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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배달? 하늘에서 택배가 내려와요

드론과 로봇과 자율주행의 슬기로운 조화가 이뤄낼 상상 불가의 미래 배달을 엿봤다

2021.05.13

 

늦은 퇴근 후 간신히 돌아온 집. 소파에 기대 반쯤 누워 스마트폰을 들어 깨운다. 텅 빈 속사정을 어떻게 알았는지 자동으로 실행되는 음식 배달앱. 평소 눈여겨봤던 음식점의 라자냐를 주문한다. 곁들일 와인을 고르려 와인 셀러로 걸음을 옮기는 찰나. “맞다!” 얼마 전 망가진 와인 오프너를 깜빡하고 있었다. 다시 스마트폰을 들어 온라인 쇼핑몰을 켜 와인 오프너를 주문한다. 결제를 마치니 울리는 메시지. 라자냐가 도착했다. 문을 열자 자율주행 배달로봇이 활짝 웃는 얼굴을 화면에 띄우며 서 있다. NFC 태그에 스마트폰을 갖다 대니 뚜껑이 열린다. 뜨끈한 라자냐가 먹음직스럽다. 식탁에 음식을 차리고 와인을 가져오니 다시 메시지가 울린다. 거실 창을 열었다. 발코니의 택배 수령대에 와인 오프너가 담긴 작은 박스가 놓여 있다. 배송 드론은 이미 저 멀리 사라져 프로펠러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식탁으로 가 와인을 따르고 라자냐를 자른다. 오늘도 수고한 내게 주는 특별한 저녁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이런 생활은 먼 미래의 허튼 상상이 아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배송로봇과의 공조를 시작하고 있다. 공중물류센터는 이미 수년 전에 특허를 받았다. 드론 배송은 세계 곳곳에서 시험 중이다. 초기 단계의 자율주행 로봇 배송은 한국에서도 이미 실행하고 있다. 사람과 똑같이 움직이는 2족 보행 로봇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소설가 윌리엄 깁슨의 말이 떠오른다. “미래는 이미 와 있다.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공중물류 왕국을 꿈꾸는 아마존

국제선 여객기는 보통 1만m 전후의 높이, 즉 성층권 시점 부근에서 순항한다. 미국의 이커머스 기업 아마존은 이보다 높은 1만3700m에 대형 물류창고를 만들 계획이다. 거대한 비행선 하부에 물류창고를 설치해 띄우겠다는 거다. 상상조차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2000년대에 미군은 1000톤급 초대형 비행선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아마존의 비행선은 수요 예측을 통해 주문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으로 미리 이동해 물류를 최적화한다. 아마존은 이미 ‘아마존 포캐스트(Amazon Forecast)’라는 인공지능 기반의 딥러닝 수요 예측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공중물류센터와 지상을 연결하는 건 드론이다. 지난 2019년 아마존이 발표한 신형 드론은 벌써 4세대로 진화했다. 상황에 알맞게 형태를 변형할 수 있으며, 장애물은 물론 움직이는 것과 가느다란 전깃줄까지 모두 스스로 피할 수 있다. 태양광으로 충전해 오염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 현재는 2.26kg의 물건을 가지고 최대 24km를 비행할 수 있다. 지난해 미 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취득한 배송용 드론 서비스에 대한 허가 기준에 맞춘 운송력이다.

 

아마존은 주문 후 30분 내 배달을 목표로 한다. 더불어 천문학적인 물류비용 감소도 주요 목표다. 현재 익일 배송 서비스인 아마존 프라임의 미국 내 물류비용은 건당 평균 5.99달러 수준이다. 그런데 공중물류창고를 활용한 드론 배송에 성공하면 물류비용은 건당 1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아마존의 물류비용은 현재 연간 900억 달러(100조7640억원)에 이른다. 아마존이 물류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이미 펼쳐진 미래, 배달로봇

바퀴가 달린 작은 배달로봇은 이미 수년 전부터 세계 곳곳에서 실증실험을 진행해왔다. 국내에서도 얼마 전부터 몇몇 호텔이 룸서비스용 배달로봇을 실전에 투입했다. 일부 대형 건물 내 편의점은 건물 내 배송에 배달로봇을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음식점에서 음식을 받아 주문자의 집까지 직접 배달하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또한 세계 곳곳에서 실증실험을 진행 중이다. 한국에서도 녹색교통지역으로 지정된 여의도와 강남권에서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현재로서는 사람의 안전을 위해 배달로봇의 크기와 무게, 속도를 제한하고 있다. 로봇의 엘리베이터 조작 자체도 불법이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기술개발은 멈추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물류업체 페덱스는 같은 지역 내 당일 배송을 책임질 페덱스 세임데이 봇 ‘록소(Roxo)’를 개발했다. 금년 중 실증실험에 들어간다. 이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비포장도로는 물론 계단도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보조 바퀴와 위치 조정이 가능한 바퀴를 통해 계단을 오르내린다. 아울러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안전한 길을 찾고, 교통규칙을 준수하도록 끊임없이 학습한다.

 

아마존은 이러한 배달로봇의 상단에 작은 드론을 넣는 아이디어를 실행하고자 한다. 계단이나 사유지, 돌발 장애물 등 배달로봇으로 지나기 힘든 부분을 드론을 통해 극복해 빠르고 안전하게 배달을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아마존은 이에 대한 특허출원을 이미 완료한 상태다.

 

 

낯설게 다가온 미래, 2족 로봇과 자율주행차

자율주행 밴이 목적지에 도착하자 트렁크 문이 열린다. 그 안에 쪼그려 있던 2족 보행 로봇이 사뿐히 내려 트렁크에 적재된 택배상자를 두 손으로 들고 길을 나선다. 인도를 성큼성큼 걸어 배송지에 다다른 로봇은 당당하게 계단을 올라 택배상자를 현관에 살포시 내려놓는다. 임무를 마친 로봇은 다시 자율주행 밴으로 복귀해 다른 배송지로 떠난다. 이는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니다. 2019년 포드와 로봇 전문 기업 어질리티 로보틱스가 실제 한 마을에서 실행한 실험이다. 현재 사람이 하는 배송을 자율주행차와 2족 보행 로봇이 그대로 대신한 건데, 과정은 현재에 머물렀지만 느낌은 그 무엇보다 미래적이다.

 

드론이나 배송로봇 역시 인간의 역할을 대신하지만, 과정이 다르고 생김새도 달라 인간을 대체한다는 느낌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자율주행차와 2족 로봇은 현재의 과정을 로봇이 그대로 대신하고 있어 더욱 낯설고 위협적이다. 물론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할 날은 숙명처럼 다가올 거다. 언젠가 2족 로봇과 함께 인도를 거닐 날도 찾아올 거다. 미래의 배달은 예상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질 테니까.

 

 

 

 

모터트렌드, 자동차, 미래 배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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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고정식PHOTO : 최신엽(일러스트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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