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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살까 말까 박물지

전기차 구매에 가장 이상적인 시기는 언제인가? 바로 지금? 몇 년 후? 합리적인 전기차 소비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해 <모터트렌드>가 깊고 진지하게 생각했다

2022.03.30

 
아직은 기다려야 할 때!
 
시작하기에 앞서 분명히 해두고 싶은 게 있다. 지금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전기차 보급을 빨리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에는 전혀 이의가 없다. 지구온난화를 막거나 억제하자는 대의명분에 충분히 공감하고, 나 역시 전기차를 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다.

그러나 이 글이 실리는 매체는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다. 전기차 구매의 당위성과는 별개로, 애호가 관점에서 조금 달리 생각한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하며 탐독해주시길.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새 전기차를 살 여력이 없다는 점을 빼면, 내가 당장 전기차를 사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우선 전기차 구매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가장 크게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인 보조금부터 살펴보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전기차 구매보조금을 주고 있다. 정부의 전기차 보급 기본 방향은 보조금을 통해 소비자의 구매 장벽을 낮추는 한편, 자동차 업체들에게 값싼 전기차를 많이 만들어 팔도록 자극하는 데 있다. 

그런데 해마다 보조금 지급 기준은 달라지고, 구매자 관점에서 혜택처럼 여겨지는 보조금이라는 특혜의 약효는 시간이 흐를수록 떨어진다. 제값 다 주고 전기차를 사야 하는 시점은 아직 멀었지만, 그럼에도 앞으로 보조금이 전기차의 가격 접근성을 크게 높이는 시기가 다시 오지는 않을 것이다.

전기차값이 보편적인 수준으로 내려가지도 않았다. 전체 판매량의 일정 비율을 전기차로 채워야 하는 자동차 업체들은 복잡한 계산을 거쳐 보조금을 최대한 많이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아슬아슬하게 가격을 맞추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익을 남겨야 하기 때문에 주요 시장의 베스트셀링 모델들과 견줄 수 있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가격대로 전기차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야 세제혜택과 보조금을 반영한 값이 동급 내연기관차들에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을 뿐, 당장 그랜저 가격에 살 수 있는 그랜저급 전기차나 아반떼 가격에 살 수 있는 아반떼급 전기차는 없지 않나? 내연기관차도 엔진 배기량이 차값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전기차에서 배터리가 차값에 주는 영향은 심하면 더 심하지 덜하지 않다.

같은 이유로, 적어도 내연기관차에서는 경차라고 해도 한 번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400km 이상 달릴 수 있지만, 전기차는 이야기가 다르다. 한 번 충전해 먼 거리를 달릴 수 있으려면 일단 작은 차는 걸러야 한다. 차 크기가 배터리 용량에 비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의 충전 환경을 고려하면 작은 전기차는 충전을 자주 해야 하고 그만큼 번거로운 차가 된다.

물론 작은 차를 알맞게 쓴다면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 있고, 공유와 호출 서비스 등 새로운 자동차 이용 행태가 보편화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달리 말하면 아직 직접 구매와 사용이 일반적 자동차 이용 행태인 지금 기준으로는, 보편적 소비자가 이것저것 재고 따지지 않으며 가벼운 마음으로 전기차를 구매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지금 시장에 나와 있는 전기차들은 대부분 설익은 것들이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승차감과 핸들링이 비슷한 차급의 내연기관차들에 비해 어설프다. 낮게 깔린 배터리 무게를 자연스럽게 다루지 못하는 섀시가 자아내는 어색한 움직임이 거북스럽기도 하다.
 
물론 저속으로 짧은 거리만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운전자가 다 그런 환경에서 차를 쓰지는 않는다. 운전을 즐기고 차를 다루는 재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전기차들은 아직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즉 전기차가 기술적으로 더 성숙하고, 전기차 충전과 사용 환경이 더 편리해져야 우리가 더 합리적인 가격에 더 편하고 재미있는 차를 살 수 있다. 그에 앞서, 요즘 하이브리드차들처럼 굳이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지 않거나 아주 적은 금액만 받더라도 내연기관차와 큰 차이 없는 값에 전기차를 살 수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최종 정리한다. 전기차를 구입하더라도 형편이나 입맛에 맞는 것을 고르고 싶거나, 기왕이면 좀 더 완성도 높고 실용적인 것을 사고 싶다면 조금 기다려보길 권한다. 적어도 2025년쯤이면 우리가 집어 든 전기차 메뉴판에 취향과 상황에 맞춰 고를 수 있는 탐나는 모델이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류청희(자동차 평론가)
 
 
관심이 있다면 지금 사라!
 
‘한 발 빠르면 대박, 두 발 빠르면 쪽박’. 사업하는 사람들 사이에 통용되는 말이다. 소비 패턴도 비슷하다. 다만 열매가 다를 뿐이다. 사업에서 열매가 수익성이라면 소비에서 열매는 만족도다. 얼리어답터들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극단적 소비층이라면, 대중 주류 소비자들은 안정적인 소비를 가장 중요한 만족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지금 전기차 시장은 어디쯤 와 있을까? 아직 얼리어답터들의 영역에 있을까, 아니면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을까? 판매 통계를 보자.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팔린 자동차 170만여 대 가운데 순수 전기차는 10만여 대다. 점유율은 약 6%. 150만 대가량인 국산 및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는 7만 대로 거의 5%를 차지했고, 테슬라를 포함한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는 약 8%가, 국산 브랜드 승용차 시장에서는 4% 정도가 순수 전기차였다.

이 정도 점유율로 승용차 시장에서 전기차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판단을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다. 잠시 주춤하지만 커다란 바람을 일으켰던 소형 SUV의 국산 승용차 시장점유율이 12% 수준이다. 그리고 지난해 출시한 현대 캐스퍼가 끌어올린 경차의 국산 승용차 시장점유율은 약 8%다.

결론적으로 전기차는 아직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그러나 전기차가 대중화의 방향으로 이미 나아가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지난해 국내 전기차 시장이 전년 대비 무려 115%나 성장한 사실이 그렇고, 세계적으로도 향후 10여 년 내 내연기관 시대의 종식을 선언한 자동차 선진국들과 제작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그 증거다.

이렇듯 전기차는 당장은 시장 주도권을 갖는 주력 시장이 아니더라도 최소한 경차 혹은 소형 SUV 수준의 비중 있는 시장점유율을 갖는 장르로 올라설 것이다. 실제로 올해 전기차 보조금 예산총액이 목표로 하는 전기차 보급대수는 20만7000대로 지난해의 거의 2배에 달한다. 쉽게 계산해보면 시장점유율 10%를 목표로 한다는 뜻이다. 2만8000대를 목표로 하는 수소차를 제외하고도 이 정도다.

이를 소비자 입장에서 본다면? 얼리어답터 시장에서 대중 시장으로 확실히 넘어오는 제품, 즉 이제는 전기차가 주류 고객층 가운데서 능동적인 계층이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제품이 되었다는 뜻이다. 지금 전기차에 관심을 갖고 정보를 모으고 있지만 확신이 서지 않았던, 그리고 이 글을 관심 있게 읽고 있는 당신이 바로 이 계층에 속한다.

능동적 주류 고객층의 입장에서 지금이 전기차 구입 적기라는 이유를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선도와 합리성의 유지다. 비용적 측면에서 기회 요소는 아직 많은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고, 불안 요소는 가까운 미래에 대량생산과 배터리 가격 인하로 신차 가격이 떨어지지 않을까, 즉 과연 중고차 가격을 방어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다.
 
제품의 신선도 부분은 지금 막 출시되기 시작한 전용 플랫폼 기반의 전기차들이 불과 몇 년 만에 빠르게 구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비용적인 부분은 지금이 구입 적기인 가장 큰 이유다. 배터리 가격은 쉽게 급락하지 않을 전망이다. 수요 급증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근본적 가격 인하를 위해 필수적인 새로운 기술의 양산 적용이 예상보다 어려우리라는 점 때문이다. 또한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대란에 전기차들이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또 하나의 이유다.
 
반면 전기차 보조금의 전체 규모는 급격하게 줄어들지 않겠지만 대당 보조금이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건 피할 수 없다. 이미 올해에 두 번이나 경험하지 않았는가. 대당 절대 보조금의 축소와 보조금 지급 기준 차 가격의 조절이 그것이다.

제품 신선도는 제네시스 GV60부터 펌웨어 OTA가 적용되는 등 제품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폭넓게 적용될 수 있으므로 최대한 유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새로운 제품이 새로운 기술 적용을 완벽하게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주류 고객들이 불편함을 느낄 정도로 기능이 뒤떨어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 실용성이 좋아지고 있다. 전기차 구입을 꺼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항속거리와 충전 문제일 것이다. 이 두 가지가 최근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 실용성을 높인다. 최근 나오는 주력 모델 대부분이 400km 이상의 항속거리를 기록하고 있으므로 일상 출퇴근 용도로는 일주일에 한 번만 충전해도 충분할 수준이 되었다.
 
충전 관련해서는 공용 충전소가 빠르게 늘어나고 새로 짓는 아파트의 충전소 설치 요건이 강화되는 등 ‘집밥’과 ‘식당’들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현대차그룹 모델들이 사용하는 800V 초급속 충전이다. 해외에서는 포르쉐나 아우디 등 고급 모델들만 사용하는 이 기술을 현대차그룹은 주력 시장과 고객들에게 제공함으로써 주류 시장 고객들의 전기차 충전에 대한 불만을 상당 부분 해결한 것이다. 그리고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이들이 바로 국내 소비자다.

세 번째, 제품 선택의 자유도가 넓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출시를 시작한 현대 E-GMP 플랫폼 기반의 모델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중형 SUV와 세단까지 확대되고 캐스퍼 전기차 버전도 나온다. 디젤 게이트 오명을 벗기 위해 전기차 전략에 전력투구하는 폭스바겐도 ID.4를 필두로 수입 전기차 시장의 대중화에 불을 지필 태세다.
 
최근 전기차 시장의 특징은 수입차와 국산차 시장의 벽이 거의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따라서 고객들의 집단이 더 커지면서 양적 팽창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듯 향후 1~2년 내 전기차 시장은 폭발적 성장을 보일 것이다. 즉, 대중 주류 시장 진입의 서막이 본격적으로 열린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금 이 글을 읽는 능동적 주류 소비자인 당신이 전기차 구매를 주저할 이유는 더 이상 없다. 
나윤석(자동차 칼럼니스트)

 

 

 

모터트렌드, 자동차, 전기차, EV, 구입시기,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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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이병진PHOTO : 현대자동차,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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