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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에어링, 이보다 멋있을 순 없다

강력한 힘, 비싼 가격 그리고 온몸을 휘감는 오픈 에어링의 즐거움을 갖춘 컨버터블 석 대. 이보다 멋있을 순 없다

2021.06.26

 

페라리 812 GTS 

자동차 칼럼니스트가 아니라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대배기량 자연흡기 고회전 엔진을 얹은 뒷바퀴굴림 컨버터블은 가장 즐거운 자동차다. 게다가 브랜드가 페라리이고, 그중에서도 플래그십 모델 812의 스파이더 모델인 GTS라니 사실 더 바랄 게 없다. 물론 최근에 나온 SF90 스트라달레가 세 개의 전기모터와 V8 터보 엔진의 조합으로 1000마력을 내니, 800마력을 내는 812 GTS는 출력이 가장 높은 모델이 아니다. 둘의 최고속도가 모두 시속 340km로 같지만 812 GTS의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SF90 스트라달레보다 0.5초나 느린 3초에 불과하다. 숫자로 따지는 성능에서 812 GTS가 부족하지 않냐는 말을 할 수도 있다. 과연 그럴까? 

 

 

812 GTS의 가장 큰 장점은 의외로 천천히 달릴 때다. 아무리 800마력에 가까운 스포츠카를 타더라도 평소 주행에서는 제 성능의 50%도 발휘하기 힘들다. 시내에서는 듀얼클러치 7단 변속기를 오토 모드에 넣고 운전대 왼쪽 아래의 범피 로드 모드를 선택해 마그네틱 댐퍼를 부드럽게 바꾸면 도로와 바퀴 사이에 얇은 가죽 한 장을 덧댄 듯 편안한 GT처럼 달릴 수 있다. 스마트 크루즈컨트롤과 차선 이탈 경고, 도로 공사 정보까지 표시해주는 페라리가 낯설지만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서도 충실하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물론 플래그십은 숫자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선 V12 자연흡기 엔진이 그렇다. V12 6.5ℓ 엔진은 최고출력이 8500rpm에서 나오는데, 기통당 542cc의 커다란 피스톤이 저 속도로 움직인다는 것 자체가 경이로운 일이다. 엔진을 앞에 얹고 뒷바퀴만으로 강력한 성능을 뽑아내는 것은 오직 플래그십에서 가능한 일이다. 마네티노 스위치를 기본인 스포츠에서 레이스로 바꾸는 순간, 여느 슈퍼카가 그렇듯 폭발적인 성능을 뽑아낸다. 노면이 살짝 젖기는 했지만 3단 가속 중에도 차 꽁무니가 흔들리는 짜릿함은 초고성능이라는 타이틀에 잘 어울린다. 트랙부터 평소 시내에서의 오픈 드라이빙까지 모든 것을 하나에 끝낼 수 있는 끝판왕이다.

글_이동희(자동차 칼럼니스트)

 


언제나 그랬다. 페라리의 운전대를 잡으면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여느 자동차와 운전대 구성이 다르니까. 왼쪽의 새빨간 시동 버튼, 오른쪽의 주행모드 변경 레버가 페라리 세계에 접속했다고 알린다. 레이싱에서 태어나 여전히 레이싱에 전념하는 페라리의 신념이 느껴진다고 할까? 레이싱을 지속하기 위해 양산차를 만들었다는 페라리의 역사성은 운전대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양산차라도 달리는 데 집중하라는 무언의 종용. 운전대를 잡으면 두툼하면서도 호쾌한 굴곡의 림이 손바닥에 들어찬다. 말의 뒷다리 근육처럼 울룩불룩한 차체의 선을 촉감으로도 느끼는 순간이다. 과하면서도 왠지 편안하고 묵직하면서도 차분하다. 

 


빨간 시동 버튼을 누르면 운전자의 심장도 빨갛게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여기까지가 페라리와 만나면 전해지는 공통된 감흥이다. 812 GTS의 전조도 다를 바 없다. 하지만 V12 6.5ℓ 자연흡기 엔진은 사뭇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한다.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의 하울링을 듣고 나면 소리가 보다 엄숙하고 장엄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자동차의 원형에 가까운 컨버터블이란 형태다. 한층 더 소리를 음미하고 몸놀림에 취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812 GTS는 내연기관 시대에 페라리가 보내는 헌사일지 모른다.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페라리가 기획한 퍼레이드에 동참하는 기분이다(원래 퍼레이드는 지붕 없이 오가니까). 유리 너머 양옆으로 솟은 보닛의 공기흡입구는 거대한 머신을 타고 있다는 증거로 손색없다. 기다란 보닛이 움직일 때마다 몸이 저릿해진다. 폭발적으로 가속할 때마다, 대수롭지 않게 돌아나갈 때마다 시공간이 비현실적으로 축약된다. 그럴 때마다 페라리가 쌓아 올린 기술력이 온몸을 관통한다. 지붕이 없기에 더 날것 그대로 다가오는 건 812 GTS다운 추임새다. 이런 퍼레이드, 어디에도 없다.

글_김종훈(자동차 칼럼니스트)

 

812 GTS는 뒷부분이 재설계되면서 쿠페형에 있었던 뒷바퀴 아치를 통과하는 공기흡입구가 없어졌다. 대신 리어 디퓨저에 추가로 플랩을 달아 공력성능을 그대로 유지했다.

 

812의 시동을 걸면 가슴을 잘게 저미는 듯한 날카롭고 분주한 점화음에 이어 천둥과 같은 묵직한 펀치가 가슴을 가격한다. 그렇다. 12기통이다. 하지만 812 슈퍼패스트를 타보았다면 이 신형 모델이 이전 모델 F12 베를리네타에 비해 다소 정돈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PF(Gasoline Particulate Filter) 같은 환경 규제와 자연흡기라는 족쇄 아래에서도 최고출력 800마력에 8900rpm까지 회전하는 엔진을 만들어내기 위해 무언가는 양보해야 했던 것일까? 하지만 812에는 하나의 진실이 숨어 있다. 바로 사운드를 차 밖에서 듣게 되면 그 웅장함과 날카로움이 훨씬 강렬하게 다가온다는 거다. GTS가 주는 숨겨진 선물은 바로 이 특별한 엔진 사운드를 차 밖에서 듣는 듯이 강렬하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차 안에 탄 채 V12 엔진을 8900rpm까지 회전시키는 사운드는 주변 공간을 강타하고, 튕겨져 나오는 사운드는 운전자의 귀에 그대로 파고든다. 사실 전통적인 쿠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 812 GTS는 톱을 오픈한 상태에서도 개방감을 크게 느끼기 어렵다. 812 GTS의 오픈 에어링은 공간에 대한 봉인 해제가 아닌 소리에 대한 봉인 해제다. 그리고 그 해방감은 8900rpm 가까이까지 지체 없이 스로틀을 여는 데 성공한 용기 있는 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톱 오픈 상태에서 마네티노는 레이스 모드에, 변속기는 수동 모드에 두고 론치 컨트롤을 시도했다. 정지 상태에서 약 10초 만에 시속 220km에 도달한 속도계를 보게 된 그 순간, 머리 바로 위에서는 공기가 초고속으로 흐르고 있었다. 기존 812 슈퍼패스트의 가속력에 익숙해 있던 나에게 페라리는 또 다른 경이로움을 선사했다. 마치 영화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를 보고 감명받았다가 뒤이어 나온 영화 <조커>에서 호아킨 피닉스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GTS의 오픈톱 초고속 영역에는 812 슈퍼패스트의 힘을 넘는 웅장함과 공포가 서려 있었다. 이러한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극소수라는 것 역시 812 GTS의 특별함을 더해준다.

글_양우람(드라이빙 인스트럭터)

 


 

 

롤스로이스 던 블랙 배지

롤스로이스 던 블랙 배지, 국내와 해외를 통틀어 4인승 컨버터블 중에서는 가장 비싸고 고급스럽다. 기본 가격만 놓고 봤을 때 5억5900만원은 이 자리에 나온 석 대 중에서도 높다. 안팎 모습에는 단순한 위엄과 묵직한 우아함이 함께 있다. 새벽이 오기 전 흐릿한 검푸른색의 보디 컬러에 거대한 블랙 크롬의 수직 그릴과 그 위에 솟은 여신상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5m가 훌쩍 넘는 긴 차체는 지붕을 열었을 때도 날렵하기보다 묵직하다. A 필러와 창문 아래를 두른 두툼한 크롬 라인에서 살짝 떨어지는 트렁크 라인 덕분에 지붕을 씌우거나 벗긴 모습 모두가 우아하다. 특히나 밝은 하늘색과 회색 투톤인 실내는 감탄할 수밖에 없다. 눈으로 봤을 때, 손으로 그 표면을 훑었을 때와 시트에 앉았을 때다. 그 야들야들한 감촉이 이 차를 가질 수 없는 내 신세와 비교돼 한숨만 나올 뿐이었다. 

 


V12 6.6ℓ 트윈터보 엔진은 한자리에 모인 석 대 중 배기량이 가장 크지만 최고출력은 고작(?) 593마력이다. 그런데 이 출력이 5250~5500rpm에서 나오고, 석 대 중 가장 센 85.7kg·m의 최대토크는 불과 1650rpm부터 쏟아진다. 공차중량이 2630kg이나 되지만 가속페달에 발만 얹으면 스르륵 굴러간다. 진동이나 소리 없이 움직이는 느낌은 전기차를 탄 것 이상의 기묘함을 준다. 물론 0→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4.9초로 간신히 고성능차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노면과 타이어 사이에, 운전대와 앞바퀴 사이에 두툼한 양모 카펫이 하나씩 깔려 있는 듯하다. 차를 처음 운전하면 매우 이질감을 준다. 애당초 칼날 같은 움직임은 롤스로이스에 어울리는 단어가 아니다. 푹신하고 고급스러운 시트에 앉아 우아하고 여유 있게, 한여름 밤바다 옆을 달리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

글_이동희

 

 

보통 럭셔리카를 표현할 때 요트 같다고 한다. 이젠 진부할 정도로 흔해졌다. 이 자리를 빌려 습관처럼 썼다고 고백한다. 롤스로이스 던을 타보기 전이어서. 던이야말로 고급 요트의 면모를 자동차로 표현한다. 고급스러움과 낭만은 물론, 심지어 거동까지 구현한다. 예전부터 내려온 럭셔리 카와 요트의 연관성을 던은 모범 답안처럼 선보인다. 우선 소프트톱을 열어 속살을 드러낼 수 있으니 형태마저 비슷하다. 마침 내장재 색도 하늘과 바다 빛깔을 닮았다. 단지 색뿐 아니라 이런 색을 감당할 수 있는 풍요로움이 요트와 연결된다. 롤스로이스만의 공들인 아날로그 요소들도 요트에선 여전히 쓰이는 것들이다. 크고 얇은 운전대는 또 어떤가. 오래된 조타기의 앤티크 느낌을 물씬 풍긴다. 

 


생경한 감각을 음미하며 좌우로 돌려보면 환희의 여신상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환희의 여신상이 뱃머리 선수상처럼 보이는 건 당연한 반응이다. 이 요소들은 느긋하고 풍성한 거동 아래 요트라는 하나의 대상으로 묶인다. 푹신한 시트에 앉아 조타하듯 차를 움직이면 항해하는 기분이다. 앞 유리 너머 실내에 스미는 바람 또한 흥을 돋운다. 거대한 층으로 도로와 실내를 분리하는 하체는 잔잔한 물길을 떠다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커다란 덩치가 너울너울 움직이니 요트의 거동과 자연스레 연결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앞머리가 들리듯 튀어나가는 감각 또한 마찬가지다. 파도에 올라타 넘어가듯 가속하다 보면 운전이 이렇게 낭만적인 행위였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던은 운전자를 다른 시대, 다른 공간으로 초대한다. 운전하는 내내 영화 <위대한 개츠비>의 한 장면이 떠오른 이유다. 20세기 초 고풍스러운 저택에서 펼쳐지는 호화로운 파티로 던이 이끈다. 컨버터블의 낭만을 그득하게 채웠다.

글_김종훈

 

 

멍해졌다. 인스트럭터라는 특수한 직업 때문에 럭셔리 브랜드의 차들은 나에게 자극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롤스로이스 던을 만나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던은 나의 영역을 넘어서는, 아니 범인(凡人)의 영역을 넘어 존재하는 차라는 것을 운전해보고야 알았다. 내 손을 꽉 채우는 도어 손잡이를 당겨 익숙하지 않은 반대 방향으로 열어젖히던 그 순간부터 이 차에 빠졌다. 생소한 방식과 뒤이어 나타난 넓은 공간은 ‘2도어 자동차라고 해서 비좁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잘 차려진 자개상 위 12첩 반상처럼 궁극의 럭셔리에 파묻혀 무엇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던 순간, 엔진 시동 버튼과 톱 오픈 스위치가 눈에 들어왔다. 스포티함에 중점을 둔 블랙 배지 모델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두 대의 차에 비하면 구름 위를 지나는 듯한 승차감과 여유로운 힘의 표현을 보여준다. 급격한 헤어핀 구간을 만나도 던은 언제나 우아하고 여유롭게 돌아나간다. 앞부분의 묵직한 무게를 느낄 수 있다. 

 

던 블랙 배지는 ‘스포츠’라는 주제에 몰두하는 것은 물론 롤스로이스의 정숙성을 대변하는 ‘매직 카펫 라이드’까지 구현했다.

 

비가 그치자마자 천으로 만든 지붕을 접었다. 마치 창문을 통해 밖의 움직임이 비춰 보이듯, 사이드미러 안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났다. 지붕 끝이 살짝 들리며 벌어진 틈으로 선선한 바람이 들이쳤다. 지붕이 접히는 그 순간에도 던은 품위를 잃지 않는다. 고상한 방식으로 넓고 고급스러운 실내 공간을 드러내는 시간은 22초. 아득하게 느껴지는 시간이다. 길이 5285mm, 공차중량 2630kg에 달하는 존재감 덕에 오픈 에어링이라는 반전이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시승이 끝났는데도 좀처럼 그 안에서 내리기가 싫었다. 인스트럭터로서 이 차가 마음에 들었다기보다 언제 또 만날지 모르는 신비한 존재와의 헤어짐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글_양우람

 


 

 

맥라렌 720S 스파이더 

맥라렌 720S 스파이더는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스파르탄(Spartan)이다. 초고성능 컨버터블, 그중에서도 아주 매운맛이다. 불덩이가 된 혀를 달래줄 치즈나 빙수는 없다. ‘어쨌든 지붕이 열리는 컨버터블이니까 그래도 여유 있게 주변도 둘러보고 느긋하게 달릴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것부터 실수였다. 어차피 앞만 보고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 달려야 하는데 열린 지붕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정도니까. 그만큼 720S 스파이더는 그냥 슈퍼 스포츠카다. 

 


V8 4.0ℓ 트윈터보 엔진은 720마력과 78.5kg·m를 발휘한다. 중요한 건 불과 1332kg밖에 나가지 않는 무게다. 0→100km/h에 도달하는 시간은 2.9초로 페라리 812 GTS보다 0.1초 빠를 뿐이지만 그 과격함은 비교할 바가 아니다. 톤당 540마력이라는 수치가 만드는 엄청난 가속력과 관성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코너링은 그야말로 발군이다. 게다가 운전대에서 손만 뻗으면 닿는 핸들링과 파워트레인 조절 스위치에는 제동과 가속 등 상황에 맞춰 바삐 움직이는 리어 스포일러 등을 제어하는 에어로 기능도 있다. 두 스위치 모두 컴포트, 스포츠, 트랙 세 가지가 있는데, 컴포트를 골라도 컴포트하지 않다는 점이 본격 트랙용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앞쪽으로 바짝 당겨 붙은 A 필러 덕에 루프 수납공간을 만든 것은 반갑다. 한편으로는 휠 하우스 때문에 왼쪽 발을 놓을 공간이 없어 꽉 조인 실내가 더 비좁게 느껴진다. 게다가 경량에 고강성인 카본 섀시는 도어 스텝 부분이 넓어 타고 내리기 쉽지 않다. 중앙선과 다른 방해물이 없는 매끈한 노면의 서킷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트랙에서 달리려면 지붕을 닫아야 하는데 스파이더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차피 아주 매운맛은 매일 먹는 음식이 아니다. 720S 스파이더는 자극이 필요할 때 차고 넘치는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초고성능 컨버터블이다.

글_이동희

 

 

시저 도어가 하늘을 향해 열린다. 기병의 열병식처럼 환영받는 기분이다. 차문을 여는 순간부터 비일상적이다. 겉모습도 여느 스포츠카와는 이질적이다. 매끄럽다 못해 미끄덩한 곡선이 곳곳을 채웠다. 미드십 엔진을 품었기에 형태도 독특하다. 운전석은 앞쪽에 붙고 차체는 뒤로 늘씬하다. 우주선의 콕핏에 올라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각종 추진 장치를 뒤에 두고 앞에서 조종해야 하니까. 

 

몸을 딱 고정하는 시트 역시 콕핏이란 단어에 걸맞다. 실내 역시 간결해서 미래적이다. 작고 묵직한 운전대에는 버튼 하나 없다. 말로 시동을 걸어야 할 듯한 기분이다. 낯설다는 게 항상 긍정적이진 않다. 하지만 슈퍼 스포츠카의 영역이라면 다르다. 특별함으로 쌓아 올린 슈퍼 스포츠카로서 낯선 감각은 훈장일지 모른다. 무엇보다 더 잘 달리기 위한 열정의 결과니까. 달리기 시작하면 그 감각을 몸으로 체감할 수 있다. 

 

짧고 낮은 앞머리는 속도를 올릴수록 바닥으로 스며드는 감각을 자아낸다. 바닥을 얇게 저미면서 다니는 기분이다. 720마력으로 밀어붙이는 가속력이 있기에 가능한 감각. 작은 운전대는 조금만 움직여도 민첩하게 차체를 놀린다. 실제로 차체 무게도 낮기에 체감 효과가 크다. 낮고 가벼운데 무지막지한 힘이 끝도 없이 쏟아진다. 낯선 감각이 짐짓 익숙해질 때면 흥분 상태로 전환된다. 우주선에서 저공비행으로 도로를 누비는 쾌감. 빠를수록 더 편안하고 안정적이다. 이때 오픈톱은 흥분을 배가하는 장치가 된다. 보통 지붕이 열리면 낭만 요소로 여긴다. 720S 스파이더의 오픈톱은 뒤에서 덮치는 소리를 더욱 증폭하는 우퍼 역할이다. 머신의 귀곡성에 슉슉슉, 바람을 가르는 소리까지 곁들이면 우주선 같다는 말이 실감 난다. 낯선 곳으로의 비행, 720S 스파이더가 자아내는 쾌감이다.

글_김종훈

 

전동 리어 스포일러는 다운포스 30%를 늘려준다. 급제동 시에는 에어브레이크 역할을 겸해 속도와 함께 차체 앞쪽만 가라앉는 현상을 줄여준다. 

 

스파이더는 어쩌면 맥라렌과는 상극일 수 있는 위험한 이름일지도 모른다. 일반적으로 쿠페 모델이 오픈톱 모델을 의미하는 새 이름을 갖추는 순간, 차체 상부 구조가 약해져 코너에서의 움직임을 힘차게 받아내던 강성은 약해진다. 복잡한 구조 때문에 무게도 더해진다. 늘어난 무게는 무거워진 머리처럼 차를 이리저리 휘두른다. 여기까지가 내가 보는 로드스터라는 차의 특성이다. 

 

하지만 720S 스파이더는 달랐다. 아쉽게도 지붕을 열고 최고속도 시속 325km에서 스티어링을 조작한 건 아니었지만, 급격한 턴을 하면서 내리막과 과속방지턱을 연이어 지나쳤다. 믿을 수 있는 움직임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래부터 터브(Tub) 모양의 카본 구조물로 짜여 있는 720S의 섀시는 스파이더 형태에서도 여전히 끄떡없는 강성을 보장한다. 무게 증가를 죄악시하는 레이스 무대에서 태어난 차답게 하드톱을 욱여넣는 대가로 지불한 건 49kg에 불과하다. 1332kg, 최고출력 720마력, 최대토크 78kg·m라는 초고성능 영역에서 49kg이 느껴질까? 엄청난 힘으로 뒷바퀴를 굴리지만 살짝 젖은 노면에서도 영리하게 뒷바퀴를 조절하고 피드백이 풍성하다. 로데오에서 거친 말을 타는 것처럼 노면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전달하고 내 신경의 모든 것을 타이어에 연결해주는 듯하다.

 


상당수의 발견은 우연에서 왔다고 했던가? 이날 우연히 맥라렌 720S 스파이더에 숨겨진 비밀을 발견했다. 흩뿌리는 비에도 지붕을 열어보았을 때, 빗방울은 거짓말처럼 나와 동승자의 공간을 피해 객실 뒤쪽으로 떨어졌다. 시속 20km 이하로 속도를 줄이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머리와 얼굴에 떨어지던 빗방울의 감촉은 시속 50km를 넘기면 사라졌다. 비가 자주 흩뿌리는 날씨에서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맥라렌의 고향 영국의 날씨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은 아닐까. 720S가 가진 공기역학의 정점은 급브레이크를 밟을 때 활짝 펼쳐지는 리어 스포일러가 아니라 시속 50km에서도 빗방울을 튕겨내는 공기의 보호막일지도 모르겠다.

글_양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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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선관PHOTO : 장현우(장현우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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