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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E밤I 오프로더들

낮에는 화끈하고 밤에는 낭만적인, 낮E밤I 오프로더들

2022.07.10

 
 
Ford Bronco
 
 
동그란 눈과 세상 무해한 얼굴로 등장한 브롱코는 존재만으로 느슨해져가는 오프로드 신(Scene)에 긴장감을 조인다. 1996년을 끝으로 사라졌던 브롱코가 25년 만에 다시 세상의 빛을 보면서 잃어버린 나사 하나가 비로소 맞춰진 듯하다. 긴 시간 자리를 비웠지만, 갈음할 수 없는 새파란 정신만큼은 낳지도 않고 멸한 적도 없는 무시무종의 상태로 언제나 구실을 다해왔을 뿐이다.
 
각진 브롱코의 레터링 그릴과 둥근 헤드램프, 주먹만 한 깍두기 타이어를 감싸는 펜더 플레어는 조상의 이목구비를 빼다박았다. 태양이 지구에 있는 온갖 생명체의 에센스를 쥐어짜내려 안간힘을 다하는 시간, 빼앗으려는, 또 뺏기지 않으려는 에너지들에 아연해질 때도, 샌드 모드를 갖춘 브롱코는 뜨겁게 달궈진 모래밭 위를 휙휙 가르고 털털털 건넌다.
 
 
V8 2.7ℓ 트윈 터보차저 엔진과 10단 자동 변속기의 조합은 최고출력 314마력과 최대토크 55kg·m의 힘과 뛰어난 응답성을 빚어낸다.
 
슬리퍼리, 샌드, 머드/러츠 등 별별 지형에서 놀기 위해 태어난 브롱코의 주행 모드 시스템을 아우르는 이름은 G.O.A.T(Goes Over Any Type of Terrain). 그게 ‘The Greatest Of All Time’의 약자이기도 하단 사실이 새삼스러웠지만, 험로에 최적화된 주행 성능과 고성능 오프로드 능력에도 온로드에 썩 괜찮게 대응하는 걸 보면 결코 과분한 수식은 아닐지도.
 
더구나 깊은 밤 몸을 누일 수 있는 넉넉한 공간과 뱅앤올룹슨 사운드 시스템이 전하는 풍성한 음질은 브롱코가 왜 ‘올 타임’ 레전드인지를, 까만 어둠 속 하얀 달처럼 명백하게 드러낸다.
 
 
Land Rover Defender 110 P300 X-Dynamic SE
 
 
계절이 사람이라면 여름은 풋풋한 첫사랑보다는 지독하게 사랑하고 싸늘하게 돌아선 연인 같다. 태양과 지열로 바늘구멍만 한 숨구멍조차 없는 빽빽한 공기에도 해가 넘어갈 즈음에는 하나둘 틈이 생기기 시작한다. 열기의 빈틈에는 공기가 빠르게 흘러 기꺼운 바람을 일으키고, 해의 공백에는 요사스러운 색들이 물감처럼 풀어져 이윽고 하늘은 보고도 믿기 힘든 무언가가 되고 만다.
 
디펜더는 그 하늘 어디쯤에서 추출한 색을 입고 있다. 낮인지 밤인지 모를 개와 늑대의 시간. 차라리 늑대라 부를 만큼 사정없이 둔덕을 뛰놀던 바퀴와 보닛의 열이 싸늘하게 식어간다. 지금 이 시간 디펜더는 대형견처럼 온순하고 사랑스러워졌다. 

디펜더 110 P300 X-다이내믹 SE 트림은 직렬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품고 최고출력 300마력의 힘으로 묵직이 바퀴를 굴린다. 기존 보디 온 프레임 보다 견고한 경량 알루미늄 모노코크 구조는 4×4의 독립형 차체에 완벽한 토대가 되고, 거대한 휠하우스가 품고 있는 에어 서스펜션은 오프로드 상황에서 최대 145mm 높이까지 차체를 높인다.
 
이렇듯 극단적인 지형에서 놀기 위해 태어났지만, 주행 조건에 맞춰 실시간으로 댐핑 힘을 정밀하게 조정하는 적응형 다이내믹스 시스템 덕분에 일반 도로에서도 승차감이 편안한 편이다. 늑대와 개의 공통점은 충직하다는 것. 오프로드나 온로드 가리지 않고 뜨거운 정열이든 미온의 낭만이든, 원하는 무엇이라도 기꺼이 실현시켜주는 디펜더 역시 그러하다.
 
 
Jeep Wrangler 4xe
 
 
위잉, 어딘가 요상한 소리를 내는 랭글러가 어느 수풀 우거진 기슭으로 굴러들었다. 위화감이 느껴지는 소리의 정체는 세븐슬롯 그릴 뒤에 숨겨진 하이브리드 엔진. 랭글러가 ‘오프로드의 왕’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지만, 오프로더에 극단적으로 초점을 맞춘 루비콘은 엔진 소음이 크고 조향 감각이 헐렁해 공도에서는 되도록 피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랭글러 4xe는 오버랜드를 베이스로 하고 있어 온로드에서도 꽤나 정숙하고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랭글러다. 2.0ℓ 터보차저 엔진에 2개의 전기모터를 조합해 기존 가솔린 모델 대비 출력과 토크를 강화했을 뿐 아니라 연비가 높아졌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낮아졌다.
 
 
용암 같은 바위를 서핑하던 철부지 같고 터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밤이 찾아들자 랭글러는 어느새 감상에 젖어들었다. 두터운 하드톱을 내려놓자 마침내 뻥 뚫린 네모난 하늘에선 별빛이 쏟아지고, 이로써 안팎은 하나가 된다. 동그란 송풍구와 디퍼렌셜 록을 조작하는 물리 버튼을 에워싼 금속들은 달과 별이 발산하는 빛을 수줍게 머금고 푸른 휘광을 번득거린다.
 
벌레 울음이 낮게 깔린 밖도 안도 아닌 장소, 한껏 기를 모았다 비정하게 흩어지는 계절의 작동, 또 하필이면 여름밤이란 감각의 세팅. ‘여름밤’이라면 꼭 수박 서리를 하고 들킬까 아침을 기다리며 배가 살살 아리거나, 여럿이 간 캠핑에서 밀애 현장을 목격하곤 복잡한 마음이 드는  것. 이 여름엔 랭글러와 나 둘뿐이었지만, 실수와 설렘 가득한 지난여름들이 그곳에 함께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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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EDITOR : 장은지PHOTO : 아놀드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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