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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신형 XC60, 한국의 길에 눈뜨다

볼보 XC60은 훌륭한 플랫폼과 좋은 디자인, 철저한 소비자 지향성이 조화를 이룬 차였다. 새로 등장한 신형 XC60은 여기에 한국 도로를 능숙하게 읽어내는 인포테인먼트 서비스까지 보탰다

2021.10.02

 

2005년 봄,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던 스 웨덴 여성들을 기억한다. 카메라 앞에 서 환하게 웃고 있는 그들 사이에는 낯선  차 한 대가 차분히 서 있었다. 그 차의 이름은 볼보 YCC 콘셉트. 2004년 제네바 모터쇼에 등장해 유쾌한 충격을 준 세 계 최초의 ‘여성 전용 콘셉트카’였다. 차 이름 YCC는 Your  Concept Car의 약어. 친절하기 그지없는 이름이었다.

 

기획부터 개발과 제작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여성들이 해낸  이 차에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가득했다. 곳곳에 기발한 수 납공간이 숨어 있고 트렁크 높이와 내장재는 여성들의 취향 에 맞췄다. 보닛을 열지 않고 워셔액을 채울 수 있는 주입구 도 인상적이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한 ‘여성팀’이 꾸려진 게  2002년. 볼보는 이미 20년 전에 자동차 시장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이후 수많은 차에 여 성들을 배려한 아이디어가 등장하기 시작했음은 물론이다. 필요하리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선뜻 먼저 달려들지 않는 일을 누구보다 앞서서 하는 브랜드. 볼보의  이미지는 그렇게 차근차근 다져졌다. 안전에 대해서도 그렇 고 마케팅에 대해서도, 그리고 성능과 개성적인 디자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쌓아온 뚜렷한 정체성과 뛰어 난 기술력, 확고한 이미지는 거인들의 싸움터가 된 지금의  자동차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사이즈로도 너끈히 버틸  수 있는 내공이 되어주었다.

 

2015년, 볼보의 미래가 활짝 열렸다. 이해에 볼보는 SPA (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확장 가능한 제품 아키텍처)라 이름 지은 모듈화 플랫폼 개발에 성공했다. SPA 플랫 폼은 오랫동안 쌓은 볼보의 내공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뉴 라인업은 시장에 나오자마자 큰  성공을 거뒀으며, 6년 만인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총 누적판 매 200만 대를 넘어섰다. SPA 플랫폼의 성공을 이끈 주역은  중형 프리미엄 SUV인 XC60이었다. XC60은 세련된 디자 인과 특유의 안락한 실내, 그리고 안정적인 성능으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곳곳에서 높은 인기를 끌며 중형 프리미엄  SUV 시장의 모범 답안으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2021년, 세계 시장에서 강력한 상품성을 입증해 보인 XC60이 다시 한번 볼보다운 진화를 단행했다. 지금껏 해 왔듯, 겉치레보다는 ‘누구나 생각하고 있던 정말 필요한 부분들’을 앞장서 다듬어낸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300억 원을  투자해 SK텔레콤과 함께 국내 수입차 최초로 개발한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다. 수입차 오너들이라면 조금씩은 아쉬워했을 내비게이션과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한국시장 맞춤형’으로 말끔히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이번에 신형 볼보 XC60을 통해 처음 선보인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는 우선 티맵 오토(T-MAP Auto)가 들어간다. 미러링이 아니라 자동차 내부 시스템에 완전히 통합한 티맵 서비스는 한국의 도로를 누구보다 완벽하게 읽어준다. 티맵의 길 안내 서비스를 정확히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역시 이번에 새로 업그레이드한 클러스터 연동 기능 덕에 계기반을 통해서도 내비게이션을 볼 수 있다. 센터페시아의 세로형 9인치 모니터를 꽉 채운 티맵 내비게이션은 보기에 시원해서 좋고, 길을 정확히 알려줘 편했으며, 무엇보다 익숙 한 화면이어서 반가웠다.

 

 

티맵 오토를 비롯한 통합형 SKT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함께 탑재한 누구 오토(NUGU Auto) 음성인식 기능을 통해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는 물론 공조장치와 라디오, 전화, 볼륨 제어 등 운전석에서 가장 빈번하게 하는 모든 일을 음성 명령으로 간단히 할 수 있다. 날씨와 뉴스 정보 확인도 척척 해낸다. 편리할 뿐 아니라 안전하기까지 하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기능은 AI 기반 맞춤형 음악 추천 플랫폼 플로(FLO). 각종 차트에서부터 분위기에 맞춘 플레이 리스트, 오디오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신형 XC60에서 즐길 수 있다. 볼보의 세로형 9인치 모니터는 처음 등장했을 때 큰 화제였는데, 최근 들어 디스플레이 대형화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상대적으로 화면 크기가 살짝 아쉽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결정적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거치고 나니 그 모니터가 다시 매력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촬영 날 이른 아침, <모터트렌드> 사무실 앞에 도착한 시승차는 신형 XC60 라인업의 주인공이라 할 B6 AWD 인스크립션 트림이었다. 직렬 4기통 2.0ℓ 가솔린 엔진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결합한 드라이브 E-파워트레인을 8단 자동변속기와 연결해 매끈한 주행감을 선보인다. 최고 출력은 300마력. 일찌감치 친환경 브랜드로의 전환을 선언한 볼보는, 신형 XC60 라인업도 하이브리드 및 플러그인하 이브리드 모델로만 채웠다. 국내에는 출력을 달리한 두 가지 고성능 마일드 하이브리드(B5, B6)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 (T8) 등 세 가지 파워트레인을 들여온다.

 

 

볼보의 실내 구성이야 흠잡을 데 없다. 그저 단정하기만 한가 싶은데 오레포스(Orrefors) 크리스털 기어노브는 또 그렇게 화려할 수 없고, 바워스앤윌킨스 오디오 시스템도 드러낼 듯 드러내지 않는 은근한 멋을 풍긴다. 대시보드의 나뭇결 장식을 볼보만큼 세련되게 마감하는 브랜드는 아직 보지 못했다. 흔한 버튼식 대신 오른쪽으로 돌리는 방식을 택한 시동레버도 여전히 재미있다. 크리스털 기어노브와 더불어 운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소소한 포인트다.

 

운전석 위쪽 룸미러 주변에는 SOS 긴급지원 버튼과 온콜 (On Call) 버튼을 마련해놓았다. 왼쪽의 SOS 긴급지원 버튼은 말 그대로 긴급 의료지원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오른쪽의 온콜 버튼은 타이어 교체나 비상 급유 등 주행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요긴하다. ‘안전에 대한 21세기적 대응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스마트폰을 디지털 키 로 활용할 수 있는 ‘볼보 카스 앱(Cars App)’도 제공하는 등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강화했다.

 

 

매력적인 편의장비와 첨단 기능이 그득하지만, 볼보 인테리어의 정점은 예나 지금이나 시트다. 더 표면을 잘 처리한 나파가죽 시트는 과하게 번쩍이거나 부들부들하지도 않으면서 자연스럽고 세련된 느낌을 물씬 풍긴다. 두툼하지도 않은데 그렇게 편안할 수 없고, 요란스럽지 않으면서도 탑승자들의 몸을 완벽하게 받쳐준다.

 

<모터트렌드> 사무실에서 사진 스튜디오까지는 짧게 잡아도 한 시간 살짝 넘는 거리. 티맵 내비게이션을 스튜디오로 맞추고 기분 좋게 출발했다. 마일드 하이브리드와 결합한 파워트레인은 막히는 시내에서든 시원하게 뚫린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든 매끈한 회전질감으로 여유로운 초가을 드라이브를 만끽하게 해주었다. 엔진 사운드는 생각보다 조금 높은 편이지만, 꼼꼼한 방음 대책 덕분에 실내로 유입되는 사운드는 거의 느낄 수 없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역시 티맵 오토 내비게이션. 눈에 익은 화면과 속도로 목적지까지 가는 최적의 코스를 정교하게 알려주었다. 이젠 스마트폰 거치대를 따로 달지 않아도 되고, 명료하지 않은 지도 화면을 불안한 마음으로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 운전 스트레스마저 싹 덜어주는 느낌이었다. 반자율주행 기능은 운전대에 배치한 버튼들을 사용해 쉽게 조 작할 수 있다. 섬세하고 부드럽게, 볼보 스타일로 신뢰감 있게 작동한다. 편안한 시트에 앉아 기분 좋은 사운드까지 곁들이다 보니, 교통체증도 그리 불쾌하지 않았다. 스튜디오가 조금 더 멀어도 괜찮겠다 싶을 정도였다.

 

 

드러나 보이지 않는 부분을 크게 바꾼 신형 XC60의 보이는 디테일은 거의 달라지지 않 았다. 기존 스타일과 패키징에 대한 자신감이 느껴진다. 분명 중형 SUV이면서 후측면에서 보면 어딘가 왜건처럼 보이기도 하는 특유의 보디라인도 그대로다. 외관에서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프런트 범퍼 디테일, 그리고 뒤쪽의 테일 파이프와 휠 디자인에만 살짝 변화를 주었다. 양쪽 B필러에 마련한 송풍구도 여전히 센스 있고, 컵홀더와 수납공간이 차곡차곡 등장하는 2열 팔걸이도 변함없다. 짐칸은 넉넉하고 전동식 테일게이트에는 좌우에 하나씩 두 개의 손잡이를 별도로 달아놓았다.

 

 

재미있는 건 깜짝 놀랄 정도로 활짝 열리는 보닛. 키가 크지 않은 사람들은 열었다가 닫기 힘들 만큼 높이 열린다. 스튜디오 촬영팀과 “북유럽 사람들 체형에 맞춰놓은 것 같다”는 시시껄렁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몇 번을 여닫아보았다. 다른 건 몰라도 정비 편의성만큼은 일품일 듯. 하지만 천장이 낮은 차고를 갖고 있는 오너라면 차고 안에서 함부로 보닛 열기가 망설여질 수도 있겠다.

 

신형 XC60은 볼보가 가장 잘하는 면을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다. 그들이 늘 그래왔듯 결코 모자라는 법도 없지만, 절대 과하지도 않게 만들어낸다. 애써 포장하기보다는 갖고 있는 걸 그대로 담백하게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볼보 브랜드에서 진심을 느끼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고객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을 정확히 개선했다. 파워트레인과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면서도 기존 T6 인스크립션 대비 가격은 오히려 340만 원 내렸다.

 

 

볼보 SPA 플랫폼 기반 모델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XC60은, 이제 한국의 도로까지 능숙하게 읽어낸다.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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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김우성PHOTO : 민성필(팀로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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