만들 수는 있다. 그러나 이는 힘 부족과 중량 초과의 결과를 낳을 것이고, 그건 장갑차에 결코 좋은 모습이 아니다.

 

메르세데스 AMG G 63(아래)처럼 과시하기 좋은 장갑차들은 확실히 시선을 끈다. 그러나 토요타 캠리(왼쪽) 같은 장갑차를 타면 눈에 띄지 않고 몰래 다닐 수 있다.


반면 메르세데스 벤츠 S 클래스나 G 클래스, 토요타 랜드크루저(렉서스 LX 570의 형제차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ESV, 쉐보레 서버번, GMC 유콘 XL 같은 차들은 장갑 장비를 갖추기에 가장 적합한 차종이다. 장갑차 의뢰인들이 특정 차종을 선택할 때는 사회적 지위도 고려되지만, 자동차의 ‘최대 허용 중량(GVWR)’도 무시할 수 없다. 대구경 탄환을 견디기 위해 자동차에 1360kg이나 되는 무게를 덧씌우는 것은 장갑차에서 드문 일이 아니다. 알파인 아머링은 자동차의 무게를 GVWR보다 훨씬 낮게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또한 그들은 개선된 서스펜션(자동차별로 다르게 튜닝된다)과 타공된 브레이크를 조합해 승차감, 핸들링, 성능 등 기존 자동차의 표준치와 특성을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로써 자동차의 내구성은 더욱 높아지고, 일상의 고된 상황과 비상 상황 모두에서 안전을 보장할 수 있게 된다.

 


흥미롭게도 코로우시는 모든 차종의 GVWR이 공정하게 평가된 수치는 아니라고 말한다. “토요타와 메르세데스 벤츠가 그들의 자동차를 과하게 안전하게 설정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이전 세대’ 에스컬레이드나 서버번 같은 GM의 일부 자동차들은 무게를 잘 지키지 않는다. 이와 달리 랜드크루저는 GVWR이 보다 정확하며, 차의 성능과 특성에 따라 GVWR이 과소평가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코로우시는 새로운 세대로 거듭난 서버번, 유콘 XL, 에스컬레이드 ESV를 두고 “우리의 최초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GM은 이들 차의 섀시를 전 세대보다 훨씬 더 강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장갑 장비를 더한 후에도 랜드크루저나 G 클래스와 동등한 GVWR을 나타냈다. GM의 새로운 SUV들은 장갑을 얹고도 아주 잘 달린다.”

 

새로운 세대로 이어지지 않은(하지만 돌아올 예정인) 쉐보레 서버번 3500HD와 GMC 유콘 XL 3500 HD(미국 대통령의 자동차 행렬에서 자주 볼 수 있다)도 아주 뛰어난 장갑차다. 이들은 GVWR이 4990kg인 덕분에 알파인 아머링을 비롯한 다른 제조사들이 최대한 많은 장갑을 안전하게 부착할 수 있는 차다. 코로우시는 “이들은 완벽한 장갑차용 플랫폼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양한 국제 장갑 기준을 다 지키기는 어렵다. 따라서 알파인 아머링 역시 다른 제조사들처럼 자체적인 장갑 등급이 있다. 알파인 아머링 고객들은 A9 등급을 가장 선호한다.

 

앞서 언급한 차들은 가장 높은 수준의 장갑차로 만들어지지만 모든 의뢰인에게 최대치의 방탄 능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알파인 아머링은 13단계의 탄환 보호 수준을 제공한다. 모든 단계는 미 육군의 애버딘 프로빙 그라운드에서 내부 테스트로 검증되며, 뮌헨의 탄환 전문 업체에서도 테스트를 진행한다. 탄환 전문 업체의 테스트는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다양한 유형의 총알 350발을 견뎌야 한다. 두 번째는 하나의 자동차로 세 개의 수류탄을 견디는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알파인 아머링은 장갑차에 나토 표준화 협정, UL의 안전 규격, 미국 법무성 산하연구소, 유럽 표준화 기구의 기준을 충족하는 탄환 방호 수준을 적용할 수 있다. 

 

의뢰인이 선택한 자동차나 원하는 방어 수준에 관계없이 각각의 장갑차가 제작되는 초기 모습은 같다. 코로우시의 설명을 들어보자.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마치 OEM 공장에서 생산 중인 자동차처럼 전체를 벗겨내고 뼈대가 되는 금속만 남겨놓는 것이다.” 그다음은 장갑화 작업이다.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알파인 아머링은 크게 불투명체와 투명체, 두 종류의 장갑을 사용한다. 탄환용 복합체와 세라믹, 알루미늄, 붕소, 실리콘 카바이드 등이 불투명한 장갑의 재료가 되며, 주로 탄환용 강철, 케블라, 다이니마로 만들어진다. 투명한 장갑은 용도에 따라 여러 겹의 폴리우레탄, 폴리카보네이트, 두께 범위가 19mm로 얇은 것부터 76mm 이상까지인 유리 등으로 구성된다.

 


엔지니어링 팀은 자동차 뼈대에 불투명한 장갑을 입힌다. 그들은 자동차의 무게중심을 낮게 유지하면서 외부 공격 시 탑승자를 보호하는 데 각별히 신경 쓴다. 자동차의 특성과 장갑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이 작업은 일반적으로 바닥에 케블라와 강철 등의 소재를 깔고 차체 패널과 프레임 주변부를 두껍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의 외관이 어느 정도 갖춰지면, 자동차 유리를 방탄용 래미네이트 막으로 대체하는 등 불투명 장갑을 입히는 작업을 이어나간다. 장갑화 과정의 마지막 단계는 ‘오버랩’을 더하는 작업이다. 오버랩은 도어 틈을 통해 총알이 자동차 내부로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도어 주변이나 프레임을 따라 두르는 얇은 밴드다.

 

장갑 작업이 마무리되면, 엔지니어링 팀은 자동차를 재조립한다. 이때 장갑차가 안팎으로 순정처럼 보이도록 하기 위해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그래서 알파인 아머링은 순정 상태와 똑같은 조립, 마무리, 심지어 바늘땀 장식까지 재현하는 가죽 및 천 덮개 전문 팀(다른 장갑차 제작 업체도 비슷한 팀을 고용한다)을 고용한다. 일반적으로 알파인 아머링 장갑차의 기반이 되는 벤틀리 벤테이가, 람보르기니 우루스, 롤스로이스 팬텀 같은 차에서 이는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장갑차 제작 과정에는 대략 4~6주의 시간이 걸린다. 장갑차로 제작된 일이 전무한 모델의 경우, 8~10주가 걸릴 수도 있다. 비용은 차종과 장갑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토요타 캠리 XSE V6(시작 가격: 3만5990달러)에 서브 머신건의 총알을 견딜 수 있는 A4 등급의 장갑(알파인 아머링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장갑이다)을 더한 가격은 총 7만5000달러다. 한편 옵션을 더하지 않은 벤틀리 벤테이가에 가장 높은 수준의 장갑을 더하면 40만 달러 이상의 전체 비용이 든다. 알파인 아머링 고객 대부분은 돌격용 자동소총의 총알을 견딜 수 있는 A9 등급을 선택하고, 장갑 작업이 끝난 완성차 구입에 총 8만5000~15만 달러의 돈을 지불한다. 이렇듯 장갑차는 엄청나게 비싸지만 매우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 사람들은 “인생은 값으로 매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하다. 

글_크리스티안 시바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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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각 제조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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