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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 EQA, 인천은 항구다

배와 건물들이 하얀 연기를 뻐끔뻐끔 내뱉는 인천의 부둣가에 EQA의 발자국을 새겼다

2022.03.13

 
인천은 차와 남다른 인연을 가진 도시다. 자동차 운반선이 드는 항구이자 BMW 드라이빙 센터가 있는 도시며, 영종도의 한적한 도로는 자동차 기자들이 이따금씩 시승을 하러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조개구이는 또 어떤가. 까만 밤을 배경으로 뽀얀 입김이 그려지는 계절, 조개구이를 핑계로 얼마 안 된 연인과 훌쩍 밤 드라이브를 떠나는 것 말이다.
 
시뻘건 불 위에 타닥타닥 튀기는 조개와 목장갑을 끼고 뜨거운 조개를 척척 집어내는 크고 듬직한 손, 목마름을 못 참고 소주라도 시켰다가는 대리를 부르거나, 주변에 묵을 곳을 찾게 되는···. 대관절 그게 차랑 무슨 상관이냐고? 이 매혹적인 시퀀스를 완성하는 건 멀쩡히 운전해서 돌아오지 못할 걸 알면서도 백이면 백 차를 갖고 떠나는 무고함에 있다.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지금껏 인천은 나에게 시승 장소 그리고 조개구이가 전부였다. 꽤 자주 들락날락하지만 전혀 몰라서 참신한 곳. 전기차의 주행거리에서 오는 스트레스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으면서도 새로운 곳, 이번 전기차 여행의 목적지는 인천, 그중에서도 낯선 중구로 잡았다. 

여행에 함께할 차는 메르세데스-EQ의 콤팩트 SUV인 EQA 250으로 택했다. 2세대 GLA와 플랫폼을 공유하는 EQA는 전기차답게 라디에이터 그릴 자리를 광섬유 스트립을 얹은 블랙 패널로 덮어놓았다. 무광 메탈 컬러를 휘감은 EQA는 보닛에 각을 준 파워돔 라인이 더욱 도드라지면서 보다 젊고 역동적인 느낌이다.
 
 
칙칙한 하늘과 넝마같이 해진 그물들이 주검처럼 늘어진 풍경 속에 있으니 누아르적 분위기도 난다. “비린내 나는 부둣가를~”로 시작하는 노래가 흥얼흥얼 새어나온다.

부두를 떠나 목적지로 향하기 전, 도심을 벗어나 잠시 달려보기로 한다. 최고출력 140kW(약 190마력)의 힘을 내는 EQA 250의 액셀 페달을 밟자, 마치 내연기관차처럼 서서히 올라가는 속도가 느껴진다. 전기차는 이렇듯 가속감이 고르게 쌓일 필요는 없지만, 이는 전기차 특유의 이질감을 덜어내기 위한 세팅이다.
 
 
고속에서도 힘을 쥐어짜내는 느낌 없이 부드럽게 달린다. 엔진 소음이 없어 놀랍도록 정숙하고 조향 반응도 깔끔한 편이다. 다만 ‘원 페달 드라이빙’은 아쉽다. 회생제동 모드인 D+, D, D-, D-- 중 가장 강력한 회생제동을 발생시키는 D--는 액셀 페달을 밟았다 떼는 것만으로 가속과 감속이 가능한데, 페달에서 밟을 떼자마자 제동력이 거칠게 치달아 불쾌하고 감도를 조절하기가 어려웠다. 

이번 여행에 EQA를 선택한 이유는 우리의 목적지가 바로 좁은 골목이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게도 ‘인천은 항구’다. 세계적으로 전쟁을 겪은 나라의 거의 모든 항구에는 침략과 수탈의 아픔이 새겨 있기 마련이다. 인천의 진면목을 나타내는 지역이 바로 중구다. 인천 중구의 신포동, 개항동, 동인천동 일대를 ‘개항장’이라고 부른다.
 
 
개항장은 1883년(고종 20년)에 인천항이 개항한 이래 무역을 위해 개방한 구역으로 지금도 근대 건축물과 양식의 흔적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개항장 거리에는 개항 이후 건축된 서구의 근대 건축물을 볼 수 있는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이 있다. 전시관 건물은 일본 제18은행 인천지점으로 건립된 것이다.
 
바로 옆 프랑스풍 양식을 띠는 건축물은 현재 인천광역시지회 중구지부 건물로 사용되는 유형문화재로, 1892년 신화폐와 구화폐의 교환을 목적으로 설립했던 일본 제58은행의 원형을 일부 유지하고 있다. 
 

지대가 높은 곳으로 향하면 외국인 조계지와 인천항 등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이 나온다. 일본인 거주 지역인 일본 조계와 중국인 거주 지역인 청국 조계의 경계에 있는 계단으로, 계단을 기점으로 양쪽 풍경이 사뭇 다르다. 청국 조계지 쪽 풍경은 꽤나 익숙하다. 이곳이 바로 대중적으로 알려진 ‘차이나타운’이기 때문이다.
 
웅장하고 화려한 4개의 패루가 입구를 알리는 차이나타운으로 들어서면, 붉은색과 금색이 현현한 장식적 구조물이 쏟아진다. 혼잡한 차이나타운을 애써 무심히 가로지르면 곧장 ‘송월동 동화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과거 유럽인이 거주하던 부촌이었지만 시대를 건너며 황폐해졌다. 정부는 지난 2013년 4월, 이곳의 열악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꽃을 심고 동화 벽화를 그려 동화마을로 재탄생시켰다. 
 

개항장 거리와 일본 조계지, 차이나타운, 동화마을까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전혀 다른 세계들이 팔짱을 끼고 있다. 한 번에 인식할 수 있는 인지 허용량을 초과하는 이미지들과 오래된 골목의 밀도, 한낱 담벼락에 쌓인 해묵은 이야기들은 쉬이 가늠조차 어렵다.
 
더구나 길 건너 저편으로는 이 엄청난 사연들을 애써 무시한 채 그물을 길어 올리는 원주민의 녹록잖은 삶과 바깥의 것들을 태연하게 실어 나르는 항구와 공장들도 있다.
 
 
그간 인천은 인천공항,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 등으로 세련되고 도회적인 이미지를 부단히 덧칠했지만 실로 그 구심점이 되는 면면에는 서로 다른 문화가 배태한 새로움과 차이, 계몽과 멸시가 태피스트리처럼 얽혀 있었음을. 인동초 같은 강인함이 어떠한 무던함으로 뒤바뀌어 나지막한 숨을 내뱉고 있었음을 깨닫는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날씨는 비가 올 듯 우중충하다. EQA의 실내를 촬영하기 위해 그나마 빛이 가장 많이 드는 높은 지대의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EQA는 엔트리 모델임에도 세그먼트를 뛰어넘는 기능을 가득 챙겨 놀라움을 안긴다.
 
 
2개의 10.25인치 디스플레이가 들어간 대형 스크린을 통해 전기차 전용 내비게이션과 에너지 관리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조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센터터널의 터치패널과 운전대의 터치센서로 다양한 조작이 가능하다. 또 A 세그먼트 최초로 각종 주행 보조를 지원하는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패키지’와 E-클래스에 들어가는 ‘공기 청정 패키지’를 기본으로 제공한다. 양손에 짐을 들고 발 움직임만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키레스-고(Keyless-Go)’도 주목할 만하다. 

촬영에 잠깐 정신이 팔린 사이, 한 남자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식사하러 오셨어요?” 촬영 중에 쫓겨나고 싶지 않아 어영부영 그렇다고 했는데, 마침 그곳이 중식당 ‘공화춘’의 주차장이었던 거다. 내친김에 공화춘에서 식사를 하기로 한다. 공화춘은 한국 최초의 중국집으로 한국식 중식인 ‘짜장면’을 제일 먼저 개발한 곳이라고 알려진다.
 
 
그러나 1912년에 개업한 공화춘은 1983년 폐점해, 해당 건물은 현재 짜장면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가 간 공화춘은 2004년에 개업한 곳이지만 익숙한 유명세 덕에 문전성시를 이룬다. 시그니처 메뉴인 공화춘 짜장면을 주문했다. 따뜻한 재스민차로 몸을 녹이다 보니, 금세 짜장면이 나온다.
 
짜장 소스는 수분이 거의 없이 드라이 카레나 라구 소스처럼 건조한 제형이다. 친절한 점원은 소스가 식기 전에 빨리 비벼야 한다고 일렀지만, 사진을 찍는 동안 결국 식어버렸다. 급한 대로 소스와 면을 재빨리 충돌시켜보지만 이미 꾸덕해진 소스는 면에 골고루 붙지 않았다. 면과 소스 덩어리가 거칠게 범벅된 상태로 크게 쥐어 입에 넣었다.
 
 
고기 지방이 녹아들어간 고소한 기름 맛이 춘장의 짠맛과 설탕의 단맛을 압도한다. 묵직하고 기름지지만, 짜장면에서만큼은 기름 맛이 과해도 절대 지나치는 법이 없다. 크기가 제법 굵은 알새우와 돼지고기, 양파를 씹는 재미도 느껴진다. 

녹진한 기름의 향미로 배를 가득 채우곤 서울로 돌아가는 길, 사연 많은 골목들이 멀어지고 활기찬 항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부두에 방치된 그물들은 얼어붙은 소금물로 요요하게 빛나고 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지만, 때때로 가까이서 본 것이 곱절은 아름답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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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송봉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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