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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V60와 함께한 컬러풀 파주

풍경도 마음도 앙상하게 말라버린 겨울 끝자락, 민트색 GV60를 타고 잃어버린 색(色)을 찾아 떠났다

2022.02.13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이탈리아 고성을 개조한 럭셔리 리조트나 미국 서부의 원시 사막 속 파빌리온 같은 이국적인 장면들이 SNS와 유튜브의 모퉁이에서 소비자를 현혹한 지가. 은연중에 수많은 곳을 건넜고 그중의 몇 곳은 유심히 들여다봤었다. 그렇게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향한 그리움과 내적 친밀감은 간밤의 눈처럼 불어갔지만, 클릭 몇 번이면 충분히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때는 왠지 안심이었다. 
 
그런데 돌연 하늘길이 닫혔다. 그런 지 2년이 다 돼간다. 이제 우리는 화성보다 먼 해외여행지 대신 국내 여행지로 눈을 돌린다. 국내 여행지를 바지런히 실어 나르며 허약하고 창백해진 삶을 부단히 깁고 이어가는 SNS의 알고리즘이 요즘 부쩍 안내하는 여로는 ‘파주’다.
 
 
우리나라 서북단에 위치한 파주는 ‘평화수도’라는 수사에서 알 수 있듯 북한, 판문점, 통일의 이미지, 회백색 색채가 강하게 서린 도시다. 그런데 헤이리 예술마을, 파주출판도시 등 생동감 있는 ‘창작자들의 마을’ 이미지를 껴입더니, 이제 드넓고 쾌적한 부지를 내세운 독특하고 생기 있는 공간들이 들어서고 있다. 
 
겨울의 끝물, 풍경도 마음도 생기를 잃고 앙상하게 말라간다. 낮이 짧고 밤이 긴 겨울은 햇빛을 통해 합성되는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 분비가 적어 우울감에 시달리기도 쉽다. SNS의 내비게이션에 따라 파주로 좌표를 찍기로 한다. 화면상으로 본, 일껏 컬러풀한 파주에서 조금이나마 색을 채워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민트색 GV60를 타고 파주로 향하는 길, 햇살이 부드럽게 이마를 어루만진다. 뇌 주름 사이로 세로토닌이 송골송골 피어나는 기분이다. 파주는 새삼스레 가깝지만 언제나 좋은 드라이브 코스를 내준다. 

이날 시승한 GV60 퍼포먼스 모델은 앞뒤에 각각 217마력(160kW)의 출력을 내는 전기모터를 실어 합산 최고출력 435마력(320kW)을 낸다. 퍼포먼스는 트림 중 유일하게 주행 모드에 왼쪽 패들시프트로 활성화할 수 있는 드리프트 모드와 e-LSD(전자식 차동제한장치) 기능을 챙겼다.
 
 
e-LSD는 좌우 바퀴 수 회전수 차이를 다르게 제어하는 기능인데, 코너를 돌 때 원심력을 받는 바퀴 쪽에 더 높은 토크를 주어 더욱 빠르게 돌아나갈 수 있도록 한다. 사실 도심에서 잠깐 타본 뒤에야 제원을 보고 약간 흠칫했다. 이것만 보면 상당히 고성능차인데, 도심 주행에서는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존 고성능차는 극한의 상황으로 밀어붙일 때 차의 자세를 제어하기 위해 서스펜션이 단단한 편인데 GV60 퍼포먼스 모델은 무른 편이다. 일상에서 두루 타기에 승차감도 좋고 고성능차라기엔 가속감도 매우 부드러웠다.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가속페달에 힘을 싣는다. 고속 안정성 점검은 핑계고 사실 배가 고파서다. 여행의 시작은 역시 배를 채우는 것부터가 아니겠나. 민족 대명절인 설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 공교롭게도 파주 가는 길에 이북의 설음식을 맛볼 수 있는 아주 유명한 맛집이 있다.
 
이름은 ‘만포면옥’.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에 위치한 만포면옥은 1972년에 평안남도 용강 출신의 진정옥 씨가 고양군 동산리에 개업한 평양냉면 전문점을 이어받은 것이다. 몸도 어슬어슬하니 평양냉면은 당기지 않고, 떡만둣국과 어복쟁반을 주문한다. 
 

만둣국은 북한의 대표적인 설음식이기도 하다. 한반도 북부지방은 쌀 생산이 어려워 쌀보다 밀을 사용한 요리가 발달했고, 인접한 중국 요리의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여러 재료를 섞은 소를 넣어 온 가족이 두런두런 빚는 만두는 ‘화합’을 의미하기도 한다. 함께 주문한 어복쟁반 역시 비슷한 맥락의 음식이다.
 
어복쟁반은 추운 날 놋 쟁반에 고기 편육과 채소를 푸지게 담고 육수를 부어가며 먹는 음식인데, 가까운 사람들끼리 숟가락을 부딪혀가며 먹는다고 해서 평안도 지방 사람들의 온정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맑고 슴슴한 국물을 연거푸 들이켜고, 손바닥만 한 만두와 다채로운 채소를 골라먹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눈도 즐겁다. 어복쟁반의 밋밋한 바탕색에 쑥갓으로 한아름 부케를 만들고 붉은 당근으로 색을 더한 것에서, 뽀얀 떡만둣국 위 지단의 노란색과 주변으로 흩뿌린 파의 신록에서. 별안간 평범한 삶을 덤덤히 지탱해온 색(色)의 중함을 깨우친다. 
 

뜨끈하고 넉넉해져서 나오니, 주차장에 세워둔 GV60가 다가오는 스마트키를 인식하고 램프를 반짝이며 무장해제한다. 마치 강아지가 꼬리를 흔드는 것처럼 흐뭇해진다. 사실 GV60의 사용자 친화적 기능은 새롭다 못해 감동적이다. 페이스 커넥트와 지문 인식 시스템이 그렇다.
 
스마트키 없이도 B 필러에 위치한 카메라에 얼굴을 갖다 대면 문이 열리고 지문을 인식시키면 시동을 걸 수 있다. 특히 페이스 커넥트 시스템은 얼굴을 인식할 때마다 정보를 수집하고 취합해 나중에는 모자나 안경을 썼을 때도 주인을 알아보고 잠금을 해제할 수 있다.
 

만포면옥에서 다시 50분 정도 달려 다음 목적지인 ‘말똥도넛’에 도착했다. 파주출판단지 인근에 위치한 말똥도넛은 현시점 SNS 피드를 가장 뜨겁게 달구고 있는 곳이다. 사람들이 고작 도넛을 먹으러 여기까지 달려올 리는 없다. 미국의 어느 다운타운에 있을 법한 인테리어 때문이다.
 
안팎으로 온갖 달콤한 색들을 흡수한 듯한 인테리어는 사방이 포토 스폿. 쇼케이스에는 필링이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 이름 없는 도넛들이 진열돼 있지만 도넛을 사려는 줄은 끊길 줄을 모른다.
 
 
이렇듯 최근 파주에는 개방감 있는 공간을 내세우는 이국적인 공장형 카페들이 잇따라 생기고 있는 추세다. 최근 생긴 곳은 아니지만 말똥도넛과 1분 거리에 위치한 ‘더티트렁크’는 이러한 신드롬을 이끈 주역이다. 
 

파주 곳곳을 누볐음에도 아직 주행거리는 넉넉하다. 여기까지 온 김에 ‘오두산 통일전망대’에 올라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한다. 평일이 무색하게 끊일 줄 모르던 인파를 비집고 나와 통일전망대로 향하니 일순 딱딱하고 적막해진다. 멀리 보이는 풍경은 황량하고 회백색 벽은 신산하다.
 
 
그런데 다만 저 갯벌인지 꽁꽁 언 임진강인지 모를 수평선 너머로 울긋불긋 일몰이 시작되고 있다. 가무는 해의 짧고 장렬한 빛에 호르몬 공장이 마지막 세로토닌 한 방울을 짜낸다. 다양한 빛과 색은 서로 휘감기고 한데 일렁이며 색의 경계를 지우고, 땅의 구분을 지운다. 여행을 떠나기 전보다는 충만해진 느낌. 내연기관차가 기름으로 달리고 전기차에 충전이 필요하듯, 때때로 사람에게도 색이 필요하다.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 파주 팝업스토어
 
 
출판단지에서 발견한 보물 같은 곳!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그래픽디자이너가 만든 마법 상점, 런던의 '하우스 오브 미나리마'의 팝업스토어가 파주에 열렸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공식 아트워크와 굿즈를 만날 수 있는 숍은 10월 15일부터 10개월간 운영한다.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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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송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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